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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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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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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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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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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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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 저 가면… 꼭 배우고 싶다.

DUMMY

* * *


“철현하고 조폭들은 정우가 데리고 사라졌어. 어떻게 됐는지는 나도 몰라. 아직 내 정체를 알고 접근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잘 해결했겠지. 그리고 정우도 그날 본 게 마지막이야.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소식이 없어. 선아는··· 얼마 후에 바로 유학 갔어. 아무래도 충격이 상당했겠지. 납치도 모자라 맞고 기절까지 했잖아. 뭐? 에이~ 아니야. 아무것도 없어. 동현이도 선아가 날 좋아했다고 말하던데, 말이 되냐? 걔가 왜 날 좋아해? 그냥 친구야. 친구.”


등신······.


“아무튼, 그 뒤론 별거 없어. 계속 훈련 했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지금처럼 대학도 올 수 있었던 거야.”


“뭐 하냐? 어디 보는 거야?”


명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예쁜 여자라도 있냐? 왜 자꾸 딴 데 보고 있냐?”


‘아이씨, 깜짝이야. 이 새끼 진짜 뭘 알고 이러나?’


제4의 벽을 넘어 얘기할 때마다 껴드는 명준이 거북하면서도 신기했다.


“보긴 뭘 봐? 밥이나 처먹어.”


“다 먹고 일어나자고 얘기하는데 네가 엉뚱한 데 보고 있었잖아.”


“아, 그런 거였냐? 미안. 그럼 이제 일어나자··· 응?”


식판을 들고 일어서려는데 익숙한 샴푸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선호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밥 다 먹은 거야?”


윤기 나는 긴 생머리를 쓸어넘기는 서연의 부드러우면서도 명료한 목소리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덜 먹었나? 밥 먹는데 내가 방해한 거 아니야?”


“어, 어? 아니··· 아니야. 다 먹었어.”


“그럼 나 잠깐 앉아도 될까?”


서연은 자연스럽게 맞은편, 명준 옆자리에 앉았다. 당황한 건 명준도 마찬가지였다. 눈빛과 표정으로 이 상황에 관해 묻고 있지만 대답해 줄 말이 없었다. 서연의 행동이 가장 의아한 건 선호였다.


“할 말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매료될 것 같은 빛나는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호 너······.”


‘내 이름을 알고 있어! 내 이름을 알고 있었어!’


하아··· 얘 정말 어쩌면 좋지? 고작 이름 한 번 불렸다고 선호의 가슴은 더욱 세게 방망이질 쳤다.


“혹시 달리기 하니?”


“응?”


서연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전에 명준이랑 얘기하는 거 얼핏 들은 것 같아서. 아침마다 조깅하지 않아?”


이름 불렸다고 표정 관리 못하는 건 명준도 마찬가지였다.


“어. 그냥 아침 운동 삼아··· 근데 그건 왜?”


“정말? 잘 됐다. 혹시 이번 체육대회 때 과 대표로 계주하지 않을래? 지금 남자 한 명이 부족하거든.”


선천적 아싸인 선호와 명준은 학교 행사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여러 사람 앞에 나서는 것도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학기 초부터 동기들과 어울리지 못한 덕에 아직까지 겉돌고 있었다. 체육대회나 축제는 고사하고 그 흔한 술자리도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체육대회 준비로 한창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선호와 명준에겐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내가? 나 그렇게 빠르지 않은데?”


“괜찮아. 트랙 반 바퀴니까 200m만 뛰면 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할 수 있긴 한데······.”


“정말? 그럼 하는 거다. 알았지? 이따 4시에 운동장에서 훈련할 거니까 거기로 나와. 이따 보자.”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서연은 할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선호와 명준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로만 바라봤다.



운동장엔 이미 먼저 온 동기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중에 서연도 있었다. 선호를 알아본 서연이 먼저 손을 흔들었다.


“쟤야? 달리기 잘한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서연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던 원진이 비아냥거리듯 물었다.


“일단 시켜봐야 알지. 그래도 잘할 것 같지 않아? 다리도 길고, 몸도 탄탄해 보이잖아.”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어디서 저런 애를 찾은 거야? 우리 과가 맞긴 해?”


“너 선호 몰라? 애가 조용해서 그렇지. 굉장히 착실하고 좋은 애야. 근데 너 말이 이상하다? 저런 애라니?”


서연의 차가운 눈빛에 움찔 놀란 원진은 황급히 손사래쳤다.


“아냐. 누군지 몰라서··· 다른 뜻은 없어.”


“좋은 애야. 편견 갖지 말고 대해. 선호야!”


선호가 가까이 오자 서연은 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선호는 서연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다. 얼굴은 알지만 말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동기들의 시선도 편치 않았다.


“딱 시간 맞춰서 왔네. 컨디션 괜찮아?”


“어, 어······.”


어색하게 대답하는 선호를 흘겨보던 원진은 속으로 코웃음쳤다.


‘이건 뭐 완전 찐따잖아? 신경 쓸 필요도 없겠네.’


서연에게 호감 가진 원진은 서연이 직접 섭외한 선호를 은근히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선호는 전혀 경계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상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다른 동기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 너 그러고 뛸 거야?”


원진의 퉁명한 말투는 서연의 눈총을 불렀지만, 선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친절하게 대하는 서연에 정신 팔려 그런 사소한 문제는 전혀 인식되지 못했다.


“오늘 얘기해서 준비 못 했을 거야. 그래도 다행히 운동화는 신고 있잖아. 첫 훈련이니까 가볍게 하면 되지.”


“일단 테스트부터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머릿수 채울 목적이라도 순서는 정해야지.”


“그건 내일 해도 되잖아. 오늘은 그냥 얼굴 익히고 몸이나 풀자. 선호야, 괜찮지?”


“어.”


어깨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어물쩍 대답하는 선호의 자세는 서연을 제외한 동기들의 비웃음을 자아냈다.


“뭐야, 외국사람이야? 할 줄 아는 말이 ‘어’밖에 없어?”


“하하하. 쟤 서연이가 부르니까 그냥 쫄래쫄래 따라온 거네.”


“달리기한다는 것도 거짓말 아니야?”


“야! 똑바로 안 할 거면 그냥 가. 괜히 물 흐리지 말고.”


원진이 쐐기를 박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색하고 불편했던 선호는 더 의기소침해졌다.


“너희들 그만 안 해? 예의 없이 무슨 짓이야?”


서연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적당히 해. 내가 부탁해서 온 거야. 그런데 너희가 그렇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되지.”


의기소침해 고개만 숙이고 있던 선호는 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천사다. 서연이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었어. 진짜 천사였어. 아··· 가슴이 조금만 컸어도 완벽했을 텐데······.’


네 주제를 좀 알라. 꼭 연애 한 번도 못 해본 놈이 평가질이다.


“서연아, 미안. 우리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화 풀어. 응?”


“그래. 농담이 좀 심했어. 안 그럴게.”


동기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하나둘 서연을 둘러싸고 사과했다.


“그렇게까지 사과하면 내가 민망하잖아. 괜히 너희한테 화낸 것 같구. 나도 미안해. 괜히 큰 소리 내서.”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그러나 선호는 여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도리어 슬그머니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뭐지? 얘들 지금 뭐 하는 거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선호는 먼저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보편적인 반응을 연기한다. ‘특이함’을 드러내지 않고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비록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익힌 기술이지만, 한 가지 장점이 더 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연에게 푹 빠진 보통의 남자라면 친구들의 잘못에 꽁하지 않고 도리어 사과할 줄 아는 대인배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선호는 달랐다.


‘사과는 나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걸 모를 애가 아닌데 자연스럽게 사과를 받아들이네. 당연히 나한테 사과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나는 안중에 없는 건가?’


“선호야, 기분 상한 거 아니지?”


‘이것 봐라? 자연스럽게 날 신경 써주는 척까지? 꾸준히 자기를 중심으로 상황을 조율하다가 갑자기? 나는 곁다리다 이거지?’


“응. 괜찮아. 테스트 오늘 해도 돼.”


서연에 대한 환상이 깨지자 평정심이 돌아왔다. 잔뜩 의기소침해 있던 선호가 갑자기 당당한 표정을 짓자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던 서연은 바로 활짝 웃었다.


“와! 진짜? 복장 감안할게. 준비되면 말해줘.”


“바로 시작해도 돼.”


‘재밌는 애네. 모든 행동이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거였어. 예쁜 얼굴로 평생 살면서 좋은 대우만 받아서 그런가? 아니면 예쁜 애들이 사는 방식인가?’


친분을 유지하며 대화라는 걸 제대로 나눠본 여자 생물은 선아가 유일했다. 선아에게선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날 깔고 가는 게 뻔히 보이니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 그래도 옆에서 관찰하면 배울 게 있겠는데? 그리고 저 미모··· 내가 언제 또 저렇게 예쁜 애랑 어울려 보겠어? 가슴만 조금 더 컸으면 완벽했을 텐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시작점에 섰다.


“자세는? 그대로 괜찮겠어?”


엉성한 자세에 대놓고 비웃는 가운데 서연만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미소는 동기들과 선명하게 비교됐다. 무시하거나 비웃는 태도가 아닌 순수한 미소는 서연을 더 빛나 보이게 했다. 그러나 선호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서연을 봤다.


‘저렇게 하는 거구나. 가면을 쓰고 있어도 저렇게 하면 자연스럽고, 사람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구나. 저걸 배워서 따라 할 수 있을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투와 표정은 흉내 낼 수 있겠지만,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서연처럼 압도적인 비주얼이 없다면 비슷한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400m 한 바퀴 뛰는 거야. 준비··· 출발!”


학교를 그만둘 무렵부터 지금까지 3년, 매일 9km를 달렸다. 요령도 자세도 모르고 무작정 달렸다. 육상선수처럼 완벽하고 효율적인 자세는 없지만, 무작정 달리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순식간에 한 바퀴를 돌아 숨을 헐떡이는 선호를 본 서연과 동기들은 할 말을 잃었다.


“와! 진짜 빠르다! 고등학교 다닐 때 육상 했었어? 굉장해! 이 정도면 마지막 주자 해도 되겠는데? 거봐, 내가 잘 뛸 거라고 했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선호에게 등을 돌리고 공치사를 빼놓지 않는 서연이 그저 웃겼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을 혼자 보고 있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저 가면··· 꼭 배우고 싶단 말이지.’


아무도 선호를 칭찬하지 않았다. 칭찬은 여전히 인재를 데려온 서연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호는 조금도 서운하거나 기분 나쁘지 않았다. 도리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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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저 가면… 꼭 배우고 싶다. 23.05.23 22 0 11쪽
41 40. 선호는 나와 같다. 23.05.21 22 0 12쪽
40 39. 너냐? 바둑이! 네가 그런 거야? 23.05.19 26 0 10쪽
39 38. 잡았다! 23.05.17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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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엄마의 영역 23.05.11 26 0 11쪽
35 34. 경찰서 앞 찐 맛집 뷰 23.05.09 2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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