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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벗 - Be, But...

흑막 영애의 호위기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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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벗
작품등록일 :
2024.04.05 17:49
최근연재일 :
2024.05.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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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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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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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1)

DUMMY

푸르른 야광석에 의해 희미하게 윤곽이 비치는 동굴.

사람이 오르기엔 지나치게 단이 높은 계단 위의 제단에,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형태를 지닌 두 그림자가 서 있다.

그들 중 양쪽 귀 위로 새빨간 뿔이 자라난 존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법 잘 재현했군.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마법은 퇴보했지만 마법공학은 진보했다는 것이겠지. 이곳을 재건한 것이 인간 왕국의 공작이라고 했나? 과연 질리지도 않고 지식을 추구하는 족속다운 성과야.”

“딴은 그렇소만, 외견은 비슷해도 내적으로는 미진한 부분이 많소. 의도적인 열화도 하나 눈에 띄고. 그것이 좀 심각한데, 액체 유압장치를 금속 톱니바퀴로 대체한 느낌이랄까.”


이마 한가운데에 시커먼 뿔이 솟아난 존재의 대꾸.

붉은 뿔은 코웃음처럼 반박했다.


“하! 액체를 금속으로 대체하다니, 가당키나 한 소린가?”

“이를테면 그렇다는 얘기요. 온갖 재료를 얼기설기 이어 붙여 고대의 조형장치를 흉내 냈을 뿐, 이것은 원전만큼 아름답지 못하오. 변질된 부분이 넘쳐나는 만큼 여기서 창조된 마누스에게는 약점이 상당할 테지.”

“약점이라. 신살의 마누스에 약점이 생겨봤자 아니겠나?”

“물론 대단치는 않은 약점이겠소. 육체적인 영역에서는 결함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인조생명의 존재 의의. 문제는 영혼의 영역에서 생길 것이오. 우선은, 유연하게 영혼을 붙들어 맬 수 없는 구조 탓에 침입을 허용하기 쉬워 보이는구려.”

“침입이라. 마누스의 존재 자체가 실전된 시대에, 어느 누가 그것을 알아보고 다른 영혼을 주입할 수 있단 말인가?”


정론으로 몰아붙이는 붉은 뿔에게, 검은 뿔은 쓸데없이 열 내지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이 몸은 그저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오.”

“흥. 어차피 그리된다 해도 오래 유지될 리는 없지 않겠나?”

“그렇소. 창조가 끝난 뒤 영혼의 성질이 변화할 경우, 마누스 내부의 마나공조체계가 말을 듣지 않게 될 터. 필시 오래지 않아 부작용 속에서 붕괴에 돌입할 것이오.”

“부작용이라 함은?”

“내부와 외부의 알력이지. 고대의 힘을 사용하려 들 때마다 육체의 면역이 영혼을 밀어내며 생명력을 갉아먹을지니.”

“오, 그거 완전히 최악이로군!”

“싸움이 전부인 그대들에게는 물론 최악이겠소만, 인간 사회를 기준으로 둘 경우에는 차악 정도가 되겠소. 스스로 주의하기만 한다면 역으로 무한한 수명을 얻을 수 있을 테니.”

“그러나 그럴 확률은 없겠지?”

“물론. 통제할 수 없는 힘은 언제나 정신을 갉아먹기 마련이니, 오래지 않아 악의의 괴물로 전락하게 될 것이오.”


검은 뿔의 목소리가 마치 동정하듯 결론을 내린 뒤.

붉은 뿔은 고개를 흔들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 것이야 인간들끼리 알아서 할 문제.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오랫동안 실전됐던 마누스의 재림으로 인해 발생할 변화 쪽이야. 인과율의 계산은 아직도 멀었는가?”

“보채지 마시오. 비록 이 몸이 신에 필적할 만한 지혜를 지니고 태어났다곤 하나, 이만큼이나 큰 변수에는 연산 방식의 수정까지 요구되는 법. 단숨에 될 일은 아니라는 얘기요.”

“흥. 그래서 수다나 들으며 기다리라 이건가? 이 일을 맡긴 분들이 누구인지를 잘 기억해야 할 것이야, 늙은이.”

“변수라고는 말했으나, 그것이 인과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고 보기는 어렵소. 오히려 긍정적일 확률이 높지.”

“호오. 이유는?”

“마누스란 것은 완전무결한 신살병기. 그것을 발아래에 복종시킨 인간은 파괴의 욕망에 눈이 멀 수밖에 없을 것이오. 혼돈의 시작이 더욱 가까워지리라는 의미지.”


보편적으로 힘없는 이들은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언더도그마의 신념처럼 약한 자들이 상대적으로 선량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애초에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의욕 자체가 생기지 않는 까닭에.

내면에 분노가 가득하다 해도 그걸 실천할 방법이 없다면 범죄에의 충동을 덜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같은 논리로 큰 힘을 가진 자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몇 배는 더 거대한 충동을 통제하려 애써야 하는 법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혼돈의 도래를 전망하는 검은 뿔에게, 붉은 뿔은 앞서 언급됐던 가능성을 다시 거론했다.


“그건 그렇겠는데, 만일 영혼이 변질된다면 어떻겠나?”

“어떤 의미에서 묻는 것이오?”

“마누스가 복종의 칼로 기능하는 것은 영혼의 고정과 재조정 과정에서 일종의 세뇌가 발생하는 까닭이지. 헌데 그 고정된 영혼이 타의에 의해 변질돼 주종관계를 잃었다고 한다면, 복종이라는 전제 자체가 틀어지는 셈이 아니겠나?”

“흠. 싸움밖에 모르는 그대들치고는 제법 예리한 접근이로구려.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이 마누스의 영혼에 변형이 가해질 경우 복종의 성질 역시 사라진다 봐야 옳겠지.”

“그 경우는 어떤가? 인과율에 악영향이 생긴다거나.”


검은 뿔은 머릿속 계산기를 작동시키듯 긴 손가락으로 팔뚝을 두드렸다.

그리고 3초쯤이 지난 뒤 고개를 저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자멸만이 있을 뿐이겠소.”

“확실한가?”

“그렇소. 복종의 덕목을 잃은 마누스에게 남는 것은, 신마저 죽이는 거대한 붕괴의 힘뿐. 그것을 스스로 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분명 폭주 속에서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겠지. 그러면서 스스로의 죽음을 한없이 앞당길 것이고.”

“흠. 그렇게 된다면 대세에 지장은 없겠구만.”

“당연한 이야기. 부러진 칼은 그저 폐기될 따름이라오.”


만족스러운 답변에 붉은 뿔이 씩 웃는다.

그리고 잠시 후.

파벨 마테야드가 탄생했으며 유은석의 영혼이 불려왔던 고대인의 유적에, 굉음을 머금은 낙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지진······인 모양이로군.”


지축을 울리는 진동에, 르제슈이제 공작은 밋밋한 반응만을 보였다.

건물이 무너질까 염려해 급히 곁으로 달려들던 기사가 순간 멈칫할 정도의 여유.

그 어색한 대치에 멋쩍어진 유은석을 보곤, 공작은 20대 청년처럼 키득거리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하하핫. 파벨, 내 몇 차례고 말했을 텐데? 이 아성은 140년 전 당대 최고의 마법사들만을 불러들여 설계한 마법공학의 위대한 결실이다. 지진 따위로 붕괴될 만한 건물이 아니야.”

“아, 예. 순간적으로 잊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날 지키기 위한 그 의지에는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이 정도 진동이라면 네 고향인 유적에는 일부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겠구나.”

“예? 그렇다면 큰일이 아닙니까?”

“하하. 내가 자연재해에도 대비하지 않는 낙관론자로 보이나 보지? 영혼 재조정에 필요한 주요 설비의 도면은 이미 여럿 필사해뒀다. 단 5일이면 새로 지을 수 있으니 염려 말거라.”


과연 지혜로 널리 알려진 대영주다운 안배.

다만 유은석은 그 대답에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러워졌다.


‘지금 파벨의 몸은 일종의 바이러스 감염 상태인데. 그런 이 신체에 재조정이 가해진다면, 최악의 경우엔 내 영혼이 축출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든 피해야 할 전개라는 뜻. 다만······ 호문쿨루스 몸에 들어온 내가 재조정 없이 얼마나 살 수 있을지도 미지수긴 하지. 이래저래 마음이 급해지네.’


고대인의 기록에 따르면 호문쿨루스는 3년마다 규칙적으로 영혼 재조정을 수행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문제가 생기기 전에 대비하라는 의미에서 간격을 좁게 잡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 기한을 넘겨버리고 나면 끊임없이 내부 트러블을 걱정해야만 할 터.

그렇기에 유은석은 조바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밀레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아무래도 3년 안에는 어려울 거야. 마녀 주제에 쓸데없이 마음이 여린 애라······ 짧게 잡아도 5년 뒤의 그 사건까지는 일어나야 좀 안심을 할 수 있겠지. 그때까지 영혼 재조정을 피하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뜻.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네. 아카데미에 가면 고대 유적 관련 기록들을 파봐야 되겠어. 작중에 서술되지 않은 비밀이 어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져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보고를 이어갈 수 있었다.


“영애께선 오늘 하루 내내 특별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조찬을 마친 뒤엔 아성의 옥상에 올라 솔바드령의 현황에 대해 가르치셨고, 차례로 스승들을 만나 오전 수업을 수료하셨습니다. 이후 귀부인들과 함께 후원에서 티타임을 즐기신 뒤 곧바로 레벤테 경에게 기초적인 검술을 사사하셨습니다.”

“흠······ 그렇군. 의심스러운 언행은 전혀 없었고?”


공작이 염려하는 것은 하나뿐인 딸의 인성.

사냥개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던 것이야 시종을 구하기 위한 선의였음이 밝혀졌다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15세 소녀가 맹견을 단매에 때려잡은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는 호위기사이자 복종의 호문쿨루스인 파벨에게 밀레나의 행동을 철저히 감시하라 지시한 바 있었다.


다만 교사인 유은석에게는 이미 불식된 지 오래인 의심.

그는 차분하고 단호하게 공작의 우려를 부정했다.


“예, 공작 전하. 폭력 성향보다는 오히려 민중의 고통에 공감하는 성향이 커 보였습니다. 마음 놓으셔도 될 듯합니다.”

“그런가. 외적인 표현에 미혹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믿어도 될 일이겠지. 하지만 이후로도 방심하지 말고 지켜보도록 해라.”

“예, 그리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향후의 업무를 하달하도록 하지. 왕령 행정관 야고르 백작과 그 가족들이 곧 마즈탈란에 도착할 예정이다. 드러난 목적은 솔바드령 관광. 그러나 진실은 달라. 그들은 국왕 폐하의 밀사로서, 휴양을 핑계로 이곳에 와 왕당파의 주요 안건들을 상의할 예정이다. 하여 반대파의 습격이 있을지도 모를 노릇. 네가 마중 나가 그들을 호위해줬으면 싶구나.”

‘······호문쿨루스가 좋긴 좋네. 왕국 최대의 정보망을 보유한 공작으로부터 기밀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다니.’


르제슈이제 공작은 기본적으로 조심성 넘치는 인물이다.

심복이라 할 만한 가신들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성향이라, 그가 가식 없이 정보를 공유할 만한 대상은 오직 복종의 존재로 창조된 파벨 마테야드뿐.

빙의의 대상으로는 최적이라고 해도 되리라.

다만 유은석 입장에선 오히려 불안이 더해지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빙의의 주체인 내가 검 같은 건 평생 잡아본 적도 없는 책상물림 현대인이라는 부분이지. 신체의 운동능력이야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쳐도, 그걸 써먹을 기술이 없는 채로는 마음처럼 활약하기가 힘들 거다. 실제로 습격이 발생한다고 하면 내 몸이나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어떨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작중에 야고르 백작이 귀족파의 습격을 받았다는 서술이 나온 적 없다는 사실.

국왕의 심복인 왕령 행정관이 솔바드령에서 위기를 겪었다면, 그건 어떤 식으로든 언급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렇기에 유은석은 이번 임무에서 불상사가 생길 확률이 높지는 않겠다고 판단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제가 충실히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그 길에 밀레나 역시 동행시켰으면 싶구나.”

“예······? 영애를요?”

“그렇다. 비록 작위는 백작에 지나지 않으나, 야고르는 왕령 전체를 다스리는 국왕 폐하의 심복. 그를 모시는 일에 일반 백작은 급이 맞지 않아. 후작과 동등한 지위로 인정받는 내 후계자쯤은 나가야 예법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알스트롬 왕국에서는 세습 작위의 공식 후계자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작위의 귀족으로 예우한다.

지구의 커티시 타이틀(courtesy title)과 유사한 예법.

다만 그렇다 해도 미성년자인 후계자가 성 밖까지 불려가는 일은 극히 드문 사례다.

공작의 결정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


“공작 전하······ 혹시 영애를 성 밖으로 내보내셔야만 할 다른 이유가 있으신 것은 아닙니까?”

“흐음. 파벨, 너는 과연 현명하구나. 근 3년간 단지 지식의 습득이 빠르다고만 생각해왔으나, 어제와 오늘의 언행을 보니 그 이상으로 인간의 사회를 잘 이해하고 있어. 그럼 한번 맞혀보거라. 내가 어떤 이유로 그 아이를 내보내려는 것일까?”


일대를 다스리는 대영주가, 작으나마 신변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하나뿐인 딸을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려는 상황.

유은석은 오래지 않아 그 행위의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다.


“영애가 성밖에 머무는 동안······ 그녀가 알지 못했으면 하는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자 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과연 지혜로운 기사로다. 그 말 그대로다, 파벨. 나는 내 딸을 내보낸 뒤 오고반에 지원병력을 급파하고자 한다. 그 결정만큼은 그 아이가 모르게 하고 싶어. 내 사후에 이 땅을 다스릴 밀레나가, 아비의 부끄러운 선택을 보지 못했으면 하는 것이야.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나?”


『더 퀸』의 애독자에게는 이미 답이 나와 있는 문제.

현대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결정장애’ 같은 것을 지니고 있는 공작은, 이웃 영지의 영주가 훌륭한 인물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하나의 민란이 성공하는 순간 왕국 전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진압 작전에 손을 보태고 만다.

그 잔혹한 결정을 하나뿐인 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판단과 동시에 유은석은 비로소 조각 난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을 느꼈다.

순수한 소녀였던 밀레나가 급변하게 되는 이유.

파병처럼 중대한 사안을 후계자인 자신과 최소한의 상의도 없이 결정하는 독단이란, 정의감에 불타는 15세 소녀에겐 좌절감이 클 수밖에 없을 배신이다.

그로 인해 거친 노선을 타게 됐다고 하면 현재의 그녀와 소설 속 마녀 사이의 괴리감도 이해가 될 법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노선을 택해야 하는 걸까. 밀레나에게 모든 사실을 전해서 오고반 지원군을 와해시켜야 하는 걸까. 그게 아니면 원작의 전개를 따라가며 말로써 그녀의 ‘흑화’를 막아내야 하는 걸까.’


어느 쪽도 쉬워 보이지는 않는 길.

그리고 한 치의 실수만으로도 밀레나의 행복이라는 최종 목표를 놓쳐버릴 수도 있을 상황이다.

그렇기에 유은석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지려 애썼다.


“공작 전하······. 송구한 말씀입니다만, 영애께서는 결국은 전하의 그 결정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 성실한 숙녀시니까요. 그 경우 부녀 사이의 감정적 갈등이 대단히 심화되지 않을까 저어됩니다. 부족한 제 소견으로는, 차라리 터놓고 대화를 나누시는 편이 더 나아 보입니다.”

“하하. 충심에서 우러나온 조언임을 안다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설혹 그 아이가 내 결정에 불복한다 해도 나는 군대를 파견할 것이야. 그리고 그렇게 되면 감정적 갈등을 넘어 실질적인 파벌이 형성될 수도 있을 터. 여타 가신 중에도 파병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지. 반면 밀레나가 내 뜻에 동조한다면······ 오히려 내가 그 아이에게 실망하게 될 것 같구나. 차라리 멋대로 결정하고 미움받는 편이 바람직하리라. 그것이 내 바뀌지 않을 결심이다, 파벨.”


그 말마따나 공작의 얼굴에선 굳은 결의가 느껴진다.

세 살짜리 인조생명체의 조언 따위로는 바뀌지 않을 의지.

유은석은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경우의 수를 고민하느라 바빠야 했고.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곤란한 이지선다네. 햄릿의 심경이 이해가 될 지경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후회가 안 남기는 힘들 거고······ 결국 중요한 건 밀레나의 마음이 되겠어.’


다시 한번 마녀와 대면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

그는 교사의 걸음으로 공작의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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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Chapter 4 – 인간의 자격 (5.) +1 24.05.13 26 2 19쪽
24 Chapter 4 – 인간의 자격 (4) 24.05.12 31 5 16쪽
23 Chapter 4 – 인간의 자격 (3) +1 24.05.10 39 5 16쪽
22 Chapter 4 – 인간의 자격 (2) +2 24.05.09 48 5 17쪽
21 Chapter 4 – 인간의 자격 (1) +2 24.05.08 52 4 16쪽
20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6.) +1 24.05.06 52 5 16쪽
19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5) 24.05.04 53 5 16쪽
18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4) 24.05.04 58 6 16쪽
17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3) 24.05.02 63 7 14쪽
16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2) +3 24.05.01 79 7 18쪽
15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1) 24.04.30 84 6 16쪽
14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7.) +2 24.04.27 101 7 15쪽
13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6) +1 24.04.26 101 5 15쪽
12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5) +1 24.04.24 105 7 16쪽
11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4) +1 24.04.23 106 7 15쪽
10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3) +1 24.04.22 115 7 16쪽
9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2) +4 24.04.20 128 9 16쪽
»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1) 24.04.18 150 3 16쪽
7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6.) +2 24.04.17 160 4 15쪽
6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5) +1 24.04.15 171 6 16쪽
5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4) 24.04.14 198 5 15쪽
4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3) +1 24.04.13 244 10 15쪽
3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2) +2 24.04.11 295 10 16쪽
2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1) +4 24.04.09 400 9 15쪽
1 Prologue +1 24.04.08 501 1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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