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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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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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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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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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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 함정의 정체

DUMMY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했다. 윌터스가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것이 새로운 속성이라고는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속성을 얻었다고?


“조금 전에 발광석을 던지지 않았나?”

“예, 그랬지요.”

“전에도 발광석을 사용해본 적이 있나?”

“아니요. 처음입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비싼 그런 소모품을 사용해본 적은 없다.


“자네가 발광석을 사용했을 때 그림자 벌레들이 매우 고통스러워했지?”


확실히 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러워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빛에 약한 그림자 벌레의 특성이라고 생각했었다.


“보통 마법사들이 발광석을 사용해봐야 그림자 벌레들은 멀리 물러나기만 할 뿐 그렇게 고통스러워하진 않아.”

“그렇다는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자네 빛의 속성을 깨우친 것이라네”


속성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속성을 여러 개 깨우친 입문 마법사가 더 좋은 대접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빛 속성은 제법 희귀한 속성이니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렇군요.”

“한 번 발현해보게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속성을 깨우친다고 바로 그것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연습을 하거나 혹은 정식 마법사 이상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일찍 스승님을 잃은 관계로 그런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 독학으로 바람 속성을 발현했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해준다고 할 때 받아먹어야 한다.


원리는 바람을 발현시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원래 처음이 어렵고 그다음부터는 조금씩 쉬워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몸 안의 마나를 끌어모아 빛으로 변환한다고 생각하며 손끝으로 그것을 뿜어낸다. 마나의 발현이라는 것은 일종의 상상력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나는 상상력이라는 설명이 맞다고 생각한다.


손끝에서 반딧불이처럼 아주 작은 빛이 피어나더니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횃불 정도의 광구가 만들어졌다.


“한 번에 성공해서 내가 도와줄 것이 없군. 자네 재능이 보기보다 상당하군?”


나도 이것이 한 번에 성공할 줄은 몰랐다.


“지켜봐 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새로운 속성을 얻은 줄도 몰랐습니다.”


다시 한번 겸손을 떨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네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재능이 있다고 해서 자만하지 말고 정진하도록 하게. 마법이란 마치 깊이 박힌 뿌리를 캐는 것과 같은 것이야. 꾸준히 해야만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지.”

“명심하겠습니다.”


과연 내가 마탑을 떠나고 나서도 마법에 대해 계속 연구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확실하게 어떻게 먹고 살지도 정하지 않았으니까. 젊었을 때 적당히 용병 일을 해서 돈을 모을 수도 있을 것이고 여차하면 요리를 해도 된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다.


크게 성공해서 한자리 차지하고 싶다는 그런 욕심은 없다. 그저 적당히 잘 먹고 살며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한가지 실마리를 주도록 하지.”


딱히 나를 비난하는 어조는 아니었다. 오히려 인자한 웃음을 띠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이러다 제자가 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윌터스는 좋은 사람 같지만, 그것은 사양이다. 솔직히 마탑 생활은 이제 질리기도 했고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바람이 모이면 무엇이 되는지 아는가?”


다소 선문답 같은 질문이었다. 이런 부분에는 취약하다. 스승님은 어린 나에게 제대로 마법을 가르친 적이 없었다. 내가 배운 지식들은 대부분 공용도서관에 있는 흔한 것들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미풍이 모여 강풍이 되고 강풍이 모여 태풍이 된다네.”


단순히 바람 속성을 발현해서 태풍을 만들 수 있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법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하냐고 하면 아니다. 고위마법사쯤 된다면 가능하다. 고위 마법사는 걸어 다니는 전략 병기다.


“그렇다면 빛이 모이면 무엇이 생기는지 아는가?”


가장 큰 빛이라고 하면 역시 태양인가? 그런데 태양을 만들 수 있는 마법은 들어본 적이 없다.


“태양입니까?”

“그것도 틀린 답은 아니지만, 빛이 모이면 열이 생긴다네”

“아···!”


조금 이해해버렸다. 이래서 스승이 중요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단순한 문답이지만 뭔가 길을 열어주는 느낌이랄까?


“보통 빛을 사용한 마법으로 주위를 밝히는 것만 생각하는데 정말 빛을 잘 다루는 마법사는 무시무시하지. 어떤 의미로는 불 마법보다 더 뜨겁고 파괴적이라네”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길을 본 느낌입니다.”


솔직히 바람 속성 하나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빛 속성을 내가 그렇게 잘 쓸 날이 오겠냐 싶기도 하지만 알아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윌터스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부터는 고단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잠시 쉬고 계십시오. 주변을 정리하겠습니다.”


습격해온 산 강아지가 한 마리도 아니었고 거기에 그림자 벌레가 수십마리다. 이것들을 수습해야 한다. 토벌 임무의 증거로서 제출해야 하기도 하지만 마물의 시체는 다 돈이다. 그것도 꽤 큰 돈이 된다.


어쩌다 보니 이런 일을 해야 하는 용병들이 모두 죽은 관계로 나 혼자 모든 일을 해야만 한다.


야생동물들이 사체를 훼손하기 전에 먼저 주변을 돌며 산 강아지의 사체들을 찾아 모았다. 다음은 그림자 벌레들이었고 마지막으로 용병들이었다.


용병들의 시체 상태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그림자 벌레들에게 갉아 먹혀 죽었으므로 시체에 대한 면역이 없는 사람이라면 토악질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용병들의 시체를 뒤지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용병패를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용병패를 확인하니 셋 모두 하급용병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가짜 용병패이거나 혹은 원래 하급 용병들을 처리한 후 이들이 위장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 허술한 느낌이 있었다.


아무리 산 강아지와 그림자 벌레가 밀집한 지역으로 유인해 협공했다고 해도 겨우 중급 용병 세 명으로 정식 마법사를 어찌해보려 했다는 것은 조금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병들의 소지품에서 약간의 돈도 얻었고 무기 같은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돈이라서 전부 가져가고 싶었지만 나 혼자 들어야 할 짐이 많아서 고심 끝에 양품으로 보이는 단검 두 자루와 검 한 자루만 챙겼다. 이번 임무가 끝나고 마탑을 떠나 혼자 여행을 할 때 사용하든가 아니면 팔아먹어도 될 것이다.


어쨌든 모아놓고 보니 산 강아지가 9마리, 그림자 벌레가 42마리나 되었다. 마물의 가격을 내가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상당한 금액이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저것들은 어차피 내 돈이 아니다. 처치한 것도 모두 윌터스 혼자서 한 일이고 이번 임무에서 생기는 부수입은 모두 윌터스의 몫이다.


용병들의 소지품을 내가 챙기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말 안 한 것만 해도 대인배라고 할 수 있었다. 쪼잔한 마법사들은 사소한 전리품까지 모두 챙기게 시키고 1코퍼 하나 나눠주지 않는다고 들었다.


정말 다행인 점은 처치한 마물이 모두 매우 작은 녀석들이라는 점이다. 산 강아지는 그야말로 강아지 크기이고 그림자 벌레도 비슷한 크기라서 마릿수는 많지만 혼자 짊어지고서도 산에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커다란 자루가 필요했는데 용병들이 가지고 있던 자루들이 그림자 벌레에게 상해서 못 쓰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완전히 분해된 것은 아니기에 넝마가 된 자루들을 모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나뭇가지를 꺾어 급조한 나뭇가지로 제법 능숙하게 자루를 바느질하는 나를 윌터스가 흥미로운 눈으로 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궁금한 점은 없는가?”


많다. 하지만 여태까지 참았다. 아무리 윌터스가 나를 꽤 마음에 들어 하고 인성이 나쁘지 않은 마법사라는 것도 알지만, 대놓고 혹시 원한 산 일이 있습니까? 라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연들은 되도록 듣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삶의 지론이었다. 나도 꽤 큰 사연에 얽혀 있지만, 마탑이라는 곳은 그것 말고도 수많은 정치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곳이다.


수많은 사연이 존재하고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 마법사가 많다. 그것을 스승님을 잃은 10살부터 직접 보면서 자란 것이 나다.


“있지만 들어도 좋을 일이 없으니까요.”

“과연, 그럴지도”


내 대답에 윌터스는 오히려 웃었다. 아무리 파벌이 없다고 해도 저런 성격이면 어디 가서 일부러 적을 만들 사람 같진 않은데 어디서 이런 큰 원한을 샀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자네도 아리우스님의 제자였지?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네”

“그래도 여태까지 죽이려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모르는 일이지. 세상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남도 가질 수 없게 만들려는 사람이 꽤 많거든.”


내가 마탑을 떠나려고 한 것이 들킨 건가? 그렇다면 그런 마음을 품은 고위마법사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물론 이번엔 자네를 노린 것은 아닐 거야. 저 용병들은 잘 모르겠지만 말일세”


확실히 용병들은 좀 의심스러웠다. 그렇다면 용병들은 윌터스와 관련이 없고 나를 노리기 위해 심은 사람들이었을까? 혹은 윌터스와 나를 노리는 세력 둘이 합작했을지도 모른다. 10년을 살았지만 마탑이란 곳은 정말 알면 알수록 복잡하다.


“용병들은 저를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순순히 생각한 바를 말했다. 수긍한다고 해도 혹은 아니라도 잡아뗀다고 딱히 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 그럴 거야. 준비한 사람은 고생했겠지만 사실 마물들도 딱히 나를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거든.”


뭔가 말이 이상하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산 강아지와 그림자 벌레 수십마리는 분명 무시무시한 전력이지만 그렇다고 윌터스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뭡니까?”


누가 이런 누군가를 죽이지도 못하는 함정을 만드는 게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인다는 말인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일종의 시험이지.” 

“시험이요?”


누가 마탑의 정식마법사를 이런 방식으로 시험한다는 말인가?

고위 마법사라는 절대자들만큼은 아니지만, 정식 마법사의 숫자도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윌터스는 뭔가 부끄럽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그게 말일세. 예비 장인어른이라고 할까? 공작가와 혼담이 오가고 있는데 장인께서 일종의 검증을 원하는 모양이야.”


어이가 없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소동이 겨우 사위의 무력을 검증하는 시험대였다는건가? 

공작이라면 확실히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다. 마법사가 되기 전 평민이었다면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대단한 사람이다. 그리고 돈도 썩어날 만큼 많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겠지.


그러고 보니 확실히 윌터스는 정식마법사치고는 젊다. 실제 나이는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겉보기로는 40대로 보인다. 이 정도면 공작가에서도 탐을 낼 만한 인재일 것이다.


귀족가에서 마법사를 사위나 양자로 들이려는 시도는 많지만, 그것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


굳이 귀족가로 들어가 눈칫밥을 먹지 않아도 잘 먹고 잘사는 것이 마법사이기도 하고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들이라 딱히 혼인에 신경을 쓰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윌터스는 그 몇 안 되는 특별한 경우인 듯 하다.


“축하드립니다.”


일단 축하해주기로 했다. 시험을 통과했으니 공작가의 사위가 되는 것이 아닌가? 


“고맙네. 그런데 자네의 상태를 보면 안전한 것 같지 않은데 나와 함께 공작가로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단순히 제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공작가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분명 지금까지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윌터스의 지도를 받는다면 마법사로도 빠르게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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