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공간

내일은 대마법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판작
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43,006
추천수 :
15,181
글자수 :
170,184

작성
23.12.14 23:27
조회
14,832
추천
481
글자
12쪽

10. 작은 호의

DUMMY

오두막에서 오랜만에 사람다운 식사를 하고 몸도 제대로 씻을 수 있었다. 가장 큰 걱정이 사라지자 정말 오랜만에 잠도 푹 잘 수 있었다.


아침이 밝자 산채의 식구들을 불러 모아 레인스와 내가 떠나기로 했다는 것을 밝혔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적들은 상당히 당황했다. 그런데 사실 달라질 건 없었다. 여태까지도 딱히 레인스가 도적질을 같이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너희들 편한 대로 살면 된다.”

“아니 그렇게 말씀하셔도 갑자기 그러시면···.”


정신적 지주라고 해야 할까. 레인스가 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함이 있었을 것이다.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주제넘지만 한번 나서보기로 했다.


“아, 예”

“죄송한 말씀이지만, 여러분들은 도적이 별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실력도 형편없고 마음도 독하지 못해요. 여태까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지만, 하급용병 몇 명만 만나도 다 죽을 겁니다.”


도적들은 내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힘들겠지만, 다른 도시나 마을로 가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보세요. 손재주도 있는 것 같고 몸도 건강하니 굶기야 하겠습니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는 하층민 혹은 빈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알지 못한다. 스승님을 만나기 전 어렸을 때의 기억이 있긴 하지만 7살 어린아이가 뭘 알았겠는가?


도적들의 반응도 시원찮았다. 이미 그것이 안돼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사람들이다. 


“저희도 데려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난감한 요구였다. 어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들이 네명이나 된다. 험한 길로만 다니는 강행군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레인스에게 시선을 돌려보니 그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도 레인스님도 쫓기는 몸입니다. 같이 다니면 매우 위험할 겁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내 대답에 도적과 아이들의 얼굴이 실망한 기색이 역력히 나타났다.


“내 생각도 그렇다. 자네들은 도적을 하기에 어울리지 않아. 마을에서 자리 잡고 사는 것이 좋아 보인다. 계속 도적질을 할 것이라면 여기 남고 새 출발을 하겠다면 다음 마을 근처까지는 같이 이동하는 것으로 하지.”


레인스가 못을 박았다. 

그러자 도적들은 잠시동안 자기들끼리 의논하더니 답을 가져왔다.


“저희도 떠나겠습니다.”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두막은 그럴듯했지만, 마을과 큰 교류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라 짐이랄 것이 별로 없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사냥했던 산짐승들의 가죽 정도가 가장 큰 짐이었는데 그마저도 많진 않아서 어른 셋이 운반하기에는 충분했고 아이들도 저마다 자기 몫을 하기 위해 등짐을 지었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지.”


도적과 아이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너무 큰 마을이나 도시보다는 적당한 규모의 마을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작은 마을은 언제나 일손이 부족한 법이다. 물론 그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정착하기에는 작은 마을이 훨씬 유리했다.


아이들 때문에 속도를 낼 순 없었지만, 그래도 일주일 정도 만에 조건에 맞는 마을 근처를 지날 수 있게 되었다.


“저 마을은 어떻습니까?”

“적당하군.”


내 의견에 레인스도 동의했다. 물론 우리 의견보다는 도적들의 의견이 더 중요한 부분이었다.


일주일의 행군 동안 도적과 아이들은 매우 지쳐있었다. 


“저 마을이 적당해 보이네만,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도적들은 초췌해진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고 싶다고 해서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느낀 것이다.


“그동안 고생했네.”


레인스가 짧은 말로 그들을 위로했다. 며칠 같이 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군인 출신이라서 그런 것인지 참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다.


“얼마 안 되지만, 이걸로 자리를 잡으시죠.”


나는 말 대신 금화로 대신했다. 작은 주머니 안에 든 금화를 본 도적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건 너무 많습니다.”


실제로 많은 액수를 넣은 것은 아니다. 이런 작은 마을에서 빈집을 한 채쯤 하고 자리를 잡을만한 정도의 돈이었다.


마탑 근처에서나 욕이 나올 정도로 집이 비싸지, 이런 작은 마을에서 집은 그다지 비싸지 않다. 어차피 빈집이 많기 때문이다.


“빌려주는 겁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받으러 올 생각이 없다는 것은 이 자리의 누구라도 다 알고 있었다.


“잠시만요. 마법사님”


금화를 받은 도적 중의 하나가 갑자기 황급히 싸두었던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아주 꽁꽁 싸매둔 무언가를 나에게 내밀었다.


“대신 이걸 받아주십시오.”

“이게 뭡니까?”

“사실 저희도 잘 모릅니다. 다만 가치가 있는 것 같아서 챙겨뒀습니다. 혹시라도 가치가 있는 물건 이라면 팔아서 쓰려고요.”


몇 겹으로 꽁꽁 싸맨 헝겊을 벗겨내자 안에서 짧은 완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온전한 물건은 아니었다. 짧은 이유가 있었다. 부러져서 아랫부분이 사라진 완드였다.


“이걸 어디서 났습니까?”


부러진 완드라고 해도 엄연히 마도구다. 이런 어설픈 도적들의 손에 쉽게 들어올 물건이 아니다.


“도적질을 한 것은 아닙니다. 산에서 채집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겁니다.”


완드에 마나를 주입해보니 윗부분에 박힌 작은 수정에서 빛이 어린다. 부러졌지만 기능을 하는 완드인 것이다. 다만 마나의 이동에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느껴지는 것이 정상은 아니었다.


이 정도만 해도 마탑 근처의 상점에 판다면 상당한 액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도적들에게 금화를 조금 더 줘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이건 온전하진 않지만, 작동하는 완드입니다. 마탑 인근의 상점에 가져다 판다면 상당한 돈을 받을 겁니다.”


속이는 짓은 하지 않았다. 도적들만 있다면 모를까. 경험이 많은 레인스가 지켜보고 있었다.


“저도 빌려드리겠습니다.”


도적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작은 호의가 생각지도 못한 큰 이득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도적과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한 후 레인스와 나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사건도 몇 번 있었다. 진짜 산적을 만나기도 하고 야영 중에 곰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물론 거의 기사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레인스와 나에게 그다지 큰 위협은 아니었다. 오히려 산적을 처리하며 보급도 하고 그들이 가진 재산을 털어 가진 돈이 늘어나고 곰고기로 포식을 하기도 했다.


여행 중에 알게 된 것으로 내 생각보다 레인스의 실력은 훨씬 뛰어났다. 아마 싸운다면 나는 얼마 버티지도 못할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험이 많고 능숙했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레인스가 왜 귀족을 죽이고 쫓기게 되었는지 군에 있을 땐 어떤 경험을 했는지 등을 들었다.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런 지루한 여행 중에는 그조차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레인스가 굳이 북부로 향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레인스가 군 생활을 했던 곳이 바로 북벽이었던 것이다. 북벽의 허술한 곳을 잘 알고 있었고 혹시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면 아직 남아있는 지인을 통해 벽을 넘어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비전을 통해 미래를 보았기에 어떻게든 그쪽으로 탈출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의심하진 않았다.


다만 추격해온 마법사가 무엇을 보고 추격을 포기했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레인스와 여행을 하게 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원래대로 남쪽을 향했다면 이미 죽었어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동 중에 나도 그냥 논 것은 아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마법 수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레인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얻게 된 결론인데 결국은 내가 강해진다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정식 마법사 정도만 되었어도 쉽게 추적을 붙일 순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고위마법사들이 직접 쫓아오진 않았을 테니까.


언제가 될지 아니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고위마법사가 된다면 마탑으로 돌아가도 될 것이다. 물론 고위마법사가 되더라도 마탑으로 돌아갈 생각 따위는 병아리 눈물만큼도 없지만,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유유자적하게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윌터스가 알려준 대로 기존의 속성을 더욱 진화시키는 쪽으로 연습하고 있었다.


내가 마법 수련을 하고 있을 때면 레인스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한마디씩 조언을 해주고는 했다. 비록 그가 마법사는 아니지만, 군에 있을 때나 용병 생활을 할 때 마법사와 함께 움직였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그때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야영을 할 때 빛 속성을 연습하기에는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대부분 바람 속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레인스가 한마디를 툭 던졌다.


“바람에 살이 베이는 것을 아나?”


전에는 반존대를 했다면 이제 제법 친해져서 말을 놓고 있는 레이스였다.


“알고 있지요. 정식 마법사 중에 그런 마법을 쓰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아니 마법 말고 검사들도 가끔 바람에 살이 베이고는 해.”

“무슨 말씀이십니까?”

“검이나 창을 강하게 휘두르다 보면 갑자기 팡! 하는 소리가 나면서 살이 베이거나 혹은 가죽 갑옷이 베일 때도 있지.”


마법사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자들이다. 레인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진공 현상이로군요.”

“알고 있었는가?”

“예, 그런데 지금 제 수준에선 그런 현상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정식마법사들도 그것이 힘들어서 강풍을 조종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고요.”


진공을 이용한 마법을 쓰는 마법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풍을 조종하는 마법보다 위력이 더 뛰어나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효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자네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지.”

“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내가 바람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모두 마법을 쓸 때면 주변에 바람이 불고 난리가 나거든. 그런데 자네가 연습을 할 때는 이렇게 근처에 있어도 바람이 한점도 오지 않아. 그만큼 자네가 실력이 좋다는 것 아니겠나?”

“글쎄요. 그건 아마도 아닐 것 같은데요.”


나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정말로 내가 그런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흘려들을 만한 얘기도 아니었다.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바람을 한점에 모은다. 그리고 터트린다. 레인스의 말대로 진공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비효율적인 마법이니까.


다만 내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바람 폭탄 같은 것이면 제법 쓸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도하는 것이었다.


팡!


압축되었던 바람이 터지며 제법 큰 소리가 났다.

어쨌든 성공하긴 했는데 위력적이진 않다. 발동 시간도 느리고 설령 정통으로 맞는다고 해도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정도는 아니다. 


몇 번 더 시도하다가 그만두었다. 제법 소리가 커서 밤에 할만한 수련은 아니었다. 다만 새로운 영감을 얻기는 했다. 바람을 뭉칠 수 있다면 빛도 뭉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속성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물이나 불 속성을 얻게 된다면 이 정도 압축으로만 해도 꽤 괜찮을 위력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 속성을 얻을 때는 나도 모르는 사이 굉장히 쉽게 얻은 면이 있었다. 나는 이것도 스승님의 실험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얻지 못한 새로운 속성을 발광석 하나 사용했다고 얻게 된 것은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시끄러운 수련을 그만둬서 그런 것인지 어느새 옆에서는 레인스가 작게 코를 골고 있었다.


밤에는 이렇게 교대로 불침번을 섰다. 혼자 다닐 때와 비교한다면 훨씬 편하다. 혼자였다면 지난번처럼 곰이 습격했을 때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


약해지고 있는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몇 개 더 집어넣으며 한밤의 고독을 느끼고 있을 때 어두운 밤의 풍경 저 멀리에서 확실히 눈에 띄는 것이 나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일은 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근황 보고 +13 24.03.17 676 0 -
공지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39 24.01.08 7,582 0 -
30 30. 보물찾기 +21 24.01.06 8,993 441 13쪽
29 29. 현명한 방법 +16 24.01.05 9,441 418 13쪽
28 28. 레나드 산맥으로 가는 길 +10 24.01.04 10,280 409 12쪽
27 27. 붕어가 되기로 했다. +15 24.01.03 11,278 444 13쪽
26 26. 마녀의 큰 그림 +15 24.01.02 12,188 477 13쪽
25 25. 모두에게 좋은 결과 +27 24.01.02 12,754 511 13쪽
24 24. 세눈마귀 +18 23.12.30 13,425 502 12쪽
23 23. 선택 +19 23.12.29 13,468 524 12쪽
22 22. 흙으로 돌아가다. +17 23.12.28 13,683 543 11쪽
21 21. 마녀의 비약 +20 23.12.27 13,511 575 12쪽
20 20. 마녀의 숲(2) +22 23.12.26 13,753 560 13쪽
19 19. 마녀의 숲 +11 23.12.25 14,129 532 13쪽
18 18. 숨은 강자 +21 23.12.23 14,184 581 13쪽
17 17. 평화의 끝 +11 23.12.22 13,957 519 13쪽
16 16. 마녀를 만나다. +9 23.12.21 13,928 525 13쪽
15 15. 최선의 선택 +6 23.12.20 13,959 466 12쪽
14 14. 천재 +9 23.12.19 14,037 444 13쪽
13 13. 마녀의 집 +11 23.12.18 14,102 469 13쪽
12 12. 보이지 않는 집 +13 23.12.16 14,254 501 12쪽
11 11. 불 원숭이 +5 23.12.15 14,695 498 13쪽
» 10. 작은 호의 +6 23.12.14 14,833 481 12쪽
9 9. 방향을 바꾸다. +9 23.12.13 15,227 491 12쪽
8 8. 강행군 +12 23.12.12 15,635 451 12쪽
7 7. 의뢰 +10 23.12.11 15,907 495 13쪽
6 6. 마탑을 나서다. +8 23.12.09 16,498 521 12쪽
5 5. 함정의 정체 +9 23.12.08 16,818 526 13쪽
4 4. 의외의 소득 +8 23.12.07 17,504 534 13쪽
3 3. 첫 임무 +15 23.12.06 21,077 60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