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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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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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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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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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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 의외의 소득

DUMMY

사실 윌터스를 어떻게 할지 여태까지 결정하지 않고 고민하고 있었다. 


다른 게 아니라 윌터스가 정말 아무 사심 없이 이 임무를 받은 사람인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파벌과 별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를 오토스에게 들었다고 해도 그걸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윌터스의 태도를 보니 적어도 누군가에게 무슨 언질을 받은 사람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굳이 윌터스가 죽게 내버려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같이 임무를 나온 사람이 옆 방의 제츠 정도만 되었어도 나는 미련 없이 죽게 내버려 뒀을 것이다.


아직 사건이 벌어지려면 시간은 꽤 남아있었다. 내가 예지로 봤던 장면은 사방이 꽤 어두워진 다음이었고 지금은 아직 저녁이 되기 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용병들이 도축하여 여러 토막으로 해체된 멧돼지를 들고 오기 시작했다.


“그럼 제가 실력을 한번 보일까요?”


이래 봬도 나는 요리를 꽤 잘한다. 마탑 근처의 유명 식당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했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잡일을 시작한 터라 처음에는 잡일 담당이었으나 나이를 조금 먹고 난 후에는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배웠다.


“마법사님이 요리도 할 줄 아십니까?”


용병 중 하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요리를 할 줄 안다고 해도 이런 자리에서 직접 나서는 마법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마법사는 원래 그런 종족이다.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윌터스도 매우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도구와 재료가 충분하진 않지만, 방금 잡은 신선한 멧돼지 고기가 있는데 간단한 요리라면 하지 못할 것도 없다.


멧돼지의 갈비를 이용한 바비큐를 할 계획이다. 우리가 먹기 위한 것도 있지만, 냄새를 풍겨서 산 강아지를 불러들이기 위함도 있었다.


예지에서 일행을 위험하게 한 것은 산 강아지가 아닌 다른 마물이었다. 그렇다면 산 강아지를 일찍 불러들여 미리 처치하고 일찍 산에서 내려가는 것도 위험을 피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었다.


요리가 시작되고 갈비를 통째로 꿰어 돌리며 간단한 양념을 한 뒤 굽기 시작하자 굉장히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기름이 줄줄 흐르는 바비큐는 시각적으로도 후각적으로도 사람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먹는 것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던 월터스조차도 구워지는 바비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비큐라는 것은 시간이 꽤 걸리는 요리다. 시간이 흘러 해가 떨어져 사방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요리가 완성됐다.


“이제 됐습니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던 용병들이 적진에 돌격하듯이 달려와 갈빗대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일 먼저 가장 잘 구워진 부위를 윌터스에게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기를 한 점 베어 문 윌터스는 마른 나뭇가지 같던 얼굴에 미소를 피워올렸다.


“이건 정말 맛있구나.”


힘들게 한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처럼 요리사에게 뿌듯한 순간은 없다. 


“입맛에 맞으셔서 다행입니다.”


저쪽 편에서 용병들도 한마디씩 하며 갈빗대를 양손에 들고 뜯고 있었다. 여러모로 즐겁고 흐뭇한 광경이지만 기다렸던 산 강아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실 예지로 본 장면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그것으로 다른 모든 것을 추리하기에는 어려웠다.


정해진 미래를 내가 바꿀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내가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 중에는 시간에 대한 인과에 관해 서술했던 것들도 있었다. 정해진 미래를 강제로 바꾸게 된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느니 시간 선이 붕괴한다느니 그런 내용이 잔뜩이었다.


물론 그것을 썼던 마법사도 실제로 시간 마법을 완성했던 것은 아니었고 추측일 뿐이었지만 제법 흉흉한 내용을 많이 보았던지라 경계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시간상으로 보면 슬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먼저 움직인 것은 윌터스였다.


“왔구나.”


윌터스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며 아까는 꺼내지 않았던 완드도 품에서 꺼내 손에 들었다.


커다란 푸른 보석이 박혀있는 완드는 한눈에 보기에도 비싸 보였다. 저것이 바로 내가 노렸던 정식 마법사의 장비였다.


보기에도 비싸 보이지만 보기보다 훨씬 비싼 것이 바로 마법사의 장비다. 정식마법사의 지팡이나 완드라면 최소한 수천골드고 보통 만 단위라고 보면 된다.


즉 보통 사람은 저것 하나만 잘 주워다 갖다 팔아도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물론 물건을 처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윌터스가 먼저 움직였다는 것은 드디어 산 강아지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정식마법사의 감지 능력은 보통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다.


윌터스가 움직이자 신나게 고기를 뜯어 먹고 있던 용병들도 반사적으로 각자 무기를 뽑으며 일어섰다.


물론 산 강아지를 토벌하는데 그들의 무기를 휘두를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자기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른 준비를 시작했다. 배낭 안에서 준비해왔던 물건들을 꺼내 조심스럽게 주머니 안에 넣고 일어섰다.


윌터스에게서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마나가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졌다. 완드를 들고 안 들고의 차이도 있겠지만, 아까는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 놈이 아니었군.”


윌터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산 강아지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임무에는 분명히 한 마리라고 쓰여있었다. 이런 경우 윌터스는 상당한 추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지”


전에 본 것과 같은 얼음 검이 하나가 아닌 수십 개가 월터스의 주위에서 생성되어 회오리처럼 윌터스의 주위를 맴돌았다.


덕분에 나는 한참이나 윌터스에게서 멀어져야 했다.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예지에서 본 윌터스와 나의 거리는 이 정도였다.


그럼 바로 이다음에 문제의 마물이 공격해 온다는 것이다. 이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특수한 종류의 마물이라고 해도 하급 마물이 정식마법사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퍼즐이 완성되기 시작한다. 산 강아지를 처치하고 나서 방심한 윌터스를 문제의 마물이 습격하는 그림이 머릿속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윌터스를 주위를 휘몰아치던 얼음 검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져 날기 시작했다.


촤아악!


그것은 마치 거대한 얼음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보여서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는데 대체 몇 마리가 있기에 저렇게 하는 걸까?


마탑에 하는 의뢰는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라 허위 정보로 의뢰를 맡겼을 경우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런데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난다면 얼마나 큰 보상을 해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뭐 그건 의뢰를 맡긴 귀족이 감수해야 할 일이고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겨우 나를 노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만약 나를 노렸다고 해도 회유하면 모를까 죽여서 입을 막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임무는 나를 노리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서 산 강아지들의 외마디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작고 빠른 산 강아지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하급 마물이다. 정식마법사가 진심으로 뿌려낸 마법을 상대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윌터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희미하게 나타나는 순간, 은밀히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주위를 살피고 있던 내가 더 빨랐다.


나는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입문 마법사의 육체 능력은 보통 사람보다 월등하다. 그리고 검술 같은 것을 체계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막싸움 기술이라면 꽤 배웠다.


번개처럼 달려들어 내지르는 주먹에 막 품에서 단검을 꺼내려면 용병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지만, 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파악!


내가 내지른 주먹을 용병이 팔을 들어 올리며 막아냈다. 그 위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라서 용병은 몇걸음이나 뒤로 물러났지만 다른 용병 둘이 이미 내게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 용병들 역시 단순한 하급용병이 아니다. 나는 용병을 쳤던 반동까지 이용해서 뒤로 물러나며 나머지 두 용병의 공격을 벗어났다.


이것으로 끝은 아닐 것이다. 중급 이상의 용병 셋이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나 혼자서 상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용병들은 곧바로 뒤를 돌아 도망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서 싸늘한 기운이 느껴져 돌아보니 그곳에는 무표정 벗어던지고 흉악한 표정을 지은 윌터스가 세 개의 얼음 검을 만들어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중급 용병 셋이라고 해도 정식마법사 앞에서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용병들이 무엇을 믿고 이 의뢰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윌터스의 마법을 피해 살아 돌아간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어딘가의 오지에 숨어 살아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 윌터스의 주위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윌터스님 잠시만요!”


나는 막 얼음 검을 움직이려던 윌터스를 황급히 말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아까 준비했던 것을 꺼내 던졌다.


발광석이라는 것이다. 마나를 주입하면 잠시 동안 밝은 빛을 내는 물건인데 마법 물품 중에서는 매우 싼 물건이다.


물론 나에게는 제법 큰 돈이었고 자비로 준비한 물건이기에 조금 속이 쓰리긴 했지만,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헐값이나 다름없었다.


발광석이 날아가 윌터스의 앞에 떨어지며 순간적으로 밝은 빛을 사방에 뿌리자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끼에에엑!


그것은 밝은 빛이 닿자 괴로운 듯이 기괴한 소리까지 내었다. 얼핏 보아도 수십은 넘을 듯한 그림자 벌레가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림자 벌레는 그리 강한 마물은 아니지만, 어둠에 숨어서 움직이고 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방금처럼 윌터스가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감지할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산 강아지의 대량 출현과 용병들의 배신까지 이어지자 미처 감지를 못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예지에서 봤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물론 내가 한 행동으로 미래는 바뀌게 될 것이다.


“감히!”


그림자 벌레들을 본 윌터스는 크게 분노하며 용병들을 공격하려고 만들어 두었던 세 자루의 얼음 검으로 주위를 휩쓸었다. 


그림자 벌레 자체는 그리 강한 마물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허용해 물리기라도 한다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


그림자 벌레에게는 마비 독이 있기 때문이다. 마비된 상대를 산 채로 천천히 갉아먹는 것이다. 


윌터스의 얼음 검은 나와 윌터스 주위를 휩쓸었다. 그러나 용병들은 아니었다.


미처 멀리 도망치기도 전에 몰려든 그림자 벌레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전투가 벌어졌다. 몇 번 무기를 휘두르는가 싶었지만, 마나를 쓰지 못하는 일반인이 마물은 상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림자 벌레에게 물린 용병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마비가 되어 하나 둘 통나무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윌터스는 그런 용병들을 구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산채로 사람이 마물에게 갉아 먹히는 장면은 그리 유쾌한 장면은 아니었으나 나도 윌터스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림자 벌레들이 용병들의 숨통을 끊는 것을 확인하고 윌터스는 다시 얼음 검을 움직여 남아있는 그림자 벌레들을 처리했다.


“너에게 신세를 졌구나.”


하지만 나는 윌터스의 말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윌터스는 위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니었을까?


내가 본 장면에서 윌터스는 그림자 벌레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받고 있었지만, 윌터스의 실력을 실제로 보자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충분히 위험을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용병들의 배신도 그렇고 결국 윌터스를 배신하지 않기로 한 내 선택이 옳았다는 얘기다.


“아닙니다. 제가 아니었어도 윌터스님은 위험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내가 겸손하게 대답하자 윌터스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자네 방금 새로운 속성을 습득한 것 같은데?”



윌터스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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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마녀를 만나다. +9 23.12.21 13,912 525 13쪽
15 15. 최선의 선택 +6 23.12.20 13,941 466 12쪽
14 14. 천재 +9 23.12.19 14,022 444 13쪽
13 13. 마녀의 집 +11 23.12.18 14,081 469 13쪽
12 12. 보이지 않는 집 +13 23.12.16 14,232 501 12쪽
11 11. 불 원숭이 +5 23.12.15 14,674 498 13쪽
10 10. 작은 호의 +6 23.12.14 14,810 481 12쪽
9 9. 방향을 바꾸다. +9 23.12.13 15,201 49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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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의외의 소득 +8 23.12.07 17,475 5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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