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벗 - Be, But...

흑막 영애의 호위기사로서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비벗
작품등록일 :
2024.04.05 17:49
최근연재일 :
2024.05.13 23:58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415
추천수 :
159
글자수 :
180,708

작성
24.05.06 21:28
조회
53
추천
5
글자
16쪽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6.)

DUMMY

“정말 마르젤의 <신의 찬미>를 접해보신 적이 없나요? 이제는 대륙 어느 지역의 파티에서도 우선적으로 연주되고 있는 명곡인데, 한 번도 못 들어보셨을 리가 없어요.”


오데트 야고르 백작영애가 능숙하게 말을 몰아 옆으로 따라붙으며 묻는다.

그 뒤로 나머지 두 쌍둥이도 접근하는 중.

유은석은 한숨을 속으로만 삼키며 차분히 답했다.


“죄송합니다. 아쉽게도 기회가 없었습니다.”

“참, 별일이네요. 이토록 예술에 무지한 자작영식이 있다는 사실에 불쾌감까지 들어요. 아무래도 다음 야영지에서 제가 직접 연주해드려야 하겠군요. 아마 짐마차에 악기가-”

“오데트, 그만 좀 해. 파벨 경은 음악 이야기엔 관심이 전혀 없으시다고. 선인들의 지혜를 추구하는 분이시거든. 그렇죠?”

“제가 그쪽으로도 배움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흥미는 있으시잖아요? 짐마차에 괜찮은 고서들이 좀 있으니, 야영지에 도착하면 제가 몇 권 선물해드리도록-”

“페트라, 그만. 무례하게 굴지 마. 파벨 경은 기사다. 무엇보다도 훌륭한 검술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거야. 그렇지 않습니까? 응당 야고르 백작가의 가전 검술을 견식······ 음······.”


기사학부의 유망주답게 당당했던 아미라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만든 것은, 끼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린 마차의 창문.

그 안에서 얼음장 같은 얼굴의 소녀가 고개를 내밀었다.


“파벨 경. 잠시 이리로 와보시겠어요?”

“예, 밀레나 양. 지금 가겠습니다.”


세 숙녀의 관심으로부터 풀려난 유은석이 마차 곁으로 다가온 뒤, 밀레나는 몹시 흥겨워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대는 정말 인망이 두터우시군요. 콧대 높기로 소문난 야고르가의 세쌍둥이가, 보는 눈 많은 이 대로변에서 서로 경쟁하듯이 접근해 말을 걸려 애쓸 정도로 말이에요.”

“······인망이란 단어의 용례가 조금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성적 매력이라고 표현한다면 혹시 실례가 될까 하여.”

“예······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저 또한 또래 귀족들에게 그대처럼 큰 관심을 받아보고 싶은데, 비법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비법이라고 할 것까진 없는데 말이지. 어차피 공작영애라는 신분으로는 써먹을 수 없는 수법이기도 하고······ 애초에 의도한 방향하고는 전혀 다르게 먹히고 있기도 하고.’


유은석이 바랐던 것은 딱 하나.

밀레나가 짊어진 99인의 영혼에게 매력적인 롤모델이 됨으로써 그녀들을 자발적인 변화로 인도하는 참교육이었다.

그 전략이 전혀 무관한 야고르 백작가의 세 딸로부터 호기심을 자아낸 상황이란, 그저 당황스런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정작 원래 목표 쪽은 반응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가 없네. 뭐, 당장 답이 나올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의도한 것도 아닌데 단숨에 홀려버린 마티아스 같은 사례를 제외하면, 롤모델 설정에는 보통 상당히 긴 시간이 요구된다.

그 대상이 99인이나 된다고 하면 특히나 그러할 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교수법인 셈이다.

그렇기에 유은석은 조바심 내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영애께서는 당연히 무수한 또래들의 관심을 받으실 것입니다. 그런 것보다, 이제 말씀하셨던 이틀이 다 지났습니다.”

“그렇네요. 오늘 밤에는 습격이 있을 법도 해요.”

“시각까지 예측하실 수 있는 겁니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추론은 가능하겠지요.”

“근거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곤란하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잘 대처하도록 하죠.”

“잘 대처하실 자신이 있으신가요?”

“예. 지난 이틀간 충분한 회복을 취한 덕에, 이제는 멀리서도 마나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반경 1천 걸음 이내에 강자가 나타난다면 바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최상급 익스퍼트의 경지가 안겨준 초능력이다.

사멸을 각오한 파벨의 교습 이후로도 상급과 최상급 사이의 경계에 놓여 있던 유은석이지만, 이틀 밤 동안 마티아스와 대련을 수행하며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밤잠을 미뤄가며 참관한 다른 다섯 기사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 것은 덤이었다.


‘그 덕에 야고르 백작에게도 관심을 끌게 된 것 같지 아마. 자작가의 소년 기사가 기사 무리의 중심에 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나쁠 건 없어. 야고르 백작은 은퇴 이후로도 아카데미의 대소사에 관여할 예정인, 비유하자면 덤블도어 포지션. 그와 가까워지는 건 실보다 득이 많을 일이야. 그 세 딸도 작중에서 역할이 크긴 한데······ 가까워질 필요까진 없겠지.’


야고르 백작이 덤블도어라고 한다면, 그의 세 딸은 위즐리 형제 못지않은 트러블메이커.

아카데미의 유명한 장난꾸러기 선배들로서 주인공 천년공주를 온갖 사건에 끌어들일 예정이다.

그리고 심지가 굳건한 부친과는 달리 변덕이 끓는 죽 수준.

그런 세쌍둥이와 가까워져서 의외의 나비효과가 발생한다면, 향후의 전개를 예측하는 데 애로사항이 늘어날 터였다.


‘빙의자의 딜레마야. 가능한 한 인맥을 늘려서 상황을 컨트롤해야 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원작의 플롯을 변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거. 말하자면······ 나는 목격자여야 한다. 무엇도 바꾸지 않는 듯하면서도 결국에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는······ 마녀와 천년공주 사이의 균형추로서 살아가야 해.’


그러기 위해선 마족의 습격이라는 변수부터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터.

흑막 속 빌런이었던 마녀의 비밀스런 지식이 더없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해서 여쭙는 것입니다만······ 어떻게 하면 마족의 습격을 예방할 수 있겠습니까?”

“흐음. 그것은 호위기사인 그대의 과업 아닐까요?”

“당면한 습격자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애께서는 내년을 기해 왕립 아카데미로 향하게 되실 터. 만약 그때도 끊임없이 습격이 발생한다고 하면, 아카데미 커리큘럼 속의 외부 활동 때마다 행동반경에 한계가 생길 것입니다. 그러니 잡초의 줄기가 아니라 뿌리를 잘라낼 방법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뿌리를 잘라낼 방법이라······.”


즉답하지 않고 창틀에 팔을 걸친 밀레나는, 그 자세 그대로 눈만 치켜떠 유은석의 입가를 바라봤다.


“그들이 바라는 것을 주면 되겠지요.”

“······그들이 바라는 것, 말씀이십니까?”


목소리가 떨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마족의 목표가 호문쿨루스를 통한 내전이라고 추론한 바 있는 유은석은, 충격과 혼란 속에서 밀레나를 노려봤다.

그녀의 다음 말이 끝나기 전까지만.


“네. 마족은 복수를 꿈꾸고 있어요. 거기에 필요한 것은 혼돈. 인류 최대의 왕국인 알스트롬이 흔들리는 일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되겠지요. 그렇기에 그에 필요한 도구를 찾고 있을 거예요. 그 도구가, 우리 일행 중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대체 어떻게 찾아냈을지는 의문이지만요.”

‘······호문쿨루스······를 말하려는 건 아닌 것 같지? 생각해보면 어불성설이긴 해. 내가 고대의 신살병기란 걸 알았다면 대체 왜 다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겠냐고. 호문쿨루스의 재현은 마족의 재림 이상으로 충격적일 대사건이고, 지금의 밀레나는 그런 혼돈을 바라지 않는다. 역으로 실력을 다 드러내지 말라고 당부했어야 맞아. 그렇다면 그녀가 떠올린 건······’


마족의 복수에 신살병기인 호문쿨루스만큼이나 도움이 될 자원이라고 한다면, 선택지의 폭은 넓지 않다.

그리고 유은석은 그 답안 중 하나가 실제로 일행 내에 숨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마녀······ 말씀이십니까?”

“어머나. 정말 빠른 추론이로군요, 로혼의 수사학자.”

“저는 수사학자가 아닙니다. 영애께서는, 이 일행 중에 마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럴싸하지 않나요? 천 년 만에 마족이 재림한다면, 난리가 날 거예요. 정체가 밝혀질 경우엔 그 즉시 인류의 군주들이 연합해 추적해오겠지요. 그런데도, 푸른 뿔의 마족은 무려 70인으로 구성된 공작가의 병력을 습격했어요. 그중 한 명이라도 놓쳤다간 종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런 위험마저 무릅쓸 만한 이득이 있었다고 봐야 합당해요.”


유은석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밀레나가 마족의 습격에도 당황하지 않았던 이유를.

어딘가 마족이 잔존했다고 한다면 언젠가 복수를 위해 자신을 찾아오고 말 것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이게 바로 마녀의 지혜라는 거겠네. 주어진 정황을 온갖 경우의 수로 분석해 한없이 진실에 가까운 결론을 찾아내는 논리력······. 이번에야 호문쿨루스라는 변수를 몰라서 오답을 내버렸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원작의 밀레나는 결국 마족과 협력해서 세상에 혼돈을 불러오게 되니까.’


그것은 마족과 마녀와 호문쿨루스라는 전설적인 존재들이 한편이 되어 암약했던 세계선.

인간의 사회제도에 의해 희생된 99인의 죽음을 짊어진 밀레나에겐 숙명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전개였으리라.

그러나 그런 막강한 삼각동맹조차도 천년공주의 여왕 즉위를 막아내지는 못했던 터.

유은석은 그 실패 사례를 답습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합리적인 말씀이시지만, 동시에 불합리합니다.”

“어머. 전 이론의 여지가 없는 추론이라고 생각했는데, 빠르게도 반박을 듣게 되어버렸네요. 근거가 궁금한걸요?”

“먼저 하나 여쭙겠습니다. 마족은 마녀의 본질을 압니까?”

“마녀의 본질이라. 어떤 본질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마녀가······ 어떤 죽음들의 증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밀레나의 얼굴이 굳어간다.

‘죽음들의 증인’이라는 단어를 들은 직후부터.

의도적으로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아니라, 그저 상상도 못 한 말에 당황해 표정을 잃어버린 모양새였다.


‘세간에 알려진 마녀란 초인적인 지혜를 지닌 변종. ‘무한정의 영혼이 뒤섞여 인간이기 힘들어진 괴물’이라는 정보는, 어디까지나 고대인의 지식에 근거한 서술에 불과하다. 일반인으로선 결코 알 수 없을 비밀스러운 이야기란 거지. 그런 전승이 호위기사 파벨의 입에 담겼다고 하면, 가능성은 둘뿐이야.’


그리고 유은석의 청자는 현자보다도 지혜로운 마녀.

그녀가 첫 번째 가능성을 인지하기까지는 썩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대는······ 파벨 경은, 혹시 인간이 아니신가요?”


마녀가 영혼의 군체임을 아는 존재는 소수라고 봐야 한다.

암흑신의 저주로 인해 고대의 모든 유산과 단절된 현생인류로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을 영역.

그러나 인간 외의 종족 중에서는 그 해묵은 과거를 전승하는 자들이 꽤 존재하고, 그중 한 종족은 자신의 육체를 다른 종족의 것으로 변화시킬 줄 안다고도 전해졌다.


“제가 드래곤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시는 모양이로군요. 틀렸습니다. 저는 인간입니다.”


파벨이라면 그런 식으로 영혼의 주인을 속이진 못했으리라.

하지만 유은석은, 의도치 않게 고대인의 신살병기에 빙의됐을 뿐, 영혼만큼은 너무도 명확한 인간.

그렇기에 아무런 고민 없이 즉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밀레나 역시 그 당당한 태도 앞에선 의심을 이어가기 힘들었는지, 이내 두 번째 가능성 쪽으로 심증을 굳힌 눈치였다.


“그렇다고 하면······ 남은 건, 추론뿐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추론했습니다. 세상에 정말 99인의 죽음을 짊어진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그리고 만약 그런 인간이 실존한다면, 그 개체는 다른 인간들의 눈에 얼마만큼이나 지혜로운 변종으로 보였을지에 대해서.”

“······마녀의 지혜가, 이른바 집단지성일 것이라 보셨군요.”

“예. 사실 사서에 전해지는 마녀의 기록 중엔 의심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치고는 그 끝이 언제나 무척 인간적이었다는 점에서요. 연령에 비해 어른스러울 뿐, 엄청나게 이질적이진 않았다는 거죠. 화형대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다는 탈리아가 주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인적인 지능과 신비로운 마녀술을 지닌 변종.

현생인류가 알고 있는 마녀는 딱 그러한 존재다.

그러나 그런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채로는, 역사 속 마녀들의 지극히 소녀다운 언행은 불가해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사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해였다면. 사실은 평범한 아이에 불과했던 그녀들이, 기억 속 무수한 지식을 기반으로 현자들을 뛰어넘는 추론 능력을 발휘했던 것뿐이라면. 그러면 모든 오류가 설명됩니다. 마녀는, 죽음들의 증인입니다.”

“······그런 결론을 내리신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닌 듯하군요.”

“예. 이미 오래전에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셨으면, 왜 가만히 계셨지요?”

“왜 더 빨리 여쭙지 않았냐는 하문이십니까?”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갑자기 높아진 언성에 주위의 시선이 끌린다.

마부석에 올라 있는 마니크나, 여전히 마차의 뒤꽁무니를 따르고 있던 세쌍둥이 숙녀들이나.

그렇지만 이것은 더 뒤로 미뤄져선 안 될 대화.

유은석은 섬세하게 말을 몰아 마차와의 거리를 좁혔다.


*


말에 탄 기사가 다가온다.

한순간 바람에 흩날려 그 갈색 눈동자를 가린 갈색 머리카락이, 이내 마차의 지척에 다다라 다시금 시원하게 넘겨지고.

파벨은 엄격한 스승처럼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주의하십시오, 밀레나 양. 듣는 귀가 많습니다.”

“······말씀드렸을 텐데요. 답을 안다면 질문하지 마시라고.”

“그건 저도 주의하죠. 습관인지라 잘 안 고쳐지네요. 왜 공작 전하께 영애께서 마녀라는 진실을 전하지 않았냐는 질문이시라면, 답은 간단합니다.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뭘, 말씀하셨다는 거예요? 아무 얘기도 안 하셨으면서.”

“저는······ 파벨 마테야드는, 호위 대상인 밀레나 양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충분한 답이 아닐지요.”


마녀라는 변종은 인류 전체의 적.

마족의 재림과도 비견될 만한-어쩌면 그보다도 더 끔찍해질 수도 있을-거대한 사회악이다.

그런 마녀의 존재를 알아채고, 다른 어떤 현생인류도 알지 못하는 변종의 비밀마저 캐내는 데 성공해버린 자가, 그저 호위기사로서 호위 대상의 행복을 지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동화에도 나오지 않을 기묘한 호의였다.


‘실은······ 실수였어. 파벨 경 말대로, 무수한 기억을 가졌을 뿐 본질은 인간 소녀에 불과한 나라서, 한순간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고 말았던 거야. 아버지의 심복인 그림자 칼날이 내 정체를 짐작하게 되는 일 따위 절대 있어선 안 될 경우의 수였어. 인간은 사회적으로 사고하는 종이니까. 세상을 혼돈에 빠뜨린다는 마녀를 평범한 인간으로 봐줄 사람 따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 이 사람은 왜 다른 거지? 왜, 이렇게, 지금까지도, 헤어졌던 가족을 만난 사람처럼 촉촉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거지?’


세계의 온갖 곳에서 온갖 삶을 살아온 99인의 지혜로도 이해할 수 없는 혼돈 앞에서, 밀레나는 나지막이 뇌까렸다.


“그대는······ 파벨 경은······ 저희의, 구원자인가요?”


갈색 눈동자의 기사가 싱그럽게 웃는다.

기대와는 전혀 다른 대답과 함께.


“구원자는 아니고, 목격자입니다. 그리고 이 대화는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네요. 적이 왔습니다. 금방 다녀올 테니 기다려주세요. 단, 그때는 모든 진실을 말씀해주셔야 할 겁니다.”


협박 같은 웃음과 함께 목격자가 떠나간 뒤.

밀레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영혼들을 관조했다.

오랫동안 단 한 명만이 목격해왔던, 오랜 죽음의 증인들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흑막 영애의 호위기사로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제가 좀 오만했던 모양입니다 24.05.14 42 0 -
25 Chapter 4 – 인간의 자격 (5.) +1 24.05.13 35 2 19쪽
24 Chapter 4 – 인간의 자격 (4) 24.05.12 34 5 16쪽
23 Chapter 4 – 인간의 자격 (3) +1 24.05.10 40 5 16쪽
22 Chapter 4 – 인간의 자격 (2) +2 24.05.09 48 5 17쪽
21 Chapter 4 – 인간의 자격 (1) +2 24.05.08 53 4 16쪽
»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6.) +1 24.05.06 54 5 16쪽
19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5) 24.05.04 53 5 16쪽
18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4) 24.05.04 58 6 16쪽
17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3) 24.05.02 65 7 14쪽
16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2) +3 24.05.01 79 7 18쪽
15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1) 24.04.30 84 6 16쪽
14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7.) +2 24.04.27 101 7 15쪽
13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6) +1 24.04.26 101 5 15쪽
12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5) +1 24.04.24 106 7 16쪽
11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4) +1 24.04.23 107 7 15쪽
10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3) +1 24.04.22 115 7 16쪽
9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2) +4 24.04.20 132 9 16쪽
8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1) 24.04.18 151 3 16쪽
7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6.) +2 24.04.17 164 4 15쪽
6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5) +1 24.04.15 173 6 16쪽
5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4) 24.04.14 202 5 15쪽
4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3) +1 24.04.13 246 10 15쪽
3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2) +2 24.04.11 298 10 16쪽
2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1) +4 24.04.09 406 9 15쪽
1 Prologue +1 24.04.08 508 1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