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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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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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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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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대마법사의 제자

DUMMY

1. 대마법사의 제자


“그래 이제 마지막이야.”


스스로 그렇게 다짐하듯이 말하며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이 단 한 번의 실험을 준비하는데 꼬박 5년이 넘게 걸렸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이 실험이 실패한다면 그냥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는 돌아가신 스승님이 남긴 연구일지에 남긴 의문의 실험을 재현하는 중이다.

42세의 나이에 살아있는 마법사 중에서는 최연소로 고위마법사의 자리에 올랐던 스승님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실험이다.


지금도 믿을 수 없지만, 스승님은 이 실험 중에 돌아가셨다. 폭발의 흔적이나 독살의 흔적도 없었다. 마탑에 소속된 다른 고위마법사들이 우르르 달라붙어 조사했지만 끝내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른 마법사들이 몇 달이나 나를 프라이팬에 올린 해산물처럼 달달 볶아댔지만 나는 끝내 스승님의 연구일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스승님이 생전에 절대로 다른 마법사들에게 이것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당부한 것도 있지만 나를 심문하는 마법사들의 눈에 숨길 수 없는 탐욕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때 연구일지를 넘기고 마탑을 떠났으면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이지만 조금은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마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스승을 잃고 홀로 남은 10살의 꼬마에게 세상은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탑에서 쫓겨나지 않았기에 밥도 굶지 않고 비교적 안전하게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바깥세상에서 홀로 남은 10살 꼬마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10살 꼬마를 마탑에서 내치지 않고 있던 것은 혹시나 내가 뭔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다른 고위마법사들의 의심 때문일 것이다.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몇 달 동안의 심문이 끝난 후에도 몇 년이나 감시의 눈길이 느껴졌었다. 어쩌면 지금도 감시당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라는 말인가. 어차피 이 실험이 끝난다면 결과와 관계없이 마탑을 떠날 생각이다.


내가 5년 동안 작업한 것은 444개의 마법진과 128개의 조합된 촉매가 필요한 매우 복잡한 실험이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조심스럽고 몰래 작업한 것도 있지만 내 실력이 부족한 탓도 크다.


마법진을 그리는 것이야 큰돈이 들지 않지만, 촉매를 만드는 것에는 돈이 들어간다. 다행이라면 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촉매가 아니라는 것이었고 불행이라면 그렇기에 내가 포기하지 못하고 이렇게 도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실험은 마지막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미약한 마나를 남김없이 빨아먹은 마법진들이 빛나고 촉매들이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몇 번이나 확인하긴 했지만, 견습 마법사에 불과한 내가 최연소 고위마법사로 알려진 하지만 실제로는 대마법사의 경지에 닿았던 스승님의 마지막 연구를 제대로 실현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대부분의 마법 실험이 그렇듯 실패했을 때 마법사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래서 몇 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그러나 나에게 그런 것은 없다. 그런 것을 설치할 줄도 모르고 알고 있다고 한들 설치할 돈도 없었다.


“성공인가?”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뭐라고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폭발하거나 마법진의 빛이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 완전히 실패하진 않은 모양인데 그렇다고 성공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어쨌거나 이 실험은 대마법사를 사망하게 만든 실험이다. 스승님도 이 과정까지는 당연히 성공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은 뭐냐? 뭐가 스승님을 죽인 거지?


마법사를 죽이는 것은 호기심이라고 했던가? 나 역시 견습이라고는 해도 마법사인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이 호기심 때문에 17년의 길지 않은 인생 중에서 5년을 갈아 넣었다.


빛나던 마법진들의 빛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마음속의 의지도 같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역시 실패인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대마법사가 했던 실험을 견습 주제에 단 한 번에 성공하리라 생각했던 것은 역시 너무 오만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실험이 실패한 것에 좌절하고 있을 때 갑자기 촉매들이 일제히 솟구쳐 오르며 한곳으로 모여 뭉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체도 액체도 아닌 기묘한 상태가 되어 실시간으로 색이 바뀌고 주변으로는 작은 스파크까지 생기고 있었다.


“뭐지?”


나의 반응은 스스로 의식이 될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기보다는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과연 어떤 원리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잠시 동안 수십 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던 그 물질은 어느 순간 안정되기 시작했다. 금빛을 내는 구체의 형태로 공중에서 머물러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그것에 다가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이 이 현상이 언제까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복잡한 수식을 제외하고는 들어간 촉매도 대단한 것이 없었고 마법진에 내가 부여한 마나도 매우 적은 양이었다. 이것이 지금은 안정되어 있지만, 그것이 유지되는 시간은 아마도 매우 짧을 것이다.


표본을 채취할 무언가를 가져와 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물질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것이 스승님이 남긴 최후의 연구인가?’


스승님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런 연구를 하셨을까? 저 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내가 제대로 실험을 완성한 것은 맞는 걸까?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몸은 자석에 끌리듯이 그 물질에 다가서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것에 손을 뻗었다. 위험한 물질이다. 어쩌면 스승님도 나처럼 이 물질에 손을 댔다가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성적인 생각을 마비시킬 정도의 끌림이 있었다.


금색의 물질과 손이 거의 닿으려고 하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파지직!


금색 물질의 주변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손끝에 저릿한 충격을 주었다.


“윽!”


작은 충격에 정신을 차리고 손을 거둬들이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있었다. 원형으로 안정되어 있던 물질이 길게 늘어나며 마치 뱀처럼 팔을 타고 올라왔다.


“아, 안 돼!”


스승님도 이렇게 당한 것일까? 순간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지만, 그것을 막을 방법은 내게 없었다.


순식간에 팔을 타고 올라온 그것은 어깨를 지나 머리를 향해 올라왔고 나는 반대쪽 손으로 그것을 떼어내려 했지만, 액체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은 끝부분을 뱀의 머리처럼 곧추세우더니 내 몸의 한부분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끄아아악!”


그것이 노린 것은 왼쪽 눈이었다. 상당한 양의 이물질이 눈을 파고드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렇지만 내가 비명을 좀 지른다고 이곳에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은 없었다. 평소에는 좋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참으로 쓸데없는 마탑의 장점 때문이다.


마탑은 방음시설이 너무 좋다. 워낙 마법실험이 많은 곳이다 보니 어지간한 폭발음 정도는 옆방에 들리지 않는다.


내가 고통스러워하거나 말거나 그 물질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고 나는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치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헉!”


헛바람을 들이키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정신을 잃기 직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죽진 않았군.’


그것이 첫 번째 감상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왼쪽 눈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일단 시력은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손으로 눈을 만져보았지만, 눈알이 잘못되거나 그러지도 않은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화장실로 가 물에 비춰보았지만 역시나 눈에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 물질이 눈을 통해 내 몸에 들어온 것은 확실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리는 없다. 그것은 확신한다. 문제는 그것이 내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나를 몸에 돌려보았다. 나는 공식적으로는 수습 마법사에 머물러있지만, 실제로는 입문마법사의 경지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살던 내가 우연히 마을을 지나치던 스승님의 눈에 띄어 제자가 되고 마탑에 들어온 것이 7살이다.


그리고 스승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3년간은 정말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스승님은 아직 어린 나이라고 하여 나에게 과한 교육을 하지 않으셨다. 당연히 체벌 같은 것도 없었고 친아버지보다 더 자상하게 보살펴 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연소 고위마법사의 눈에 띄었을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던 것이 나다.


마나를 느끼고 몸 안에 가둘 수 있는 경지의 수습 마법사가 된 것은 마탑에 들어오고 난 후 두 달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무리 스승님이 과도한 교육을 하지 않으셨고 일찍 돌아가셨다고 해도 그 후로 몇 년이나 지났는데 입문의 경지에 오르지 못할 리가 없었다.


물론 여전히 내가 진짜 수습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멸시하는 멍청한 인간들이 마탑에는 많이 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덕분에 실제 실력을 숨기고 실험을 끝마칠 수 있었으니까.


몸 안에 있는 마나를 운용하는데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럼 과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의문과 살아남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기 전에 현실적인 문제를 떠올렸다.


나는 재빨리 청소도구를 가져와 청소를 시작했다. 방안에 남겨진 444개의 마법진을 지워야 했다. 여태까지 고위마법사들이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면 내가 이곳에서 어떤 실험을 했다는 것을 분명히 눈치챘을 것이고 그 어떤 단서도 그들에게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


비록 그 실험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직접 체험한 나도 알지 못하지만, 스승님이 생명까지 바쳐가며 연구한 것을 그들에게 공짜로 넘겨줄 수는 없었다.


스승님이 어린 나에게 자세한 내용은 말해준 적이 없었지만, 스승님은 다른 고위마법사들에게 분명히 큰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것은 단순한 경계심이나 경쟁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어떤 마법으로도 복구하지 못할 만큼 실험의 흔적을 완벽하게 마치고 한 후 나는 드디어 그동안 미뤄왔던 일을 하려고 했다.


마탑을 떠나는 일이다. 7살에 들어와 10년을 머물러 태어난 집보다 오래 살았던 곳이지만, 이곳에 남은 정이라고는 스승님과 추억 정도뿐이었다.


개인적인 짐도 최소한으로 정리해둔 상태라 보따리 하나만 들고 나가면 끝이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침대 아래에 놓아둔 상자를 꺼냈다. 그곳에는 스승님이 생전에 쓰시던 실험 도구가 몇 가지 남아있었다. 원래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남아있었지만,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다른 마법사들이 강탈하듯이 빼앗아 간 것들이 많았고 남은 물건 중에서도 값이 좀 나갈만한 것들은 팔아먹은 지 오래다.


그곳에 내가 조금 전 실험에서 촉매를 담는 데 사용한 그릇들을 추가했다. 이제 나에게는 쓸모없는 것들이다.


촉매를 담았던 그릇은 무엇을 담았는지 알 수 없도록 약품으로 씻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실험 도구와 그릇들을 챙겼다. 팔아도 큰돈은 되지 않겠지만, 이것들도 처분하려고 한다. 마탑을 나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내가 그동안 모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은 거의 다 실험에 투자했기에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머리에 피가 몰리는 것처럼 현기증이 나더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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