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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벗 - Be, But...

흑막 영애의 호위기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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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벗
작품등록일 :
2024.04.05 17:49
최근연재일 :
2024.05.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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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30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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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1)

DUMMY

목숨을 잃은 인간은 생각 외로 따뜻했다.

이미 한겨울에 접어든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섯 구째의 시신을 말에 싣고 난 뒤에는 구슬땀이 옷을 적셨을 정도로.

그렇듯 곧 차가워져버릴 온기 아래.

마족의 피에 이어 인간의 피마저 덮어써 온통 붉어진 기사는, 고어 무비의 한 장면 같은 학살의 현장에 질겁하는 대신,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어느 소년의 죽음을 생각했다.


‘영악한 녀석이었지. 『더 퀸』에서도 멍청한 면모를 보여준 적은 없긴 했지만, 공작영애 자체가 워낙 이것저것 미리 계산해버리는 천재다 보니까 티가 거의 안 났었는데······ 알고 보니 은근 똑똑한 호문쿨루스였어. 찰나에 불과했던 이변의 순간에 주인을 위해 자기가 죽어야 한다고 확신했을 정도로.’


유은석은 소년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음을 안다.

자아가 의식의 주변부로 밀려난 시점부터는 그 역시 동거 영혼의 사념을 느낄 수 있었기에.

금세 끝낼 수도 있었을 싸움을 10분 가까이 끌고 갔던 소년의 속내가, 이제는 손에 잡힐 듯 명백했다.


‘나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백면서생이나 다름없는 침입자에게 세계관 최강자들의 전투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향후 또 다른 마족이 습격해올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본체인 내 영혼이 약해빠진 상태라면 결국 시한부 처지밖에는 안 될 거란 말이지. 일격필살의 단편적인 승리라면 몇 번을 봐도 남는 게 없었을 확률이 높고. 그렇기에 파벨은 사멸을 각오하고서라도 내게 호문쿨루스의 검술을 체득할 기회를 줬던 거다.’


인간이라면 결코 쉽지 않았을 희생.

그렇지만 복종을 타고난 호문쿨루스는 달랐다.

사멸하는 순간까지도 아주 작은 후회조차 느끼지 않았을 정도로.

그러니 존경받아 마땅한 최후라고 말해야 옳겠지만, 유은석은 떠나버린 소년을 시원히 놓아주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현명한 녀석이었는데······ 동시에 멍청한 녀석이기도 했던 거지. 밀레나가 자기 때문에 행복해질 수 없었을 거라고 믿어버렸다는 점에서. 뭔 말도 안 되는 자학이냐고. 마녀라는 건 애초에 수천수만 개의 불행한 미래를 안고 태어나는 존재야. 그 플래그 못 피한 게 어떻게 호위기사 잘못이겠냐? 꼬인 팔자 타고난 지 탓이지. 너 때문이 아니었다고, 이 멍청아.’


마녀의 운명은 말 그대로 꼬인 팔자다.

전생이나 다름없는 99인의 기억을 품고 살아가야 하기에.

판타지소설에서야 주인공들이 전생의 재능과 지식을 활용해 현실 속에서 잘나가는 성공기만을 보여주지만, 그런 낙관적인 공상들이란 현실과는 무관할 확률이 높았다.


‘나도 뭐 죽고 나서 부활해본 적은 없으니까 함부로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긴 해도, 그래서 더 확신이 드는 거다. 인간은 원래 필연적인 죽음의 미래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존재. 그렇기에 현재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거야. 하지만 99번이나 죽어봤던 인간이라고 하면······ 아무리 즐거운 일을 겪어도 ‘그래봤자 죽으면 다 끝 아님?’ 같은 염세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 더는 평범한 인간의 인생을 살 수가 없게 된다는 거다.’


그것이 소년 파벨에게 영혼을 나눠준 주인의 정체.

밀레나는-마녀라는 존재는-그저 복종하고 지켜주고 뜻을 이뤄주는 일만으로는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괴물이다.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최강의 기사라 해도 타파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저주받은 운명.

소년은 짧았던 삶의 끝에서 쓸데없는 죄책감을 뒤집어쓰고 만 셈이었다.


‘그래서 괜히 나까지 씁쓸해진 건데······ 이미 다 끝난 일이지. 소년 파벨은 이제 없다. 그 녀석은 푸른 뿔의 마족과 함께 죽었어. 그런 그의 공헌을 아는 사람은, 죽어버린 마족을 제외하고 나면, 오직 나뿐이고. 사실 그의 존재를 아는 것조차 나뿐이지. 그가 나고 자란 세계 속의 모든 사람이 빙의자 유은석만을 만나며 살아갈 거다.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진짜 파벨을 기억할 수 없다는 거. 그 녀석은······ 죽음으로써 나한테 그런 압박감을 심어주려 한 거야.’


유은석은 말하자면 유일한 목격자.

그리고 누구도 들을 수 없었던 유언의 무이한 증인이다.

그렇게 두 종류의 witness로 치환돼버리고 나면, 침입자는 헌신짝을 자처한 소년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라도 그의 마지막 검기(劍技)를 익히는 데 소홀할 수 없게 될 터.

바로 그것이 소년을 두고 영악하다는 평가를 하게 된 핵심 근거였다.


‘뭐 내 경우엔 걔가 그렇게까지 안 했어도 강해지려고 최선을 다했을 거지만 말이지. 지금으로선 마녀의 미션을 완수하는 것 말고는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없단 말이야. 밀레나도 나도 절대로 죽어선 안 된다는 뜻. 그걸 위해선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강해져야만 한다. 그런 건데······ 멋있긴 했어. 원작의 소드마스터 시절 파벨보다도 훨씬 더. 그런 녀석을 실망시킬 순 없는 일이지. 네 유지, 잘 받았다. 이젠 나만 믿어.’


어떻게 해야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지는 감도 안 잡히는 상황이지만, 기회는 눈 부릅뜨고 기다리는 자에게 주어지는 법.

미래의 가능성을 잡고자 한다면 우선 코앞의 위협부터 슬기롭게 빠져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유은석은 그루터기에 기대 쉬고 있던 마티아스 베르셀에게 다가갔다.


“마티아스, 좀 괜찮나?”

“어, 어! 난 멀쩡하오, 파벨 경!”

“흠. 말투가 좀 별론데. 친구끼리 그러긴가?”

“아, 그, 미안하네······. 내가 그······ 당황을 해서······.”


존비어가 뚜렷이 갈리는 한국어와 달리, 알스트롬 왕국의 언어는 일상어와 격식어의 구별이 미묘한 편.

쭉 평어만 쓰던 마티아스가 갑자기 격식을 차린 것이 대단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더없이 자연스럽다고 봐야 할 일.

파벨이 마족을 쓰러뜨리는 10분을 1인칭 시점으로 지켜봤던 유은석은, 아티팩트 덕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는 청년 기사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잘 알았다.


그렇지만 마티아스에게 필요한 것은 경외가 아닌 친구.

유은석에게 필요한 것 역시 눈 내리깔고 우물쭈물하는 추종자는 결코 아니었다.


“하던 대로 해, 마티아스. 듣는 사람까지 불편해지니까.”

“하, 하던 대로? 음······ 내가, 그래도 될까?”

“그래. 함께 목숨 걸고 마족과 싸운 전우 아니냐고.”

“그, 나는, 싸웠다기보다는, 그냥 죽을 뻔했는데······?”

“한 명한테 스물아홉 명이 죽었어. 너랑 나는 그런 강적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둘뿐인 전우야. 거짓말 하나도 없는 진실이지. 안 그래? 내가 틀린 말 했냐 이거야.”

“그게······ 아예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틀린 말 아니면 그런 걸로 해. 나한테 그게 필요하니까.”


마티아스는 그제야 비로소 유은석의 갈색 눈을 직시했다.


“어? 필요하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사정 알잖아? 고작 열여섯 살밖에 안 된 자작가의 사생아야. 그런 내가 혼자서 마족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면, 어떻게 되겠어? 대륙 전역에서 관심이 쏟아질 거 아냐?”

“그건, 좋은 거잖아? 마족이야. 천 년 만에 등장한 전설을, 너 혼자 때려잡은 거라고. 이거 엄청난 명예인 거 몰라?”

“아니까 하는 말이잖아. 공작 전하께선 내 진짜 실력을 감추고 싶어하셔. 명예가 생기면 오히려 곤란하다는 거지.”


공작을 언급해 당위성을 강조한다.

마티아스로서는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는 엄포.

그와 동시에, 스무 살 청년으로서 호기심이 잔뜩 동할 만한 스토리텔링이었다.


“그러니까 넌······ 공작 전하께서 비밀리에 키운, 비밀병기였던 거야? 그래서 그렇게 엄청나게 강했던 거였어?”

“그래. 그러니까 자작가의 사생아 주제에 승계권을 인정받고 기사로 서임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거지.”

“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사생아인 거랑은 관계없잖아? 난, 네가 출생과 무관하게 훌륭한 기사라고 생각해.”

“고마운 이야기네. 다만 난 그냥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이번 전투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고. 목격자가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마족 출현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난 공작 전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괜한 주목을 받아선 안 되지. 그러니까 말이라도 2:1의 싸움인 걸로 맞추자는 거야. 그러면 나한테 쏠릴 시선이 확 분산될 테니까.”


몰락한 자작가의 사생아와 유망한 백작가의 적장자.

그런 두 사람이 마족을 상대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을 때, 그중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후자 쪽이 될 수밖에 없다.

기사의 마나 연공에는 시간과 돈이 모두 필요하기에.

영상매체도 없고 SNS도 없는 이 세계관이라면 그 간단한 프레임만으로도 관심의 상당 부분을 흩어낼 수 있을 터였다.


“맙소사······ 넌······ 공작 전하의 큰 뜻을 위해, 그 커다란 명예를 나한테 넘기겠다는 거야?”

“그런 거지. 겸사겸사지만 친구로서 주는 첫 선물이야.”

“넌 정말······ 미친놈이야!”

“그래서 싫냐?”

“싫겠어? 좋지! 아버지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실까! 처음에는 ‘무서운 적을 만나면 곧바로 도망치라고 내가 몇 번 말했냐’라면서 화를 내시겠지만, 나중에는 날 꼭 껴안고 정말 대단한 공을 세웠다면서 칭찬해주실 거야······.”


3대 독자로서 엄격한 훈육을 받았던 탓에 인정에 목말라 있던 마티아스로선, 거절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을 제안.

유은석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베르셀 백작 성미 생각하면 껴안거나 칭찬을 해주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한껏 신난 애한테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겠지. 아무튼 이 정도면 소문 문제는 해결된 셈인가.’


후미의 목격자들 역시 왜곡에 저항감을 느끼지는 않으리라.

‘두 사람이 마족과 싸워 승리하고 살아남았다’라는 사실관계 자체는 오류 없는 진실이니.

그렇게 소문의 파장을 최소화한 유은석은, 그 영웅담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에 대해 조사했다.


“운구랑 식사 준비까지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마족에 대해서 좀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마족에 대해서······? 어, 나 마족 잘 모르는데?”

‘몰라도 나만큼 모르겠냐. 『더 퀸』에서 마족은 전설 속의 백그라운드였을 뿐. 그래서 굵직한 정보만 서술됐지 디테일한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반면에 이 세계를 살아가는 유력 백작가의 후계자라면 들은 풍월이 없지 않을 거야.’


그런 생각으로 청년 기사를 지긋이 노려보자, 이내 호들갑스런 설명들이 출력됐다.


“아, 그렇지! 그게 있었네! 내가 『각지의 민담들』을 본 적이 있거든? 생각해보니까 거기에 마족 얘기가 있었네. 가만있자······ 그 내용이 뭐였냐 하면······ 아, 그래! 마족한테는 뿔이 나이테 비슷한 거라는 얘기가 있었어. 뿔 색깔은 어떤 영역에 특장점을 가졌는지를 알려주고, 뿔 길이는 얼마나 많은 마나를 다룰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기사의 경우 반 뼘 길이가 익스퍼트 수준을 나타낸다나? 네가 죽인 마족 같은 경우엔······ 뿔이 꽤 긴데······”

“흠. 대충 두 뼘 정도네.”

“······미친······”

“두 뼘이면 최상급 정도 되나?”

“아니, 한 뼘 반이!”

“그럼 두 뼘이면 뭐야? 마스터 수준은 아닐 거 아냐?”

“마스터는 아니어도······ 마스터 뺨치는 수준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족을 부상 하나 없이 처치한 넌······ 도대체 뭐야? 너, 설마, 전설의 소드마스터- 으악!”


마티아스가 비명과 함께 유은석의 발치를 바라본다.

정확히는, 마나를 담은 발길질로 인해 세 조각으로 분질러진 푸른 뿔을.

이후 추가적인 발길질로-추가적인 비명과 함께-그중 두 조각을 산산조각 내버린 유은석은, 하나 남은 반 뼘짜리 뿔 조각을 마티아스에게 건넸다.


“이 정도로 하자. 민담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귀 얇은 귀족들이 굳이 네 실력을 추산하게 놔둘 필요는 없으니까.”

“아아······ 뿔이······ 두 뼘짜리 전설의 뿔이······”

“전설은 집어치우고, 네 안목으로 볼 땐 어땠냐?”

“으으······ 뿔······ 어? 어땠냐니?”

“마족 말이야.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 것 같았어?”

“어느 정도냐고? 당연히 최상급이지.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수련한 관록의 기사단장급이라고 느꼈어, 난.”

“근거는? 중급이 포함된 기사 집단을 몰살시켰으니까?”


마티아스 베르셀은 1년 전 왕립 아카데미를 졸업하며 중급 익스퍼트의 솜씨를 인정받은 바 있는 기재.

그것이 젊은 나이에도 공작영애를 포함한 파견단의 거마관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다.

더불어 선두의 기사 중에는 그를 제외하고도 도합 열두 명이나 되는 익스퍼트가 배치되어 있었던 터.

그런 전력 비교의 관점에서 도출된 결론일까 싶어서 건넨 질문에, 마티아스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에이, 전투라는 게 어디 그렇게 산술적으로 되나. 아티팩트로 전신을 두른다고 치면 나도 비슷하게 할 수 있어.”

“그건 좀 무리 아닐까 싶은데.”

“아, 아무튼! 그렇게 단순하게 계산한 건 아니란 얘기야. 어디까지나 너하고 싸우던 모습을 보고 평가한 거라고.”

“흠. 나하고 싸울 때 어땠는데?”

“마나 폭풍이 불었잖아. 그게 최상급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라 몸 밖으로 마나를 뿜어낼 수 있게 된 기사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신위라는 건, 중급 나부랭이인 나도 잘 알거든? 그러니까 죽은 마족은 대륙에 50명도 채 안 된다는 최강자들하고 동급이었던 거야. 그놈을 상처 하나 없이 쓰러뜨린 너는······ 너는, 모르겠다. 진짜 마스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승리했던 파벨이지만, 그 혈흔은 모두 마족의 것이었다.

동급의 경지에도 불구하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는 뜻.

그것이야말로 호문쿨루스만의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3대 3천짜리 괴물 같은 육체만 생각했는데, 핵심은 그쪽이 아니었어. 감각과 반응속도. 상대의 공격이 시작도 되기 전에 그걸 인지하고, 상대가 반응할 틈도 없이 동작을 바꿔 약점을 찔러나간다. 신경계가 인간의 극한을 초월해 신의 경지에 달하지 않은 이상에는 불가능한 전투방식이야.’


소설로 읽을 때는 명확히 알 수 없었던 지점.

로맨스 소설로 분류됐던 『더 퀸』인 만큼, 전투 관련 서술은 장면 설명보다 감정 표출의 수단으로 기능할 때가 많았다.

덕분에 파벨의 싸움을 체험한 뒤에야 진실을 알게 된 것.

오감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뇌로 대처법을 떠올리고 근육으로 지시를 수행하는 모든 과정이 마치 예지력만큼이나 빠르게 이뤄지는 호문쿨루스는, 동급 최강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내가 말에 탄 채 반으로 갈라져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고. 사실 그것만 갖고 신마저 죽인다고 떠드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또 다른 뭔가가 숨어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 몰라도 될 얘기겠지. 상급 수준도 벅찬 마당인데 뭐.’


본다고 해서 모두가 깨닫는다면 세상에 약자는 없으리라.

아무리 뛰어난 육체를 가졌고 아무리 대단한 전투를 체험했다 해도, 유은석의 본질은 칼보다 분필이 익숙한 교사.

파벨의 전투력을 따라잡으려면 긴 적응기가 필요할 터였다.


‘그 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당장은 이 녀석이 유일한 방법이려나. 마티아스와의 대련으로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보자. 다만 그 전에, 이동의 방향부터 결정해야 할 텐데······’


파견단 인원들은 반씩 나뉘어 운구와 식사를 준비하는 중.

대체로는 애도의 분위기만 흐르는 한편, 기사들이 모인 마차 주위에선 귀환파와 강행파의 격론이 오가고 있다.

일행의 대표자인 밀레나는 마차 창문을 닫아버린 상태.

그렇기에 아무 결론 없이 감정싸움만 지속되는 형국이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 식사만 하고 귀환한다면 새벽녘에는 랑크츠로 돌아가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오고반의 명운이 바뀌고 말아. 나비효과가 더욱 커진다는 얘기. 나는 지금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 걸까······.’


답 없는 고민 속에서, 유은석은 마차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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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Chapter 4 – 인간의 자격 (5.) +1 24.05.13 35 2 19쪽
24 Chapter 4 – 인간의 자격 (4) 24.05.12 34 5 16쪽
23 Chapter 4 – 인간의 자격 (3) +1 24.05.10 40 5 16쪽
22 Chapter 4 – 인간의 자격 (2) +2 24.05.09 48 5 17쪽
21 Chapter 4 – 인간의 자격 (1) +2 24.05.08 53 4 16쪽
20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6.) +1 24.05.06 54 5 16쪽
19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5) 24.05.04 53 5 16쪽
18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4) 24.05.04 58 6 16쪽
17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3) 24.05.02 65 7 14쪽
16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2) +3 24.05.01 79 7 18쪽
» Chapter 3 – 목격자와 증인 (1) 24.04.30 85 6 16쪽
14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7.) +2 24.04.27 101 7 15쪽
13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6) +1 24.04.26 101 5 15쪽
12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5) +1 24.04.24 106 7 16쪽
11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4) +1 24.04.23 107 7 15쪽
10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3) +1 24.04.22 115 7 16쪽
9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2) +4 24.04.20 132 9 16쪽
8 Chapter 2 – 신마저 죽이는 칼 (1) 24.04.18 151 3 16쪽
7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6.) +2 24.04.17 164 4 15쪽
6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5) +1 24.04.15 173 6 16쪽
5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4) 24.04.14 202 5 15쪽
4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3) +1 24.04.13 246 10 15쪽
3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2) +2 24.04.11 298 10 16쪽
2 Chapter 1 – 마녀의 사이드킥으로서 (1) +4 24.04.09 406 9 15쪽
1 Prologue +1 24.04.08 508 1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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