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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님의 서재입니다.

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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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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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23:3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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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3
추천수 :
373
글자수 :
141,841

작성
22.11.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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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4화

DUMMY

그래도 명색이 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기 검은 스스로 되찾아야 하는 법이다.

마음이 너그러워진 카이델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퍽-


그는 공격해오는 다이어 울프의 공격을 쳐낸 후,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말했다.


“리오, 허드슨. 너희는 이쪽으로 와라. 몬스터가 달려들 테니, 아가씨는 공격 준비를 하고.”

“···네?”

“네~”

“알겠습니다!”


의문을 던진 건 소녀뿐이었다.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자신이 건넨 검을 치켜드는 소녀를 확인한 카이델은 다이어 울프의 공격을 막으면서도 몸을 움직여 방향을 맞췄다.

그리고 두 기사는 그의 명령대로 이쪽으로 다가와 대기했다.


-크르르···.


카이델만으로도 버겁던 다이어 울프가 그들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녀석은 우선 눈앞의 인물, 카이델만은 우선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듯 뒤로 슬쩍 몸을 뺐다.


그 동작은 너무 단순했다.


-크와아앙!


녀석도 그걸 깨닫고 있었는지, 이번엔 이전보다 더 날렵함에 중점을 둔 자세로 몸을 웅크렸다가 재빨리 펴며 달려들었다.

공격도 단순히 물어뜯으려는 게 아니라 그 커다란 몸으로 내리찍으려는 움직임이었다.


“···!”


이번엔 카이델도 조금 놀랐다. 같은 패턴으로만 공격하던 녀석이라 긴장감을 풀었던 게 원인이었다.

그는 화들짝 놀란 마음을 애써 감추며 재빨리 몸을 날렸다.


생각지도 못한 바람이 그의 옆을 날카롭게 쓸었다.


‘···씨, 깔릴 뻔했네.’


조금만 늦었어도 두터운 발아래에 잡혀 버둥댔을지도 모른다. 그대로 죽지는 않았겠지만, 분명 꼴사나웠을 것이다.


그는 마치 모든 게 계산대로 됐다는 듯 표정을 고치며 똑바로 섰다.


-크르륵···.


카이델을 놓친 다이어 울프는 곧장 몸을 돌리려 했다.

녀석은 발끝에 남은 감각이 아쉬워 발톱을 몇 번 쥐었다 폈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잡을 수 있었을 거라는 건, 동물의 감각이 더 잘 아는 법이었다.


하지만 녀석이 바로 카이델에게 달려들지 않은 덴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검을 들고 있는 소녀. 다이어 울프는 깨달았다. 여기까지 달려온 원인은 눈앞의 이 소녀라는 것을.


-크륵!


목표가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


소녀는 다이어 울프가 자신을 적으로 인식했음을 눈치채고 검을 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표정이 일변했다. 어리숙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진지한 모습이 되었다.


-크르르르···.


“이야아앗!”


곧 우렁찬 외침과 함께 소녀는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시작된 싸움을 카이델은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


다이어 울프는 카이델을 상대하느라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인데다가 깊은 상처도 몇 개나 된다. 싸우라고 밀어주기는 했으나 마무리를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묘하게 찝찝했다.


“어떻게 생각하냐?”


결국 그는 옆으로 다가온 두 기사에게 물었다.

너희도 이상하게 보이냐, 아니면 자신만 저게 이상해 보이냐는 물음이었다.


“음.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까?”

“솔직하게.”

“다이어 울프의 몸에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에 모든 행운을 다 쓴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초보의 솜씨입니다.”


‘···역시 그런가?’


카이델은 자신과 비교해서 생각하는 바람에 소녀의 검이 미숙해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다른 기사의 눈에도 저 검은 미숙했다. 게다가 초보의 솜씨라니.


‘괜한 짓을 했군.’


그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감사 인사를 받아야 마땅할 일인데, 원망을 듣게 생겼다.

카이델은 고개를 돌려 우선 싸움을 지켜봤다.


“하앗!”


퍽!


소녀의 검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힘겹게 다이어 울프의 앞발을 막아내었다. 그걸 본 그의 몸이 움찔 떨렸다.

지금 공격은 막아낼 게 아니라, 피한 뒤 반격했어야 했다. 검은 저렇게 쥐는 것보다는 힘 배분을 생각해서 조금 더 넓게 잡는 게 좋다. 그는 지금 당장 달려가서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부웅!


“아으···.”


검이 허공을 갈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더 옆으로. 조금 더 날카롭게. 카이델은 목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계속 보고 있다간 복장이 터질 것 같았다.


“······.”

“······.”


그런데 고개를 돌려 바라본 두 기사의 얼굴도 비슷했다. 저기서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라는 말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더 내버려 두면 분명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뛰쳐나갈 것이다.


‘빨리 처리해야겠다.’


그들은 여유가 없었다.

이러는 사이에도 마차는 멀어진다. 마차를 호위하는 건 몬스터나 도적이 습격해도 문제없을 기사들이었지만, 떨어져서 좋을 게 없다.


카이델은 다시 눈을 돌렸다.


텁!


“······윽.”


다이어 울프의 입이 소녀 바로 옆의 공기를 덥썩 물었다.


소녀는 공격은 어설프기 그지없는 것에 비해, 방어나 회피는 그럭저럭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신기한 점이기도 했다.


‘방어 위주로 배웠나?’


보통은 공격에 더 중점을 둘 텐데.


카이델은 다시 검을 들었다. 그리고 눈앞의 적에게 정신 팔린 다이어 울프의 뒤로 재빨리 다가갔다. 쉽게 잡히지 않는 쉬운 먹잇감에 잔뜩 약이 오른 녀석은 카이델의 접근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검은 지체 없이 다이어 울프의 몸통을 찔렀다.


-크르륵···!!


찌른 검을 다시 뽑아내자,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한 다이어 울프의 몸이 비틀거렸다. 지금까지 입은 상처 중 가장 심각했으며,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 피가 후두두 떨어져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마무리를 지어라.”

“···네!”


급소를 치라는 말이었다.


카이델이 녀석을 옆으로 밀어준 덕에 그건 더 쉬웠고, 소녀의 검이 순식간에 다이어 울프의 심장을 꿰뚫었다.


-크륵···!


쿵-


그렇게 몬스터 퇴치는 끝났다.


소녀는 재빨리 다이어 울프에게로 다가가 자신의 검을 힘겹게 뽑아냈다.


“······.”


순간 카이델의 눈이 빛났다.

소녀가 뽑아 든 검은 꽤 좋은 것이었다. 검날이 푸르게 날이 선 것이 베는 맛도 좋을 듯했다. 굳이 따지자면 실력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좋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좋은 검이니 지금까지 버텼나 싶기도 했다.


‘귀족인가?’


귀족이 아니면 이런 소녀가 지닐 수 있는 검이 아니다. 하지만 소녀의 태도는 귀족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돼, 됐다! 됐어요!”


뽑아 든 검을 보고 밝게 웃는 얼굴 또한 귀족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래. 잘됐네. 그럼 돌아가···”


소녀가 돌려주는 자신의 검을 받으며, 그는 깨달았다.

이 소녀는 그들의 일행이 아니다. 이대로 잘 가라고 헤어져도 문제 될 건 없었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아가씨. 혹시 이 길을 따라가려고 했나?”

“마, 맞아요. 그러려고 했죠···.”


카이델이 그들의 목적지를 손으로 가리키자, 소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는 길까진 같이 가도록 하지.”

“저, 정말이신가요? 감사합니다.”


두 기사는 카이델의 결정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말을 끌고 왔다.

그런데,


“···백작님. 말은 세 필뿐입니다만.”

“······.”


사람은 넷인데, 말은 셋이다.


“하지만 아가씨를 남성과 단둘이 말에 태우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카이델의 머릿속에 몇 가지 들어있지도 않은 귀족의 예의 중 하나가 떠올랐다.

그는 두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너희 둘이 한 말에 타든, 하나가 걸어오든 하라는 뜻이었다.


“아니, 백작님. 저는 저 나이에 나라를 뛰어서 횡단했습니다.”

“단련에 달리기만큼 좋은 게 없죠.”


두 사람은 마치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쏟아냈다.

물론 소녀를 뛰어가게 만들자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예의 따윈 비상시엔 접어두자는 뜻이었다. 그가 말한 예의는 승마 연습이나 하는 한가로울 때의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예의를 차리는 사람은 없다.


“그럼 내가 뛰어야겠냐?”


하지만 카이델은 그 문맥을 읽어내지 못했다.


“제, 제가 뛰어갈게요! 단련도 될 테고!”


덕분에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느낀 소녀가 재빨리 그들을 저지하며 말을 꺼냈다.


“뭐?”

“아니, 아가씨. 그건 좀 무리가···.”


하지만 모두가 말릴 새도 없이 소녀는 서둘러 길을 달렸다. 그들은 달려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두 기사는 그저, 그나마 셋 중 카이델의 말을 같이 타는 게 제일 낫다고 말하려던 것뿐이었다.


“···백작님, 어쩝니까?”

“본인이 원하는데. 그냥 가자.”

“그, 그래도 됩니까?”

“단련된다잖아.”


-히이잉!


카이델은 말을 몰아 소녀를 쫓았고, 두 기사도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출발했다.


타닥타닥타닥-


“힘들면 언제든 말해.”

“백작님이 태워주실···수도 있으니까.”

“단련은 안 되겠지만.”


소녀를 스쳐 지나가는 그들은 한마디씩 건넸고, 그녀는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세 사람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소녀의 앞을 달렸다.


타다타닥타닥-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던 때, 문득 리오와 허드슨은 이상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

“······.”


그리고 둘은 서로를 보며 눈짓을 했다. 너도? 라는 의미가 가득 담겨있는 눈빛이었다. 두 기사가 이상함을 느꼈다면 카이델 역시 그럴 가능성이 컸다.


그들은 곧 카이델의 옆으로 다가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백작님, 저 소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아니···인간이 저렇게 잘 달릴 수 있습니까?”

“···?”


카이델은 뒤를 힐끗 봤다.

소녀는 달리고 있다. 말과 많이 떨어지지도 않은 상태. 힘든 기색도 없다. 그리고 곧 그는 말이 천천히 걷는 게 아니라 빠르게 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인간이 아닌가?”

“어? 설마.”

“어떻게 합니까?”


그는 조금 고민하다가 말했다.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으니, 근처 마을까진 데려다주자고.”


그리고 곧 그는 나쁜 애라면 검을 빼앗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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