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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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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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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1
추천수 :
21
글자수 :
3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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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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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9. 어떻게 콩깍지를 수박껍데기라고 사기를 칠 수 있지?

DUMMY

뚫린 철판 너머 현장엔 아무도 없었다. 거칠게 뜯긴 전차만 덩그러니 있을 뿐 대만이나 폭발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어디서 쏟아질지 모를 공격에 대비하며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옮겼다.


“아무도 안 보이는데? 벌써 튄 거 아니야?”


파랑(유리)는 너무 긴장한 탓에 자꾸만 입안이 말라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아닐 거야. 밖에서 특수반이 저렇게 눈에 불을 켜고 버티고 있는데 쉽게 탈출하긴 어려워. 분명 어딘가 있을 거야.”


아직 승객들이 타고 있는 전차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는데 등 뒤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황급히 몸을 돌려 보니 방금 뚫고 들어온 철판 앞에 새로운 철판이 하나 더 박혀있었다.


“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리치며 고개를 들었다. 구조물 너머에서 검은 형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선호였다. 저승사자 복장의 선호를 확인한 Y특공대는 놀라서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러나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쾅! 쾅! 쾅!


십여 개의 철근이 하늘에서 쏟아져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서 와. 우리 얘기 좀 할까?”


선호의 목에서 낯선 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대만이 구해온 변조기를 통한 목소리였다. 서서히 다리 위로 내려서는 선호를 확인한 Y특공대는 혼란에 빠졌다.


“어떡하지? 우린 저 괴물 상대가 못 되잖아.”


“도망치자. 방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면 기회가 있을 거야.”


파랑과 노랑은 원초적인 공포에 잠식된 나머지 손에 잡히지도 않을 정도로 얇은 희망 한 가닥을 유일한 진실이라 착각했다.


“방금 떨어진 철근 못 봤어? 만약 우리 머리 위에 떨어졌으면··· 빨강이랑 검정 말고는 전부 죽었어.”


끔찍한 상상이었지만, 진실이었다. 그러나 보라의 침착한 말에도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 어떡하지? 꼴을 보니 우릴 유인한 게 확실한 것 같은데··· 혹시 폭발마랑 대만의 사주를 받은 거 아니야?”


가장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두 달 전 다리에서 테러를 일으킨 폭발마의 도주, 얼마 전 대만의 도주가 모두 저승사자 한 사람의 소행이라면 그들의 사주를 받았을 가능성이 컸다.


“확실히 몰라. 직접 확인해 봐야지. 일단 시키는 대로 하자.”


“뭐? 미쳤어?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빨강의 말에 노랑이 학을 뗐다.


“아니야. 빨강 말이 맞아. 저자가 마음만 먹었으면 우린 진작 죽었어. 작은 기회라도 노리려면 지금은 따르는 척하자.”


“그래. 일단 시키는 대로 하면서 상황을 보자. 결정은 빨강이 해. 빨강이 신호하면 즉시 도망치는 거야.”


보라와 검정도 동의하자 파랑과 노랑도 어쩔 수 없었다.


“알았어. 대신 조금만 낌새가 이상해도 바로 신호 줘야 돼. 알았지?”


빨강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빨강을 필두로 나머지 네 명이 그 뒤를 따랐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가 하염없이 멀게 느껴졌다.


“절대 섣불리 움직이지 마. 자극하지 말고, 전투도 최대한 피해. 내가 신호 주지 못해도 불가피할 경우 전투보다 도주를 우선으로 해. 알았지?”


낮게 읊조리는 빨강의 말에 언니들은 비장한 각오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무슨 짓이지?”


선호 앞에 걸음을 멈춘 빨강이 먼저 물었다.


“민간인도 모자라서 우리까지 인질로 잡으려는 건가? 원하는 게 뭐야?”


‘얘도 변조기를 쓰나? 목소리가 전혀 다르네. 그나저나 날 아는지 모르는지 확신이 안 서네. 어떻게 떠봐야 하지?’


“당신들. Y특공대 당신들 만나려는 게 내 목적이야.”


“우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움찔했다.


“그래. 당신들도 날 만나려고 하지 않았나? 찾는다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인가? 어쨌든, 날 찾는 게 누군지 궁금했거든. 왜지? 날 찾는 이유가 뭐지?”


말투도 숨기려고 일부러 어색하게 꾸몄다. 그러나 선호의 질문에 당황한 그녀들은 그런 사소한 걸 눈치채지 못했다. 양회장의 비자금을 가져간 누군가, 그가 저승사자임을 알고 추적을 포기했다. 그러나 그 사실은 영미와 주희를 포함해 7명만이 아는 사실이다. 어디에도 흔적을 남긴 적이 없다. 서연은 일단 모르쇠를 선택했다.


“무슨 소리지? 우리가 왜 오늘 처음 본 당신을 쫓는다는 거야?”


“하! 오늘 처음 봤다고? 거짓말이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닌가? 며칠 전에 만났잖아. 대만 때문에 날 공격하고 모른 척하는 거야?”


완벽한 변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특수 제작된 Y특공대의 유니폼은 체형뿐 아니라 골격까지 다르게 만들었다. 영상분석으로도 판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저승사자의 목소리와 말투는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말하고 있었다.


“뭔가 착각으ㄹ··· 윽!”


육중한 힘이 몸을 짓누르는 바람에 빨강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빨강!”


검정과 노랑이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보라가 손을 뻗어 막았다. 빨강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어설프게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라. 크게 다치는 수가 생긴다.”


“도···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 윽!”


몸을 짓누르는 힘은 더욱 강해져 앉아있는 것도 불가능했다. 대답은 고사하고 의식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맞아! 우리야! 우리였어! 그러니까 그만둬!”


보다 못한 보라가 소리쳤다.


“진작 그럴 것이지. 괜히 고생했잖아.”


빨강을 짓누르던 힘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고통은 아직 몸에 깊숙이 남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제 얘기해봐. 날 찾는 이유. 사실대로 말해야 할 거야. 아니면 방금처럼 경고로 끝나진 않아.”


보라는 고민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큼 거짓을 섞어야 할지 빠르게 머릴 굴렸다. 상대가 의심하기 전에 답을 내린 보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ZZ시에 보관된 황금 은행 양 회장의 비자금. 우린 당신이 가져갔다고 의심하고 있어. 비자금을 되찾기 위해 개코를 추적했고, 당신이 개코를 데려가는 것을 확인했어. 하지만 그게 끝이야.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추적을 멈췄어.”


“마지막 말은 못 들은 걸로 하지. 이 상황에 믿음이 가는 대답은 아니잖아? 그럼 대만은 뭐지? 어째서 그를 도우려 한 건가?”


“몇 달 전 Z시에서 폭발마란 놈이 테러 일으킨 걸 알고 있나? 그때 우린 그 녀석과 대치했는데 결국 놓치고 말았어. 어떻게든 다시 찾으려 노력하는데 폭발마로 보이는 테러가 연달아 일어났고, 우린 폭발마의 소행이라 생각했어. 그게 대만일 줄은 몰랐지만, 폭발마의 행방을 찾기 위해 그가 필요했어.”


“그때 중앙본부 특수반까지 와 있었을 텐데. 경찰도 아닌 너희가 나설 일이 아니지 않나?”


“우리의 신념이다. 이 능력을 얻은 뒤로 정의의 편에서 악과 싸우기로······.”


“아악!”


노랑의 비명에 황급히 고개를 돌린 보라는 눈을 의심했다. 노랑의 왼쪽 팔이 비정상적으로 꺾여 있었다.


“이··· 개자시이···ㄱ.”


선호를 공격하려 손을 앞으로 뻗었지만, 빨강이 보라의 팔을 붙잡았다.


“비켜! 죽여버릴 거야!”


그러나 빨강은 물러서지 않고 고개만 흔들었다. 빨강의 손을 뿌리치려던 보라의 어깨를 검정이 잡았다.


“진정해. 지금은 참아야 해.”


아직 보라의 눈엔 분노가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렸다.


“내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영웅 놀이할 때 복장도 안 입고, 경찰··· 그것도 중앙본부 특수반과 척질 수도 있는 짓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저질렀다고? 그걸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진실이다! 우리가 당신에게 거짓말 할 이유가 없잖아!”


빨강이 소리쳤다. 선호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무엇을 위한 질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설픈 인정은 도리어 독이 된다. 차라리 무모할 정도로 억지를 부리는 게 낫다. 하지만 선호는 추궁 대신 색다른 제안을 꺼냈다.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거지? 그래, 지금부터 방법을 바꿔 보자. 내가 먼저 진실을 말하지. 너희가 할 수 있는 대답은 Yes 나 NO야. 만약 틀린 대답을 하면 또 혼나는 거야. 알았지?”


대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선호는 바로 말을 이었다.


“우선 첫 번째! 지금 몸매는 가짜고, 검은 쫄쫄이 입을 때의 빈약한 몸매가 진짜다. Yes or No?”


잔뜩 긴장했던 게 무색할 정도의 황당한 질문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꺄아아악!”


이번엔 파랑의 비명이 대기를 울렸다. 왼쪽 다리가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게임을 이해하지 못했나? 시간을 끌면 누군가 또 비명을 지를 텐데.”


“Ye··· Yes! 맞아! 인기를 끌려고 일부러 조작한 거야.”


검정이 황급히 대답했다.


“솔직하니 좋네. 그래도 너무 치졸한 거 아닌가? 전에 봤을 때 빨강이랑 보라는 완전히 절벽이던데··· 초등학생 정도? 그래. 작아서 속상한 것도 이해하고,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거짓 만족을 얻으려는 것도 이해하겠는데··· 적당히 좀 하지. 그 정도면 사기 아니냐? 어떻게 콩깍지를 수박껍데기라고 사기를 칠 수 있지?”


십 년 묵은 체증이 사라진 기분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졸졸 쫓아다니며 괴롭히던 서연에게 한 방 먹여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했다.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이 정도 도발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건 선호의 정체를 모를 확률이 높았다.


반면에 협박을 받는 와중에 빨강은 깊은 빡침을 느꼈다. 당할 때 당하더라도 얼굴에 한 방 먹이고 싶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돌리려는데 보라의 손에 저지당했다. 억울한 눈빛으로 보라의 얼굴을 본 빨강은 주먹을 풀 수밖에 없었다.


“츠마(참아)··· 느에가(내가)··· 주으기끄야(죽일 거야)······.”


이를 악물고 웅얼거리는 보라의 눈에 눈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가슴에 대한 콤플렉스는 빨강보다 보라가 더 심했다. 그걸 적나라하게 건드린 선호는 보라의 제거 대상 1순위에 등극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빨강과 보라의 살기를 느끼면서도 선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 문제! 폭발마와 대만의 테러는 사실 너희가 사주한 거다!”


너무 놀라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다. 파랑과 노랑은 통증도 잊을 정도였다.


“빨랑 대답 안 하면 또 혼난다. 하나··· 두울··· ㅅ······.”


“맞아! 맞아! 우리가 했어!”


검정이 황급히 대답했다.


‘이미 다 알고 있어.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한 일을 전부 알고 있어. 벗어날 수 없어.’


그러나 검정과 달리 다른 멤버들의 마음속엔 서로에 대한 의심이 싹트고 있었다.


‘우리만 알고 있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우리 중 누군가 일부러 정보를 흘리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어.’


‘도대체 누가? 왜?’


생각이 더 이어지기 전에 선호의 세 번째 질문이 이어졌다.


“너희의 최종 목적은··· 신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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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4. 약점이 없는 괴물이라고! 23.06.10 15 0 12쪽
54 53. 저건 너희가 한 거다 23.06.09 16 0 10쪽
53 52. 가면 벗어 23.06.08 15 0 9쪽
52 51. 민간인을 인질로 잡자고? 23.06.07 18 0 11쪽
51 50. 핑계 오지네. 23.06.06 15 0 11쪽
» 49. 어떻게 콩깍지를 수박껍데기라고 사기를 칠 수 있지? 23.06.05 18 0 11쪽
49 48.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네 23.06.04 20 1 12쪽
48 47. 아시겠습니까? 서. 장. 님. 23.06.03 20 0 15쪽
47 46. 보통 열정적인 게 아닌 오타쿠 23.06.02 18 0 17쪽
46 45. ‘우리 동네 꽃집 Yellow House’ 23.05.31 21 0 15쪽
45 44. 내 꿈과 희망을 앗아가지 말아줘! 23.05.29 18 0 12쪽
44 43. 생긴 건 씹다 뱉은 오이지처럼 생긴 놈이 누구보고 스타일 운운해? 23.05.27 2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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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 너냐? 바둑이! 네가 그런 거야? 23.05.19 26 0 10쪽
39 38. 잡았다! 23.05.17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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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 엄마? 23.05.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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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뭐든 하나만 하자. 이 미친놈아. 23.04.24 37 0 10쪽
26 25. 옜다. 선물이다. 23.04.22 3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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