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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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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2,463
추천수 :
21
글자수 :
323,230

작성
23.06.04 18:30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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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8.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네

DUMMY

“언니, 언니!”


영미의 다급한 목소리에 꽃바구니를 만들고 있던 은예는 화들짝 놀라 애꿎은 꽃을 잘라버렸다.


“왜? 무슨 일 있어?”


잘린 꽃이 아깝고 아쉬웠지만, 평소 얌전한 영미의 다급한 목소리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TV! TV 틀어봐. 빨리!”


은예는 리모컨을 들어 TV 전원을 눌렀다. 꽃들 사이에서 화면을 밝힌 TV 속에선 뉴스 속보가 진행됐다.


“전차에는 약 7백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철벽과 화염으로 인해 경찰력의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중장비가 있어야 철벽을 제거할 수 있다고······.”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렸다.


“폭발입니다. 방금 폭발이 일어나 다리 일부가 무너졌습니다. 근처에 대기 중이던 경찰과 구급대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은예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Z시에서 폭발마가 일으킨 테러하고 비슷하지 않아? 화염이 하늘 높이까지 치솟은 건 대만의 능력하고 비슷하고. 뭔가 이상하지 않아?”


눈은 보이지 않아도 소리로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는 영미는 사건 현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 대만하고 폭발마가 같이 있어?”


화염과 폭발이 대만과 폭발마가 일으켰다는 확실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의심의 여지는 충분했다.


“다른 언니들한테 전화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띠리리리.


마침 은예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응. 보고 있어. 응.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래. 알았어. 최대한 빨리 갈게. 그래.”


전화를 끊은 은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누군데?”


“지수야. 일단 현장에 가보자고. 다들 그쪽으로 모이기로 했어.”


“진짜? 뭐 하는 거야? 얼른 준비하지 않고.”


현장에 모이기로 했다는 건 다른 언니들도 대만과 폭발마의 소행이라 의심했다는 뜻이다. 만약 의심이 사실이라면 한시가 급했다. 절대 만나선 안 되는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건 언니들의 계획이 알려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건 곧 직접적인 위험으로 연결될 공산이 컸다. 그런데 왠지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단순히 그 정도였으면 좋겠는데······.”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야. 가게 잘 보고 있어. 언니 다녀올게.”


은예는 외투를 챙겨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하품만 쏟아졌다. 선로를 뜯어 뭉치고 다듬어 여러 개의 반구(半球)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지만, 지루함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안 오려나? 벌써 두 시간이 넘었는데······.”


노을로 붉게 물들었던 하늘은 어느새 완전한 어둠에 덮였다. 대만이 일으킨 화염도 거의 사그라들어 다리 위에도 점점 어둠에 덮이고 있었다. 유튜브로 확인한 Y특공대의 주 활동 지역은 Z시와 ZZ시, 그리고 이곳 T시다. 그래서 장소도 일부러 이곳으로 정했다.


‘보통 1시간 내외로 도착했었는데··· 늦는 걸 보니 안 오려나? 그냥 갈까? 더 기다렸다간 괜히 귀찮은 것들만 꼬일 분위긴데······.’


T시의 특수반이 도착한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이 기다리는 이유도 탐지를 통해 알았다.


‘최준화 반장이라고 했던가? 그 인간은 좀 피곤해. 기본 방어를 뚫을 정도였으니까. 이번엔 마주쳐도 방심하지 않을 거지만······.’


와아아아!


다리 끝에서 시민들의 함성이 대기를 흔들었다.


‘뭐지? 진짜 중앙본부 특수반이라도 왔나?’


염력을 펼쳐 소리 탐지를 시전했다. 하지만 복잡한 아우성이 정신없이 뒤엉켜 정확한 상황을 알기 어려웠다. 탐지를 상황본부에 집중했다.


“저것들은 또 뭐야? 웬 계집들이야?”


서장이 노발대발 소리쳤다.


“Y특공대라는 능력자 집단입니다.”


“그래서? 저것들 인가된 조직이야? 어디 소속인데?”


“요즘 인터넷에 핫한 미등록자들입니다. 범죄를 막고, 시민을 구하는 영상을 올려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뭐? 미등록자? 그럼 범죄자 아니야? 뭐 하고 있어? 당장 저것들 잡아들이지 않고!”


서장의 명령에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일반 경찰은 그녀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상황본부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날아가는 Y특공대를 보는 임정준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였다.


‘쳇, 왠지 느낌이 찝찝하다 했더니 저것들이 먼저 도착했군.’


“분위기는 어때?”


귓속에 쏙 들어가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이어 마이크를 누르고 말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뭔가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서장에겐 투입할 수 없다고 했지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주변 색과 동화해 완벽히 은신할 수 있는 신체 변형 능력자, 통상 (카멜)레온으로 불리는 부하를 잠입시켰다.


‘저승사자 복장? 중앙본부에서 하달된 그놈인가?’


저승사자 복장, 선호에 관한 사항은 이미 전국의 특수반에 하달된 상태다. 다수의 테러에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위험인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위험 등급 A로 분류됐다.


‘위험 등급 A면 우리 능력 밖의 일이다.’


위험 등급의 적용 범위는 해당 능력자가 한 번의 사건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상자 숫자에 비례한다. E등급은 10명, D등급은 1백 명, C등급은 1천 명, B등급은 1만 명, A등급은 10만 명이다. 쉬운 예로 A등급은 한 개 사단 규모의 병력과 맞먹는 능력이다.


B급으로 평가되는 폭발마의 위험 등급은 C다. 위험 등급 C인 폭발마도 지형을 활용해 지역 특수반을 적절히 상대할 정도였으니 A급으로 평가된 선호는 그들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레온의 보고를 받은 임정준은 바로 중앙본부 특수반에 이 사실을 알렸다. 돌아온 대답은 ‘대기’였다.


“아직도 다른 인물의 모습은 안 보이나?”


“네. 신호를 주고받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근데 이 소리는 뭡니까? 환호가 들리는데요?”


“영웅 놀이에 심취한 계집들이다.”


“아··· 진입 못 하게 막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인질들도 있는데······.”


임정준도 레온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개할 수 없는 작전 수행 중’이라는 핑계로 시민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영웅을 막긴 어려웠다.


“보고 했으니 금방 답이 올 거다. 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정체가 노출되지 않게 대기해.”


마침 부하 하나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최준화 반장님입니다.”


황급히 전화를 받아들었다.


“그냥 들여보내.”


“네? 아직 인질이 그대로 있습니다. 만약 저들끼리 전투가 벌어지면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럴 일 없을 테니 걱정 말고 시키는 대로 해. 그리고 일선에 있는 병력부터 전부 뒤로 철수시켜. 나머지는 우리 쪽에서 맡겠다.”


‘그럴 일 없다는 게 무슨 소리지? 믿는 구석이 있나?’


최준화 반장의 지시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우리 쪽에서 맡는다니, 상황을 알고 하시는 말씀인가? 설마?’


황급히 주변을 훑었다. 상황본부, 시민들의 틈바구니, 빌딩 옥상, 강변을 빠르게 훑었다. 그러나 최준화 반장을 비롯한 중앙본부 특수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준아, 그만 두리번거리고 얼른 하자. 야근은 피부에 안 좋다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는 동기인 비호였다. 이미 도착해 어디선가 보고 있는 게 확실했다. 더 이상 생각은 무의미했다. 임정준은 바로 병력 후퇴를 지시했다.


“이러면 안 좋은데··· 최준화 반장 오기 전에 끝냈어야 하는데··· 또 귀찮게 꼬이는 거 아냐? 에휴~ 내 팔자야······.”


‘최준화 반장님이 온 걸 어떻게 알았지? 외부에 조력자가 있나? 신호 주고 받는 것 같지 않았는데? 설마 염력이 아닌 건가?’


선호가 탐지를 통해 대화를 전부 엿듣고 상황을 파악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레온은 불안이 점점 커졌다.


‘아무래도 불안해. 알려진 것과 달리 염력이라던 능력도 불분명하고. 단순 염력만으로 저런 걸 만들 수는 없어.’


선로 위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여러 개의 반구를 만들던 모습은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염력은 단순히 물리력을 가지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개인마다 능력의 한계는 다르겠지만, 레온이 알고 있는 한 이 정도 물리력을 가진 염력은 들은 적도 없었다.


파캉!


다리 끝을 막고 있던 철벽이 깨지며 제법 넓은 구멍이 뚫렸다. 보라(지수)가 얼린 것을 검정(은예)이 주먹으로 깼다. 은예의 힘으로 철판을 충분히 제거할 수도 있었지만, 외부의 시선을 막으려 일부러 통과할 수 있는 구멍만 만들었다.


‘망할 년들, 또 왔네.’


경찰과 특수반에게 Y특공대는 눈엣가시다. 시민들에겐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그녀들의 활약이 커질수록 경찰과 특수반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오! 왔다!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네. 가짜 가슴 년들.”


‘기다렸다고? 그동안 Y특공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도대체 무슨 관계지? 아냐. 일단 보고를··· 윽!’


임정준에게 보고하기 위해 귀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이 이어 마이크에 닿기 직전 강한 압박이 몸통을 짓눌렀다.


“으아아악!”


몸이 터질 것 같은 압박에 비명을 참을 수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은 능력마저 앗아갔다. 몸을 숨기고 있던 철근에 짓눌린 레온의 모습이 드러났다.


“찾았다. 쥐새끼!”


임정준의 대화를 엿들어 레온의 존재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른 척했다. 레온의 안전과 보고가 유지될수록 임정준이 방심할 거라 예상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최준화 반장의 합류까지 확인했다.


“고마워서 살려주는 거야. 경찰이라서 살려주는 거고. 그러니까 앞으론 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 거다. 알았지?”


당초 목적이었던 Y특공대가 나타났으니 더 이상의 효용 가치가 없어졌다. 죽거나 말거나 강에 던져버릴까 했지만, 괜한 살생으로 경찰에 악감정을 심어줄 필요는 없었다. 선호는 기절해 축 늘어진 레온을 다리 너머로 던져버렸다.


“저건 또 뭐야··· 레온?”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레온을 알아본 임정준은 낙하지점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근거리 최면 능력자인 그의 능력으로 레온을 안전하게 붙잡는 건 불가능했다. 축 늘어진 레온은 점점 가까워졌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팔을 뻗어 붙잡을 자세를 취했다.


‘제발··· 제발··· 제발······.’


평범한 신체로 날아오는 인간을 안전하게 붙잡는 건 불가능하다. 바로 눈앞까지 닥친 레온의 얼굴을 확인하며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강한 바람이 임정준의 눈앞으로 지나갔다. 동시에 레온의 모습이 사라졌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훑는데 익숙한, 방정맞은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이야, 우리 동기 멋진데? 능력은 X도 없는 게 반장 달았다고 네 새끼 하나는 잘 챙긴다?”


레온을 안고있는 비호가 눈에 들어왔다.


“얘가 레온이지? 중앙본부로 올라오라고 해도 네 밑에 있겠다던 맹랑한 꼬맹이.”


“네가 어떻게······.”


안도의 한숨보다 갑작스런 비호의 출현에 더 놀란 얼굴이었다.


“어떻게? 우리 대장이 소집했으니까 왔지. 저 인간은 완전히 일 중독이야. 중독. 오늘도 낮에 P시로 출장 갔었다니까. 복귀하다 말고 여기로 바로 온 거야. 말이 되냐? 부하들 곡소리는 들리지도 않나 봐. 그나저나 얘는 방금 죽을 뻔한 것도 모르고 잘 자네.”


그제야 비호 품에 안긴 레온이 눈에 들어왔다.


“그··· 녀석은 괜찮냐?”


“새끼가 센 척 하기는···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의무실로 데려가면 될 거 아냐. 자!”


비호가 훌쩍 던진 레온을 붙잡으려다 그만 뒤로 넘어질 뻔했다. 가까스로 자세를 잡고 보니 부상에 비해 호흡은 안정적이었다.


“너도 걔랑 뒤로 가 있어. 저 안에 있는 괴물이 날뛰기 전에.”


여전히 장난 가득한 목소리와 달리 비호의 얼굴은 무겁고 비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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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 엄마? 23.05.0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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