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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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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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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84

작성
23.12.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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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
글자
11쪽

22. 흙으로 돌아가다.

DUMMY

거짓말을 탐지하는 마법의 장점은 상대가 하는 말에 거짓말이란걸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정확히 어느 부분이 거짓말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거짓말쟁이들은 고수일수록 사실에 거짓을 조금만 섞는다. 그러니 늙은 마녀가 한 말이 거짓인 줄은 알지만, 어느 부분이 진실이고 어느 부분이 거짓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만들 수 있다! 아주 조금만 더 하면 완성이란 말이다!”


늙은 마녀는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물론 그런 생각으로 200년을 보냈을 것이다. 불사의 영약이나 현자의 돌 같은 궁극의 결과물을 과거의 나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래도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직접 체험한 당사자이니 그렇다. 스승님의 실험에 성공하면서 내 몸에 일어난 변화도 그와 마찬가지의 것이기 때문이다.


늙은 마녀의 지금 외침은 진실이다. 물론 늙은 마녀가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지 사실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재료로 사용해야 완성될까요? 천명? 만명? 십만명?”


늙은 마녀가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은 사람을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 역시 거짓이었다. 애초에 사람을 재료로 사용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맞기는 할까?


“넌 안되겠구나. 내가 이멜다와 담판을 짓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오늘 죽이겠다.”


늙은 마녀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보기에는 그냥 노인이라서 짚고 다니는 지팡이 같았는데 이제 보니 상당한 물건인 것 같았다. 저걸 몰라보고 있었다니 나도 아직 멀었다. 


늙은 마녀는 실력자라는 것을 증명하듯 수인이나 주문 같은 것을 외우지 않았다.


순식간에 바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매캐한 냄새를 뿜어낸다. 살짝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머리가 핑하고 도는 것이 굉장한 독이다. 만약 저기에 닿았다면 산채로 온몸이 녹아내렸을 것이다.


지팡이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내 실수다. 그렇다고 내가 진다는 뜻은 아니다. 늙은 마녀는 분명히 강하다. 나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면으로 맞붙어서 싸운다면 내가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진다는 뜻은 아니다. 처음부터 정정당당하게 싸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애초에 마법사끼리의 싸움이란 게 그렇다.


“이놈!”


독으로 된 늪지대를 만든 후 늙은 마녀는 지팡이로 땅을 후려칠 정도로 분노했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받은 대로 돌려드렸을 뿐입니다.”


늙은 마녀가 나에게 걸려고 했던 인지력 저하를 그대로 돌려주었다. 인지력 저하는 이미 오래전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지하감옥에서 밖으로 나오며 들키지 않을만한 몇 가지 마법을 추가로 걸어두었다.

늙은 마녀가 나에게 하려고 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주었을 뿐이다.


늙은 마녀는 사실 내 발밑에 늪지대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지력 저하와 더불어 걸려있는 마법들로 인해 전혀 엉뚱한 방향에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사들의 싸움에서 순수하게 힘 대 힘으로 붙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 경우는 마탑에서 공정하게 대련을 할 때나 가능한 것이고 진짜 마법사들의 싸움은 수많은 속임수가 난무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법사들은 싸움은 무조건 쌓아놓은 마나가 많고 경지가 높은 사람이 이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너 여자였나? 아니 그럴 수가 없는데?”


나는 어떤 마법사도 갖지 못한 변수를 가지고 있다. 당장 직접 당한 늙은 마녀조차도 믿지 못할 정도의 변수다.


늙은 마녀가 혼란에서 벗어나기 전에 이득을 봐야 했다. 마녀에게 걸어놓은 마법들은 그다지 수준 높은 마법이 아니다. 늙은 마녀가 인지한 순간 풀어내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빛의 검을 뽑아내 늙은 마녀에게 달려들었다. 빛의 검의 출력을 최대다.


쩡!


굉음과 함께 빛의 검이 늙은 마녀의 머리 한 치 앞에서 무형의 장벽에 막혀버렸다.


한칼 먹이면 좋았겠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늙은 마녀 정도 되는 마법사가 아무런 방비를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네 능력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안타깝구나.”


빛의 검을 막아내고는 여유가 생긴 것인지 늙은 마녀가 비아냥거렸다.


“좋은 마법이군요.”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방어 마법이다. 그래서 탐이 난다.


나는 검을 거두며 곧바로 반대편 손을 장벽에 찔러넣었다.


“마법 검으로도 뚫지 못한 것을 맨손으로 뚫을 수 있겠느냐?”


늙은 마녀가 또 무언가 준비하면서 나를 조롱했다.


“그런데 저는 그게 됩니다.”


투명했던 장벽이 뿌옇게 변하며 변색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한 번 더 빛의 검으로 장벽에 찔러넣었다.


치지직!


고열을 뿜어내는 빛의 검이 벽을 뚫고 들어가며 엄청난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무슨 원리인가 했더니 내 불의 방패와 비슷한 물 계통의 마법이었다. 


뿌옇게 변한 장벽과 수증기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지만, 빛의 검이 무언가를 말랑한 것을 뚫어내는 감각이 느껴졌다. 굳이 그것이 아니라도 효과는 청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아악!”


늙은 마녀의 비명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뚫어내는 감각은 있었지만, 얕다. 그렇지 않다면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검을 뽑아내며 급하게 뒤로 몸을 던졌다. 딱히 위험을 느끼고 한 행동은 아니다. 나에겐 레인스처럼 동물적인 육감 같은 것은 없다. 다만 늙은 마녀가 그냥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계산에 의한 행동이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장벽의 바로 앞에서 팔뚝만 한 두께의 수백개의 가시덩굴이 위로 솟아올랐다.


꽤 넓은 범위에 시전된 마법이라 바닥에 쓰러져있던 마녀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가시에 갈가리 찢어지며 자라나는 덩굴에 걸려 올라갔다.


찢겨 죽지 않았어도 가시에 살짝 긁힌 마녀도 얼굴이 금방 푸르게 변하는 것이 독도 있는 것 같았다. 참 독을 좋아하는 마녀다.


공격을 피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으나 곤란하게 되었다. 늙은 마녀를 겹겹이 둘러싼 가시덩굴을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좋지 않다. 독가시 덩굴의 보호를 받으며 늙은 마녀는 회복을 할 것이고 다시 싸우게 된다면 내가 불리하다.


대마녀를 고위 마법사와 같은 선상에 둔다고 했을 때 이것이 고위 마법사와 정식 마법사의 차이다. 마법의 규모가 다르다.


승리하려면 초기에 더 큰 피해를 줬어야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 도망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적어도 회복할 동안 꽤 많은 거리를 벌릴 수 있을 것이고 잘하면 마차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다음이야 이멜다가 알아서 하지 않겠는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승산이 없을 때 계속 싸우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미련 없이 뒤돌아 도망치려고 할 때 마녀의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침엽수림의 꼭대기에 아주 익숙한 인물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달려가려던 움직임을 멈췄다.


“어딜 도망가?”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잘 들렸다.


“저는 이것을 전략적 후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나무 꼭대기에 앉아있던 이멜다가 내 대답에 깔깔거리며 웃으며 공중 부양하듯이 이쪽으로 날아왔다.


“보내놓고 보니 저게 생각나지 뭐야.”


순간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참기로 했다. 세 번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나는 참아서 내 목숨을 구했다. 약한 것이 죄다.


어느새 내 옆에 내려앉은 이멜다가 어느새 독가시덩굴로 성벽을 만들어놓은 늙은 마녀를 향해 말했다.


“야니스 나 왔어!”


마치 오래된 친구를 부르는듯한 친근한 어조였다.


“죽인다! 너도 저 애송이놈도 모두 죽일 것이다!”


분노하다 못해 악에 받친 늙은 마녀의 대답이 들려왔다.


“친한 사이였습니까?”

“친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 100년은 알고 지냈으니까.”


기묘한 답이었다. 대체 이 마녀들은 몇살인 거지?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면 야니스라는 마녀의 악행도 이미 알고 있었을 터였다. 굳이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저런 화가 많이 났나 보네?”


이멜다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침엽수들만큼이나 높게 자라났던 독가시덩굴이 마치 거대한 뱀처럼 머리를 틀어 이쪽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내 마법으로는 막지 못한다. 독이나 가시의 날카로움을 떠나 저것은 순수한 질량 공격이다.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이멜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모습에 이멜다 쪽으로 가까이 붙었다.


“식물은 물이 없으면 말라 죽지”


이멜다의 손이 독가시덩굴 쪽으로 뻗어지는 순간 내리꽂히던 독가시덩굴이 순식간에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수분을 모두 빼앗긴 독가시덩굴은 그야말로 말라죽은 나무가 되었다.


야니스를 이멜다와 비슷한 경지로 분류했던 내 생각을 취소했다. 이멜다가 규격 외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완전히 급이 다르다. 아니 마법인지도 의심스럽다. 저 정도면 마법이 아니라 권능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마른 나무는 불이 잘 붙는단다.”


이멜다의 또 다른 말에 말라붙은 독가시덩굴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악!”


독가시덩굴의 덩치만큼이나 거대한 화염 속에서 야니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푸쉬이이익!


많은 양의 수증기가 일어나며 타오르는 화염의 한가운데서 늙은 마녀 야니스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역시 그 정도로 죽지는 않는 모양이다.


야니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어깨의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었고 드러난 피부는 얕은 화상을 입었는지 시뻘겋게 변해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었는데 저런 몰골이 겹치지,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사실 오래전에 사람임을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악귀 같은 모습으로 걸어오는 야니스는 그 모습만으로 공포스러웠다.

이미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나라도 저 상태가 된다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마법사가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안해 야니스.”


이멜다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멜다가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은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너는 업을 너무 많이 쌓았단다. 흙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이어지는 이멜다의 말이 끝나는 순간 무서운 기세로 걸어오던 야니스는 산산이 부서지며 말 그대로 흙이 되었다. 100년을 넘게 살아온 마녀치고는 허망한 최후였다.


이멜다가 진심으로 마법을 쓰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이것도 흡수가 가능할까? 조금 생각해봤지만, 내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아니오. 였다.

이것은 마법의 범주를 벗어났다. 


“이멜다님 궁금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뭐니?”


야니스를 처리하며 조금 슬프게도 보였던 이멜다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예전에 제 스승님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랬지.”

“누가 이겼습니까?”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스승님은 고위 마법사를 뛰어넘은 대마법사였다. 그런 스승님과 이멜다가 만나서 싸웠다면 누가 이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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