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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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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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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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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1.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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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글자
13쪽

27. 붕어가 되기로 했다.

DUMMY

이멜다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받은 것은 이멜다와 같이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그때는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기에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북부제국의 브렌노스로 향하는 여행을 떠난 후부터 직접적으로 나와 관련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성장을 돕는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먼저 내가 그것을 원한 것도 아니었다.


나른하게 풀어져 있던 이멜다의 얼굴이 겨울바람을 맞은 여우처럼 변했다.


“명성, 인재, 힘을 모을 것이야.”

“그것이 필요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악명도 명성이라면 명예는 이미 충분했고 인재를 모으려고 했다면 야니스를 포섭했어야 맞다. 어느 정도 힘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멜다 개인의 무력만 해도 엄청나다. 


“너는 내가 몇살이라고 생각하니?”


여태까지 얻은 여러 가지 정보를 생각해보면 100살이 넘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상당히 많으시죠.”

“그래, 인간이란 건 영원히 살 수 없는 거야.”

“그것이 명성, 인재, 힘이 필요한 이유입니까?”

“아니지만, 맞기도 하지.”


이멜다식 화법이 또 나왔다. 나는 이런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으신 겁니까?”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노인들은 본능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아니 그건 아니야.”


아니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100년은 더 살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켜보기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긴 하지.”


아이들이 장성해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를 생각해보면 대략 10년에서 15년 사이가 될 듯 하다. 이멜다의 수명은 그 정도가 남은 건가?

그렇다면 발부르가와 나흐트를 생각해서 명성, 인재,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마녀와 마법사다. 그리고 둘 다 나 같은 것은 비교도 되지 않는 희대의 천재들이다.

거기에 마법사인 나흐트라면 모를까. 마녀인 발부르가에게 무슨 명성과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그런 것이 필요합니까?”

“필요해, 저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니까.”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아이들을 보호할 세력을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이멜다가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부모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멜다도 그 중의 한명일까? 그보다 궁금했던 점이 있다. 지금이라면 물어봐도 될 듯 하다.


“전부터 궁금했던 겁니다만, 이멜다님이 아이들의 친모가 맞습니까?”


사실 처음엔 당연히 친모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친모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아이들이 이멜다를 너무 닮았다.


“뭐? 아하하하하!”


이멜다는 내 질문을 받고 내가 여태까지 봤던 것 중에 가장 크게 웃었다. 한참을 자지러지게 웃은 이멜다는 찔끔 흘린 눈물까지 닦아냈다.


“백 살이 넘은 여자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물론 생물학적으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멜다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아닙니까?”

“당연히 아니지!”


그럼 아이들이 이멜다를 닮은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피처럼 인공생명체라도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이들의 천재적인 재능도 설명이 된다.


“그럼 설마, 인공생명체입니까?”

“뭐? 으히히! 몰랐는데 너 이제 보니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구나?”


난 매우 진지한데 이멜다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난리가 났다.


“내가 옥타비아 일족처럼 그쪽을 수백 년 동안 연구한 것도 아닌데 인공생명체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잖니”

“그럼 뭐지요?”

“발부르가와 나흐트는 외종손주라고 해야 하나? 내 여동생의 자식이 낳은 아이들이지.”


아, 친척관계? 그런 것이 있었다. 마법과 이멜다라는 큰 장막에 눈이 가려져 그런 당연한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을 위해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해, 세상이 아이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야.”

“나흐트는 몰라도 발부르가는 이멜다님처럼 어딘가에서 조용히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단다.”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이멜다도 먼저 누군가를 공격한 적은 드물었다.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마탑의 마법사들이 찾아가서 공격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마탑 때문이라면 북부 제국에서는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오히려 북부 제국이 더 위험하단다.” 


남부 제국의 마탑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북부 제국에서 영향력이 그 정도인가?


“왜냐하면 아이들은 적은 북부 제국에 있기 때문이지.”

“마탑이 아닌 겁니까?”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그런데 네 경우에는 마탑에서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남부 제국에서처럼 적극적이진 못해도 절대 포기할 인간들이 아니란다.”


추적은 끝난 것이 아니었나? 비전도 뭔가 보여주지 않고 국경을 넘으면 어떻게든 해결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너도 이 계획에 들어가는 것이야. 네가 명성을 쌓으면 마탑에서도 너를 쉽게 건드리지 못하게 되니까 말이야.”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말입니까?”

“그건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서로 좋은 것 아니겠니?”


이멜다가 능글맞게 웃어넘겼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같은 정식 마법사라면 이제 혼자서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정식 마법사만 오라는 법이 없고 내 전력이 드러난다면 혼자 오라는 법도 없다. 정식 마법사 여러 명이 합공한다면 매우 곤란해질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적이란 건 뭡니까?”

“북부 제국 그 자체라고 해야하나?”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설마, 아이들의 아버지가···.”


이것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국경을 넘을 때 숨은 검성 제랄드 호킨스가 아이들에게 올렸던 예가 떠올랐다. 제랄드 호킨스는 이미 아이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북부제국의 황제다. 뭐 비록 사생아이긴 하지만 저 아이들은 분명히 황가의 핏줄이야.”


충격 발표라고 해야 할까? 레인스가 같이 들었다면 표정이 볼만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남부의 국경 근처에서 살고 있었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겠군요.”

“그래 북부에 있는 것은 위험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은요?”

“지금 뭐가 끝났지?”


인간 소각장이나 마찬가지였던 3년간의 전쟁이 끝났다.


“전쟁이 끝났군요. 황제와 반대파벌을 청소했고 지금이 바로 황권이 가장 강할 때로군요.”

“그래, 아이들을 영원히 숨어 살게 할 순 없으니까.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기회가 없겠지. 아이들 어미를 제법 사랑하기도 했고 황제가 제 자식을 내칠 정도로 그렇게 냉혈한은 아니야.” 

“아이들을 황가로 돌려보내기 위한 명분이 바로 명성, 인재, 힘이군요.”

“그렇지. 그게 내 계획이란다.”


같이 살며 든 정도 있고 발부르가와 나흐트 둘 다 싫지 않다. 아니 꽤 좋아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계획의 크기가 너무 크다.


아이들을 황실로 돌려보내면 황녀와 황자가 된다. 돌려보내는 것에서 끝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황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암투가 벌어질 것이 뻔하다.


이멜다가 아이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은 그것까지 염두에 둔 말일 것이다.

이것은 결국 나흐트를 황제로 만드는 일이다.


“저는 그 계획의 부품이 돼야 하는 것이고요?”

“부품이라고까지 말할 것은 없잖니. 싫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단다. 그건 내가 보장하지.”

“그게 한번 시작하면 쉽지 않을 것 않습니다만.”

“우히히!”


그럴 것이라는 웃음이다.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질 수 없다. 나는 이 거대한 계획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단기적인 계획은 뭔가요?”

“브렌노스까지 가는 길에 업적을 쌓아야지.”

“지금까지처럼 말입니까?”

“그래, 포그렌 숲의 악독한 마녀들을 처단하고 상급 마물을 단신으로 물리친 젊은 천재 마법사는 또 무슨 업적을 세우게 될까?”


생각만 했는데도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데 그거 생각해보면 일종의 영웅전설 아닌가?


“그건 저보다 여기 소영주인 멜버리에게 어울리는 것 아닙니까?”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 타고난 영웅에게나 어울리는 길이다. 

이멜다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흔들었다.


“영웅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당장 어제만 해도 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여기 소영주는 죽었겠지. 타고난 영웅보다 만들어진 영웅이 훨씬 많은 것이 그런 이유란다.”


그건 맞다. 내가 일부러 빠르게 달려 도착하지 않았다면 멜버리는 비전에서 본 대로 죽었을 것이다.


타고난 영웅보다 만들어진 영웅이라. 내가 영웅에 어울리는 사람이긴 한 걸까?“


“너는 너 자신을 너무 저평가하는구나?”

“제가 좀 특별한 부분이 있지만 대단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주변에 대단한 사람이 너무 많다. 이멜다는 말할 것도 없고 발부르가와 나흐트도 나 같은 것은 비교도 되지 않는 천재다. 거기에 유니까지 추가됐다.


“얼굴도 꽤 잘생겼고 스무살도 되지 않아 정식 마법사가 된 천재지. 이런데 대단하지 않다고? 그거 상당한 기만이란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할래? 장담하건대 네가 얻는 것은 분명히 많을 거야. 그리고 마지막까지 잘 풀린다면 황제의 최측근이 되는 거란다.”


이게 바로 떡밥이라는 건가? 꽤 훌륭한 떡밥이다. 분명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황제를 만드는 일이다. 


“황제의 최측근 같은 건 별로 관심 없습니다.”


권력 같은 것은 관심 없다. 사람의 마음이 쉽게 바뀌는 것이니 나중엔 어떨지 몰라도 지금 당장은 그렇다.


“너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조건은 없는 겁니까?”


한번 튕겨보기로 했다. 그러자 이멜다의 입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내 모든 것을 물려주마.”


거대하고 정말 먹음직스러운 떡밥이다. 머릿속에서 생각이란 것이 싹 지워지는 느낌이다. 붕어가 떡밥을 무는 심정이 이런 것일까? 그리고 나는 기꺼이 붕어가 되기로 했다.


“한번 해보죠.”


나는 이멜다가 내미는 손을 잡았다.

이멜다와 나는 그 뒤로도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지난 3년보다 오늘 나눈 대화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있을 때 하인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백작께서 여러분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셨습니다.”

“초대에 응하도록 하지.”


이멜다는 그렇게 하인을 돌려보낸 후 조금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구나.”

“이유가 있습니까?”


그냥 단순한 저녁식사가 아닌 건가? 어차피 우리는 내일이면 떠날 사람들이다.


“타고난 영웅은 항상 정의롭지 다만 그것은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정의가 아닌 것이야.”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저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할 순 없지 않습니까?”


무력으로만 본다면 백작가 전체가 덤벼도 미피 하나만 소환해도 끝난다. 즉 힘으로 우릴 어쩌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영웅의 가장 성가신 점이 뭔지 아니?”

“상대해본 적이 있으신 거군요?”

“여러 번이지.”


하기야 대마녀의 목은 영웅의 업적이 되기에 아주 훌륭한 상품이다.


“영웅의 성가신 점은 무슨 짓을 해도 그쪽이 정의라는 점이야.”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것이군요.”

“그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영웅을 사랑한다. 정말 다시 생각해봐도 부러운 능력이다. 


만약 멜버리가 우리를 공격한다고 해도 그쪽이 무조건 정의가 된다. 왜냐하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다 죽일 수도 없다. 당장 황제를 만들러 가는 길에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다.

생각해보니 참 성가신 상황이다.


시간이 되자 다시 하인이 찾아왔고 우리들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넉넉한 풍채의 라이스칸 백작이 우리를 반겼고 조금 전과 달리 제대로 꾸민 눈부신 미소년이 그 뒤에 서서 아찔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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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붕어가 되기로 했다. +15 24.01.03 11,262 444 13쪽
26 26. 마녀의 큰 그림 +15 24.01.02 12,157 477 13쪽
25 25. 모두에게 좋은 결과 +27 24.01.02 12,732 5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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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마녀의 숲(2) +22 23.12.26 13,738 560 13쪽
19 19. 마녀의 숲 +11 23.12.25 14,106 53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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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마녀를 만나다. +9 23.12.21 13,913 5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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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천재 +9 23.12.19 14,023 444 13쪽
13 13. 마녀의 집 +11 23.12.18 14,081 4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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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의외의 소득 +8 23.12.07 17,475 5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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