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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님의 서재입니다.

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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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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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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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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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글자수 :
141,841

작성
22.11.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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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9화

DUMMY

-부우우우우우우우


길게 울리는 뿔 나팔 소리는 몬스터가 왔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장난스레 굴던 것과는 다르게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기사들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과연, 괜히 알로이스가 아니구나.’


놀 때는 놀아도, 싸울 때는 또 진지하게 싸운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남 일처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잠깐.”


한 기사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조금 전까지 카이델을 상대할 생각에 희희낙락하며 검을 쥐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단단히 굳은 얼굴로 카이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

“뭐지?”

“엇, 시비 거는 건가?”


기사라면 누구나 명예로운 결투에 열망하는 법이다.

명예로운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들은 결투할 뻔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싸우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카이델은 상대의 시비나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았다. 싸우고 싶다면 얼마든지 상대해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검을 뽑으려던 때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전쟁영웅이신 카이델 님의 솜씨를 배견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남자의 정중한 말투는 오히려 불길함을 불러일으켰다.


“어?”

“그러기야 했지.”

“이런 상황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과연 불가능할까?”


그는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 몬스터를 잡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건 또 새로운 유형의 시험이었다.

분주하던 주위 움직임이 갑자기 뚝 끊겼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카이델에게로 향했다. 그 눈에는 약간의 기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백작님을 위험에 내던지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메이슨은 울컥 솟은 말은 서슴없이 내뱉었다.

내전이 일어났을 때 대단히 활약한 그였으나 몬스터를 상대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평범한 몬스터는 괜찮다. 충분히 강하다는 건 지금까지 함께 한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오는 건···알로이스 저편의 몬스터.’


결과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지금 그들이 하는 건 텃세에 불과했다.


메이슨의 말을 들은 기사는 손을 내저으며 태평한 미소마저 흘렸다.


“아니, 그게 아닙니다.”

“잘 들어보십시오. 저 나팔 소리.”


-부우우우우우우


길게 울리는 나팔 소리는 여전히 주위로 낮게 깔렸다.


“···?”

“아, 여러분은 여기 사람이 아니라 모르신다는 걸 잊었습니다. 저렇게 길게 부는 건 그다지 위급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어느 몬스터가 가까이 왔다는 뜻에 불과합니다.”

“저 정도는 제대로 된 몬스터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직 성벽 근처에 오지도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사들은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그들의 말투를 보면 정말 별거 아닌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무서우시다면 저희끼리 처리해도 됩니다.”


기사는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말은 카이델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졌다.


“적의 수는 어느 정도 되지?”

“대략 20마리 정도입니다.”

“흠···.”


카이델은 잠시 고민했다.

그들이 자극한다고 해서 그 뜻에 굳이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상대할 수 있는 무리라면 피할 이유도 없었다.


‘20마리라···.’


잠시 더 생각하던 그는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싸운다면 20마리 정도는 혼자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결론지었다.


그는 가볍게 손을 털어내고는 말했다.


“좋아. 까짓것 혼자 상대하지.”

“······네?”

“가능하시겠습니까?”

“괜히 무리하지 마십쇼.”


의견을 냈던 기사들이 오히려 당황하며 그를 보았다. 저 몬스터를 잡아보라고는 부추겼으나 혼자 잡으라는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많은 수가 아니더라도 저편에서 넘어온 몬스터를 혼자 잡겠다고 생각할 줄은 몰랐다.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백작님이 여기서 돌아가시면 저희도 참 곤란한데 말입니다.”


그래서 진심 어린 충고까지 곁들여 주었는데, 그는 오히려 코웃음을 쳤다.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카이델의 기사들은 조용한 데 반해, 성문을 지키던 기사들이 그를 걱정하며 안색을 굳혔다.

젊은 백작이 객기를 부려 목숨을 잃으리라는 걱정이었다.


“우리 백작님은 괜찮을 겁니다.”

“아, 하지만 만약을 위해 검을 몇 개 더 주십시오.”

“너무 명검은 말고.”

“부서져도 되는 걸로.”

“······.”


성벽을 지키는 기사들은 그 말만으로도 상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검이 부서지는 걸 염두에 두는 건 마력검뿐이었다. 그들이 당연하게 카이델이 마력검을 쓸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렇게 거드름을 피웠나?’


곧 그들의 얼굴에 비웃음이 섞였다.

마력검을 쓰는 자들은 가끔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곤 했다. 그런 자들은 당연히 실력도 그저 그랬다. 마력검에 모든 것을 의지한 탓이었다.


“저, 저도 함께···싸워도 될까요···?”


그들의 눈치를 보던 레이나가 슬쩍 말을 꺼냈다.

여기는 알로이스 지역이다. 그녀와 함께 온 기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제 그녀는 검을 들어도 되는 장소였다.


“이번 일은 내가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까, 너는···.”


카이델은 잠시 말을 멈췄다. 레이나는 분명 귀족 영애다. 그런 그녀에게 반말을 해도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그 고민 역시 오래가지는 않았다.


“레이나는 다음에 싸워라.”

“···!!”


그리고 그의 선택은 잘못되지 않았다. 레이나는 이름을 불러준 것이 기쁜 듯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에겐 아가씨라는 말보다 훨씬 나았다. 마치 이 기사단에 속한 듯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다음엔 싸워도 되는 거야?’


카이델의 다음 말 역시 그녀를 기쁘게 하기엔 충분했다. 레이나는 다음에 싸우라는 말을 절대 지워지지 않도록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검을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기사단에서 전해준 무기를 들고 카이델은 성문 앞에 섰다.

그가 위험하면 언제든 구하러 뛰쳐나가기 위해 문은 닫지 않았다. 몬스터가 문으로 돌진한다고 해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녀석들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조금···긴장되네요.”


레이나는 밖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성벽 위. 밖이 훤히 보이는 장소에 여러 사람이 나와 밖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이곳의 기사들은 물론이고, 카이델의 기사들, 레이나, 그리고 메이슨까지 그곳에 서 있었다.

함께 움직이는 건 허락받지 못했으나 그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백작님이 적에게 깨지면 어쩌지?”


그중 한 기사가 중얼거렸다. 이 너머에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들은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선 카이델이 무너질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또 다른 볼거리지.”

“완전히 박살 난 백작님을 볼 수 있다는 말씀!”

“아니, 백작님이 위험할 때 구하러 가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잠자코 듣던 메이슨이 불같이 화를 냈다.

기사들의 말엔 진지함이라고는 먼지만큼도 담겨있지 않았다. 메이슨이 화를 내도 반성하기는커녕 웃음이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백작님이 위험하시면 당연히 구하러 갈 겁니다.”

“지레 겁을 먹으며 벌써 준비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


메이슨의 성격도 조금은 파악한 그들은, 그가 반박하기 어려운 말로 은근슬쩍 말을 바꾸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메이슨은 아무 말도 하질 못했다.


‘아니면 내 마법으로···.’


그들과는 별도로 레이나 역시 카이델이 위험에 처한다면 구경만 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언제든 마법을 쓸 수 있도록 마력을 끌어올렸다.


성벽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카이델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찬 검은 모두 세 자루. 양쪽에 하나씩 매단 뒤, 등에 하나 짊어졌다.


본래 그의 검은 한 자루도 없다.

어차피 모두 부서질 것이라면 부서져도 되는 것, 특히 그것을 예상하고 준 물건을 쓰는 게 나았다. 이곳에서 준 검은 물론 모두 그런 것들이다.


앞으로 나서는 그의 눈에 몬스터의 모습이 보여왔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에 비해 크고 우람한 덩치, 짙은 녹색 톤의 피부, 멀리서 보기에서 두드러지는 송곳니와 멧돼지를 닮은 얼굴이 한눈에 보였다.

그 손에는 도끼와 창 등을 갖고 있었으며, 어기적어기적 이쪽을 향했다.


‘저건···.’


“오크!”


카이델이 기억을 더듬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때, 성벽 위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오크잖아!”

“와···저는 처음 봅니다.”


왕국 내에 몬스터는 여럿 있어도 오크는 없다.

적어도 이 왕국에선 오크는 오직 알로이스의 너머에만 존재하는 몬스터였다. 오크를 직접 목격한 메이슨과 레이나는 경악했지만, 나머지 기사들은 후회가 몰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나간다고 할걸.’


그건 직접 저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후회였다.


몇몇 기사들은 그들을 조금 더 자세히 보겠다며 몸을 최대한 밖으로 내밀기까지 했다.


“어차피 알로이스 안으로 들어가실 거라면 질리도록 볼 겁니다.”


물론 이곳을 지키는 기사들은 심드렁할 뿐이다.

저 앞에서 오크 떼가 몰려오면 정신이 없을 것이다. 지금 이곳에 나타난 놈들은 앞선 녀석들이 일부러, 혹은 귀찮아서 놓친 무리 정도였다.


어차피 이곳에서 모두 퇴치되라는 걸 알기 때문이며, 이 정도도 퇴치하지 못하면 징계 되기도 했다. 저 정도는 그들이 말하는 ‘제대로 된 몬스터’는 아니었다.


-크오오오오오!!


어기적대며 걸어오던 오크들은 카이델을 발견하자마자 크게 울부짖었다.


“목청도 좋은 놈들이군.”


카이델은 검을 치켜들었다.

인간을 상대할 때와 지금은 다르다. 전쟁영웅이라 치켜세워진 자신의 검이 저 몬스터를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는 그 자신도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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