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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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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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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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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 세눈마귀

DUMMY

세눈마귀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눈마귀는 대표적인 상급 마물이다. 대표적이라는 말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상급 마물이라는 뜻이다.


흔하다고 해서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보통 정식 마법사 셋 정도는 모여야 간신히 상대할 수 있고 다섯은 모여야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것이 상급 마물이다.


세눈마귀가 상급 마물 중에서 흔하다는 얘기지 그렇게 자주 출몰하는 것은 아니다. 상급 마물이 그렇게 자주 출몰했다면 인간은 이미 진즉에 멸망했을 것이다.


“잡습니까?”


보기 힘들고 잡기 힘들다는 말은 비싸다는 말과 같다. 퇴치 의뢰만 해도 어마어마한 돈이 걸리겠지만, 그 시체도 부르는 게 값이다.


나와 레인스 둘로 상대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마물이기 때문에 이멜다의 생각을 물었다. 아무리 상급 마물이라고 해도 이멜다라면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잡아 오렴”


대답은 짧았다. 나보고 잡아 오란다. 포그렌 숲에서야 모르니까 갔지만, 이번엔 좀 아니다 싶었다.


“저 혼자 말입니까?”

“그럼 너 말고 또 누가 있니?”


레인스를 한번 보았다.


“마차 몰 사람은 남겨야지.”


그것도 그렇긴 하다. 레인스가 추가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안 도와주십니까? 저 혼자서는 안될 것 같은데요.”

“일단 해보렴.”


내가 진짜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켜보는 것인지 단순히 자기가 귀찮아서 혼자 보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한가지 확신이 있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 두진 않을 것이라는 거다. 


“아, 네”


일단 대답은 했는데 세눈마귀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멀리 있는지 모른다. 거리는 알 수 없지만, 방향을 아는 방법이 있다.


마차 위에서 내내 자고 있던 푸카가 어느새 일어나 부리부리한 큰 눈으로 한 방향을 노려보고 있었다. 방향을 확인했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푸카 사용법이다.


빠르진 않지만 달리는 마차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마 전 이멜다에게 배운 비행 마법을 사용해보려고 한다.


막 마법을 시전하여 몸을 띄우려는 순간 시야가 변하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보이는 비전이다.


크크크크!


긴 흰색 털이 온몸을 뒤덮고 있는 거인이 기분 나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털이 없는 얼굴은 사람과 같이 눈코입이 달려있긴 하지만 입 안으로 보이는 이빨은 사람보다는 육식동물의 그것에 가까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마에 있는 커다란 눈이 사람과는 확실히 다른 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눈마귀다. 실제로 보는 것은 나도 처음이다.


세눈마귀의 앞에는 갑옷을 잘 차려입은 기사들 십여명이 세눈마귀와 맞서고 있었다. 

세눈마귀는 그런 기사들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웃은 것이다. 아무리 기사라고 한들 상급 마물에 겨우 십여명으로 대항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전에 관문에서 보았던 제랄드 호킨스경처럼 검성급 기사라도 섞여 있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보통의 기사들이라면 세눈마귀가 비웃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산개해서 공격에 대비해라!”


기사 중에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크게 소리치며 기사들을 독려했다.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용감한 기사들이다. 누구 하나 떨거나 도망치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자신에게 죽음을 선물할 것이 분명한 상대를 앞에 두고 떨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이유는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기사들의 선봉에 서있는 이질적인 존재가 있었다.


대장 옆에서 당당하게 검을 들고 있는 작은 체구의 소년이 보였다. 그냥 체구가 작은 기사가 아니다. 갑옷의 모양도 조금 달랐고 검도 다른 기사들과 달리 얼핏 보기에도 보검 급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보통 기사가 아니라는 이유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라이스칸의 기사들이여! 나 멜버리 라이스칸과 함께 해주어서 고맙다! 그대들의 희생은 라이스칸의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대장도 아닌 좋은 갑옷과 검을 가진 소년이 큰 소리로 기사들의 앞에서 연설을 한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아마도 이 영지의 소영주쯤 될 것이다.


“으아아!”


소영주의 짧은 연설에 자극받은 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눈앞의 괴물에 대한 공포를 지워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인간들의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세눈마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푸하학!


5미터 정도의 키를 가진 거대한 덩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고 느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레인스와 가끔 대련하며 최상급 용병의 속도에 익숙해져 있는 나도 시야에서 놓쳤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그런데 세눈마귀가 딱히 속도에 특화된 마물도 아니라는 것이다. 상급 마물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촤학!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기다란 팔이 휘둘러지고 손끝에 달린 날카로운 손톱이 미처 반응하지 못한 기사를 훑고 지나갔다.


갑옷이 종이처럼 찢어졌다. 그 안의 기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은 기사의 몸이 땅에 쓰러지기도 전에 세눈마귀는 다음 희생자를 찾아 움직였다.


마치 세눈마귀가 순간이동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사라졌다가 나타났고 그때마다 기사가 한명씩 찢겨나갔다.


도망치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아무리 용맹한 기사라고 해도 눈앞의 압도적으로 처참한 광경 앞에서는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바로 소영주였다.


“으아아아아!”


비명 같은 함성을 지르며 작은 소년이 마침 모습을 드러낸 세눈마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야기에나 나오는 전설의 소년 기사를 보는 듯 했지만, 현실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킁!


세눈마귀가 투박하게 생긴 코로 콧방귀를 끼며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대충 휘두른 손이지만, 맞으면 죽는다는 것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 기사는 피하지 않았고 멈추지도 않았다.


콰앙!


세눈마귀의 손등에 제대로 얻어맞은 소년 기사의 몸이 공중으로 높이 떠올랐다. 완전히 찌그러진 투구와 갑옷의 상태를 보면 소년 기사의 생사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소영주님!”


그 광경을 지켜본 기사 대장과 나머지 살아남은 기사들이 덕분에 굳어있던 몸이 풀렸는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라이스칸의 기사들이여! 돌격하라!”


기사 대장과 기사들이 세눈마귀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기사다운 선택이다. 어차피 눈앞의 괴물에게서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세눈마귀가 몇 번 손을 휘두르고 발을 몇 번 구르자 기사들은 전멸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빛의 검을 들고 공중을 날아온 사람은 바로 나였다.


“늦었나?”


땅에 착지한 후 기사들의 시체를 앞에 두고 내가 한 말이다. 물론 세눈마귀는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이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비전이 끝났다. 기왕이면 내가 세눈마귀와 싸우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 상관도 없는 소년 기사와 다른 기사들의 죽음만 잔뜩 보았다. 그런데 여태까지 비전이 보여준 장면을 생각해 보면 그것을 보여주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소년 기사를 살리라는 건가?’


이번 비전에서 생각해볼 만한 것은 그것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살린다고 해도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 일단 전력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소영주를 구했다는 명예? 기사들이 따르는 것만 봐도 그렇고 평소에 인덕을 많이 쌓은 좋은 소영주였을 것이다. 그런데 명예는 사실 준다고 해도 별로 필요가 없다.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일단 가고 보자. 비전에선 내가 좀 아니 많이 늦었으니 서둘러야겠다.


비행마법을 포기하고 마차에서 뛰어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직 내 수준에선 비행마법으로 둥실둥실 날아가는 것보다 육체 강화를 걸고 바람 걸음으로 달리는 것이 훨씬 빠르다.


“일단 갑니다! 이멜다님 빨리 오세요. 저 오래 못 버팁니다!”


내가 마차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비전에서 본 세눈마귀의 힘이라면 나 혼자서는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다. 이멜다가 얼마나 빨리 합류하느냐가 중요하기에 이멜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푸카가 알려준 방향을 따라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거리는 꽤 멀 것이다. 그 먼 거리에서 세눈마귀를 감지해낸 이멜다가 이상한 것이다. 


거의 10분 정도를 달리자 세눈마귀가 나에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직 거리가 꽤 먼데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진다.


이것이 상급 마물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과연 버틸 수나 있을까? 기사들을 종이 인형처럼 찢어버리던 그 공격을 내가 몇번이나 막아낼 수 있을까?


몇번을 생각해도 정면으로 승부해서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기사들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소영주를 살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기사 중에 살려야 할 사람이 있는 걸까? 


일단 살리려면 싸우지 못하게 해야 할 텐데 갑자기 나타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마법사가 싸우지 말고 도망치라고 한다고 말을 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다.


어쨌든 바람처럼 달려 도착했을 땐 비전에서 본 것과 달리 아직 전투가 벌어지기 전이었다.


크크크크!


기사들을 눈앞에 둔 세눈마귀가 비웃기 시작한다. 들은 적이 있는 기분 나쁜 웃음이다. 그 말은 즉 전투가 벌어진다는 뜻이다.


“산개해서 공격에 대비하라!”


기사 대장의 외침에 기사들이 거리를 벌리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사실 저것이 무의미한 행동은 아니었다. 뭉쳐있었다면 한방에 몰살당했을 것이다. 여기까지도 비전에서 본 것과 같다.


소영주가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비행마법을 사용해 세눈마귀와 기사들의 중간에 내려섰다.


“지나가던 마법사입니다. 끼어들어도 되겠습니까?”

“물러서시오! 위험하오!”


소영주가 깜짝 놀라며 나에게 소리쳤다. 이 정도는 예상했던 결과였다. 그런데 저 소영주는 마법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누가 누구에게 위험하다고 하는건가?


소영주의 말을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갑자기 난입한 불청객에 대해 세눈마귀가 상당히 불쾌감을 느낀 것 같다.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에 주름을 만들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더욱 불쾌하게 만들어줄 생각이다.


“인지력 저하, 환각, 환청, 방향감각 저하, 균형감각 저하, 약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저주 마법을 퍼부었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람과 달리 마물에게는 저주마법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과 감각이 다른 것도 있고 마물들은 어느 정도 마법에 내성이 있다. 하물며 상대는 상급마물이다.


크으?


그래도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이상함을 느낌 세눈마귀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쉽게도 겨우 그 정도인 거다.


빛의 검을 뽑아냈다. 근접전으로 저 괴물을 상대할 자신은 없다. 아무리 방어 마법을 두른다고 해도 비전에서 본 기사들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빛의 창”


빛의 검의 변형이다. 검일 때보다 세배쯤 길어진 빛으로 이뤄진 막대기를 투창하듯이 던졌다.


길게 빛의 잔상을 남기며 날아갔다. 보기에는 참 멋진 마법이다. 아쉽게도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퉁!


멋지게 날아간 빛의 창은 세눈마귀의 가슴팍에 그대로 명중했다. 그러나 긴 털을 수십가닥 가닥 잘라내긴 했지만 결국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어이가 없네.”


비전으로 직접 보기도 했고 상급마물이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은 너무 강하다. 정식 마법사 다섯이 모이면 이걸 잡을 수 있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다.


크크크크!


세눈마귀가 다시 비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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