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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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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2,240
추천수 :
20
글자수 :
323,230

작성
23.05.01 18:30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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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0. 우리 애가 사이코패스라는 건가요?

DUMMY

문을 열고 들어서자 웬일로 엄마 아빠가 말끔한 옷을 입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뭐야? 어디 가?”


아빠는 검정색 정장, 엄마도 흰색 블라우스 검은색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K시에 사시는 고모할머니 알지? 조금 전에 돌아가셨다고 연락 왔어. 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지금 갈 건데, 선호 너도 갈래?”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가족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모할머니를 뵌 건 거의 10년 정도 됐지만, 얼굴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난 그냥 집에 있을게요. 다녀와.”


“그럴래? 아마 새벽에나 돌아올 것 같으니까 먼저 자. 밥은 다 차려놨으니까 찌개만 데워서 먹으면 돼. 알았지?”


“응.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명절을 포함해 가족 행사 때문에 집을 비울 때면 엄마는 항상 안쓰러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평소라면 농담이라도 건넸을 아빠도 말이 없었다.


원인은 선호에게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장례식장을 찾은 선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할머니 영정사진 주변 가득한 꽃이었다.


“엄마, 꽃 예쁘다.”


그러나 슬픔에 잠긴 엄마는 어린 선호의 관심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장래가 치러지는 사흘 내내 선호의 관심은 오로지 꽃이었다. 아직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린 나이이기에 아무도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3년 뒤 외할아버지의 장례에서도 선호의 관심은 이별, 슬픔과 거리가 멀었다.


“이모 반지 되게 예쁘다.”


영정사진을 보고 통곡하며 쓰러지는 엄마, 엄마를 부축해 위로하는 아빠, 함께 슬픔을 나누는 친척들보다 이모 손에 있는 반지에만 관심을 보였다. 죽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슬픈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화장장에서 가족 모두 슬픔을 표현할 때도 선호는 투정만 부렸다.


“집에 언제 가는 거야? 그만 가자. 나 심심하단 말야.”


보다 못한 엄마의 꾸중이 쏟아졌다.


“언제까지 이렇게 철없이 굴래? 외할아버지 마지막 가시는데 그걸 잠깐 못 참아? 네가 어린애야?”


“무슨 소리야? 가다니? 외할아버지 죽었다며?”


“그래. 돌아가셔서 이젠 영영 볼 수 없잖아.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곁을 지켜드려야지.”


“왜? 죽으면 끝이잖아. 다시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힘들어야 해?”


초등학교 4학년이나 돼서도 철이 없다며 집안 어른들을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몇 달 후 추석에 할아버지가 사는 시골집에 모였다. 마당에서 강아지랑 놀던 선호가 온몸에 피를 묻히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몸 어디에도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엄마는 선호를 추궁했다.


“무슨 일 있었어? 이 피는 다 뭐야? 응?”


선호가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선호의 반응은 몰골과 반대로 지극히 평온했다.


“내 피 아니야. 강아지 피야.”


“강아지? 강아지가 왜?”


“나랑 놀다가 지나가는 차에 밟혔어.”


해맑게 장난치던 강아지의 죽음을 목격한 것치곤 지나칠 정도로 무덤덤했다.


“정말? 어떡하니··· 넌 다친 데 없고?”


“응. 난 괜찮아. 강아지만 다쳤어. 다쳐서 버렸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은 선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버렸어. 제대로 못 움직여서 도랑에 버렸어. 그래서 피 묻은 거야.”


“버··· 버렸다고?”


“응. 못 움직이니까 이제 필요 없잖아. 근데 엄마··· 이 옷 어쩌지? 빨면 지워질까? 나 이 옷 좋아했는데 아깝다. 똑같은 걸로 또 사주면 안 돼?”


원인을 알 수 없던 위화감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엄마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차가운 얼음물에 쓸려가듯 정신은 혼미해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직 어리고 철없을 뿐이라며 넘기던 선호의 모든 행동은 ‘공감 능력 결여’라는 한마디로 정의됐다.


“다행히 공격적인 성향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이익에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고, 보편적인 감정이나 의식, 행동, 그리고 죄책감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그 말씀은··· 우리 애가 사이코패스라는 건가요?”


“보통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라는 자극적인 단어와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반사회성 인격장애’라고 볼 수 있는데··· 아직 선호에게 지속적인 반사회적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선호를 검사한 신경정신과 담당 의사의 말은 전혀 위로되지 못했다. 엄마는 무너지는 심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아빠 품에 안겨 눈물을 터뜨렸다.


“어떡해··· 우리 선호 어떡해······.”


“괜찮아. 치료하면 될 거야. 걱정하지 마. 그렇죠? 치료하면 괜찮아지겠죠?”


“어머님, 아버님. 제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주세요. 아직까지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대한 치료법은 없습니다.”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지만,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선호의 경우는 질병이 아니라 장애입니다. 장애는 확실히 불편합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꾸준한 관리와 노력으로 장애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들을 보세요. 때론 비장애인보다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죠. 선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부족하지만, 학습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합니다. 지금 선호의 모습이 좋은 선례죠.”


의사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선호의 검사 결과 폭력성이 나타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선호는 조금도 폭력성을 보이지 않습니다. 원인은 어머님 아버님께서 훌륭하게 선호를 키우신 덕입니다. 지금처럼, 아니··· 이제 명확한 증상을 아셨으니 다양한 부분에 신경 써서 선호에게 사회적인 부분을 가르치시면 됩니다. 비록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라 쉽진 않겠지만, 곁에서 꾸준히 도와주신다면 사회생활 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엄마 아빠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선호의 공감능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감과 이해는 불가능해도 학습은 가능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반응은 학습될 수 있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는 없어도, 그 모습을 본 일반적인 반응을 흉내 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썩 순탄치 못했고, 그 모습을 친척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선호를 괴물 보듯 하는 친척들의 시선, 그 시선에서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집안 모임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렇게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지금의 선호였다. 본성은 바뀌지 않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지극히 평범했다.


예컨대, 한영의 가방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폭력을 당할 때도 애꿎은 정우 핑계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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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이 새끼는 왜 오늘따라 안 보이는 거야?’


언제나처럼 간식과 돈을 바치지 못한 죄로 어김없이 먼저 폭력의 희생양이 되고 있을 정우가 원망스러웠다.


‘그 새끼만 있었어도··· 먼저 처맞으면서 저 자식 힘을 조금이라도 빼놨어도······.’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 저 미친 자식은 그래도 때렸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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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속마음은 애꿎은 정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철저히 현실적인 결론, 말 그대로 정우가 먼저 희생양이 됐더라도 폭력의 수준이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냉정한 판단이었다.


훗날의 일이지만 뉴스를 통해 다리 테러를 접했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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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보가 미등록 위반 감면받으려고 거길 가냐? 사람 구한 대가로 등록하라는 거랑 뭐가 달라? 하여간 공무원들 생각하는 거 하고는··· 당신들이나 X뺑이 치세요. 영웅놀이 해봤자 손해만 보는데 누가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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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며 무시한 것도 개인의 이득에 절대적으로 우선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한 본성 때문이었다. 결국 물에 빠진 시민을 구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Y특공대를 엿먹이려는 의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최준화 반장과 처음 격돌했을 때 시민을 구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야 피해를 입든 말든 상관없지만, 괜한 희생으로 용의선상에 오르느니 귀찮아도 사람을 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결국 지금까지 선호가 보인 모든 행동은 철저히 자신의 이득에 우선한 것뿐이었다.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나? 아무도 없으니까 엄청 휑하네.”


설날 이후 집에 아무도 없는 건 처음이다. 항상 웃음이 끊길 정도로 화목하고 행복하기만 한 집은 아니나 엄마의 온기와 아빠의 의젓함··· 아니, 엄마의 의젓함과 아빠의 보조가 적당히 어우러져 사람 사는 냄새가 풍부한 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어색한 공기만 감돌았다.


“그냥 따라간다고 할 걸 그랬나?”


하지만 이내 진저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친척들의 차갑고 어두운 눈빛이 떠올랐다.


“으으~ 아니야. 생각만 해도 끔찍해. 어렸을 때 실수 조금 한 걸 가지고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쳐다보냐. 아오~ 징그러운 사람들. 세뱃돈은 좀 아쉽긴 하지만 안 보는 게 속 편하지.”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식탁엔 엄마가 꺼내놓은 반찬이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냄새를 좇아 찌개를 데우기 위해 싱크대로 향하는데 창밖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렸다.


“꺄아악! 사람 살려. 사람 좀 살려주세요!”


다급한 외침이 아파트를 울렸다. 하지만 선호는 신경 쓰지 않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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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 너냐? 바둑이! 네가 그런 거야? 23.05.19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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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엄마의 영역 23.05.11 25 0 11쪽
35 34. 경찰서 앞 찐 맛집 뷰 23.05.09 24 0 9쪽
34 33. 능력을 두 개나 쓰는 거야? 23.05.07 28 0 11쪽
33 32. 초능력 범죄자도 지겨운데 이젠 좀비까지 23.05.05 27 0 10쪽
32 31. 엄마? 23.05.03 32 0 12쪽
» 30. 우리 애가 사이코패스라는 건가요? 23.05.01 38 1 11쪽
30 29. 이것이 사랑의 아픔…은 얼어 죽을, 어린 것들이 놀고 자빠졌다. 23.04.30 31 0 16쪽
29 28. 너야? 네가 개코야? 23.04.28 3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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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뭐든 하나만 하자. 이 미친놈아. 23.04.24 3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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