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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헌터에서 암행어사로 전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Write형제
작품등록일 :
2019.09.02 17:10
최근연재일 :
2019.10.10 21:2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5,877
추천수 :
155
글자수 :
160,376

작성
19.10.07 23:45
조회
51
추천
1
글자
8쪽

#31

DUMMY

“으음, 역시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맛입니다. 짹.”


“........”



어디서 난 건지도 모를 손수건으로 입을 닦는 닷발.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감상을 늘어놓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녀석이 미쳤다는 것을.



“이거 참 식사하는 모습을 그리 빤히 쳐다 보시면 실례랍니다? 짹?”


“허망하네.”


“.....네? 이 모습에 대한 감상평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매우! 간단명료하시군요? 짹?”



어렵게 알아낸 가족의 원수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죽어버렸다.


허망하다는 말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임팩트라도 강하게 주다가 갔으면 이렇게 허망하지는 않았을 텐데,


등장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퇴장하는 거지?


이게 소설이라면, 작가는 글을 어서 끝내려는 생각밖에 가지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부모님의 복수는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괴이의 왕 외에도 신라 놈들이 남았으니.


그러니 눈앞의 녀석에게 집중하자.


주둥이 닷발이 내게 시선을 준 순간부터 녀석은 도깨비불에 홀렸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인지 내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눈치 챈다.


그렇다면 거꾸로 그것을 이용한다.


환지법으로 도깨비불을 제자리에 남기고 녀석에게 다가간다.



“그보다 식사를 마치니 디저트가 먹고 싶은데 여기에 적당한 것이 보이는군요? 짹.”


“........”



눈치채지 못하는 녀석의 다리에 다가가 그대로-



“짹?!”



그어버렸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주둥이 닷발.


그러나 아직 날개가 남아있다.


날개를 향해 칼을 휘두르려는 순간, 주둥이 닷발이 한발 먼저 움직였다.


광풍에 뒤로 밀려나는 내게 부리를 들이대는 닷발!



“어림없다!”


“짹?!”



손에 쥔 봉미선으로 강대한 바람을 일으킨 미호!


주둥이 닷발의 바람을 상쇄시키는 것에 멈추지 않고 나아가 녀석을 밀쳐 내버렸다.


당황하며 날개를 퍼덕이는 닷발,


그런 녀석에 위에 거대한 물방울이 형성되었다.



“이 몸도 노는 것이 아니니라!”


“째액?!”



단숨에 녀석을 물 안에 가두는 것을 성공한 이무기!


거대한 물방울 안에서 허우적대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단숨에 끝내주지!”


“어림없습니다.”


“?!”



언제 빠져나왔는지 물방울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닷발!


그러나 이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녀석이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물방울을 다리 힘으로 분쇄한 주둥이 닷발.


녀석은 여유롭게 또다시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손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설마 제가 해결책도 없이 어사님 앞에 나타났겠습니까?”


“........”


“어? 당황하시네? 짹.”



녀석의 말대로 당황스럽다.


분명 기술은 제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 기가 침범한 닷발 녀석의 다리는 움직이지 못했던 것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어째서 지금은 멀쩡히 움직이는 거지?


아직도 내 기는 녀석의 다리에 확실히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녀석은 잘만 움직인다.


어떻게?



“이런이런, 저는 당신을 상대하기 위해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했는데, 당신은 막무가내로 덤벼든 겁니까?”


“........”



날개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녀석은 말했다.


실망이라고.


막무가내라고? 그래, 맞는 말이다.


솔직히 지금 내가 세운 계획은 녀석의 사지를 봉하여 죽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


그것밖에 못 하는 힘이니까.


이 정도밖에 안 되는 힘만 지니고 있으니까.


그 힘들조차 누구에게 빌리고 누구에게 받은 것들이다.



“......지금의 당신을 보니 있던 식욕도 사라질 거 같군요.”


“........”


“얌전히 제게 먹히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모양새입니다만, 그건 제가 사양입니다.”


“허, 어쩌자는 건데?”


“제가 몸을 움직이기에는 소화가 덜 되었는데, 내일 하시죠?”


“.......뭐?”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그때 선택하시죠, 제게 먹히실지 아니면 무의미한 반항을 이어가실지.”



그 말을 끝으로 주둥이 닷발은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이 허망하다.


일단 복수의 대상자가 죽었으니 복수는 한 건가?


하, 이거 참 복수를 남이 대신해주는 일도 다 있네.


머리가 아프다.


괴이의 왕이 죽은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완벽한 상태의 녀석을 주둥이 닷발이 먹은 것은 심각하게 안 좋은 일이다.


안 그래도 강한 녀석이 이제는 설화급 존재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 버렸다.



“몽룡, 우선 백두산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이 몸도 여우 놈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니라.”


“.........”



손을 뻗어오는 미호와 이무기의 손을 붙잡았다.


단숨에 시야가 늘어지며 익숙한 울렁거림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어이.”


“..........”


“왜 그런 똥 씹은 표정이냐? 애송아.”



여느 때와 같이 귀신 같은 등장으로 모습을 드러낸 도깨비 홍.


천천히 눈을 뜨자, 상처가 안 보이는 데를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심각한 모습의 녀석이 보였다.


그에 아직 마패의 도움으로 과거의 힘을 끌어내는 이무기가 치료를 해주었다.



“쓰읍! 조금만 젊었어도 이 정도는 기합으로 나았는데!”


“........”


“그보다 애송이는 무슨 일이 있던 건가?”


“.....실은”



조심히 입을 연 미호.


그녀의 말을 천천히 듣던 홍은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내 눈을 번쩍 뜨며 미소를 지었다.



“결국, 허망하게 가버렸군.”


“.........”


“아무렇지도 않은가?”


“괜찮다. 어차피 녀석을 막기 위해서는 죽이는 법밖에는 없었을 테니..... 나쁘지 않군.”


“그렇다면 다행이다.”


“해서 애송이 녀석은 지금 자책을 하는 건가?”


“자책은 아니다. 다만.......”


“흠, 이건 할멈을 만나야 할 사안인가 보군.”


“........”



발을 굴러 장승을 불러낸 도깨비, 홍.


얼을 타는 내 뒷덜미를 잡은 홍은 단숨에 장승을 뛰어넘었다.


이매망량의 산, 백두산.


아직도 이곳은 예전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조용함을 박살내는 이가 있었으니,



“어이! 비켜라!”


“?!”



말 그대로 황소처럼 달리며 천지까지 한 시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홍.


녀석의 손에 덜미를 잡힌 채로 끌려간 나는 여태까지 중에 가장 빨리 천지에 도착하였다.


백두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내가 왔음을 인지했을 삼신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타났다.


여전히 섬뜩한 눈을 들이대며 다가와 말했다.



“암행어사여, 아직도 네 안의 답을 찾지 못했구나.”


“........”


“내가 너무 깊숙하게 숨겨 놓은 것인가? 아니면 네가 어리석어 찾지 못한 탓인가?”


“.........”



굳게 입을 다문 내 손에 언제 건네받았는지 마패가 쥐어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겐 이 마패를 가질 자격은 없다.



“애초에 그 누구도 마패를 가질 자격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게 무슨?”


“자격을 갖춰나가는 것이지, 이미 갖춘 녀석에게 마패를 주지 않는다.”


“........”



조용히 삼신의 말을 되새겼다.


그런 내 손에 무언가를 건네는 그녀.



“너희가 싸운 자리에 이것이 떨어져 있었다.”


“.....이건?!”



삼신이 내게 건넨 것은 익숙한 기가 담긴 생물이었다.


과연, 녀석은 그런 생물이었나?


내 눈을 들여다본 삼신은 말했다.



“그래, 해볼 마음이 생긴 모양이구나.”


“........”


“자, 그럼 우리도 준비를 해야겠군.”


“무슨 준비를 한다는 건데?”


“손님 맞이 준비”


“......?”



궁금증을 남긴 삼신은 그대로 사라졌다.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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