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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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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최근연재일 :
2022.12.01 23:3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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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1
추천수 :
373
글자수 :
141,841

작성
22.11.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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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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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6화

DUMMY

마법사.

마법석이 있으니 마법사가 있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 나라에 마법사라는 존재는 귀했다.

먼 옛날 번영했다던 마법이 점점 쇠퇴하여 마법을 배우려는 사람 수도 현저히 줄었으며, 그나마 있는 마법사도 은둔하기 일쑤였다.


그들은 대부분 마법석이나 직접 만든 약, 마법 아이템을 파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남쪽 구석에 마법사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는 소문은 있으나 찾은 사람은 없다.

이번 내전에서조차 그들은 중립을 주장하며 나서질 않았다.


‘그런 마법사가···.’


그런 마법사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저런 폭발이 일어나는 마법을 손쉽게 쓰는 걸 보면, 꽤 실력자.


왕성을 지키는 마법사나 귀족 가문에서 데리고 있는 마법사 한둘쯤이야 있으나 서로를 견제하는 데 바빴고, 전투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아가씨, 이름은 뭐지?”


메이슨은 그런 카이델의 태도 변화에 기가 막혔다.

카이델은 호기심을 조금도 숨기지 않으며 마차 옆으로 말을 붙여 달리고 있었다.


‘이제야 이름이 궁금해졌나?’


마법사라는 건 지금껏 궁금하지도 않았던 소녀의 이름을 단번에 궁금하게 만들었다.


“저는···레이나라고 해요.”


소녀는 성을 말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카이델은 그녀가 어딘가의 귀족 아가씨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귀족임을 말하지 않으면 모르리라 생각한 모양이었으나 옆에서 보면 티가 났다.

사소한 움직임조차 평민과 다르다.


‘어느 귀족 집이 자식이 사라져도 찾지 않나 했더니.’


그는 레이나가 저런 마법을 지니고 있으니 위험하지 않겠다고 안심한 건가 싶었다.

아니면 저런 마법이 있으니 감시를 피해 도망 다닐 수 있거나.


그래도 특이한 집안인 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카이델이라고 한다.”

“네···?”


레이나는 눈을 크게 뜨고 카이델을 자세히 보았다.


“그런데 아가씨는 어디로 가던 중이지?”


카이델은 그녀가 자신을 유심히 살핀다는 것도 모른 채 계속 말을 이었고, 메이슨은 한층 더 기가 찼다.


‘와, 이제야 목적지를 묻나?’


방금 확인했을 땐 모른다며 관심도 없어 하더니, 이제야 급박하게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알로이스의 카프렌이요.”

“······.”

“······.”


그리고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자, 잠깐만요. 아가씨, 그곳이 지금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까?”


먼저 정신을 차린 메이슨이 다급히 물었다.

알로이스는 몬스터의 공격이 잦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그중 카프렌이라는 도시야말로 가장 위험한 지역. 그리고 카이델이 향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가는 거니까요.”

“아는데도 간단 말입니까?”

“왜 가려는 거지?”


레이나는 두 사람의 반응에 조금 머뭇거렸다. 그동안 숱하게 들은 반응이라 쉽사리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네겐 어울리지 않는 장소라는 말도 질리도록 들었다.


“수, 수련을 위해서···요.”

“마법 수련입니까?”

“······아니요.”


역시 저렇게 물을 줄 알았다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검이요.”

“······.”

“······.”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였다.


‘왜 마법이 아니지?’


마법사라면 여기저기서 환영받을 만한 위치였다.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적어도 영지를 지키는 데 있으면 정말 좋은 인재.


카이델은 다시 레이나를 슬쩍 보았다.

역시 그녀에게는 근육이랄 게 없었다. 검을 많이 휘둘러본 것 같지도 않다.

울퉁불퉁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검을 쥔 자에게 으레 있어야 할 근육이 보이질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검은 언제부터 들었지?”

“음. 1년 전···쯤이요?”

“1년···.”


그리고 실례인 줄 알면서도 다시 레이나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실례지만 나이가···어떻게 되지?”

“17살이에요.”

“···1년 전에 검을 들었다고?”

“맞아요.”

“······.”


카이델은 그녀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 나이에 처음으로 검을 들어 배우기는 너무 늦다. 그 자신도 검술이랄 것을 배운 건 늦은 나이였으나 생사가 오가는 전장 한가운데서 목숨을 걸고 익힌 덕에 배움이 빨랐다.


‘···그런가?’


카이델은 마치 자신의 방법을 그대로 밟아가려는 듯한 소녀에게 묘한 동질감과 애잔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도 두 사람의 차이는 있었다.

그는 목숨을 걸고 검을 휘두르며 배웠으나 레이나에겐 검이 아니더라도 목숨을 부지할 강력한 무기가 있다.


위험할 땐 마법을 쓰면 되니까.

빠져나갈 곳이 마련된 상태로는 소용없는 방법이었다.


‘지금만 봐도···답이 나오는데.’


마법을 사용한 단련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사실, 우리도 알로이스에 가고 있다.”

“···네? 어, 저··· 때문에 그런 말씀 하시는 건 아니죠?”


레이나는 어색한 듯, 혹은 부담스럽다는 듯이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간혹 그녀가 마법사라는 걸 눈치챈 사람들은 이렇게 태도를 바꾸곤 했다. 그녀의 호감을 산 뒤에 회유하려는 의도였다.


“아가씨. 우리가 그렇게 한가한 건 아니야.”


카이델은 딱 잘라 말했다.

마법사는 귀하다. 하지만 아무리 귀한 마법사라 할지라도 급히 달려가야 할 지금, 그들의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여러분께서도 알로이스에 수련을 쌓으러 가시는 건가요?”


레이나의 의문은 깊어졌다.

백작이 알로이스를 방문하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위험할뿐더러 그쪽엔 귀족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잘 보일 필요는 없는 지역이기도 했다.


“아니.”

“네? 그럼···?”

“영지를 찾으러.”

“···?”


레이나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너무나 간략한 설명이 어렵다.


“아 거기가 이분 영지거든.”

“···네?”


그런 그녀를 위해 옆의 기사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으나 이번에는 눈을 빠르게 깜빡여야 했다. 무슨 말인 줄은 안다. 하지만 머리가 완벽하게 담아내질 못했다.


“이분이 바로 알로이스 백작님이십니다.”

“아, 알로이스 백작님?”


그리고 그 말을 확실하게 이해했을 땐, 마음껏 놀랐다.


“정말이세요?”

“못 믿는 건가?”

“그야···그 지역은 오랫동안 주인이 비어있다고 들었는데···.”


알로이스의 영주가 된 사람들이 죽거나 도망간다는 건 귀족이 아니더라도 잘 아는 이야기였다.


“아~ 아가씨는 소식에 어둡군.”

“이번에 새로 임명되셨잖아.”

“전쟁영웅 카이델 님이 새로운 알로이스 백작님이시라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기사들이 슬금슬금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이 작위를 받은 것처럼 어깨를 한껏 치켜들었고, 고개도 하늘로 올랐다.


“정말 이분이 그 전쟁영웅 카이델 님이시라고요?”

“오, 역시 유명하군. 우리 백작님.”


레이나는 반짝이는 눈으로 다시 카이델을 보았다.

조금 전 이름을 밝혔을 때도 설마 했는데, 그 유명한 전쟁영웅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자신의 행운에 감사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다.


“저기 봐. 저게 바로 우리 백작님 가문 문장이라고.”


보는 사람마저 뿌듯할 정도의 반응을 보인 레이나를 보며, 클렌은 저쪽에서 열심히 펄럭이는 깃발을 손으로 가리켰다.


레이나는 그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았다.

펄럭이는 깃발에 커다란 나무가 위용 넘치게 그려져 있다. 가문 문장으로 꽤 괜찮다는 인상이다. 물끄러미 그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걸 흔들던 인물이 마침 잘 됐다는 듯 급히 그녀 쪽으로 말을 몰았다.


“백작님, 약속한 게 있지 않습니까?”

“아~”


카이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 깃발 다른 놈한테 넘겨야지.”

“그렇습니다.”


그가 주위를 훑자 모두 슬쩍 자리에서 떨어지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만은 걸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걱정할 것도 없이, 카이델은 그걸 누구에게 넘길지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클렌.”

“왜 접니까?!”

“아까 비웃었으니까.”

“비웃었냐, 너?”

“아니, 아니 아니. 아닌데? 왜 이상한 소리를 하고 그러십니까?”


윌은 험악한 말과는 반대로 싱글벙글 웃으며 깃대를 던지듯 넘겼고, 그걸 받은 클렌은 무거운 무게에 휘청이다가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씨발. 뭐가 이렇게 무거워?”

“말조심하십시오.”


그리고 당연하게도 메이슨의 잔소리가 날아왔다.


“아가씨 앞이라 이겁니까?”

“폐하께서 하사하신 물건입니다.”

“······.”


그건 누구의 입도 꾹 다물게 만드는 소리였다. 불만을 가득 담은 클렌의 입꼬리는 아래로 축 처졌을 뿐이었다.

말 위에서 길고 무거운 깃발을 드는 것도 힘든데다가 중심이 잘 잡혀있지도 않았다.


그건 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흔드는 게 나았다.


‘와, 씨···. 이래서 흔들고 다녔냐?’


클렌은 결국 열심히 깃발을 흔들었다. 흔들다 보니 무게 중심이 휘휘 쏠리는 게 멈추기가 힘들다.


“마음에 드나 봅니다.”

“그러면 당분간 쟤한테 들라고 하자.”


그게 다른 사람이 보기엔 기분 좋아 보인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 그런데···”


그들의 말을 들으며 눈치를 살피던 레이나는 아직 다 끝내지 못한 궁금증을 슬쩍 다시 꺼냈다.


“뭐지?”

“그럼 성은 어떻게 되세요?”

“알로이스.”

“네?”

“카이델 알로이스.”

“어? 어···? 그건 지역명···.”

“그걸 성으로 하사받았거든.”

“아···그러시구나.”


그녀는 더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이 나라에서 지역명을 성으로 쓰는 귀족은 드물었다. 오랫동안 한 지역을 독점해온 가문이 가끔 그런 경우는 있어도, 주인이 계속 바뀌는 영지에서는 더 드물다.


‘하지만 이분이 카이델 님이셨다니.’


레이나는 검의 손잡이를 꼭 쥐었다. 심장이 작게 우는 듯했다.

뭐가 어쨌든, 전쟁영웅과 함께 움직인다면 그 검술을 조금은 배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마음속에 싹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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