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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님의 서재입니다.

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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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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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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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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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글자수 :
141,841

작성
22.11.2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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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4화

DUMMY

결국 그렇게 카이델은 케일과 동행하게 되었다.

입을 열면 귀찮은 존재이기는 했으나 마법사는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였다. 게다가 레이나와는 다르게 귀족도 아니고, 기사 지망도 아닌 완전한 마법사다.


‘어차피 세페르에 도착하면 헤어질 것이고.’


잠깐의 동행이니, 그는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카이델만 준비되면 바로 출발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들이 성문 가까이에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커다란 짐마차 두 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식자재로 보이는 무언가가 가득 실려 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10명이 조금 넘는 기사들로도 충분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기사들은 말을 데려온 뒤, 대열을 정리했다. 단지 두 대의 마차가 추가된 것만으로도 행렬이 꽤 길어진 느낌이었고, 최대한 그것들을 지키는 방향으로 기사들이 배치되었다.


“그럼, 이제 출발할까.”


카이델이 맨 앞에 놓인 말에 올랐을 때였다.


“아, 백작님. 이거 가져가십시오.”

“이걸 가져가라고?”


기사가 내민 것은 뿔 나팔이었다. 그의 기억에 의하면, 분명 어젯밤 저기에 들이부은 술로 인해 숙취에 시달리게 만든 바로 그 술잔이다.


“기념으로.”

“······.”


하지만 처음으로 쓰러뜨린 오크의 뿔 나팔이라는 건 조금은 기념할만했다.

카이델은 나팔을 받아 허리에 찼다.


“성문을 열어라!”


드드드드-


무거운 성문이 열리고, 그 앞에 양옆으로 늘어선 성벽 기사들이 그들을 배웅했다.


타닥-


그가 말을 몰아 그사이를 지날 때마다 기사들은 허리를 숙였다.


‘이게 귀족···.’


저 아래에서 인사를 건네는 처지는 되어 봤으나 위에서 그걸 내려다보는 건 또 새로운 기분이었다.

그들의 배웅을 받으며 성문을 통과한 카이델의 앞에 넓은 평원이 펼쳐졌다.


이곳은 알로이스의 입구.

이제부터 내딛는 모든 땅이 알로이스다.


“백작님. 지금부터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백작님의 앞에서 말을 모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뒤에서 가면 아무래도 제때 길을 틀기가 어려우니 말입니다.”


케일은 앞으로 나서기 전에 우선 카이델의 허가를 구했다.

그가 마차를 탄 귀족이라면 모를까, 직접 말을 몰아 기사를 이끄는 귀족이기에 부하가 그 앞을 나서는 건 예의에 어긋났다.


예외로 두는 것은 길 안내 정도.

물론 그것도 상대의 허가가 있어야만 했다.


“안내하라.”


카이델의 뒤로는 짐마차가 늘어섰고, 기사들이 옆과 뒤에서 그것들을 보호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었다.

지키는 기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에 그의 깃발은 마차 기둥에 묶은 뒤, 흔들리지 않도록 잘 고정해두었다.


“크큭, 진작 저렇게 해두었어야 했는데.”

“할 거면 처음부터 하시지.”


클렌은 마차 위에서 흔들리는 깃발을 보며 낄낄댔으나 윌은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저렇게 해두었다면 그가 며칠을 고생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그런 그들의 뒤에서 마차를 지키는 사람 중에는 레이나도 있었다.

약간의 물자와 말을 얻은 덕분에 그녀도 말을 타게 됐다. 귀족이 아니냐는 카이델의 예상에 맞게, 말도 잘 탔다.


카이델의 옆에서 말을 몰던 클렌은 주위를 훑어본 뒤, 그들 앞에 있는 케일에서 말을 건넸다.


“너는 저곳의 마법사인데, 정말 떠나도 되는 건가?”


아무리 알로이스의 성벽이라고 해도, 마법사가 많은 건 아닐 것이다. 다시 한번 괜찮은지 확인하는 그를 보며, 카이델은 슬쩍 귀를 막았다.


“어차피 여기까지 오크가 쳐들어오는 것 자체도 드뭅니다. 주위 몬스터라고 해봤자 잡기 쉬운 편이고. 만약 제가 돌아올 때까지 버티지 못한다면 이 성벽도 이제 끝이구나 생각해봐야 할 정도입니다.”

“······.”


나 하나 없다고 무너질 정도면 때려치우라는 것이었다.


‘여기 애들은 다 이래?’


은근히 난폭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그가 이들을 따라나설 이유는 없었다. 카이델이 억지로 끌고 나온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 마법사가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군가를 도와줄 성격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카이델은 귀를 막을까 말까를 고민하면서도 물었다.


“우리를 따라오는 목적은 뭐지?”

“저 레이나라는 아가씨···”

“한테 한눈에 반했다고?”


그리고 길어질 듯한 그의 말을 재빨리 끊어내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케일은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 아가씨는 정말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간단하게 말해라.”


이어지는 그의 대답이 점점 길어지자, 카이델은 한 손으로 귀를 막으며 말했다.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려주려고 합니다.”


케일을 뒤통수가 따가울 정도로 강한 압박을 느껴 흠칫 놀랐고, 정말 간단히 말을 줄였다.


“······.”

“······.”


그의 말을 들은 카이델 뒤의 두 기사, 클렌과 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저 마법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말할까 말까를 고민하며 서로에게 그 역할을 떠미는 사이,


“마법 잘 쓰던데?”


그들의 대표로 카이델이 말했다.


“네?”

“마법 잘 쓴다고. 저번에 쓰는 거 봤다.”


순간 케일의 말이 방향을 상실한 듯 휘청이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네? 마법을 쓸 줄 아는데도 지금 기사가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는 겁니까? 마법의 재능을 타고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 줄 아십니까. 그 재능을 낭비하며···”

“짧게.”

“세페르에 도착하기 전에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


그의 목적은 레이나를 완전한 마법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행렬의 맨 앞에서 길 안내를 하고 있었고, 레이나는 중간쯤에나 있다. 카이델은 길을 가는 동안 그가 어떻게 레이나를 설득한다는 것인지 조금은 궁금해졌다.


물론 길 안내를 그만두게 할 마음은 없다.





*






이들 중 유일하게 자리를 마음대로 이동해도 될 정도로 전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메이슨은 슬쩍 말을 몰아 카이델 옆으로 왔다.


“이쪽 길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 의문의 답은 케일에게서 돌아왔다.

이곳 지리를 모르는 그들은 케일의 안내에 따라 움직여야 했으나 메이슨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그러지?”

“방향은 맞습니다만, 길을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뭐?”


메이슨은 자기 생각에 확실을 품지 못하는 듯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


“···아니면, 그동안 길이 바뀌었거나?”

“여기 온 적이 있는 건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 이전에 다닌 기억은 있습니다.”

“여기를?”


이미 이곳은 알로이스였다.

웬만한 귀족들은 발을 붙이지도 않는 장소이며, 함부로 돌아다니지도 않는 곳. 아무리 오래된 이야기라고 해도 여기가 이렇게 된 것보다 오래되진 않았을 터였다.


쿠릉!


하지만 갑자기 울린 소리 때문에,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백작님, 몬스터가 나왔습니다!”

“잡아.”


카이델은 검을 뽑아 들었다.

어느새 주변에 나무가 많아졌다고 생각했더니, 그중 나무로 이루어진 몬스터가 있던 모양이었다.


커다란 줄기를 팔처럼 휘두르고, 주위로 뻗은 뿌리가 지네의 다리처럼 움직이는 나무.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크기였으나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저건 평범하게 검으로 자르긴 어렵겠습니다.”

“누구 도끼 갖고 있는 사람?”

“받은 무기 중에 있었던 것 같은데. 한 번에 잘릴까?”


기사 중에 당황한 사람은 없었다. 단지 귀찮으니까 오래 상대하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을 뿐.

그리고 저걸 자르는 데 가장 간단한 건 역시 마력검이었다.


평범한 검과 도끼, 마력검 중 어느 것으로 상대할까 고민하던 찰나,


화르르르-


케일의 손 위로 붉은 화염이 타올랐다.

양손을 밖으로 뻗은 그는 보란 듯이 화염을 더욱더 키운 뒤, 힐긋 뒤를 보았다.


“······.”

“······.”


아무리 눈치가 없는 카이델이라고 해도 그게 무슨 뜻을 지닌 행동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는 그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슬쩍 자리까지 피해주었다.


화르-


그대로 케일은 몬스터와 마주 본 뒤, 손에서 피운 화염을 그쪽으로 내던졌다.


콰과과광!


-케에에!!


곧 불꽃이 그들의 앞에서 화려하게 터졌다.


“···입만 산 녀석은 아니군.”

“와···.”

“이건 꽤 화려합니다.”


지난번 레이나가 보여준 마법보다 더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그들은 멍하니 눈앞에서 터지는 마법을 구경했다.

만약 내전에서 마법사들이 서로를 견제하느라 마법을 아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더 황폐해졌을지도···.’


-끼이이

-끼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니, 오히려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온 몬스터들이 더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콰과광!


게다가 그는 굳이 그 자리에 서서 주변으로 다가오는 몬스터를 하나하나 상대하고 있었다.

가만히 그걸 지켜보던 카이델이 물었다.


“저 새끼, 일부러 저러는 거지?”

“그런 것 같습니다.”

“일부러 길도 돌아서 가고?”


메이슨이 길을 돌아가는 것 같다고 느낀 건, 분명 기분 탓이 아니었다.


“아마도.”

“이걸 봐줘?”


카이델은 주변 기사들에게 물었다.

아무리 이제 빨리 갈 필요가 없다고는 해도 개인적인 욕심으로 길을 돌아가게 만드는 데 그냥 둬도 되겠냐는 뜻이었다.


“좀 봐주십쇼. 미래의 인재를 위해 저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의외로 다른 기사들은 그런 케일의 노력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빨리 가봤자 일은 다 끝나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너희는 참 이해심도 넓다.”

“기사들도 저런 경우가 있잖습니까.”

“실력 있는 인재라면, 더욱 끌어들이고 싶은 법이고.”

“······.”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이 관심이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레이나는 지금 마법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그럼에도 검을 배우려 하고 있다.


‘본인이 싫다는데 왜 굳이···.’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사이에 끼어들 마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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