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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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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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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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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1. 불 원숭이

DUMMY

불이다.

저 멀리 건너편 산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확실히 불이었다.


불빛이라곤 달빛밖에 없는 한밤의 산속에서 불이라고 하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견물은 멀리서도 확실히 보인다.


물론 불이란 게 있을 수 있다. 당장 내 앞에서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도 불이다. 그렇지만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사람치고는 너무 빨리 움직인다. 상급 용병인 레인스도 저 정도 속도로 산길을 움직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완전한 기사급이라는 소리인데 그 정도 실력자라면 횃불을 들고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그 불이 이곳을 향해 직선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레인스,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불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레인스를 깨웠다. 자는 것을 깨웠지만 레인스는 짜증을 내거나 당황하지 않고 조용히 주위를 살피며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인가?”

“저기 보십시오.”


내가 가리킨 곳에서는 여전히 어른거리는 불빛이 이곳을 향해 직선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레인스는 잠시 움직임을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


“마물이군. 인간은 아니야.”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내가 꽤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다고는 해도 그게 생각하면 바로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어 종류 생각나는 것이 있긴 한데... 어떻게 하겠나?”


싸울 것이냐. 피할 것이냐를 물어보는 듯 하다.


“피할 수 있겠습니까? 상당히 빠른데요.”

“그렇긴 하군.”


레인스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무기를 챙겼다. 레인스는 무기를 딱히 가리는 것 같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도끼를 선호했다. 레인스의 덩치에는 또 그게 묘하게 어울리기도 했다.


“저 속도를 보자면 화염마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산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마물이니 제외하고 다른 것이라면 불 원숭이를 생각할 수 있겠지.”


레인스의 추리에 책에서 본 두 마물의 특징을 떠올려본 나도 답을 내었다.


“저도 불 원숭이가 맞는 것 같습니다.”


불 원숭이는 꼬리에 불을 달고 다니는 마물이다. 보통 산에서 서식하며 굉장히 민첩하고 꼬리에 있는 불을 떼어 던지기도 하는데 하급 마물 중에서는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종으로 알려져 있다.


불 원숭이의 또 다른 특징은 불을 쓰는 마물이지만 불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모닥불을 보고 달려드는 것도 바로 그런 특징 때문이다. 불을 끄려고 오는 것이다.


“불을 끌까요?”


지금이라도 불을 끄면 불 원숭이가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소용없을 거요. 보기보다 집요한 녀석이거든.”


이런 지식은 책에선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불 원숭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희미하게 어른거리던 불빛이 이제 꽤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매복하고 있다가 제이크 자네가 시선을 끌면 뒤를 치는 것으로 하지. 가능하면 일격에 끝내야 하네. 원숭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불을 던지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거든.”


만약 불 원숭이가 그렇게 나온다면 지금 우리 전력으로는 상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우리는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서로 반대편으로 떨어져 수풀에 몸을 숨겼다.


어떤 속성을 사용하는 것이 불 원숭이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빛 속성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좀 전에 연습했던 바람 마법도 나쁘지는 않지만, 아직 미숙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실제로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겠지만, 불 원숭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마탑을 떠난 이후 만나는 적 중에서는 가장 강적이다.


레인스라는 강한 동료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동료이고 나는 아직 약하다. 하급 마물이라도 사람 하나 찢어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혹시나 레인스가 배신이라도 한다면 먼저 시선을 끈 나는 분명 그렇게 죽을 것이다. 


다행히도 기다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콰앙!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불 원숭이는 굉음을 내며 모닥불 위로 떨어져 내렸다. 사방으로 땔감과 불꽃이 튀었다.


작은 불꽃놀이는 순식간에 끝나고 모닥불이 만들어주고 있었던 작은 빛이 사그라들자 사위가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불 원숭이의 꼬리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캬우우!


불 원숭이가 포효를 터트렸다. 실제로는 처음 본 불 원숭이는 생각보다 덩치가 컸다. 거의 사람만 한 덩치에 두 발로 서서 포효를 터트리니 얼핏 보면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검고 빳빳해 보이는 털이 빼곡하게 뒤덮인 몸은 고급 코트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녀석이 코가 씰룩거린다. 냄새가 아니더라도 분명 얼마 전까지 이곳에 인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불을 피우는 것은 인간밖에 없으니까.


이제 내가 나서야 할 차례였다. 왼손에 꼭 쥔 부러진 완드를 앞으로 내세우며 몸속의 마나를 완드쪽으로 밀어냈다.


처음에는 그냥 광구를 불 원숭이의 눈앞에 만들려고 했었는데 변형을 해보기로 했다. 빛을 압축시킨다. 그리고 터트린다.



파아앗! 


불 원숭이의 눈앞에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마나의 발현은 성공적이었다.


키에엑!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은 불 원숭이가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것으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상대는 마물이다. 빛으로 시야를 잃었다고 해도 인간처럼 몇 분씩이나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땅바닥을 기어 다니지는 않는다. 


앞으로 튀어 나가며 오른손에 들고 있었던 단검을 던졌다. 지난번 도적을 상대할 때처럼 어설픈 투척술은 아니다. 레인스에게 투척술을 조금 배웠다.


레인스는 도끼를 잘 사용하는 것처럼 손도끼를 기가 막히게 던지는 법을 알았고 투척술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었다.


쐐애액!


마법사치고는 훌륭한 신체 능력에 몸에 깃든 마나의 힘이 더해지니 제대로 힘이 실린 단검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갔다.


팍!


날아간 단검은 불 원숭이의 뱃가죽에 박혔다. 그러나 두꺼운 털가죽이 완충작용을 했는지 그리 깊게 박히지 않았고 몸을 한번 털자 그대로 떨어졌다. 불 원숭이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단검을 던진 후에 곧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검술에는 그다지 조예가 없지만, 맨손보다는 나을 것이다. 물론 직접 달려들어 불 원숭이와 근접전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 역할은 불 원숭이의 시선을 잡아두는 것이다.


“원숭이 놈아 이쪽이다!”


소리를 질렀다. 나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막 눈에서 손을 뗀 불 원숭이가 붉은 눈동자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한가지 예상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불 원숭이라면 여기서 나를 향해 달려들 것이라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눈앞에 있는 것은 어설프게 검을 들고 있는 약해 보이는 소년이니까. 불 원숭이 입장에서는 거칠고 강인한 손으로 움켜잡아 힘을 조금만 주면 종이처럼 찢어버릴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불 원숭이는 기다란 꼬리를 앞으로 가져오더니 그 끝에 달린 넘실거리는 불꽃을 손으로 잡아 나에게 던졌다.


어린아이 머리통 크기의 불덩어리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손으로 던졌다고는 하지만 마물의 완력 때문인지 엄청난 속도다.


막을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 왼손에 완드 오른손엔 검을 들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피하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검과 완드를 교차시켜 불덩어리를 막았다.


퍼엉!


불덩이가 폭발하며 화끈한 열기가 온몸을 뒤덮었다. 한가지 위안이 있다면 폭발하는 불덩어리 너머로 불 원숭이 위로 떨어져 내리는 레인스가 보였다는 것이다.


서늘한 빛을 내며 떨어져 내리는 흉흉한 도끼는 분명히 불 원숭이의 머리를 쪼갤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폭발력으로 날려지며 뒤로 몇 바퀴나 굴렀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레인스가 다가와 옷을 벗어 군데군데 불이 붙은 내 몸을 내리치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내리치는지 어쩌면 옷에 맞아 죽는 최초의 마법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나?”

“아···. 말이 나오는 것을 보니 입은 괜찮은 것 같네요.”


온몸이 아픈 것이 화상 때문인지 레인스가 때려서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괜찮은 것 같군.”


레인스가 옷으로 때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보니 타들어 갔던 옷에서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었다.


서둘러 옷을 벗고 온몸을 살폈으나 여러 군데가 울긋불긋하긴 했어도 심한 화상을 입은 곳은 없었다.


“운이 좋은 건가? 천만다행이군.”


레인스는 그렇게 말을 했으나 그럴 리가 없었다. 불 원숭이의 화염은 입문 마법사가 쓰는 마나의 발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불이 아니라는 얘기다.


운이 좋다고 해서 이렇게 아무 피해도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완드를 먼저 챙겨 들었다. 비싼 물건이라는 것은 둘째치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불을 떠올리며 몸 안의 마나를 완드쪽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완드 위로 불 원숭이의 그것과 비슷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네 불 속성도 쓸 수 있었나?”

“아뇨. 그런데 쓸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내가 했던 예상이 맞았다. 새로운 속성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일반적인 깨달음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번 발광석을 사용했을 때와 같다. 이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 속성을 흡수해서 사용한다? 아니면 마나 그 자체를 흡수한다고 해야 할까?

아직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떤 마법 이론에서도 이런 건 본 적 없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스승님의 실험 때 내 몸 안으로 들어왔던 그것이었다.


비전으로 미래와 과거를 보는 것 말고 다른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대마법사의 연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아깝지만, 불 원숭이의 시체는 땅에 묻었다. 저 털가죽으로 옷을 만들면 참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물의 시체를 가공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일이다.


덕분에 잠을 설쳤지만 해가 뜨기도 전에 우리는 이동을 시작했다. 이런 전투가 벌어진 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쫓기는 입장에선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대신 정오가 될 때까지 이동 후 적당한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내 머릿속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 날부터 여행은 아주 조금 더 편해졌다. 불을 피우는 수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레인스와의 여정은 거의 일방적으로 나에게 유리한 것이었다. 레인스는 경험이 많았고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가르쳐주는 것을 아까워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다만 몸으로 하는 일을 가르칠 때 조금 부하들을 훈련시키는듯한 과격함이 있었지만, 마탑에서 마법사들을 상대하던 것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중간에 어쩔 수 없이 몇 개의 마을을 들렀고 복장도 달라졌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급격히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북벽 근처에 도착했다. 북쪽으로 향할수록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자신 있게 안내하던 레인스는 처음으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분명 여기 사람이 지나갈 만한 틈이 있었는데···.”


레인스가 알고 있던 북벽의 개구멍이 사라져있었다. 그동안 보수 작업을 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이곳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나만 믿게”


호언장담한 레인스였지만, 다음 구멍도 다다음 구멍도 모두 튼튼하게 보수공사가 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던 녀석들이 아니었는데?”


북벽을 넘을 통로들이 모두 사라진 것에 당황하는 레인스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이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유능한 지휘관이 부임했을 수도 있고 혹은 정세에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옛 동료들을 만나보겠다며 조심스럽게 군인들의 막사로 접근했던 레인스가 돌아온 것이다.


“큰일이야.”


레인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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