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공간

내일은 대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판작
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42,074
추천수 :
15,180
글자수 :
170,184

작성
23.12.13 23:31
조회
15,201
추천
491
글자
12쪽

9. 방향을 바꾸다.

DUMMY

상급 용병과 중급 용병의 차이는 입문마법사와 정식마법사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중급 용병까지는 적당히 칼 좀 쓰고 의뢰만 성실하게 수행하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라면 상급 용병은 압도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급 용병 대부분은 몸에 마나가 깃들어 있다. 신체 능력이 입문 마법사보다 월등하다는 얘기다. 거기에 무기술과 전투 경험이 더해진다.


한마디로 싸운다면 내가 상급 용병을 이길 확률은 매우 낮다. 문제는 그런 대단한 상급 용병이 왜 이런 산골에서 별로 규모가 크지도 않은 도적 떼의 대장으로 있냐는 것이다.


“정말 상급 용병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저희가 무식하지만, 도시에서 살면서 주워들은 거나 본건 많습니다. 검에서 막 푸르스름한 빛이 난다니까요.”


검에 마나를 실을 수 있을 정도면 상급 용병 중에서도 실력자다. 거의 정규 기사급이라고 봐야 한다.


“처음부터 함께 다닌 사람입니까?”

“아닙니다. 그런 사람이 뒷골목 깡패짓이나 했겠습니까? 이곳에서 저희가 터를 못 잡고 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죠.”

“혼자서요?”

“예”


혼자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얘기다. 


“그럼 본거지에 남아있는 나머지 네명은요?”

“애들입니다. 저희가 데리고 다니던 녀석들인데 저희가 떠나면 맞아 죽을게 뻔해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죠.”


애들이 죽을까 봐 데리고 왔을 정도면 이 도적들도 완전히 나쁜 사람은 아닌 듯 하다.

어쨌든 실질적으로 본거지의 전력은 상급 용병 하나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그 도적 대장과 싸워서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패배할 확률이 높다.


위험을 감수하고 본거지에 가볼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무시할 것인지 잠시 고민했다.


“가시죠. 한번 두목 얼굴이나 봅시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은 제가 해야 하는 거고요.”


쓸데없이 내 걱정하는 도적을 보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런 성격이라면 대체 뒷골목 깡패는 어떻게 하고 도적질은 어떻게 한 것일까?


본거지로 가는 도중에도 도적들은 입을 쉬지 않았다.


“원래 저희 산채는 마물이 살던 곳이었죠. 대장이 와서 단번에 마물을 썰어버리고 좋은 자리를 차지했습죠. 덕분에 근처로 산짐승들이 잘 오지 않습니다.”


어떤 마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급 마물이라고 해도 단신으로 사냥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거의 다 왔습니다.”


도적들의 본거지는 꽤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기야 아무리 산골이라고 해도 뻔한 곳에 도적 산채가 있으면 지나가던 실력자나 병사들에게 공격당할 것이다.


“호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산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제법 넓은 공터에 그럴듯하게 지어진 오두막이 두 채나 있었다. 


“오두막은 누가 지었습니까?”

“저희가 지었습죠.”

“저 정도면 목수를 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저런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굳이 잘하지도 못하는 도적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은 어깨너머로 어떻게 배웠는데 써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뒷골목 출신이라는 낙인은 생각보다 무겁거든요.”


평생 마탑 근처에서만 살다 보니 다른 곳의 사정에 대해서 어두웠다. 마탑이 있는 도시는 다른 곳들과 다른 점들이 너무 많았다.


“아이들이 밖에 나와 있군요?”


오두막 근처에 아이들이 밖에 나와 있었다. 아주 어린 아이는 없었고 열 살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여태까지 나는 저 아이들이 인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저렇게밖에 나와 있는 것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아, 네 잡일을 돕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뛰어놀아야죠.”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이상한 도적들이다. 이 정도면 그냥 착한 사람들 아닌가?


이 정도면 그 상급 용병이라는 두목도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닐것 같았다. 원래 계획은 물자를 강탈하는 것이었지만, 그건 이미 물 건너 갔다. 그래도 거래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도적들과 함께 오두막 근처로 다가가자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나오며 마중을 나오다가 나를 보고 우뚝 멈추어 섰다.


“괜찮아. 좋은 분이야.”


도적들이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만나자마자 두드려 패고 죽일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뭘 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경계심이 한 꺼풀 풀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한쪽 오두막의 문이 열리며 두목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각형이다.

사람이 사각형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깨너비가 거의 키만큼이나 넓은 것 같았다. 거기에 온몸이 두꺼운 근육질로 덮여 있으니 전체적으로 보면 사각형으로 보였다.


두목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매서운 눈으로 나를 훑어보더니 한마디 했다.


“보통 사람은 아니군.”

“입문 마법사입니다.”


이미 도적들에게 말하기도 했고 굳이 마법사라는 것을 감출 생각은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내 몸에 마나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으니 숨길 수도 없었다.


“마법사께서 어째서 이런 곳까지 오셨나? 같이 도적질을 하자고 온 것은 아닐 테고”


두목은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물었다.


“여행에 필요한 식량 같은 것을 좀 거래했으면 합니다.”

“그런 것은 마을에 가서 사면 될 텐데?”

“사정이 있어서 말이죠.”

“그래 누구나 사정이 있는 법이지. 일단 들어오시오.”


두목은 생김새와 다르게 꽤 정중하게 나를 대했다.

나는 도적들을 뒤에 두고 두목이 쓰는 오두막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두목은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있었다.


“산에서 나는 약초를 말린 것이지만 차라도 한잔하시오.”

“감사합니다.”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용병은 아니었다. 실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식당이나 주점에서 일을 할 때 많은 용병을 보았지만, 용병에게는 특유의 거친 느낌이 있다. 오히려 지금 눈앞의 두목은 용병보다는 병사의 느낌이 더 강했다.


“군 출신이십니까?”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단번에 보이나?”

“용병들을 꽤 많이 지켜봤거든요. 느낌이 다르십니다.”


군 출신이라면 이해가 간다. 군 출신의 신분도 확실하고 실력도 상급 용병인 사람이 왜 이런 곳에 숨어있을까? 아마도 나 못지않은 사연이 있을 것이다.


“눈썰미가 좋군.”

“그런 소리를 자주 들었었지요.”


실제로 내가 일했던 곳의 주인들은 나에게 늘 그런 말을 하고는 했다. 이윽고 주전자의 물이 끓자. 나무 컵에 몇 가지 말린 풀을 넣고는 물을 부어서 내게 내밀었다.


“독은 아니니까. 안심하시오.”


오랜만에 마셔보는 차다. 먼저 잔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확인하고 냄새를 맡아보니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제니엘라 잎과 필로텅 뿌리군요. 좋은 조합입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차로 마셔본 적은 없지만, 효능은 알고 있다. 보통 약초꾼들보다 약초에 대해서 훨씬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마법사다. 촉매로 쓰는 일이 많고 연금술을 파고드는 마법사도 많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차를 마시니 지쳤던 심신이 조금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젊은 마법사님은 어째서 쫓기고 계시오?”


두목은 단번에 내가 쫓기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눈치가 있고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유추하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딱히 죄를 지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마탑의 높으신 분들이 저를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모양입니다.”

“나와는 반대로군.”


그 말은 자신은 죄를 짓고 쫓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굳이 처음 보는 나에게 그것을 밝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실력자가 숨어 산다면 뻔한 일이었다.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실 분 같지는 않은데요.”

“귀족을 죽였지.”


속으로 절로 아이고 소리가 나왔다. 귀족을 그냥 죽였을 것 같지는 않고 뭔가 사연이 있겠지만 굳이 파고들진 않았다.


“그러시군요.”


어차피 식량만 보급한다면 헤어질 사이다. 서로의 사연에 깊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조만간 이곳도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었소. 이 어설픈 도적들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


도망자의 운명이다. 귀족 살해는 중범죄다. 외모도 워낙 특이한 사람이니 죽을 때까지 쫓겨 다닐 것이다. 나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마탑의 추적은 얼마나 계속될까? 추적 마법사도 중요한 인력이니 한없이 추적하진 않겠지만, 어디선가 내가 모습들 드러낸다면 다시 추적 마법사들을 파견할지도 모른다.


“어디로 향할 생각이시오?”

“일단은 가우스 산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긴 그렇지. 이쪽 방향이라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선택지가 그곳밖에는 없겠지. 그런데 그것 아시오?”

“뭘 말씀이십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는 거요. 그래서 가우스 산맥 입구에는 현상금 사냥꾼들이 진을 치고 있지.”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 목에도 현상금이 걸려있을까? 현상금을 걸지 않았더라도 추적 마법사는 굳이 어렵게 추적할 것도 없이 그곳에 미리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시 방향을 바꿔야 할까?


“저기. 두목님께서는 어디로 가려고 하십니까?”


세상에 경험이 많은 두목이라면 좋은 곳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레인스요.”

“네?”


그런 지명이 있던가?


“내 이름 말이오.”

“아, 예 레인스님 저는 제이크라고 합니다.”


일단 가명을 알려줬다. 


“나는 북쪽을 생각하고 있소.”


북쪽이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 달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을 목적지로 정하다 보니 제외했었다.


북쪽의 설원지대도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도피처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너무 멀었다.


“설원지대에는 현상금 사냥꾼이 없습니까?”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들에 비해 적소. 그리고 내가 가려는 곳은 설원지대도 아니오. 거긴 들어가서 살아나오기가 힘들지.”


원래 목적지였던 대수림이나 가우스 산맥은 그래도 내부에 사는 사람이 제법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위험하다고는 해도 식량을 자급자족하기 쉬운 면이 있다. 그에 비해 설원지대는 살아남기가 훨씬 힘든 것이 맞았다. 


“그럼 어디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북쪽 국경을 넘으려고 생각하고 있었소”


확실히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면 레인스 같은 경우에는 한숨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는 경우는 다르다. 추적 마법사들에게 국경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시군요.”


조금 기대했던 마음이 다시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때 시야가 바뀌기 시작했다. 거의 한 달 만에 나타나는 능력이다. 그동안 나는 이 능력을 비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거대한 장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곳이 어딘지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흰 눈이 곳곳에 쌓여있는 거대한 장벽은 북벽이라고 불리는 북쪽 국경뿐이다.


그 북벽의 앞에 적색의 로브를 걸친 마법사가 있었다. 


“쓰읍, 여기까진가?”


지난번에 보았던 쥐와 까마귀를 다루었던 그 마법사가 아니다. 새롭게 보이는 이 마법사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북벽까지 추격해왔다면 그 역시 범상한 능력은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포기한다는 느낌의 말을 내뱉고 있었다. 이것은 나에게 호재다.


“하필이면 저게 있을 줄이야.”


그 말을 끝으로 마법사는 분한 얼굴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마법사가 말한 저것의 정체는 알지 못했지만, 무언가로 인해 추격을 포기했다는 것은 맞았다.


짧은 장면을 끝으로 비전이 끝났다.


더 생각할 것도 없다. 이로써 내가 갈 방향은 정해졌다. 레인스와 함께 국경을 넘는다.


“레인스님 혹시 제가 함께해도 되겠습니까?”


레인스와 함께 움직이게 된다면 장점이 많을 것이다. 혼자 하는 노숙보다는 둘이 훨씬 편하다. 적어도 잠시라도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다만 귀족 살해자인 레인스는 분명히 현상금이 걸려있을 것이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함께 한다면 적어도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은 비전으로 보았으니 상관없었다.


“나야 환영이오만, 오히려 그쪽이 괜찮겠소?”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여행의 동료가 생겼다. 그것도 꽤 든든한 전력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일은 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근황 보고 +12 24.03.17 483 0 -
공지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39 24.01.08 7,473 0 -
30 30. 보물찾기 +21 24.01.06 8,831 441 13쪽
29 29. 현명한 방법 +16 24.01.05 9,414 418 13쪽
28 28. 레나드 산맥으로 가는 길 +10 24.01.04 10,250 409 12쪽
27 27. 붕어가 되기로 했다. +15 24.01.03 11,261 444 13쪽
26 26. 마녀의 큰 그림 +15 24.01.02 12,157 477 13쪽
25 25. 모두에게 좋은 결과 +27 24.01.02 12,732 511 13쪽
24 24. 세눈마귀 +18 23.12.30 13,399 502 12쪽
23 23. 선택 +19 23.12.29 13,437 524 12쪽
22 22. 흙으로 돌아가다. +17 23.12.28 13,651 543 11쪽
21 21. 마녀의 비약 +20 23.12.27 13,483 575 12쪽
20 20. 마녀의 숲(2) +22 23.12.26 13,738 560 13쪽
19 19. 마녀의 숲 +11 23.12.25 14,106 532 13쪽
18 18. 숨은 강자 +21 23.12.23 14,167 581 13쪽
17 17. 평화의 끝 +11 23.12.22 13,937 519 13쪽
16 16. 마녀를 만나다. +9 23.12.21 13,913 525 13쪽
15 15. 최선의 선택 +6 23.12.20 13,941 466 12쪽
14 14. 천재 +9 23.12.19 14,022 444 13쪽
13 13. 마녀의 집 +11 23.12.18 14,081 469 13쪽
12 12. 보이지 않는 집 +13 23.12.16 14,232 501 12쪽
11 11. 불 원숭이 +5 23.12.15 14,674 498 13쪽
10 10. 작은 호의 +6 23.12.14 14,810 481 12쪽
» 9. 방향을 바꾸다. +9 23.12.13 15,202 491 12쪽
8 8. 강행군 +12 23.12.12 15,611 451 12쪽
7 7. 의뢰 +10 23.12.11 15,881 494 13쪽
6 6. 마탑을 나서다. +8 23.12.09 16,470 521 12쪽
5 5. 함정의 정체 +9 23.12.08 16,790 526 13쪽
4 4. 의외의 소득 +8 23.12.07 17,475 534 13쪽
3 3. 첫 임무 +15 23.12.06 21,038 60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