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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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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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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5
추천수 :
21
글자수 :
323,230

작성
23.05.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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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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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0. 선호는 나와 같다.

DUMMY

‘저 새끼 뭐야? 원래 저런 놈이었어? 정우, 저 새끼하곤 비교도 되지 않아. 저건 사람의 눈이 아니야.’


능력을 이용해 학교를 장악한 정우의 폭력엔 선명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복수와 통쾌, 익숙해진 폭력이 피워낸 희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장난감을 대하는 천진난만함까지 선명했다. 그러나 선호의 눈 어디에도 그런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었던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폭력이 강제되고 있던 거였어. 내가 이렇게 될까봐 엄마 아빠가 막고 있던 거야. 너 이 기분 알겠니? 이유를 알 수 없던 답답함이 사라지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말이야. 지금 네 꼴을 보는 내 기분을 알겠냐고?”


활짝 웃고 있는 얼굴과 달리 여전히 눈빛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위험해. 이대로 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하아··· 역시 모르나 보네. 지금 기분 같아선 널 바로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어둡고 축축한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리는 몸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점점 상처가 늘어갔다. 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것만이 살길이다.


“미, 미안해! 선호야!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철현은 날아드는 잡동사니를 그대로 맞으며 선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머리까지 찧으며 목이 터져라 소릴 질렀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조금 전 아슬아슬하게 피했던 기계가 천장까지 치솟았다.


“그럴 필요 없어.”


기계는 빠른 속도로 철현을 향해 떨어졌다.


콰앙!


산산 조각난 기계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파편 중 일부는 선호에게 날아왔지만 보이지 않는 막에 막혀 반대쪽으로 튕겼다. 일부는 쓰러진 한상수와 정우에게 날아들었다. 몸을 날려 기계를 피한 철현은 두 팔로 날아오는 파편을 겨우 막아냈다. 다행히 큰 파편은 전부 막았지만, 작은 파편까지 막지 못해 온몸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됐다.


“헉··· 헉··· 제발···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뭐든··· 네가 시키는 건 뭐든 할게. 그러니 제발 용서해줘.”


기계를 피하며 확실히 느꼈다. 선호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철현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엎드려 빌었다.


“그러면 좋겠지만··· 내 능력을 알고 있는 널 살려두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감정 없는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지자마자 철현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大자로 펼쳐졌다.


“으아아악!”


철현의 비명이 공장에 메아리쳤다. 팔다리가 뽑힐 듯한 고통에 몸부림쳐 보지만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사··· 살려줘! 내가 다 잘못했어!”


할 수 있는 건 고통을 견디며 목숨을 구걸하는 것밖에 없었다.


“아오··· 시끄러워. 그냥 바로 죽일까?”


귀를 찌르는 비명도, 절규도 귀에 거슬렸다.


‘너무 늦어서 엄마가 걱정할 텐데··· 그나저나 어떻게 끝내지? 목을 분지를까? 아니면 죽을 정도로 세게 패대기칠까?’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 구체적인 살인은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었다. 한영과 철현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막연한 상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사람을 죽이려니 어떤 방법이 효율적일지 고민됐다.


“그··· 만둬······.”


간식을 고르듯 순수한 고민에 빠져있는 선호의 귀에 얇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얼굴에 천을 뒤집어쓰고 널브러져 있는 정우였다. 한달음에 정우에게 달려가 얼굴에 덮인 천을 거뒀다.


“야! 괜찮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 된 정우는 다행히 의식을 차린 듯 보였다.


“죽은 줄 알았잖아. 괜찮은 거 맞지?”


“하지마··· 넌 하지마······.”


피가 흥건한 입술이 부르르 떨리며 마른 목소리가 힘없이 흘러나왔다.


“뭘 하지 말라는 거야? 저 새끼 죽이는 거? 별거 아니야. 금방 끝나.”


“안돼··· 넌 안돼······.”


눈동자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퉁퉁 부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너도 했잖아. 복수. 그리고 네가 죽이라며? 저런 자식들은 절대 사람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죽여버리라고 그랬잖아.”


병실 침대에 올라 광기 어린 눈으로 소리치던 정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심정은 이해하나 살인에 동의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왜 살인이 필요한지 알 것 같았다. 아니, 살인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지치고 힘들면 쉬고, 피곤하면 자는 것처럼 폭력의 과정이며 불쾌한 인간을 상대하는 합당한 결과였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사람한테 피해만 주는 쓸모없는 인간 치우는 거야. 저런 건 차라리 없는 게 나아.”


선호가 하려는 건 살인이 아니다.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이며, 규범과 법이 규제하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르려는 게 아니다. 그저 필요없다 판단한 생물의 숨을 끊는 것뿐이다. 정우는 선호의 천진한 눈빛에서 그 순수한 행위의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넌··· 괴물이 되면 안 돼. 지금 선을 넘으면 다신··· 돌아오지 못해. 그러니까 여기서 멈춰.”


“무슨 소리야? 너도 했잖아. 걱정마. 아무도 모르게 할게. 난 절대 들키지 않을 거야.”


이미 머릿속엔 철현의 시신 처리와 상황을 설명할 그럴듯한 거짓말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에··· 얘기했잖아. 너도 나랑 비슷하다고. 지금 잘못 선택하면 너도 나처럼 돼. 네 인생이 완전히 망가진다고! 그렇게 되고 싶은 거야?”


“에이, 너무 갔다. 그냥 쓸모없는 인간 하나 치우는 건데 뭘 그렇게까지 얘기하냐?”


선호의 순수함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대로 설득에 실패하면 선호는 결국 철현을 죽일 게 분명했다. 정우는 살인 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선호의 마음을 움직일 그럴듯한 구실이 필요했다.


“네가 하려는 건 살인이야··· 범죄. 절대 평범한 삶······.”


문득 머릴 스치는 한 단어가 떠올랐다.


“엄마 아빠! 네가 사람 죽인 걸 알면 네 엄마 아빠는? 살인자 자식을 둔 부모님으로 만들고 싶어?”


마네킹처럼 감정 하나 드러내지 않던 선호의 얼굴에 순식간에 어둔 그림자가 드리웠다. 감정의 동요를 눈치챈 정우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엄마 아빠가 곤란한 거 싫다며? 네가 하려는 짓이 그걸 전부 깨는 짓이라고.”


몸도 일으킬 수 없는 상태로 온몸의 힘을 짜내 소리쳤다.


“난 알아. 다른 사람은 다 몰라도 난 안다고. 너한테 살인은 특별한 행위가 아니야. 자연스런 현상이야. 한번 시작하면 절대 멈출 수 없는 흐름이 돼버려. 그러니 절대 사람을 죽이면 안 돼. 겨우 막혀있는 네 안에 있는 문을 열면 안 돼!”


한영에게 머릴 맞고 깨어났을 땐 바로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점점 몸이 회복될수록 달라진 게 느껴졌다. 사람이 더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가락으로 짓이겨 터뜨릴 수 있는 개미와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순간적으로 울컥 치밀어오르는 강한 폭력성까지 얻었다.


지속적인 발작이 불러온 분노가 정우를 한영에게 이끌었다. 처음엔 단순히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렸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한영을 본 순간 깨달았다.


한영의 죽음은 필연적이다.


분노의 표출,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의 결실, 과거에 대한 앙갚음도 없진 않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결과에 더 가까웠다. 살인은 사회가 정한 인식일 뿐, 포식자가 피식자를 잡아먹는 행위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순리 그 자체였다.


“널 버리지 마. 널 버리는 건 네 부모님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야.”


선호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근원을 알 수 없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영을 해치고 돌아선 순간 깨달았다.


‘선호는 나와 같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단 사실도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초식을 포기하고 육식만을 고집하는 잡식성 동물과 처음부터 육식밖에 할 수 없는 육식동물의 차이와 비슷했다. 그러면서도 선호는 초식동물 사이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썩 잘 어울렸다. 유일한 친구인 선호만큼은 그 세계에 계속 있길 바랐다.


“이 상황은 내가 해결할게.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서 네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을게. 그러니 너도 진정해. 엄마 아빠를 생각하라고.”


부모님의 영향이란 건 며칠 전 선호를 만났을 때 알았다. 지금 선호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부모님밖에 없었다.


“어떻게? 네가 대신 죽이겠다는 거야?”


본능과 학습된 이성의 충돌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선호의 표정에서 정우는 희망을 봤다.


“뭐가 됐든! 방법은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니 넌 네 친구랑 도망쳐.”


“넌? 그 뒤에 넌 어쩔 거야?”


“어쩌긴··· 적당히 도망 다녀야지. 나 같은 능력자가 한 둘인 줄 알아? 일반 사람은 절대 날 못 잡으니 걱정마.”


“지랄, 내가 네 걱정을 왜 하냐?”


“좀 해주면 안 되냐? 지금도 봐라. 이 꼴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선호의 얼굴이 조금씩 변했다. 가면에 가까운, 엄마 아빠의 노력과 학습으로 완성된 표정을 점점 되찾았다.


“그러게 왜 생각 없이 쳐들어와서 이 고생이냐? 네 능력이면 더 쉽게 해결할 수도 있었잖아.”


“몰라. 친구가 인질로 잡혀있는데 그런 거 생각할 정신이 어디 있었겠냐?”


“얼~ 감동인데?”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말고 나 일어나는 것 좀 도와줘라.”


정우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좀처럼 허리를 세우지 못했다. 선호는 엉성한 자세로 정우의 몸을 잡고 일어나는 걸 도왔다.


“야, 다리에 힘 좀 줘봐. 자세가 불편해서 어려워.”


사람을 부축해 일으키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혼자 일어날 수 있으면 너한테 도와달라고 했겠냐? 잘 좀 잡아······.”


정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걸 본 선호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정우까지 안고 있는 상태에서 급히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바닥에 넘어졌다.


‘아차, 철현!’


바닥을 뒹굴며 그제야 철현을 붙잡고 있던 힘을 뺀 사실을 깨달았다. 급히 힘을 집중하며 철현을 찾았다.


“어?”


주먹을 뻗고 있던 자세로 굳은 철현이 눈에 들어왔다.


“너야?”


“그래. 기껏 살려줬더니 내동댕이치는 거냐? 그렇지 않아도 아파 죽겠는데 친구라는 새끼가 결정타를 먹이네.”


“미안. 미안. 놀라서 나도 모르게 피한다는 게······.”


만약 철현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쇠망치보다 훨씬 단단하고 위력적인 주먹은 분명 선호를 한 번에 죽일 생각이었다.


“조심해라. 아무리 네 능력이 뛰어나도 방심하고 있을 때 뒤에서 가하는 공격은 위험해.”


항상 주의하고 있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에 안전은 최우선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 철현을 순식간에 무력하게 만든 능력에 취해 완전히 방심했다. 이성을 되찾는 동안 철현을 붙잡고 있던 능력을 푼 사실도 잊고 있었다.


“크크크. 네 머리통 박살 난 것처럼?”


“그래. 이 새끼야. 그러니까 조심해. 넌 머리 박살 나면 나보다 훨씬 미친놈 될 게 뻔하니까 특별히 조심해. 하하하.”


“오키도키. 충고 고맙다. 미친놈아. 하하하.”


유일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두 사람은 처음으로 보통의 또래 친구들처럼 웃고 떠들었다. 선호의 능력으로 난장판이 된 창고 안엔 그 뒤로 한참이나 두 사람의 밝은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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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4. 약점이 없는 괴물이라고! 23.06.10 15 0 12쪽
54 53. 저건 너희가 한 거다 23.06.09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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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 저 가면… 꼭 배우고 싶다. 23.05.23 22 0 11쪽
» 40. 선호는 나와 같다. 23.05.21 23 0 12쪽
40 39. 너냐? 바둑이! 네가 그런 거야? 23.05.19 26 0 10쪽
39 38. 잡았다! 23.05.17 26 0 11쪽
38 37. 아직 그런 사이 아닌데……. 23.05.15 27 0 11쪽
37 36. 답답한 새끼야, 선아도 널 좋아하는 거잖아. 23.05.13 28 0 14쪽
36 35. 엄마의 영역 23.05.11 26 0 11쪽
35 34. 경찰서 앞 찐 맛집 뷰 23.05.09 2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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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초능력 범죄자도 지겨운데 이젠 좀비까지 23.05.05 30 0 10쪽
32 31. 엄마? 23.05.03 37 0 12쪽
31 30. 우리 애가 사이코패스라는 건가요? 23.05.01 41 1 11쪽
30 29. 이것이 사랑의 아픔…은 얼어 죽을, 어린 것들이 놀고 자빠졌다. 23.04.30 3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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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천벌 받을 새끼. 콱! 벼락이나 맞아 죽어라. 23.04.26 40 0 14쪽
27 26. 뭐든 하나만 하자. 이 미친놈아. 23.04.24 37 0 10쪽
26 25. 옜다. 선물이다. 23.04.22 3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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