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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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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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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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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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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글자수 :
14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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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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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DUMMY

길을 따라 걷던 그들은 숲으로 들어섰다.

공기는 맑고 주위로 새가 지저귀고 있었으나 기사들의 표정은 암울했다.


먹을 게 부족해서도 아니고, 쉬지 않고 왔기 때문도 아니고, 숲에 몬스터가 많아서도 아니다.


말은 있는데 고삐를 잡아끌고 옆에서 걸어가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연회 때 먹고 마신 것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에너지로든 외부로 빠져나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기는 말을 타면서···.’


게다가 카이델이 함께 걷는 게 아니라 말을 타고 이동 중이라는 것도 그들의 불만을 부추겼다. 미끄러운 풀이나 돌덩이가 밟히는 등 고르지 못한 숲길도 슬슬 짜증이 나던 참이다.


“···!”


카이델의 뒤를 따르던 메이슨이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그 뒤를 따르던 무리가 줄줄이 자리에 멈춰 서 버렸다.


“무슨 일이지?”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메이슨은 식은땀이 흐른 목덜미를 손으로 쓸어냈다.

이 숲에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뒤를 따르던 사나운 기운이 그의 목을 찌르는 듯했다.


‘아니, 잠깐.’


문득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느낄 정도로 거센 기운을 전쟁 영웅인 그가 눈치채지 못한 것인가.

그는 몸을 떨면서도 카이델의 눈치를 살폈다.


“멧돼지 같은 거겠지.”


카이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번 멧돼지 고기는 좀 질기지 않았습니까?”

“이번엔 좀 다를까.”


뒤에 서 있던 기사들도 그의 말을 거들었다. 메이슨은 혼란스러웠다. 목을 갑갑하게 만드는 이 기운을 제대로 느끼는 게 자신뿐인 것 같았다.

목까지 차오른 불편함에 못 이겨 그는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

“안됐지만, 멧돼지는 아니다.”

“덧붙여 고기가 될 생각도 없고.”

“아니지. 오히려 너희를 그렇게 만들지도 모르겠군.”


그들의 앞으로 병사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아니, 앞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퇴로를 끊어내려는 듯 뒤까지 막힌 상황이었다.


“보, 복병입니다!”


당황한 메이슨이 소리쳤다.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목을 찔러대던 그 기운을 자신은 정확히 읽어낸 것이다. 조금 더 빨리 말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의 실책에 자책하며 두 눈을 꼭 감았다.


“이런 곳에선 보통 불을 쓰지 않냐? 숲이잖아.”

“그러면 피해가 너무 크지.”

“겨우 10명 남짓한 인원을 잡자고 숲에 불을 지르겠냐?”

“게다가 기름 냄새는 어떻게 숨길 건데.”

“너도 생각이라는 걸 하는군.”

“시비 거는 거냐?”


하지만 그런 메이슨과는 다르게 기사들에게는 긴장감이라는 게 없었다.

그들을 앞뒤로 둘러싼 적의 수는 많다. 적어도 배 이상이다. 조금 불리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길 수 있을지 걱정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웃는다고?’


“멧돼지 같은 게 아니라, 그보다 못한 거였네.”


카이델의 중얼거림으로 메이슨은 확신했다. 그는 복병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분명 일부러 이 안으로 뛰어든 것이다.


‘왜 일부러 매복에 당하는 거지?’


메이슨은 역시 이 기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공격해라!”


그건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여긴 적들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뒤에 있는 녀석들은 짐마차부터 지키고.”

“네!”

“마부들은 다칠 일 없으니까, 어디 도망갈 생각 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라. 그래야 안 다친다.”

“네, 넷!”


말에서 내린 카이델은 침착하게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검을 뽑았다. 메이슨은 굳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마차 쪽으로 몸을 피신했다.


그는 검을 가볍게 던졌다가 다시 잡으며 감각을 익혔다.

한 손으로 잡아도 가볍게 휘두를 수 있는 이 검은 이전에 썼던 것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다.


“이야아앗!”


어느새 카이델의 바로 앞까지 달려든 병사는 힘껏 검을 내질렀다.

그가 방심한 지금이 절호의 기회로 여긴 것이다. 운이 좋다면 전쟁 영웅의 목을 칠 수 있다. 병사가 의기양양하게 검을 높이 든 순간,


“···!?”


그의 시야에서 카이델이 사라져버렸다.

당황한 그는 검을 허공에 휘저으며 재빨리 몸을 틀었다.


“크헉···!”


하지만 그가 카이델을 인식했을 땐, 이미 검이 그의 심장을 꿰뚫은 뒤였다.


쿵!


병사가 땅에 쓰러지자마자 카이델은 다음 적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바람을 타는 듯이 가볍게 움직이는 검은 이번에도 상대의 급소에 정확히 날아가 꽂혔다.


“윽···!”

“받아라!!”


곧, 쓰러진 남자의 뒤에서 새로운 녀석이 튀어나오며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부웅-!


카이델은 발을 빠르게 움직이며 검을 피해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상대의 틈을 찾았다.

어제 멧돼지를 상대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때는 무게 중심을 하체에 잡아 방어한 뒤에 바로 반격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의 공격을 막기보다는 피하는 데 중점을 두고 공격에만 힘썼다.


털썩-


그리고 또 한 명의 병사가 바닥에 쓰러졌다.


“이, 이건 얘기가 다르잖아!”


속절없이 당하는 부하들을 보던 남자는 당황하며 외쳤다. 그 옆에 선 부하는 삐질삐질 식은땀만 흘려댈 뿐이었다.

부하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뒤로 몸을 뺐다.


“어떻게 좋은 무기를 갖고 있는 거야!”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들은 너무 낡아서 쓸 수도 없을 정도의 무기를 들고 있을 것이라 했다. 한 번 다른 검과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날이 부서지는 것들, 혹은 이가 다 빠져서 맞아도 아프지도 않을 것들 말이다.


“식량도 없는 게 아니었나?”


게다가 식량은 하루도 버티지 못할 물건들이 실려있다고 했다.

그가 마주칠 자들은 피죽도 먹지 못하여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도 없을 기운 빠진 이어야 했다.


실제로 그들이 멧돼지 고기에 대해 말할 때까지만 해도 그 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대단히 높았다. 그런 놈들은 간단히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전투에 돌입한 녀석들은 이제 막 벼린 듯이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피골이 상접해있기는커녕 영양가 넘치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날뛰었다.


그건 말을 두고 땅을 걷게 만든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이기도 했다.


“끄아악!”


지금도 그의 부하들은 가볍게 땅에 내동댕이쳐지고 있었고, 그 수는 처음에 비하면 현저히 줄어든 상태였다.

이대로는 전멸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건 남자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태다.


‘젠장, 어떻게 된 거야!’


그는 검을 들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카이델!!”


그리고 곧장 카이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미 많은 적에게 둘러싸여 있었음에도 카이델은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미꾸라지 같은 놈!”


오히려 더욱 집요하게 카이델만을 노리며 검을 휘둘러댔다. 카이델은 그냥 검만 피하는 게 아니었다. 남자가 휘두르는 검날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바람에 그는 바짝 약이 올랐다.


게다가 검을 피하는 와중에도 부하를 하나둘 쓰러뜨리고 있다.


“먼저 공격한 놈이 누군데, 나한테 욕을 해?”

“죽어라!!”


용감하게 검을 휘두르는 남자를 보며 카이델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원한을 산 기억이 없다.


하지만 그의 용맹함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카이델은 괜히 전쟁 영웅이 아니다. 그의 기사들도 그 전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커헉···!”


남자가 카이델에게 작은 상처 하나 내지 못하고 쓰러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그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쓰러졌을 땐, 이미 주변은 정리된 상태였다. 모두가 쓰러진 건 아니다.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친 자도 여럿 되었다. 그중엔 남자에게 정보를 전해준 부하도 포함되어 있었다.


카이델은 이미 숨이 끊어진 남자를 발로 슬쩍 밀어보았다.


“아직도 잔당이 남아있었군.”


갑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그의 가슴 부근에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가문의 문장이 작게 그려져 있었다.

반란군의 잔당이다. 그렇다면 카이델에게 깊은 원한이 있는 이유도 설명이 됐다.


“하지만 우리가 이쪽으로 통과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전투가 끝나자 메이슨이 조심히 다가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반란군의 상징인 저 문장은 이제 지니고 있기만 해도 처벌의 대상이다.


“이게 다 백작님께서 유명한 탓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대장님이 알로이스 백작이 된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고.”

“알로이스가 그 알로이스인 걸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기사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마지막 한마디만큼은 의미심장했다.


카이델은 주변을 정리하려다가 내버려 두기로 했다. 다만 마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밀고, 그들의 가슴팍에 문장은 잘 보이도록 똑바로 눕혔다.

이렇게 해두면 여기를 순찰하는 병사들이 알아서 잘 치워줄 것이다. 당한 게 반란군 잔당이라는 걸 알면 굳이 조사하려 들지도 않을 것이고.


“기습을 받아도 해치우면 그만이지.”


그는 말 위에 올라 기사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잡아야 하는 녀석들이니, 훈련이라 생각하고 전투에 임해라.”

“훈련은 목숨을 빼앗진 않는데 말입니다.”

“빼앗기지도 않고.”


기사들은 여전히 불만을 품고 툴툴댔다. 그리고 항의하듯 말고삐를 계속 매만졌다.

이제 그만 말을 타고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였다.


“목숨을 건 훈련이라고 여기면 되잖아.”

“···누가 저 사람한테 목숨을 거는 건 훈련이 아니라고 다시 설명 좀 해줘라.”


한 손엔 깃발을 잡고, 다른 손엔 말고삐를 잡고 걸어야 하는 윌의 불만이 가장 컸다. 잔당과의 싸움으로 스트레스가 풀릴 줄 알았지만, 말고삐를 잡자 다시 불만이 가득 쌓였다.


“백작님께 저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됩니다.”


싸움이 끝났다고 두려움까지 잊은 듯 메이슨의 태도는 어느새 당당함을 되찾았다.


“가지가지 한다···.”


윌은 메이슨을 노려보았다.

한 대 치면 목숨을 잃을 녀석이 이럴 때는 꼭 말대꾸를 해댔다.


“그럼 다시 출발.”


물론 카이델은 그런 두 사람의 대화엔 관심이 없었다.

말을 출발시키려는 카이델을 본 기사가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희는 계속 걸어갑니까?”

“훈련이라고 했잖아.”

“···씨발.”


누군가의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내뱉어졌고, 그 소리는 카이델의 귀에 정확히 닿았다.


“뭐?”

“네?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덕분에 카이델은 목소리만으로 범인을 판별해낼 수 있었다.

카이델은 목소리의 주인을 흘겨보았다. 하지만 그는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따지고 들어봤자 내가 욕하는 거 봤냐고 할 놈이었다.


카이델은 다른 말 없이 말을 몰았다.

보통의 귀족은 끝까지 범인을 찾아 따지고 처벌했을 것이다. 메이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번만큼은 지적하지 않았다.

그가 그냥 넘긴다면 여기서 굳이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는 문제였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소란 순식간에 잠잠해졌고, 그들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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