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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헌터에서 암행어사로 전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Write형제
작품등록일 :
2019.09.02 17:10
최근연재일 :
2019.10.10 21:2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5,871
추천수 :
155
글자수 :
160,376

작성
19.09.21 06:00
조회
67
추천
3
글자
11쪽

#20

DUMMY

“혼란스러워할 시간도 아껴라, 암행어사.”


“허?”



복잡한 머리에 골치 아파하는데, 갑자기 천지의 호수가 솟구친다.


어느새 다가온 삼신이 천천히 눈을 뜬다.


여전히 흰자와 검은자가 반전된 소름 끼치는 눈으로 바라보는 삼신.



“네가 그녀를 만났음을 안다.”


“.....”



그녀라 하면 마패 안에 깃든 힘을 말하는 건가?



“그런데 어째서-”



얼굴을 들이밀며 귓가에 삼신이 속삭였다.



“넌 여전히 망설이는 게냐?”


“-----!”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은 무슨 심보인 게냐?”


“......”



검은 눈동자로 날 꿰뚫어 보는 그녀의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눈을 피하는 날 본 삼신이 한숨을 내쉰다.



“여기까지 얘기하기에는 이르다 생각했지만,”


“?!”


“이젠 너도 알아야겠구나.”



손을 뻗어 내 눈을 가린 삼신!


그와 동시에 눈앞에 수많은 장면이 펼쳐진다!


이건 대체?


모든 장면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등장인물에 반드시 내가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내가 죽는다?”


“이대로 가면 넌, 아니 너를 포함한 모든 요괴와 인간이 죽는다.”


“......”


“원래는 네가 좀 더 나중에 알아야 할 사실이지만, 우린 시간에 쫓기게 되었다.”


“지난번에 내게 했던 말과는 다른데?”


“......”



변명조차 하지 않겠다는 듯이 입을 꾹 다문 삼신.


기가 차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면 얘기를 해야할 것 아닌가?


아니, 생각해보니 그때 말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본 나의 죽음은 총 세 가지.


우선 첫 번째, 이름 모를 새에게 고막이 찢겨 그대로 온몸을 난도질당하는 죽음.


두 번째는 어두운 형체의 인물에게 머리가 터지는 죽음.


마지막 세 번째는,



“뭘 보는 게냐?”


“쯧”



폭주한 이무기에게 산채로 먹히는 죽음이었다.


고통은 없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나의 죽음들 때문인지 이무기를 경계하게 된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삼신이 다가와 말한다.



“네가 답을 숨기지 않으면 그 죽음은 널 피해갈 것이다.”


“.......”


“그러니 더는 자신을 속이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 거라 암행어사여.”



시야를 가득 채울 정도로 얼굴을 내게 들이민 삼신!


항상 천지의 호수처럼 잔잔하던 목소리가 거칠게 긁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더는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 거라.”


“.....노력하지.”



어느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그녀, 삼신은 구미호와 이무기의 몸에 난 잔 상처들을 눈에 담는다.


그리곤, 손가락을 지휘하듯이 움직여 천지의 호수로 둘의 몸을 감쌌다.


자세히 보니 천지의 호수와 삼신은 둘이 하나인 것처럼 기가 이어져 있었다.


눈을 감고 기만 느낀다면, 삼신과 호수를 구별해낼 수조차 없을 정도!


삼신의 도움으로 상처를 회복하는 둘을 내버려 두고,



“삼신.”


“불렀는가, 암행어사여?”


“이걸 네게 맡기겠다.”


“.......”



말없이 다가오는 삼신.


품에서 주둥이닷발에 의해 던져졌을 때, 내게 넘긴 것을 꺼내 들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지, 삼신이 품에서 작은 함을 꺼내 그 안에 넣었다.



“네가 다시 돌아오면, 그때 돌려주겠다.”


“......부탁한다.”


“자, 상처 회복도 끝난 것 같으니 어서 이동하거라.”



치료가 끝났는지 내 곁으로 돌아온 두 요괴는 온몸에 작은 상처가 깔끔하게 나았다.


이내, 천지의 호수가 다시 한번 나를 포함한 미호와 이무기, 이렇게 셋을 감싸기 시작했다.



“명심하거라 암행어사여.”


“.......?”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알고 있다.”


“그거면 됐다.”



순식간에 얼굴까지 차오른 물이 시야를 가렸다!


물이 얼굴에 닿는 순간,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것과 동시에 우리는 평원에 서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의 평원.


푸른 들판만이 늘어선 이곳에 보낸 이유가 무엇인가? 고민하는 그때!



“?!”


“무슨 바람이 이렇게 강한 것이냐!”



갑자기 불어온 광풍에 눈도 뜨기 힘들 정도!


광풍이 불면서 평원의 모래와 풀들이 함께 휘날리며 몸에 부딪혀왔다.


하는 수 없이 눈을 가리며 바람에 실려 날아드는 모래 같은 것들을 막았다.


평원에 이런 돌풍이 자연적으로 생길 리가 전무하다 생각하여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


“이런, 눈치채셨군요? 짹.”



다시 한번 강한 돌풍과 함께 바람이 멎으며 모습을 드러내는 주둥이닷발!


그러나 녀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소개하죠! 이분이 바로 새들의 왕에게 가장 촉망받던 요괴! 신계입니다!”


“-----!”



바닥에 내려와 자신의 날개 사이에 숨겨두었던 괴이를 소개하는 주둥이닷발!


새로운 괴이,


녀석은 새하얀 몸체와 폭신한 날개!


그리고 쭉 빠진 노란 다리와 머리에 검은 왕관 같은 벼슬을 가진-



“닭?!”


“신계?!”



나와는 다른 부분에서 놀라는 미호.


신계가 무엇인지 묻자 인상을 찌푸리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신계는 무언가를 계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신성한 새 요괴다.”


“예언가 같은 건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사건, 또는 그 사건의 시기를 알려주는 신성한 닭.


그것이 신계.


이뿐만 아니라 새의 왕에게 전폭적으로 신임을 받는 이로써 가장 존경받는 요괴다.


그런 녀석이 뭐가 아쉬워서 괴이가 된 건데?



“이놈, 신계! 어째서 새의 왕을 배신한 것이냐!”


“꼬끼오!”



괴이를 싫어하는 이무기가 분노하며 묻자, 신계가 닭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애초에 닭이지만.



“이 몸은 여태 수많은 시련과 역경, 그리고 수많은 전언을 다른 이에게 전해주었다! 끼오!”


“그런 녀석이 어찌하여 괴이 같은 녀석들과 함께 있는 것이냐!”


“그런 내게 돌아온 것은 모멸과 멸시뿐이었다! 끼오!”



새 요괴들 사이에서도 닭이라는 존재는 멸시받는 부류인지,


그는 자신이 알려주는 계시와 전언에만 집중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새 요괴들에게 복수하겠다며 목청을 돋우었다.



“날 수 없다고 놀린 모든 요괴를 죄다 잡아 죽이겠다! 끼오!”


“그렇다는군요. 짹.”



무시당하고 서러움 당한 것은 알겠는데.....


혹시 몰라 옆에서 녀석들의 주시하는 미호에게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이렇다.



“새 요괴가 원래 머리가 조금 부족하다!”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조금 부족하다!”



그나저나 주둥이닷발의 행동이 이상하다.


녀석은 신계를 소개해준 것을 끝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츄릅. 짹.”


“........”



입맛을 다시면서.


녀석은 무언가 고민되는지 계속 고개를 까딱이며 바닥 한 번, 나 한 번 이렇게 번갈아서 본다.


수상한데?



“역시 아직은 멀었군요. 짹.”


“......?”


“지난번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짹?”


“네가 말이 많아서 잘 기억이 안 나는 데?”


“그렇군요! 그럼 다시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주둥이닷발!


녀석은 몸집만큼이나 긴 부리로 내 귓가에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때 보았던 그 암행어사 나리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아주-”



입술을 핥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맛있어 보이는군요.....!”


“-----!”



품에서 마패를 꺼내 들었을 때!



“그러나 역시 아직입니다. 짹.”


“.....?”



어느새 다시 신계의 뒤로 이동한 주둥이 닷발.


그는 나를 바라보며 아쉬운지 계속 입맛을 다신다.



“지금 당신을 잡아먹기에는 아까운 감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짹.”


“.....날 사육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Exactly! 정확합니다!”



인간이 손뼉을 치는 것처럼 날개로 날개를 치는 주둥이닷발!


역시 녀석은 식인에 미친 놈이다.


괴이인 자신들의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나를 살려두겠다는 말이지 않은가?



“본래 맛있는 요리의 재료는 숙성기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짹.”


“허?”


“거기에 특별한 향신료까지 들어가면 그야말로! Perfect한 식사가 준비되는 겁니다!”



처음 보았을 때의 그 광기를 눈에 담고 뜨거운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주둥이 닷발!


다시 날개를 펼치는 모습에 긴장하며 마패를 쥐었으나,



“자,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짹.”


“......뭐?”


“제가 사라지는 편이 여러분에게 좋을 텐데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지요? 짹?”



자신의 말이 진짜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신계 녀석을 내버려두고 하늘로 올라서는 주둥이닷발!


무슨 의도인지 파악이 되지를 않아 눈살을 찌푸리고 있자니, 녀석이 입을 열었다.



“혹시 푸와그라라는 음식을 알고 계십니까?”


“.......?”


“푸와그라는 거위의 간으로 만드는 음식입니다만, 그 음식을 위해 거위에 간을 억지로 부풀리죠!”



갑자기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가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들어보자.



“억지로 입을 열어 사료를 집어넣고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밤에는 잠도 못 이루게 말입니다.”


“그게 네가 돌아가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당신이 바로 거위라는 겁니다!”


“?!”



또다시 모습을 감춘 녀석이 바로 위에 나타나 거대한 날개로 내 몸을 쓰다듬는다!



“강제로 괴이를 붙여 당신을 성장시킬 겁니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당신을 지켜보며 아주 황홀한 식사를 기대하며!”


“......!”


“저는 여기서 물러나도록 하죠. 짹.”



거센 바람이 불며 시야를 가린다!


바로 위에서 발생한 돌풍에 온몸이 밀려나려는 것을 억지로 버티며 돌풍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내 방금까지 그 사나운 광풍이 장난이었다는 것처럼 고요함이 평원에 맴돌았다.



“자, 괴이의 왕께서 내주신 첫 번째 과제다! 끼오!”


“저 닭이 사료라는 건가?”


“이 몸께서 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겠느니라!”



괴이를 극도로 증오하는 이무기는 이미 자신의 무기인 주먹을 쥐고 광포한 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어찌 신성한 새가 그렇게 타락할 수 있는가!”



미호 녀석도 어느새 두 손에 새하얀 여우 불을 일으키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손에 쥔 마패가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진다.


자신이 죽는 모습을 직접 보아서?


아니면 나를 키워 잡아먹겠다는 닷발 녀석 때문에?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던 내가 어느새 인간과 요괴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중요한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단지 암행어사의 피를 이었다는 것만으로 말이다.


상념은 접어두고 물의 기와 대사의 힘, 그리고 도깨비불을 마패 안에서 끌어낸다.



“미호! 녀석에 대해 아는 건 뭐든 다 말해!”


“알겠다!”



신계는 원래라면 민담급 요괴라고 한다.


본인이 지니고 있던 신성함으로 힘없는 새 요괴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수호신이기도 했으며,


녀석의 울음소리는 잡스러운 요괴는 듣는 것만으로 기절할 정도.


하지만 이건 녀석이 신성한 닭, 신계였을 때의 이야기다.


현재로선 무슨 힘을 지니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꼬맹이! 공격은 하지 말고 녀석의 시선을 끌어!”


“알겠느니라!”


“미호! 넌 여우 불로 이무기를 엄호하고!”


“알겠다!”



손에 쥔 마패를 앞으로 내미는 것과 동시에 신계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연참대전 참가 19일째 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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