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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 공방

반사회성 인격장애 염력왕이 지구정복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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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3.02.26 15:32
최근연재일 :
2023.06.10 18:3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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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3
추천수 :
20
글자수 :
3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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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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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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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7. 아직 그런 사이 아닌데…….

DUMMY

승합차로 이동하는 30여 분 동안 선호는 수없이 고민했다.


‘어떡하지? 선아가 뻔히 보고 있는데 능력을 쓸 수도 없고··· 사고를 위장해 자동차를 전복시킬까? 아니야. 조폭들만 다친다고 확신할 수 없어. 아니면 지난번처럼 불알을 칠까? 역시 아니야. 그러다 사고 나면 위험한 건 똑같아. 정의의 사도가 도와준 것처럼 꾸미면? 안돼. 누군가는 날 의심할 거야. 주인공의 정체가 들통나는 건 항상 작은 의심에서 시작되잖아.’


승합차는 도심에서 벗어나 깜깜한 공장가로 향했다.


‘어떻게 하지? 능력을 들키지 않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어떡하지? 하아··· 그나저나 정우 이 새끼는 경찰도 모자라서 조폭까지 건들고 다니는 거야? 왜 쓸데없는 짓을 자꾸 벌여서 일을 이렇게까지 만드는 건데. 왜 자꾸 나한테 피해 오게 만드는 거냐고!’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원흉인 정우에 대한 원망만 커졌다. 그러는 사이 오래된 폐창고 앞에 승합차가 멈췄다.


“얘는 뭐야?”


드럼통과 낡은 기계가 즐비한 창고 안엔 다섯 명의 조폭이 더 있었다. 그들 중 키가 유독 작은 남자가 선호와 선아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둘 다 그 자식 친구야? 그래도 남자애만 끌고 왔어야지? 누가 여자애까지 데려오래?”


키 작은 남자의 으름장에 납치범 두 명은 우물쭈물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젠장! 애새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이 고생인데 이젠 여자애까지 유괴해? 니들이 그러고 건달이야? 어? 그러고도 한상수 동생이냐고?”


한상수의 호통은 창고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살기가 등등한 한상수의 분노에 선아를 붙잡은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죄송합니다. 형님. 근데 아까 사정이 여자애 혼자 놔두면 안 될 상황이었습니다. 얘는 손끝 하나 안 건들도록 하겠습니다.”


한상수는 부하의 보고에 머리를 짚으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었다.


“모자란 새끼야, 무슨 상황이었는지 모르지만, 중간에 내려줬으면 되잖아. 사람 없는 데서 적당히 내려줬으면 되잖아!”


‘아!’


답답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됐어! 구석에 잘 묶어놔. 그리고 영태 너는 그 자식한테 전화해. 친구 붙잡고 있다고.”


“네? 저 그 자식 전화번호 모르는데요.”


한상수 옆에 기둥처럼 선 영태는 커다란 덩치, 험상궂은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눈만 끔벅끔벅 뜨고 있었다. 한상수는 순식간에 몰려오는 편두통에 머리를 짚어야 했다.


“이 새끼야··· 그 자식이 네 전화기 가져갔다며? 지난번 사무실 털릴 때 뺏겼다며? 거기다 전화하면 되잖아!”


‘아!’


울고 싶었다. 조직이 와해 될 수도 있는 위급 상황에 곁을 지키는 부하가 고작 영태라니 울고 싶을 정도로 서글펐다.


제법 잘 나가는 수준이었던 김진태가 능력이 생기자마자 지역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이내 전국을 접수하겠다며 지역을 비웠다. 별 볼 일 없는 조폭 똘마니에 지나지 않았던 한상수는 바로 지역을 차지했다. 눈엣가시였던 김진태도 없고, 능력도 생겼겠다 무서울 게 없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했다. 그렇게 손을 뻗치다 쌍둥이를 통해 고등학교까지 손을 뻗었다.


“나다! 누구긴 누구야? 그 휴대전화 주인이지! 어쭈? 이 새끼가 삼촌뻘 되는 어른한테 아직도 반말이네. 그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 아직 소식 못 들었냐? 하하하. 우리가 말이지······.”


퍽!


한상수는 손바닥으로 영태의 머리를 후려쳤다.


“이 새끼가··· 친구랑 통화하냐? 가져와!”


머쓱하게 머릴 긁적이는 영태에게 휴대전화를 뺏어 들었다.


“나다. 네 친구를 데리고 있다. 훗, 누군지는 네가 더 잘 알 텐데?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확인시켜 주지. 야! 남자애 데리고 와.”


선호와 선아를 지키고 있던 부하가 한상수에게 선호를 데리고 왔다.


“받아봐라. 네 친구다.”


전화기를 선호 얼굴에 댔다.


“여보세요? 정우니?”


“선호? 선호 맞아?”


정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휴대전화를 통해 흘러나왔다.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 사람들이 왜 우릴 데리고 있는 거야?”


“괜찮냐?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응. 아직 괜찮아. 근데 이게 다 무슨 일······.”


한상수는 다시 전화기를 거뒀다.


“흐흐흐. 들었지? 주소 찍어줄 테니 빨리 오는 게 좋을 거다. 우리 사무실에서 훔쳐 간 돈도 다 가져오는 게 좋을 거야. 그럼 기다리마. 흐흐흐.”


주소까지 친절히 불러준 뒤 전화를 끊은 한상수는 켜켜이 쌓인 나무 팔레트 위에 걸터앉았다.


“어이, 꼬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지? 네 친구가 우리 사업을 완전히 망쳐놨어. 기껏 힘 좀 쓴다는 꼬맹이들 데려다 안정적으로 수입 잘 내고 있는데 며칠 전에 그 녀석들을 병원에 입원시켰더군. 거기까진 그러려니 했어. 원래 그 맘 땐 또래들끼리 치고 박고 하는 거니까. 애들 싸움에 어른들이 나서긴 곤란하잖아? 쌍둥이 말고도 수금할 놈들은 널렸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 그런데 자꾸 선을 넘더군.”


애들 싸움에 어른이 나서기 곤란하다면서 학생을 납치하는 파렴치한이 할 말은 아니다. 선호와 선아뿐 아니라 부하들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찾았는지 나머지 수금책들도 하나둘 병원에 입원시키더군. 잠깐 방심한 사이에 우리와 연결된 수금책이 전부 없어진 거야. 고등학교에서 들어오는 돈만 일주일에 1억이 넘는데 그게 완전히 사라진 거지. 너 같으면 열 안 받겠냐?”


‘정우랑 쌍둥이가 무슨 연관이 있었나? 아니면 이 사람들이랑? 왜 방해한 거지? 그리고 경찰은 또 왜?’


“도대체 어떤 놈 소행인지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제 발로 나오더군. 우리 뒤를 봐주던 경찰을 직접 습격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알았지. 어떤 놈인지. 정체를 알았으니 이제 찾아서 처리하는 일만 남았는데 되려 습격을 받았지 뭐냐. 내가 없는 틈에 사무실에 쳐들어와서 아작을 내고 그동안 모아뒀던 돈까지 가지고··· 네 친구! 그 빌어먹을 자식이 내 돈까지 전부 가지고 튀었다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앉고 있던 팔레트를 발로 밟아 부수는 한상수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정우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아직도 의문이었다.


‘그 경찰은 나 때문이 아니었나? 경찰도 조폭 때문에 공격한 거라고? 이 사람 말대로면 정우의 행동은 전부 조폭과 연관되어 있는데··· 왜? 돈 때문에?’


“아무튼 그런 이유다. 아저씨들은 너희에게 아무 악감정이 없어요.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라 생각하고 조금만 고생해라. 그 자식 처리하면 안전하게 집에 보내줄 테니.”


한참 난리를 부리다 겨우 진정한 한상수는 부드럽게 말하고 부하에게 손짓했다. 부하는 선호를 데리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괜찮을까?”


자리에 앉자 선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아. 우리한테 손대지 않는다고 했으니 위험하진 않을 것 같아.”


“아니, 네 친구. 무서운 아저씨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게다가 우리까지 인질로 잡혀있으면 더 위험해지는 거잖아.”


뜻밖이었다. 이 상황에서 선아가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정우를 걱정할 줄은 몰랐다. 아니, 그 마음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괜찮을 거야. 정우는 무척 강하거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굳이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저 적당한 대답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선아 말대로 정우가 처한 상황이 나쁜 건 사실이다.


‘이미 정우의 능력을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 정우를 이곳으로 끌어들인 거겠지. 숨겨둔 능력이 더 있는지 모르겠지만, 알려진 능력이 전부라면 정우가 불리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두목 아저씨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준비했을지 몰라.’


선호의 판단은 정확했다. 한상수는 정우의 능력을 정확히 판단하고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들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 경우를 수를 대비한 전략도 세웠다. 능력자 싸움에도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제법 흘렀을 때 창고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윽고 창고 문이 거칠게 열리며 정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호야! 선호야!”


‘저 병신은 함정인 줄 뻔히 알면서 왜 정직하게 문으로 들어오는 거야? 기습이라도 해야지. 자기 힘을 너무 과신하는 건가? 아니야. 그렇게 어수룩한 애가 아니야. 분명 무슨 꼼수가 있을 거야.’


정우를 믿으며 소리쳤다.


“여기! 나 여기 있어!”


“하하하. 왔냐? 확실히 배짱 하나는 좋은 놈이구나. 여길 제 발로 찾아오고.”


“뭐래. 쪽팔리지도 않냐? 나이 처먹고 고등학생이나 납치하는 게? 선호야! 어딨어?”


음산한 공장 안에 목소리는 메아리쳤지만, 정우의 눈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정우의 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한상수와 부하들은 미리 몸을 숨기고 있었다.


“걱정 마라. 네 친구들은 잘 있으니까. 그보다 내 돈은 가져왔냐?”


“너 아까부터 자꾸 친구들이라고 하는데··· 내 친구는 선호 하난데 왜 자꾸 친구‘들’이라고 하는 거냐? 어리바리한 네 부하가 사람 잘못 데려온 거 아니야?”


정우는 한상수의 말을 무시하고 제 할 말만 했다.


“아··· 약간의 사고가 있어서 네 친구하고 네 친구 여자친구하고··· 야! 너 왜 자꾸 내 말은 무시해? 친구들 다치는 꼴 보고 싶어?!”


“오~ 여자친구~ 선호 너 학교 그만두고 학원 다니더니 여자친구도 생겼냐? 대단한데?”


여전히 무시했다. 한상수가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분을 토할 때 선호는 슬그머니 선아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까지 속인 게 들통났으니 선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길했다. 그런데 의외로 선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붉게 물든 고개를 숙이고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여자친구라니··· 여자친구 아닌데··· 아직 그런 사이 아닌데······.”


“응? 뭐라고?”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선아는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 쳤다. 평소에도 타인의 감정이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제법 있었지만, 오늘의 선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반응뿐이었다.


한상수는 더는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철부지 고등학생을 더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 어디 언제까지 내 말을 무시할 수 있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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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 저 가면… 꼭 배우고 싶다. 23.05.23 20 0 11쪽
41 40. 선호는 나와 같다. 23.05.21 20 0 12쪽
40 39. 너냐? 바둑이! 네가 그런 거야? 23.05.19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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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엄마의 영역 23.05.11 25 0 11쪽
35 34. 경찰서 앞 찐 맛집 뷰 23.05.09 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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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 엄마? 23.05.03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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