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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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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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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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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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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 능력을 두 개나 쓰는 거야?

DUMMY

“선호야.”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막 나오는데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선호는 목소리를 찾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여기, 여기야.”


학생들 너머로 누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다. 안쓰러울 정도로 마른 체형에 며칠 잠을 못 잔 것 같은 퀭한 얼굴로 웃고 있는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찾아지지 않았다.


“누구···?”


“섭섭하다. 나야. 오타쿠.”


오타쿠는 한영이 정우를 부르던 별명이었다. 그러고 보니 비쩍 마른 얼굴에 어렴풋이 정우의 얼굴이 있었다.


“어? 저어ㅇ··· 야! 오랜만이다.”


정우의 이름을 얼버무리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동현아, 나 친구 와서 따로 가야겠다.”


“그래. 내일 보자.”


동현과 인사한 선호는 한달음에 정우 앞에 섰다.


“이야! 몰라보겠다. 어떻게 지내? 잘 지내지?”


“나보다 네가 더 잘 지내는 것 같은데? 그리고 너··· 센스 많이 좋아졌다? 네가 눈치 없이 내 이름 막 부르면 어쩌나 걱정했거든.”


정우는 한영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다. 흔한 이름이었지만, 함부로 이름을 떠들 수는 없었다.


“내가 좀 하지. 너 많이 사람 됐다? 근데··· 살을 너무 많이 뺀 거 아냐?”


“뭐, 좀 그렇지. 일단 자리 옮기자. 여긴 사람이 너무 많다.”


선호와 정우는 학원 뒷골목으로 향했다.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자 선호는 추궁하듯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


“하나씩 물어봐.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그래.”


“아, 그런가? 미안하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워서 그래.”


“새끼, 오글거리는 소리도 하는 거 보니 요즘 살만한가 보다? 근데 너··· 나 안 무섭냐?”


생글생글 웃던 정우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그러나 선호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 왜?”


“사람 죽였잖아. 살인자잖아.”


“에이, 난 또 뭐라고. 안 잡혔으면 됐지.”


선호의 대답이 뜻밖이라는 듯 정우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정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너도 나랑 비슷하네.”


“응? 뭐가? 야, 뭘 봐도 내가 낫지. 키도 내가 너보다 조금 더 클걸?”


“하하하.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근데 너 나 때문에 학교 그만뒀다며?”


“누가 그래? 네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명확히 말하면 네 탓은 아니지. 너나 나나 피해잔데 서로 탓할 게 뭐 있냐?”


“그럼 나 원망하는 거 아니야?”


“병신 뭐래. 내가 널 왜 원망하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디 가서 뭐라도 먹자. 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임마.”


정우는 옷깃을 잡아끄는 선호의 손을 슬그머니 뿌리쳤다.


“넌 다르겠지만··· 난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 친구라곤 너 하나밖에 없는데, 날 원망하면 어쩌나 꽤 걱정했어. 근데 역시 넌 그런 게 없구나.”


“무슨 소리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니까?”


“아니야. 오랜만에 얼굴 보러 왔던 거야. 그리고 쫓기는 주제에 CCTV 널리고 사람 많은 델 내가 어떻게 가냐?”


“아! 그러네. 그럼 어쩌지? 다음에 한적한 데서 볼까? 너 휴대전화 있지?”


“아니야. 내가 나중에 다시 얼굴 보러 올게. 그러니까 그때까지 나처럼 사고 치지 말고 잘 지내.”


“뭐래. 미친놈이. 못 알아들을 소리만 잔뜩 하고. 너도 다치지 말고 잘 지내. 잡히지도 말고.”


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피식 미소 지었다.


“이 새끼가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아까부터 자꾸 웃네? 무시하냐?”


“하하. 아니야. 그냥··· 신기해서. 진짜 간다··· 아,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뭔데?”


“넌 왜 능력을 안 쓰는 거야? 병원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아직도 무서운 거야?”


정우는 괜찮다고 했다. 친구니까 약점도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선호는 아직도 미안했다. 엄마 아빠 외에 미안한 감정을 가져본 건 정우가 처음이었다. 만약 능력을 사용했다면 정우가 다칠 일도, 끔찍한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지 모른다는 후회가 마음 한켠에 늘 있었다.


“응. 근데 지금은 반반이야.”


“반반? 그럼 나머지 반은 뭔데?”


“능력이 생긴 건 좋은데, 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지만··· 평범하게 살고 싶어. 능력이 알려지면 좋든 싫든 여러 가지 일에 얽히고, 본의 아니게 주변에 피해를 줄 수도 있잖아. 특히 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또 곤란한 건 보기 싫거든.”


자식이 당한 심한 괴롭힘을 알게 됐을 때의 표정, 학교와 경찰서를 찾아가 분노하던 표정, 그런 엄마 아빠의 얼굴을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이마저도 학습된 건지, 혈연관계의 본능인지 모르나 엄마 아빠만큼은 상처받지 않길 바랐다.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고, 아무 일도 당하지 않게, 그냥 그렇게 조용히 평범하게 살고 싶어.”


‘누구에게도 당하지 않을 힘’이라는 전제는 일부러 꺼내지 않았다.


“나한테 있었던 일처럼?”


“비슷해. 전에도 얘기했던 것처럼 널 보면서 참고가 많이 됐거든.”


“왠지 너답다. 나도 너처럼 생각했으면 좋았을 텐데··· 진짜 간다. 다음에 보자.”


정우는 손을 흔들며 먼저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뒤이어 선호도 골목을 나섰지만, 정우의 뒷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정말 어제 쌍둥이를 멈춘 게 정운가? 그럼 사람들 조종한 건? 그새 동료라도 만들었나? 에잉~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나선 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잔뜩 하고. 뭐가 비슷하고 뭐가 다르다는 건지··· 확실히 대가리를 제대로 다친 게 확실해. 쯧쯧, 불쌍한 놈.’


선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TV 꺼지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 평소와 달리 엄마 아빠는 부산하게 선호를 맞았다.


“왔어? 저녁 아직 안 먹었지?”


목소리와 표정도 어딘가 어색했다.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 엄마 아빤 잔다.”


‘확실히 이상해. 아무리 일찍 들어가도 11시까지 드라마 다 챙겨 보더니, 오늘은 왜 저러지? TV에 내가 보면 안 되는 거라도 있었나?’


방으로 들어온 선호는 유튜브에 접속했다. 먼저 뉴스를 검색했다. 실시간 뉴스 목록을 훑어보는데 익숙한 단어가 눈에 띄었다.


‘동부 고등학교 미스터리’


선호가 다녔던 학교다. 동영상을 클릭하자 익숙한 학교를 배경으로 기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보고 계시는 F시의 한 고등학교에 오늘 오전 긴급 휴교령이 떨어졌습니다. 오늘 오전 9시, 전교생이 등교한 가운데 십여 명의 괴한이 학교에 침입했습니다. CCTV 영상을 보면, 복면을 쓴 괴한은 학교 곳곳에 불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불길이 번지자 화재 경고음이 울리고, 학생들은 교사들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를 시작합니다.”


영상엔 복도, 계단에서 대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모자이크 처리된 채 흘러나왔다.


“그런데 대피 중 문제가 발생합니다. 계단을 내려오던 학생들이 일제히 넘어집니다. 곧이어 일부 학생이 넘어진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모자이크로 가렸음에도 영상은 학생들이 넘어지기 직전 멈췄다.


“저희가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이보다 끔찍한 일도 담겨 있었습니다. 학생뿐 아니라 일부 교사들까지 학생들을 공격했습니다. 흡사 영화 속 좀비와 유사합니다. 이성을 잃은 것처럼 눈에 보이는 대로 달려들어 끔찍한 폭력을 자행합니다. 이 사태는 경찰이 출동해 진압할 때까지 무려 30분간 지속됩니다.”


화면이 바뀌고 지친 표정이 역력한 경찰 한 명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저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넘어지고 부상 당한 학생들로 인해 진입이 어려웠습니다. 소방대원들과 학생들을 구조하며 진입했을 때는··· 보기 힘들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마치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학생들을 공격하고······.”


다시 기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나 폭력을 저질렀던 교사와 학생들은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경찰은 능력자의 소행에 초점을 두고 동일 범죄와 범죄자를 대상으로 조사 중이며······.”


선호는 서둘러 학교 이름을 검색했다. 예상대로 당시 상황을 찍은 학생들이 올린 영상이 상당했다. 일일이 영상을 확인한 선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한 명이었다.


‘정우?’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찍어 올린 영상은 이틀 전 학원 앞에서 본 장면과 똑같았다.


‘그때 우연히 학원 앞에서 날 본 건가? 그럼 오늘 이 난리를 치고 날 찾아온 거야? 미쳤네. 둘이 만날 걸 들키면 나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거잖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야. 복수도 좋지만, 이건 너무 직설적이잖아. 더군다나 뉴스에 나올 정도로 일을 키우면 어쩌자는 거야? 하아~ 미친놈.’


학교에 원한을 품은 용의자를 뽑으면 정우가 1순위일 게 뻔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선호에게 연락이 올 수도 있었다.


‘설마 벌써 경찰에서 연락 왔나? 그래서 엄마랑 아빠가 그렇게 당황한 거고? 친구 같은 소리하고 있네. 미친 새끼. 인생에 도움이 안 돼요.’


하지만 정우라고 의심하기엔 능력이 너무 달랐다. 게다가 CCTV 영상엔 조정된 사람만 나올 뿐 움직임이 멈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공범이 있는 건가? 학원 앞에서 쌍둥이 당할 때 능력은 아무리 봐도 정우가 맞는 것 같은데··· 아니면······.’


불가능한 상상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설마 이 새끼, 능력을 두 개나 쓰는 거야?’


아직 서로 다른 두 성질의 능력을 쓰는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능력을 밝히기보다 숨기는 사례가 훨씬 많았기에 이미 공개된 사례를 전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었다.


‘아니야. 넓게 보면 전혀 다른 성질이라고 보기 어려워.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와 움직이게 한다. 관점에 따라선 비슷한 성질이라고 볼 수도 있어. 와··· 만약 정우의 능력이라면 엄청난 발전인데?’


타인의 몸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절대복종하는 부하를 거느린 수준이 아니다. 활용하기에 따라 훨씬 다양하고 위험한 능력이었다.


엄마가 어떤 식으로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고민은 잊었다. 대신 정우 능력의 활용 범위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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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엄마의 영역 23.05.11 26 0 11쪽
35 34. 경찰서 앞 찐 맛집 뷰 23.05.09 26 0 9쪽
» 33. 능력을 두 개나 쓰는 거야? 23.05.07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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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 엄마? 23.05.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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