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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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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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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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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9. 마녀의 숲

DUMMY

푸카와 나의 관계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좋지 않지만, 나쁘지 않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푸카는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레인스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멜다와 아이들을 제외한다면 누구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 외에 다른 사람을 만난 적이 없으므로 사실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쁘지 않은 것은 푸카가 나를 싫어하더나 말거나 서로 관계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서로 무관심한 상태로 지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지 않지만, 나쁘지 않다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꾸욱?


자다 깬 푸카가 눈을 끔벅거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부엉이는 원래 야행성이지만, 지켜본 바로 푸카는 별로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듯 했다. 왜냐면 녀석은 낮에도 자지만, 밤에도 자기 때문이다.


“이멜다님이 포그렌 숲으로 안내하란다.”

꾸익!


귀찮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새가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푸카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


그런데 저걸 새라고 부를 수 있긴 한가? 일반적인 부엉이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멜다의 지시로 푸카와 함께 약초 채집을 하러 나간 적이 있었다. 희귀한 약초의 자생지를 푸카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떠돌이 마물이 약초 자생지 근처에 자리를 잡았었던 모양이다. 전쟁이란 것은 마물들에겐 굉장히 매력적이면서 위험한 축제다.


매일 수천 명이 흘리는 피 냄새가 마물을 유혹한다. 그리고 상당히 높은 확률로 부상병이나 탈영병 같은 낙오자들을 사냥하여 배를 채울 수 있다.


다만 그만큼 근처에 무장한 인간들이 많다는 것이 함정인데 전선에서 꽤 멀리 떨어진 숲속이라면 떠돌이 마물에겐 최적의 보금자리인 것이다.


나타난 마물은 혈랑이었다. 말보다 큰 덩치를 가진 핏빛 털을 가진 늑대다. 하급과 중급 사이에 미묘하게 걸친 강한 마물이었다.


물론 당시만 해도 혈랑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손쓸 사이도 없었다. 부엉이 특유의 소리 없는 비행으로 혈랑에게 날아가 기습한 푸카는 말 그대로 혈랑을 그 자리에서 찢어 죽였다.


세상에 어떤 부엉이가 중급 마물을 찢어 죽이겠는가? 그런데 그런 부엉이가 바로 여기 있었다. 어쨌든 보통 부엉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푸카가 덩치를 불리면서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푸카가 하늘 위에서 길을 안내하는 대로 마차를 몰아가다 질문을 했다.


“그런데 포그렌 숲이라는 곳은 왜 가시는 겁니까?”


이멜다와의 대화는 이런 식이어야 한다. 의문이 생겨도 곧바로 물어서는 안 된다. 시간차가 중요하다.


“다른 마녀들이 사는 곳이야.”


아직 직접 만나본 마녀는 이멜다밖에 없다. 그래서 마탑에서 배웠던 마녀에 대한 안 좋은 의미의 지식들은 내 안에선 상당히 희미해져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마녀들을 만난다는 것이 흥미가 생겼다.


“포그렌 숲의 아이들이 어떤 의미론 네가 알고 있는 마녀들이겠지.”


내가 알고 있는 지식 그대로의 마녀라면 상당히 비인간적인 행동을 일삼는 마녀들을 뜻한다.


“전쟁 전에 들려서 그만두라고 경고했었지. 그걸 확인하러 가는 거야.”


이멜다의 얼굴은 보고 있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럴 땐 그냥 닥치고 있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그런 악독한 마녀들을 직접 보는 것도 기대가 됐다. 과연 책에서 봤던 그대로일까? 아니면 그조차도 마탑에서 과장한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안고 마차는 계속 나갔다. 마차가 가는 길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대량의 물자와 인간이 빨려 들어가 사라진 소모전이 끝난 후다. 그런 전쟁이 끝난 직후의 최전선 근처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갑자기 전쟁이 끝나면서 일자리를 잃은 용병들, 탈영병, 부상병, 먹을 것이 없어서 도적으로 변한 농민들에게 꽤 고급이고 별다른 호위도 붙어있지 않은 마차는 아주 먹음직스러운 먹이였을 것이다.


그렇게 용병, 탈영병, 부상병, 농민이었던 것들을 인간이었던 것들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거치며 마차는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마차를 몰면서 그런 일 처리를 하는 것은 꽤 귀찮고 피곤한 작업이었다.

다행이라면 하루 뒤 레인스가 정신 붕괴에서 회복해 교대를 해주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가뜩이나 말수가 없는 사람이 더욱 말이 없어졌고 마차에 달려드는 도적떼들에게 아주 과격한 화풀이를 하면서 조금씩 회복하는듯했다.


어쨌든 그렇게 이틀을 더 달려서야 마차는 포그렌 숲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도록 하렴”


숲의 입구에서 이멜다는 나에게 숲에 혼자 들어가라고 했다.


“직접 확인하려고 오신 것 아닙니까?”

“직접 한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


생각해보니 그런 적이 없긴 하다.


“그런데 저 혼자입니까?”

“그럼 아이들을 데려갈래?”

“아뇨, 그건 좀···.”


발부르가는 이미 훌륭한 마녀고 나흐트도 뛰어난 입문 마법사라서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유혈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곳에 아이들을 데려가고 싶진 않았다.


물론 아이들이 그런 것에 면역이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이미 마차로 이동하면서 처리한 도적들만 백 명은 넘을 것이다.


“너도 좋은 것 아니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멜다의 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내가 작성한 이멜다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이럴 땐 상당히 위험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네 체질 말이야.”


이멜다는 내가 마법을 흡수해서 배우는 것을 일종의 체질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흥미로워하면서 나에게 마법을 몇 개 사용해주기도 했는데 그 후엔 의도적으로 마법을 써주지 않았다.


“이럴 때 최고 아니겠니?”


맞다. 마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가 바로 나다. 그리고 상대 마법을 흡수할 수도 있다. 마녀뿐만이 아니다. 마법사도 마찬가지다. 나는 마법 사용자의 극 상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어쩌면 한동안 정체되어있던 내 실력을 성장시킬 기회일 수도 있다.


“핫핫핫!”


내가 승낙하자 이멜다가 이상한 웃음을 터트리며 마차 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괜찮겠나?”


레인스가 걱정을 해주었다. 


“아시잖아요?”


지금 내 실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레인스일 것이다.


“실력으론 별걱정이 되지 않지만, 험한 꼴을 볼 수도 있다. 그런 쪽의 마녀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음은 단단히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녀들이 이멜다님의 제의를 받아들여서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직접 보는 것과 차이는 있겠지만, 마탑에서 책으로 봤던 마녀들의 악행도 당시에는 충격을 주었다. 애초에 마탑에 있는 서적들은 마녀들의 악행을 극대화해서 기록한 것이니까.


“그래, 조심해라.”


레인스의 솥뚜껑 같은 손이 어깨를 두드렸다.


“아저씨! 올 때 선물!”

“맛있는 거!”


마차 안에서 아이들도 손을 흔들었다. 저 녀석은 내가 무슨 좋은 곳에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줄 아는 것 같다. 어떤 의미로든 저 아이들도 정상은 아니다.


역시 이곳에서 정상은 나밖에 없는 건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충분히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홀로 숲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숲 안쪽까지 안내를 해주면 좋을 텐데 푸카놈은 어느새 마차 위에 앉아서 잠들어있었다. 


포그렌 숲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보통의 울창한 숲이었다. 수십미터 크기의 침엽수들이 빽빽이 자라있어서 조금 안으로 들어가자 햇빛이 한점도 비치지 않았다.


숲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단순히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멜다가 말하는 사특한 기운이 느껴진다. 


굳이 마법으로 불을 밝히지는 않았다. 단순한 어둠으로는 정식 마법사의 시야를 가릴 수 없다.


한참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그나마 남아있던 길이 사라졌다. 이 이상 들어온 인간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됐든 시작이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다리에서 느낌이 왔다. 마녀의 주술이다. 일종의 경계 마법을 내가 건드렸다.


미리 감지해서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직접 마녀들을 찾아가는 것보다 찾아오게 하는 편이 빠를 것 같아서 일부러 발동시킨 것도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잠시 그대로 있자. 숲 저편에서 이곳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마나 사용자다. 이 숲에서 마나 사용자라면 마녀밖에 없을 터였다.


“손님이 오셨군요.”


침엽수림을 요리조리 가로지르며 하늘을 날아서 나타난 마녀는 둘이었다. 둘 다 이멜다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미인이다. 마녀는 저렇게 다 미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와!”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뭐가 그렇게 놀라우신가요? 젊은 용병님?”


마녀가 교태롭게 웃었다. 저것도 일종의 마법이다. 유혹 마법이라고 할까? 이멜다가 장난삼아 사용하는 것에 몇 번 당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당하지 않는다. 이멜다의 마법에도 당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 마녀의 마법에 당할 리 없었다.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마녀를 본 건 처음이라서요. 진짜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군요?”


마탑의 책에서나 보던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마녀가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다.


“호호호!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우리 같이 높은 수준의 마녀들이나 가능한 것이죠.”


이멜다와 몇 년 같이 살다 보니 별로 높은 수준의 마녀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예의상 고개를 끄덕여줬다.


“높은 마녀 님들이셨군요. 저는 의뢰를 받아 숲에 들어온 제이크라고 합니다. 보신대로 용병이죠.”


기왕 마녀들이 나를 용병으로 착각해줬으니 용병 흉내를 내기로 했다. 겉으로 보기에 확실히 나는 풋내기 용병의 차림새였다.


“의뢰로 이 숲에? 아직도 그런 바보들이 있었나요?”

“네”

“무슨 의뢰를 받으셨나요? 설마 우리를?”

“아니, 아닙니다. 제가 그런 실력도 되지 않고요.”


마녀들의 얼굴에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 드러났다. 오래 살아온 마녀치고는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내가 보통 용병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을 텐데 그냥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실제 그렇게 믿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약초를 구해오라는 의뢰인데요. 송곳니 버섯이라고 알고 계시는가요?”


포그렌 숲에 송곳니 버섯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른다. 그냥 적당히 희귀한 약재 이름을 하나 댔을 뿐이다.


“오, 그럼요. 마침 우리가 그걸 많이 가지고 있답니다.”

“그럼 조금만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면 거래를 해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호호! 그럼 거래하도록 하죠. 버섯은 창고에 있으니 같이 가도록 할까요?”

“감사합니다.”


나는 풋내기 용병처럼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고 그 순간 다가온 마녀가 허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나와 마녀를 태운 빗자루가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놀란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나는 꽤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발부르가는 매번 발연기라며 놀리고는 했다.


“호호호!”

“오호호호!”


내 비명만큼 마녀들이 요사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발부르가의 말처럼 내 연기가 그렇게 못 쓸 정도는 아닌 듯 하다.


빗자루에 타고 하늘을 나는 경험은 꽤나 신선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왜 빗자루여야만 할까? 그리고 애초에 빗자루를 쓰지 않고서 그냥 비행 마법을 쓰는 편이 훨씬 비행도 안정적이다.


한참을 날아 도착한 곳에는 침엽수가 우거지지 않아 빛도 들어오고 있었고 제법 잘 지어진 오두막도 다섯채나 지어져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나를 잡아 온 마녀 둘이 마을 가운데 내려앉자 다른 마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숫자가 열 명이 넘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마녀들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마녀들은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너 어떻게 멀쩡한 거지?”


나를 태우고 왔던 마녀가 조금 전과 달리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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