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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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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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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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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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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841

작성
22.11.1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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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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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7화

DUMMY

카이델이 다시 선두에 서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기사 중 하나인 올리버가 옆으로 따라붙었다.

그는 혹시라도 말소리가 들릴까 염려하며 뒤를 힐끗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정말 저 아가씨를 알로이스까지 데리고 갈 생각이십니까?”


올리버의 얼굴은 불만스러워 보였다.

모두가 레이나를 환영하는 건 아니었다. 몇몇은 이 상황에 불만을 내비쳤고, 그들을 대표하여 올리버가 나선 것이었다.


“왜?”

“검 수련을 한다는데. 조금도 재능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카이델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올리버는 레이나가 검을 휘두르는 걸 보지 못했다. 그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기에 얼굴에 작은 의문이 떠올라있다.

그리고 만약 직접 봤다면 이렇게 침착하게 반대하는 게 아니라, 강하게 나왔을 것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재능이 없다는 건 누가 말한 거지.’


어차피 입이 솜털보다 가벼운 기사 후보는 두 사람밖에 없다.


“그건 그래.”

“···네?”

“맞는 말이라고.”


카이델은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의 실력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고, 숨겨봤자 금세 들통날 일이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숨겨줄 이유도 없다.


“그럼, 왜 데려갑니까? 집에나 가라고 하십쇼.”


그는 이번엔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고, 카이델은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마법사잖아.”

“검 수련을 하겠다고 하잖습니까.”

“급할 땐 마법도 쓰잖냐.”

“······.”


올리버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귀찮은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 마법을 써주면 도움은 된다. 레이나가 마법사로서 동행해준다면 그도 이렇게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마법사이기보단 초보 기사, 아니 기사도 아니지 않은가.


초보를 동행한 몬스터 퇴치라니 내키지 않았다.


“마법사를 데려가는 건 저도 찬성입니다.”


그런 올리버의 아군이 되어 줄 줄 알았던 메이슨은 웬일로 카이델의 말에 잔소리를 붙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찬성이라니.


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런데, 내가 시킨 일은?”

“네?”


카이델은 뒤로 턱짓했다. 메이슨이 그의 턱짓을 따라 뒤를 보았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왔다.

그가 가리킨 건 레이나였다.


“···인간이잖습니까?”

“그런데?”

“······.”


그제야 메이슨은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카이델이 그에게 내린 명령은 레이나가 인간인지 아닌지 구별하라는 게 아니었다. 문제를 일으키는지 아닌지를 감시하라는 것이었지.


메이슨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잔소리를 삭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소녀가 무슨 문제를 일으킨다는 건가.


“알겠습니다.”


그는 다시 레이나가 탄 마차 곁으로 말을 돌렸다. 그나마 몬스터가 아닌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가 제자리로 돌아간 걸 확인한 카이델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그럼, 이번 마을은 그냥 지나간다.”

“네~?”

“알로이스까지 서둘러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저 마을은 레이나를 내려주기 위해 들르려던 것뿐으로, 목적지는 아니다. 굳이 갈 필요는 없었다.


타닥타닥타닥-


빠르게 말을 모는 그들은 마을로 빠지는 길을 지나며 더욱 속도를 올렸다. 그 길을 지나치는 기사들의 눈은 한 번씩 그쪽을 힐끗거렸다.


그리고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도, 지붕 아래에 바람을 막아주는 공간은 아쉬운 법이었다.






*





타닥타닥타닥-


카이델이 길을 서두른 탓에 그들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자는 건 부지기수.


그나마 전쟁 중에 이런 일을 자주 겪었던 기사들인 덕에, 불만이 크게 쌓이지는 않았다. 그들은 카이델의 성격도 잘 알고 있었다.

알로이스에 도착하기 전에는 계속 이 상태일 것이다.


“이게 바로 기사들의 강행군이라는 거군요.”

“······.”

“피곤하고, 배가 고파요.”

“흥미롭다는 얼굴로 말하지 마십시오.”


메이슨은 투덜대듯 레이나를 다그쳤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건 분명 두 사람 모두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곳이 있다면 메이슨은 말을 탔고, 레이나는 마차를 타고 이동 중이라 것이다. 마부가 따로 있는 마차에서는 언제든 잠들어도 된다.

그리고 틈틈이 육포를 비롯한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반면 메이슨은 조금만 졸아도 말에서 떨어질 위기에 놓이곤 했다. 무언가를 먹기도 쉽지는 않았다.


즉, 메이슨에 비하면 레이나는 힘든 게 별로 없는 상태였다.


-키이이!


“······.”


그런 와중에 몬스터들은 눈치도 없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를 본 메이슨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선두에 선 카이델은 몰려오는 몬스터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대충 정리하며 간다.”

“네!”


몬스터가 지긋지긋한 건 카이델과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어딘가에 자리를 잡은 상태로 몰려드는 몬스터를 잡는 거라면 모를까, 급히 이동하는 상태에서는 힘든 건 둘째치더라도 귀찮다.


-키이이이!!


하지만 몸에 비해 커다란 도끼를 치켜든 고블린 떼는 그런 그들의 심정도 모른 채 전의를 불태우며 달려들었다.


챙!


그들은 말에서 내리지도 않으며 주변으로 검을 휘둘렀다.

카이델의 명령대로 대충 주변만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하는 것이었다.


선두에 선 카이델은 길을 뚫으며 전진했고, 마차 양옆의 기사들은 주변을 도멸 검을 휘두르고, 말로 적을 쳐내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덕분에 레이나의 근처로는 고블린 한 마리도 오질 못했다.


“저, 저도 싸우고 싶은데···요?”


가만히 그걸 보고만 있던 레이나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검의 손잡이를 잡은 손에 긴장이 어렸고, 심장이 작게 맥박쳤다.


“아가씨는 알로이스 지역에서 수련을 쌓겠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하지만···.”


하지만 곧 거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차올랐던 기대감 역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거기서 수련하겠다고 말했다고, 다른 곳에선 검도 못 들게 하는 거야?!’


레이나의 불만은 깊었다.


싸움을 구경만 하던 클렌은 온몸으로 불만을 표현하며 깃발을 흔들었다. 그제야 그는 윌이 투덜대고 짜증 낸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기사에게서 검을 빼앗아 간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리고 지금 레이나의 심정이 자신과 비슷하리라 생각하니, 약간의 연민도 솟았다.


“어차피 금방 끝나니까, 보고만 있으라고.”

“······.”

“그렇습니다. 곧 끝날 것 같습니다.”


레이나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클렌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는커녕 깃발만 휘두르며 자리를 지켰고, 메이슨 역시 그의 말을 거들 뿐이었다.


레이나는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렸다.


‘그럼···어떻게 싸우나 보기만이라도 해야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카이델이 싸우고 있었다. 말 위에서 휘두르는 검술이 그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이리저리 빼꼼히 내밀며, 그의 움직임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 애썼다.


“그러다가 떨어지면 놓고 갈 겁니다.”

“···!!”

“저 사람은 농담 안 좋아하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


레이나는 냉큼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대로 떨어져서 그 자리에 놓고 간다고 하더라도 잘 따라갈 자신은 있었다. 그녀에겐 말보다 빠르게 움직일 마법이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주위에 포진한 고블린 떼였다. 한두 마리라면 마법으로 물리치거나 따돌릴 수 있지만 그게 아니니 문제다.


실망감을 가득 담은 레이나의 얼굴을 본 클렌이 슬쩍 말을 건넸다.


“그렇게 봐도 별 도움이 안 될 텐데.”

“네? 아, 혹시 누가 싸우는 거 보는 걸 싫어하시나요?”

“아니.”


그랬다면 백작 성에서 대련을 흔쾌히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카이델이 아니라 오히려 레이나에게 있었다.


“아가씨가 백작님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니까.”

“···?”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니, 클렌은 이 아가씨가 자기 말을 제대로 알아듣질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조금 더 알아듣기 쉽도록 말을 덧붙였다.


“저분의 검은 뒤죽박죽이거든.”


게다가 근육이 없는 사람이 따라 하다가는 다칠 수 있다. 그녀에겐 너무 벅찬 움직임이었다. 레이나에게는 차라리 기초 훈련이 더 시급해 보였다.


-끼이이!!

-끼!


그렇게 몇 마디를 나누던 사이, 클렌의 말대로 전투는 금세 정리가 되었다.

모든 고블린이 정리된 건 아니다. 계속 싸움을 이어가던 녀석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적다는 걸 파악하고 급히 후퇴한 것이다.


“끝났군.”

“다시 달린다.”

“네!”


몬스터가 빠르게 물러나자 카이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속도를 냈다.


“······.”


피해도 없이 금세 정리된 것은 다행이었으나 레이나는 여전히 불만이 넘쳤다. 그녀는 검 한번 휘두르지 못했다.


“그렇게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메이슨은 그런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


“곧 알로이스입니다.”

“···!”

“어? 그렇습니까?”


레이나와 클렌은 놀라며 메이슨을 보았다. 이제 곧 목적지인 알로이스다.

정신없이 내달린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고 몬스터와 싸울 기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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