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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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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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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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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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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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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6. 보통 열정적인 게 아닌 오타쿠

DUMMY

간간이 불어오는 비릿한 도시의 밤바람이 오늘따라 스산하게 느껴졌다. 벌써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나타나야 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원초적인 두려움은 점점 커졌다. 게다가 어색하다.


‘왜 안 오는 거야? 이 새끼랑 단둘이 있으려니 어색해 죽겠네.’


생명의 위협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목줄이 있었더라도 대만이 한 짓은 배신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개코를 처치할 수 있지만, 강함이 미안함을 해소시키진 못했다.


어색하고 불편한 건 개코도 마찬가지였다.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양회장처럼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종일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게다가 이런 쓰레기 자식이랑 같이 있는 것도 불편해 죽겠다고. 언제 또 배신할지 모르는 놈이랑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그래도 오늘은 산에서 만나지 않는 게 다행이다. 정체도 모르는 미친놈의 꼬붕 짓 하는 것도 서러운데 밤마다 산을 헤매는 것도 만만치 않게 못할 짓이었다.


다행히 어색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선호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평소와 달랐다. 저승사자 복장 대신 온통 검은색 옷에 모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외향이야 달라질 수 있다지만, 행동이 영 이상했다. 항상 머리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던 것과 달리 멀찍이, 그것도 넘어질 듯 말 듯 불안한 자세로 착지했다. 대만과 개코를 향해 다가오는 걸음도 비척비척 불안했다.


“여~ 일찍 왔네? 뭐 하고 있었어?”


발음도 어눌하고 꼬였다. 비틀거리며 가까이 다가온 선호에게서 술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선생님, 약주 하셨습니까?”


대만은 가증스러울 정도로 최대한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개코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면서 질세라 선호를 걱정했다.


“어이쿠, 많이 취하셨네요. 이런 날은 좀 쉬시고 명령만 주시죠. 저희가 다 알아서 했을 텐데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간사한 새끼가.’


‘남 말하고 있네. 야비한 새끼.’


얼굴엔 비굴한 웃음을 가득 머금으면서도 속으론 서로를 욕했다.


“후우~ 힘들다. 힘들어. 미친년 하나 때문에 내가 왜 이 고생인지 모르겠다. 아이고, 죽겠다.”


“힘든 일 있으셨나 봐요? 말씀만 하세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번엔 개코가 먼저 나섰다.


“됐어.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년이 아니야. 그것보다··· 보고 할 거 있다고?”


말을 하면서도 선호는 균형 잡히지 않는 몸을 계속 비척거렸다.


“예. 말씀하신 그 여자, 찾았습니다.”


“뭐? 찾았다고?”


선호보다 대만이 먼저 놀라 소리쳤다. 그런데 놀란 목소리와 달리 얼굴엔 홍조와 함께 미소가 가득했다.


“왜? 뭐 잘못됐냐? 그리고 왜 그렇게 좋아해?”


“조, 좋아하긴 누가? 선생님께서 궁금하시던 걸 찾았다니 기뻐서 그렇지.”


개코의 도끼눈에 움찔 놀란 대만은 딴청을 부렸다. 뭔가 있다는 의심이 들면서도 대만을 무시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ZZ시에 ZZ 대학교 아십니까?”


선호가 다니는 학교였다.


‘이 새끼 그래서 우리 학교 왔구나.’


“응. 알아.”


“그 학교에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사진도 찍긴 했는데 조금 멀어서······.”


선호의 흔들리는 시야에 휴대전화 화면이 들어왔다. 확대해서 찍은 탓에 선명하지 못한 긴 생머리 여자가 있었다. 정신을 집중해 얼굴을 확인하려 해도 자꾸만 눈앞이 흔들렸다.


“야, 가만히 좀 있어 봐. 자꾸 흔들려서 못 알아보겠잖아.”


허리 힘줄이 끊어졌는지 자꾸만 흔들리는 상체에 고개까지 흔들리는 것도 모자라 눈도 맹하게 풀려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호를 탓할 수 없었다. 대신 흔들리는 선호의 시선에 맞춰 열심히 휴대전화를 움직였다.


“그래. 진작 그럴 것이지. 이제 좀 보이네. 어디 보자··· 아이씨, 가만히 좀 있어보라니까. 그래. 옳지. 오··· 예쁜 것 같은데? 긴 생머리에 키도 크고, 날씬한데 가슴은 좀 아쉽고··· 운동장인가? 운동복도 입고 있네. 아, 달리기하네. 달리기··· 달리기이··· 히익!”


사진을 옆으로 넘기며 한 장 한 장 유심히 보던 선호가 눈을 번쩍 뜨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화들짝 놀란 대만과 개코는 황급히 선호를 붙잡아 일으켰다.


“왜 그러십니까? 뭐 문제 될 게 있습니까?”


“이 새끼야! 도대체 무슨 사진을 보여드렸기에 선생님께서 이렇게 놀라시는 거야?”


눈물겹게 거짓 충성을 표현하는 대만이 아니꼬웠지만, 개코는 애써 무시하고 선호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기분이 상한 것 같진 않았다. 다만 아직 원인 모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미··· 미친··· 이게 말이 돼? 이래도 되는 거야? 아냐. 잘못 봤을 거야. 내가 취해서 잘못 본 거야.’


개코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낚아챘다. 알딸딸하던 정신도 멀쩡히 돌아오고, 시야도 뚜렷했다. 엄지로 화면을 넘기며 사진을 자세히 봤다.


‘젠장, 맞잖아!’


먼 거리에서 확대한 사진이라 얼굴이 선명히 보이진 않지만, 확실히 서연이었다. 떨리는 손은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왜··· 그러십니까?”


개코는 휴대전화를 주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선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의아한 눈으로 대만을 봤지만, 대만 역시 모르는 눈치였다.


‘설마 다 알고 접근한 건가? 내가 대만을 데려간 걸 알고? 어떻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는데? 아냐. 세상엔 상상 이상의 능력자들이 무수히 많아. 어떤 방법으로든 내 정체를 알아차렸을 수도 있어. 젠장, 힘만 믿고 너무 방심했어.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최근 며칠 동안 서연의 행동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정체를 확인하려는 말이나 의심스러운 행동이 없었는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세세히 떠올렸다. 그러나 선호의 머릿속에 그려진 서연의 모습은 제멋대로 착각하고 동질감 느낀 미친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야. 아직 섣부르게 판단하긴 일러. 괜히 먼저 설레발 떨다가 들킬 수 있어. 당분간은 모르는 척 지켜보자.’


“둘 다 잘 들어.”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든 선호 앞엔 말 잘 듣는 개 두 마리가 있었다.


“이 여자는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 당분간 추적하지 마. 대신, 둘 다 Y특공대를 좇아.”


“네? Y특공대요? 인터넷에 나오는 그 여자들이요? 그건 갑자기 왜······.”


대만과 달리 선호가 Y특공대를 좇는 이유를 모르는 개코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세한 얘기는 대만한테 듣고 지금은 시키는 대로 해.”


대만을 탈출시키려던 고속비행 능력자가 Y특공대의 빨강이 아닐까로 시작된 의심은, 고속비행 능력자가 서연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져. 서연이 Y특공대의 빨강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낳았다.


‘서연을 추적하다 보면 이것들 시야에 내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 그건 피해야 해. 지금은 차라리 역으로 Y특공대부터 쫓아야 해. 그게 가장 안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추적당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대만과 개코를 시작으로, 황금 은행 양회장, 중앙본부 특수부, Y특공대까지 직접 찾아내 처리하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건 지극히 평범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선호의 방식이 아니었다.



“왁!”


뒤에서 소리 지르며 체중을 실어 어깨를 짓누르는 바람에 하마터면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고개를 돌리자 반가운 얼굴로 활짝 웃고 있는 서연이 있었다.


“지금 학교 오는 거야? 어제는 잘 들어갔어?”


‘저건 아무리 봐도 연기가 아닌데······.’


목적을 갖고 접근했다면, 컨셉을 ‘미친년’으로 잡을 리 없다.


“응. 넌? 많이 취한 것 같던데.”


“아냐. 많이 안 취했어. 근데 넌 어떻게 술자리에서도 그렇게 말이 없니? 친구 없는 거 너무 티 내는 거 아니야?”


“친한 애들도 없고,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머, 얘 봐? 어울리면서 친해지는 거지. 그러니까 네가 친구가 없는 거야. 너 계속 그러면 왕따 당한다? 어머, 설마 너 학교 다닐 때 왕따 당했던 거 아냐? 응? 말해봐. 고등학교 때 어땠어? 어땠냐고.”


‘하아··· 미친년이 진짜······.’


절대 연기가 아니다. 순진한 척 속을 박박 긁어대는 철딱서니는 절대 연기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니야. 상대하지 말자. 상대하지 말자.’


서연이 Y특공대여도 문제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것 만해도 피곤해 죽을 지경인데, 돈을 노리는 악당으로 상대할 생각을 하니 벌써 피곤이 몰려왔다.


“어! 명준이다. 나 먼저 갈게.”


명준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도망치듯 달려갔다.


“야, 빨리 걸어. 빨리 걸어.”


나란히 서서 어깨를 부딪치며 속보를 강요했다. 영문을 모른 명준은 힘겹게 선호의 걸음을 따라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서둘러 문을 닫은 선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뭐 하냐? 누구한테 쫓겨?”


“아니. 오줌 마려워서. 너도 화장실 온 김에 물 한 번 빼고 가라.”


“뭐래. 미친놈이. 너나 시원하게 싸라. 그나저나 너 요즘 분위기 좋더라?”


“분위기? 무슨 분위기?”


“서연이랑 엄청 친해진 것 같던데? 너희가 사귄다는 소문도 있어.”


“어떤 새끼가!”


소변을 보던 선호가 버럭 소릴 지르며 몸을 돌렸다. 덕분에 노란 물줄기가 명준을 향했다. 황급히 몸을 피해 다행히 참사를 면한 명준도 질세라 마주 소리쳤다.


“미친 새끼야! 오줌 묻을 뻔했잖아!”


그제야 자신의 몰골을 확인한 선호는 황급히 소변기를 향했다. 명준은 선호의 과민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근데 너 그 반응은 뭐냐? 좋아서 놀라는 게 아닌데? 왜? 서연이 별로냐? 가슴이 작아서? 아니지. 네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잖아. 서연이 같은 애랑 사귈 기회가 있으면,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서라도 사귀어야지.”


“너는 모른다.”


“뭘? 내가 뭘 모르는데?”


“있다. 그런 게. 묻지 마라. 괴로우니까.”


소문의 출처를 찾아내 정의의 심판을 내려주고 싶은 심정을 꾹꾹 눌렀다.


“배 부른 소리 하고 있다. 나도 평소에 달리기나 좀 해둘걸. 그럼 이번 기회에 친해졌을 텐데······.”


“그러게 평소에 달리기 좀 하지 그랬냐? 만날 집에서 컴퓨터나 하니까 몸이 그따위 아니냐? 네가 달리기만 잘했어도 내가 걔랑 엮이는··· 가만, 너 요즘 바쁘냐?”


순간 머릴 스치는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바쁠 게 뭐 있겠냐? 만날 집에서 컴퓨터만 하는데?”


“비아냥거리지 말고. 새끼야. 안 바쁘지? 그럼 알바 하나만 해라.”


“알바?”


마침 알바를 구하던 명준에게 솔깃한 제안이었다.


“응. 아는 사람이 최근에 Y특공대에 푹 빠졌더라. 그래서 자료를 모으는데··· 이 사람 취향이 좀 독특해. 인터넷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잔뜩 원하더라고.”


“인터넷에 공개되지 않은 자료? 실물이나 정체를 원하는 거야? 아님··· 야한 거?”


“변태 새끼가 생각하는 거 하고는··· 정체를 알면 좋고, 그 외에 경찰이나 정부에서 취급하는 자료 같은 거 말이야. 너 해킹 X라 잘 하잖아. 그 정도 할 수 있지 않아?”


우연히 알게 된 명준의 해킹 실력은 해커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뛰어났다. 그 실력을 빌려 Y특공대의 정체를 밝힐 자료를 얻을 생각이었다.


“친구라는 새끼가 이젠 범죄까지 의뢰하네. 미쳤냐? 뭐? 경찰이나 정부에서 취급하는 자료?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그리고 그런 자료가 왜 필요한 건데?”


“난들 아냐? 남들은 모르는 자료를 혼자 간직하고 싶다나? 그런 변태 아저씨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다만, 나쁜 짓이나 범죄가 목적은 아닐 거야. 그런 사람은 아니거든.”


“그거 혹시 너 아니야? 너··· 왕가슴 오타쿠잖아. Y특공대 언니들 몸매에 반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목적은 전혀 다르지만, 속내를 들킬 것 같아 순간 움찔했다.


“내가 왕가슴 오타쿠인 건 맞는데··· 내가 너한테 줄 돈이 어딨냐? 알바로 근근이 살아가는 불쌍한 대학생이 고작 그런 거 얻자고 돈 쓰겠냐?”


“하긴··· 너 거지인 건 내가 잘 알지. 그래서? 얼마나 줄 수 있대?”


“어? 너 할 거야?”


“들어보고. 나도 그쪽 세계에선 나름 이름 있는데 푼돈에 움직일 수는 없잖아.”


이렇게 쉽게 수락할지 몰라 액수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돈 얘기는 정확히 못 들었는데··· 그래도 적게 주진 않을 거야. 돈 많은 사람이니까. 대신 정보 가치에 따라 금액은 다를 거야. 만약 정체를 알아내면 엄청 많이 줄지도 몰라.”


“도대체 얼마나 부자길래? 자산이 한 300억쯤 있대?”


또 뜨끔했다.


‘이 새낀 진짜 뭘 알고 하는 소린가? 어떻게 금액을 저렇게 정확히 맞히는 거야?’


“그것까진 나도 모르지.”


“아··· 아쉽다. 정체만 알아내면 엄청 뜯어낼 수 있을 텐데······.”


“응? 왠지 대사가 결론적이다? 불가능하다는 거야?”


“이 새끼··· 날 빙다리 핫바지로 봤네. 너 내가 Y특공대를 얼마나 열렬히 사랑하는지 모르는구나? 내가 그동안 그런 것도 알아보지 않았겠냐?”


“엥?”


“벌써 다 뒤져봤지. 방송국, 신문사, 경찰, 검찰, 국정원··· 심지어 CIA까지 싹 뒤졌는데도 못 찾았어. Y특공대 정체는 아무도 몰라.”


입을 쩍 벌린 선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보통 오타쿠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열정적으로 집착하는 오타쿠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럴 수 있나? 아니, 그걸 떠나서··· 이 미친놈은 정도라는 게 없어? 무슨 배짱으로 그 위험한 곳을 다 뒤져본 거야? 이 새끼한테 괜히 말했나? 이러다 나까지 X 되는 거 아냐?’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럼 알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야?”


“정체는 알 수 없다는 거지. 대신 알려지지 않은 정보는 제법 있어. 진위여부가 확인된 것도 조금 있고. 예를 들어서 얼마 전에 경찰에서 테러범 대치 영상하고 Y특공대 영상을 분석한 자료가 있거든. 검은색 쫄쫄이 입은 능력자 2명인데, Y특공대 빨강, 보라랑 능력이 비슷해서 조사했나 봐.”


‘빨강, 보라랑 비슷한 능력의 검은색 쫄쫄 2명? 혹시···?’


“신체 비교는 불일치 나왔는데··· 이것 봐.”


명준은 휴대전화에 영상 하나를 띄워 선호에게 내밀었다. 비호와 매눈이 확인한 그 영상이었다.


“몸매가 완전히 다르지? 체형도 불일치 나왔어. 다른 사람이라는 거지. 그런데 경찰에서 한 가지를 더 비교했더라. 손이야. 봐. 일치. 일치율이 무려 98%야. 이 자료 보고 확인해 봤는데 이 정도면 완전히 같은 사람이라는 거야.”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새끼 넋 놨네. 놀랐냐? 나도 X라 놀랐어. 그 끝내주는 몸매가 사기라는 것도 놀랐지만, Y특공대가 영웅이 아니라 테러범이라니··· 난 아직 경찰이 착각한 거라고 믿고 싶은데··· 이 새끼 봐라. 아직도 정신 못 차리네.”


이어진 명준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서연이 정말 빨강이었어. 서연이 내 돈을 노리고 있는 그것들 중 하나였어. 그럼 정말 내 돈을 노리고 접근한 건가? 이미 내 정체를 다 파악하고 있는 거야?’


“야! 정선호!”


“응. 응?”


넋 놓고 있던 선호는 화들짝 놀랐다.


“너 왜 그러냐? 능력자한테 관심 하나도 없던 놈이 이런 걸로 넋을 놓고 있어? 설마··· 자료 필요했던 게 너 아냐? 맞지? 이 새끼··· 순진한 척하더니 왕가슴에 빠졌었네. 그런데 어쩌냐? 다 구라라는데.”


“근데 그게 되나? 체형을 그 정도로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닐걸? 근데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닌가 봐. 체형을 바꿀 수 있는 능력자도 있고, 특수한 장비를 착용했을 수도 있고. 야, 근데 그렇게 아쉽냐? 정신 차려. 어차피 유튜브 스타잖아. 연예인 같은 존재라고. 우리랑 엮일 일 없는 다른 세계 사람이야. 그런데 뭘 그렇게 놀라냐?”


“그냥··· 너무 황당해서··· 그럼 경찰도 Y특공대를 쫓고 있겠네?”


“그거야 나도 모르지. 난 흔적 남지 않는 자료만 취급하니까. 경찰 내부망 잘못 건들면 진짜 X 되거든. 그나저나 이 정도 자료면 얼마나 줄까? 어? 네 생각엔 얼마나 줄 것 같아?”


명준은 실실 쪼개며 선호의 눈치를 살폈다. Y특공대의 자료를 원하는 게 선호라고 확신한 눈치였다.


“글쎄··· 일단 물어볼게.”


“뭘 물어봐. 그냥 적당히 한 장만 달라고 해. 어차피 갖고 있던 자료 넘겨주는 건데 많이 달라고 하기엔 양심에 찔린다.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그렇지?”


“알았어. 그렇게 말할게. 일단 들어가자. 수업 시작했겠다.”


명준의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선호는 여전히 얼빠진 얼굴로 먼저 화장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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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 선호는 나와 같다. 23.05.21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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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 잡았다! 23.05.17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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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답답한 새끼야, 선아도 널 좋아하는 거잖아. 23.05.13 28 0 14쪽
36 35. 엄마의 영역 23.05.11 26 0 11쪽
35 34. 경찰서 앞 찐 맛집 뷰 23.05.09 2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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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초능력 범죄자도 지겨운데 이젠 좀비까지 23.05.05 30 0 10쪽
32 31. 엄마? 23.05.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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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이것이 사랑의 아픔…은 얼어 죽을, 어린 것들이 놀고 자빠졌다. 23.04.30 32 0 16쪽
29 28. 너야? 네가 개코야? 23.04.28 38 0 9쪽
28 27. 천벌 받을 새끼. 콱! 벼락이나 맞아 죽어라. 23.04.26 40 0 14쪽
27 26. 뭐든 하나만 하자. 이 미친놈아. 23.04.24 37 0 10쪽
26 25. 옜다. 선물이다. 23.04.22 3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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