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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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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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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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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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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6. 마녀를 만나다.

DUMMY

“잘 몰라요.”


시간을 끈 것 치고는 실망스러운 대답이다.


“그런데 엄마가 다른 데서 우리 얘기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는 했어요.”


어떤 의미인진 모르겠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무서운 이야기다. 아니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무섭다.


“그렇구나. 고마워 알려줘서.”


발부르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것을 알려준다면 우리가 떠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아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름의 용기를 낸 행동인 것이다. 아이는 눈을 감고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만끽하고 있었다.


길러본 적은 없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멜다를 만나서 좋은 꼴을 보긴 어렵다는 확신을 얻었다. 다만 이곳을 나간다 해도 결과는 비슷하다는 것이 문제다. 


어려운 문제였고 나도 레인스도 확실한 답을 내지 못하고 며칠이 금방 지나갔다. 


마녀의 집에서의 며칠간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와 평화로움이 있었다. 바깥세상의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걸 이렇게 해서 요렇게 하면 돼요.”

“잠깐만, 오빠는 손가락이 너처럼 그렇게 유연하지 못해”


나는 발부르가에게 마녀의 마법을 배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해본 얘기였는데 아이여서 그런 것인지 발부르가는 스스럼없이 가르쳐준다고 했고 그렇게 7살 아이에게 마법을 배우게 되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멜다에게 이미 허락을 받았다는 것 같았다. 예전에도 누군가가 발부르가에게 마법을 가르쳐달라고 했고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에잇! 이걸 왜 못하는 거예요?”

“아, 미안”


발부르가는 엄격한 스승이었고 비루한 재능을 가진 제자에게 자주 화를 내었지만, 어쨌든 발부르가는 좋은 스승이었다.


며칠 동안 나는 몇 개의 마법을 배웠다. 발부르가처럼 능숙하게 수인을 맺으며 주문을 외우는 재능은 없었지만, 전에 생각했었던 가설을 이곳에서 실험했고 가설은 사실로 입증됐다.


나는 발부르가에게 마법을 직접 나에게 사용해달라고 했고 예상했던 것처럼 나는 마법을 흡수했다.


발부르가가 알고 있는 마법들이 파괴력이 전혀 없는 비살상 마법이었기에 해볼 만한 실험이었다.


복잡한 마녀의 술식을 몰라도 마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만약 내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바깥에 알려진다면 정식 마법사가 아니라 고위 마법사들이 떼로 몰려나와 나를 찾아낼 것이다.


발부르가에게 배운 세 가지 마법은 환영 해제, 은신, 근력 강화였다. 마법을 흡수해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복제한 마법의 위력은 발부르가가 직접 사용하는 것만 못했다. 지금도 충분히 말이 안되는 능력이긴 하지만 위력까지 똑같이 복제할 수 있었다면 정말 대륙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제대로 된 방법과 위력이 아니긴 하지만, 마나의 발현이 아닌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탑에 남아있었다면 어찌어찌 정식 마법사로 승급했을지도 모르겠다.


발부르가가 알고 있는 이 세 가지 마법만 해도 상당한 것이어서 생각해보면 이 아이들은 우리가 돕지 않았어도 굶어 죽는 일은 없었을 것 같았다.


발부르가가 나에게 마녀의 마법을 배우는 대신 제시한 조건은 나흐트에게 마법을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나흐트는 마녀의 마법을 배울 수 없는 재능이 없다고 한다. 다만 보통 마법사의 재능은 있는데 여태까지 마법을 가르쳐줄만한 마법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대마녀의 아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줄 마법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일단 마나를 느끼는 거야. 마나가 뭔지는 알지?”

“응!”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내가 배운 대로 가장 기초부터 알려주는 것이다.


마나를 느끼는 것은 재능만 있다면 어렵지 않다. 물론 그것을 하지 못해 수습 마법사가 되지 못하고 마탑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애초에 마법사들이 제자로 들이려고 마탑에 데려오는 아이들은 검증된 재능이기 때문에 수습 마법사가 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만 재능에 따라 마나를 느끼는 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마나는 공기와 같다. 세상 모든 곳에 있고 우리와 함께하고 있지. 그걸 느끼는 거야.”

“응!”


대답은 잘해서 좋긴 한데 이해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대 마녀가 키운 아이이고 누나가 천재 마녀인데 나흐트도 재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마나를 느끼는 거야. 공기 같지만, 공기와 다른 우리 주위에 있는 흐름을 느끼는 거야. 처음엔 쉽지 않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느낄 수 있다.”


나흐트가 눈을 감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에 마나를 뿌렸다. 이렇게 하면 주위에 마나 농도가 높아져서 느끼는 것이 조금 더 쉬워진다. 마탑에서도 대부분 이런 식으로 수습 마법사들을 가르친다.


물론 이렇게 해도 늦는 사람은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일주일 정도였다. 나름 대마법사가 고른 제자이니만큼 빠른 성취였다. 물론 그 다음 과정은 늦었다.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아저씨, 느껴져요!”


나흐트가 크게 외쳤다. 나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냥 스쳐 가는 바람을 마나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마법사가 수습 과정에서 그런 착각을 하고는 한다.


“그래 어떤 게 느껴지니?”

“뭔가 하늘하늘하고 몰캉몰캉한 것들이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해요!”


착각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나흐트가 하는 말은 정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처음에 마나를 느꼈을 때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대체 이 남매의 말도 안 되는 재능은 뭘까? 


불과 10분도 안 돼서 수습 마법사가 되어버린 나흐트는 3일 후에 입문 마법사가 되었다. 


화르륵!


나흐트의 손에서 불이 나타났다. 나흐트가 처음으로 깨우친 것은 불 속성이었다. 이쯤 되니 오히려 놀랍지도 않았다.


“우와! 불이다!”


손에 불을 만든 채로 누나에게 자랑하겠다며 뛰어가는 나흐트를 보고 이제 가르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편법으로 배운 마법이라 정식 마법사처럼 제대로 이치를 깨달아 사용하는 법은 나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멜다는 왜 여태까지 나흐트에게 마법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정식 마법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금 내가 가르친 입문 마법사 수준은 이멜다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5살인 나흐트가 너무 어려서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발부르가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나흐트가 사라진 방향에서 아이들이 꺅꺅거리며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 들려왔다.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마탑에 들어오기 전 가족들과 함께 살았을 때 나도 형제들과 저렇게 놀았을까?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뛰어노는 것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느낌의 평화로움에 몸과 정신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자각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렇게 눈을 감고 평화로움을 느끼려는 순간, 무언가가 나를 찾아왔다.


거대한 마나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지칭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 주위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내가 몰랐을 뿐이다.


마치 처음 마나를 느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스승님의 실험을 완성했을 때 내 몸 안으로 들어온 그것과도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것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그것은 상냥하게 내 손을 잡아주었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시야가 밝아지고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마나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의 이치를 아주 조금 들여다본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힘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다가 저 멀리 사라져갔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 중에 나는 하나를 선택했고 그것은 곧 나의 것이 되었다. 그렇게 세 가지를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지금의 나에게는 더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눈을 떴을 때 나는 진짜 정식 마법사가 되어있었다.

무려 세 가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17살의 정식 마법사다. 마탑에 남아있었다면 마탑을 발칵 뒤집을만한 대사건이었다.


“좋은 일이 있었나 봐요?”


눈을 뜨자 어느새 내 옆에 앉아있던 발부르가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정말로 뭘 알아서 하는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무슨 뜻이지?”

“웃고 있잖아요? 꿈에서 좋은 일이 있었던거 아니에요?”

“응,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정말 좋은 꿈이었다. 그러나 그 좋은 꿈에서 바로 깨어나야만 했다.


“엄마가 돌아왔어요.”


발부르가의 말에 마치 한겨울에 찬물을 덮어쓴 기분이 되었다. 순간 수십 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식 마법사가 되고 나니 오히려 전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어디 계시니?”

“집 안에요. 아저씨 깨어나면 데려오라고 했어요.”


내가 깨달음을 얻고 있는 것을 보고서도 안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휴, 그래 가자.”


어차피 피할 길이 없다. 이런 날이 올 것이란 것을 예상하기도 했다.


발부르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서자 문 앞에 레인스가 마치 동상처럼 뻣뻣하게 굳은 채로 서 있었다. 비전에서 보았던 장면과 똑같았다.


“발부르가는 방으로 들어가렴”

“네”


발부르가가 방으로 들어갔다. 나흐트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방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까지도 비전과 같았다.


비전에서 이미 본 적이 있지만, 이멜다는 눈이 부실 정도의 미인이었다. 나이가 할머니뻘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태어나서 본 여자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멜다님 링크스라고 합니다. 조금 전 정식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선수를 쳤다. 별것도 아닌 자기소개였지만, 이것으로 비전에서 본 미래를 바꾸었다. 나는 이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몇 살이니?”

“열일곱입니다.”

“대단한걸?”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멜다의 표정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미래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너 같은 아이가 여기까지 온 거지?”

“이야기가 긴데 괜찮겠습니까?”

“마나의 축복받은 이들에게는 긴 시간이 있단다.”


마법사로서 경지가 올라갈수록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물론 마법사들의 기괴한 생활패턴과 식습관은 그 늘어난 수명을 마구 줄여버리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는 했다.


나는 스승님을 잃었던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될 때까지의 긴 이야기를 했다.


“아리우스의 제자라···.”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이멜다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했다.


“스승님을 아십니까?”

“오래전에 그를 만난 적이 있지.”


생각지도 못한 연결점이었다. 스승님이 나를 제자로 거두기 전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 마녀와 대마법사의 만남이다. 결코 좋은 만남이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렇군. 그런 거였군.”


이멜다는 혼자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지만,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중얼거리던 이멜다가 눈을 번쩍 떴다.


“어떻게 할래? 이곳을 떠날 테야?”


떠나게 되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이미 발부르가에게 들은 바가 있다. 이멜다가 당장 우리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지 않았고 이곳을 떠난다면 당장 머물 곳도 마땅치 않았다.


“괜찮다면 이곳에 좀 더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좋은 선택이야. 전쟁이 일어났거든.”


이멜다는 엄청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결국 전쟁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이멜다가 돌아오게 된 것도 그 틈을 노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큰일이로군요.”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두 나라의 전쟁이다. 대륙의 역사가 바뀔 수도 있는 일이었다.


“별로 그렇진 않을 거야.”


이멜다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전쟁의 뒷사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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