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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님의 서재입니다.

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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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최근연재일 :
2022.12.01 23:3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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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0
추천수 :
373
글자수 :
141,841

작성
22.11.1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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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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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18화

DUMMY

“알로이스 백작님.”


메이슨은 사뭇 진지한 어조로 카이델을 불렀다.


“이 너머가 바로, 알로이스입니다.”


그들의 앞에는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모를 높고 두터운 벽이 줄지어 있었다. 작은 틈새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성벽은 어지간한 공격에는 끄떡도 없어 보였다.


“오···확실히 다른 곳과는 다릅니다.”

“투석기를 가져와도 버티겠는데?”

“너무 튼튼한 걸 보면 부숴보고 싶단 말이지.”

“공격해보면 안 됩니까?”


기사들 역시 그 위용을 보며 눈을 빛냈다. 치열했던 내전 덕에 공성전도 몇 번 치른 그들이었으나 이런 성벽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위용만큼 투쟁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며 저 성벽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상상을 했다. 누군가의 머릿속에서는 무너졌고, 다른 누군가의 머릿속에선 굳건히 버텨냈다.


‘나, 나도 한번 쳐보고 싶긴 한데···.’


레이나마저 전의를 불태우며 손을 쥐었다가 폈다.


그렇게 모두가 한 번씩 벽을 공격하는 상상을 하는 사이 성벽의 문이 열리더니, 말을 탄 기사 한 명이 달려와 그들 앞에 섰다.


기사는 우선 그들을 둘러보고는 흔들리는 깃발을 유심히 보았다.


‘귀족인가?’


커다란 나무 하나가 그려졌을 뿐인 문장.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건이었으나 귀족임을 나타내는 것임엔 틀림없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렇기에 그 말투는 대단히 정중했다.


“아···나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말하겠습니다.”


그때 메이슨이 카이델의 앞에 나서며 긴 두루마리 하나를 펼쳐 들었다.


“이분은 이곳의 영주이신 카이델 알로이스 백작님이십니다. 여기 왕가의 인장이 찍힌 증명서입니다.”

“······.”


기사는 왕가의 인장을 자세히 보았다.

커다란 별 중앙에 검이 박힌 형상 주위로 은빛이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왕가 인장에 걸린 마법이다.


‘언제 저런 걸 받아온 거지?’


카이델 역시 얼떨떨한 모습으로 그걸 바라보았다.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껏 함께 온 주제에 그에게 한 번도 저걸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게 묘하게 괘씸했다.


메이슨과 종이를 번갈아 보던 기사는 할 말을 잃었다. 알로이스의 영주.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증거라는 종이에는 확실히 왕가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기사는 우선 그들을 안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이곳의 임무는 저편에서 몰려올지 모르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지, 이쪽에서 오는 인간을 막는 건 아니었으므로.


점점 가까워지는 성벽을 보며 그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 정말 단단했다. 마력검으로 치면 어느 정도의 상처를 남길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는 앞서가는 기사를 향해 물었다.


“여기 성벽은?”

“네. 만약 몬스터들이 이곳까지 내려왔을 경우, 최대한 버티기 위한 물건입니다.”

“말하자면 최후의 보루인가?”

“그렇습니다.”


눈을 빛내며 성벽을 보는 이들을 본 기사가 말을 덧붙였다.


“물론 몇 년간 제대로 된 몬스터를 구경한 적은 없습니다.”


카이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의 털끝도 보지 못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 멀리서 제대로 무리를 지어 몰려오는 놈들을 보지 못 한 것이다.

여기는 그나마 이 지역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여기서부터가 알로이스. 백작님의 영토입니다.”


성문을 넘어서는 카이델의 마음은 미묘했다. 여기서부터 당신 땅이라고 해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과도 다른 느낌이다.


안으로 들어선 그들을 향한 시선에서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났다.

그들은 우선 카이델을 보고, 그 뒤에 이어지는 깃발을 보았다. 얼굴엔 의문이 가득 실렸다. 저런 문장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는 모습이었다.


‘흠···.’


그는 우선 말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성벽은 이중으로 되어, 하나의 성벽이 뚫린 뒤에서 어떻게든 다음 것으로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그야말로 방어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모습이다.


“무슨 일이지?”

“아, 대장님. 알로이스 백작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알로이스 백작?”


그들을 발견한 한 남자가 카이델 앞에 멈춰 섰다.

커다란 키와 장대한 기골을 지닌 남자는 카이델을 내려다보았다. 벌어진 키 차이만큼 강한 위압감이 그를 내리누르려는 듯 쏟아졌다.


초면부터 기 싸움.

키가 작다는 게 약간 불리했으나 그것에 짓눌리는 일 없이 똑바로 그를 보던 카이델이 반발하려던 찰나,


“환영합니다. 알로이스 백작님.”


남자가 돌연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 기간 알로이스의 백작님을 뵙지 못한 탓에 예의를 잊을 뻔했습니다.”

“······.”

“······.”


그의 인사에는 자주 바뀌었다던 알로이스의 영주에 대한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과연 이 사람은 얼마나 버틸까.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카이델을 여기까지 데려온 남자를 보내고, 그 자신이 주변 안내를 시작했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백작님.”

“저희는 정리 좀 하겠습니다.”


구경 온 것도 아닌데 여러 사람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구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자를 따라 움직이는 건 카이델과 메이슨 그리고 두 명의 기사뿐이었다.


한창 기사들의 훈련이 이어졌어야 할 훈련장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주변을 지키는 무리도 그의 예상보다는 적었다.


“지금은 전방에 지원요청이 들어온 상태로, 병력 대부분은 그쪽으로 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그의 생각이 겉에 드러난 모양인지, 남자는 곧장 말을 건넸다.


“···그러고 보니 공격당하고 있다던데.”

“어차피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해도, 도착할 때쯤엔 모든 게 끝났을 겁니다.”

“흠···.”


공격당한다는 소식에 열심히 달려온 것이 무색하게도, 그들은 평소의 일이라는 듯 태평하기만 했다.


‘서두를 필요 없는 일이었나?’


카이델은 괜히 퍼렌도 백작의 술수에 말려들어 달려온 걸 조금 후회했다.

열심히 달린 덕분에 그의 기사와 말들은 대단히 지쳤는데.


“그리고 이쪽에는···”


다음으로 그가 데려간 곳은 저편 성벽 위. 높은 곳에 올라서니 주변의 모습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풍경은 특별날 게 없었다. 황폐하지도 않고, 간혹 동물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앞이 몬스터의 소굴이 아니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오른쪽은 세페르고, 왼쪽은 베리마입니다.”


남자는 손을 들어 오른쪽 저 너머를 가리켰다가 왼쪽으로 손을 옮겼다.

물론 그렇게 먼 곳이 보일 리가 없지만, 카이델은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가까운 건 세페르이니, 그곳을 먼저 방문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아마 이곳보다는 현 상황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음···. 그렇군.”


카이델은 메이슨을 슬쩍 보았다. 메이슨은 남자의 말을 들으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가 별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그쪽으로 방향을 정해도 괜찮을 듯했다.


한동안 성벽 너머를 구경하던 그들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실질적인 땅을 봐도 카이델은 실감이 나질 않았다. 오히려 영지를 관리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영지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고, 주변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남의 일이라고 여길 땐, 별생각 없던 일이 복잡하게 머릿속에서 엉켜들었다.


“그 유명한···전쟁영웅 카이델이라고?”


골치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다시 길을 돌아왔을 무렵, 아래에 몰려든 기사들이 시끌시끌했다.


“아니, 아직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나?”

“새로운 백작님이 도착한다는 말은 들은 것 같은데.”

“그게 전쟁영웅이었다니.”

“그렇다면 저분이 그렇게 강한가?”

“강하지!”

“······.”


그 화제의 중심은 역시 카이델이었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이 녀석들이 오랫동안 여길 지키느라 귀족에 대한 예의를 잊은 모양입니다.”


남자는 카이델에게 사죄한 뒤, 후다닥 계단을 내려가 주위 기사들에게 호통쳤다.


“백작님 앞에서 무슨 말들을 하는 거냐! 당장 자리를 지키지 못하겠느냐!”

“네···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카이델을 힐끗힐끗 보았다.

그 반응을 보아, 제대로 뭔가를 보이지 않으면 저런 기사들 사이에 뜬소문이 끊임없이 흐를 것 같았다.


쿵!


카이델은 훌쩍 계단에서 뛰어내려 그들의 중앙에 섰다.


“···헛.”

“와, 이분 백작님이신 거지?”

“알로이스 백작님. 귀족은 이런 곳에서 뛰어내리지 않···”


그리고 당연한 듯이 따라붙는 잔소리에 손을 내저었다.

카이델은 주변을 훑었다. 흩어지려던 기사들이 다시 그를 둘러싸며 호김심 어린 눈을 반짝 빛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 실력 좀 보고 싶으시다는 말 아닌가?”


그는 생각했다.

여기가 자신의 영지라면, 앞으로의 편한 생활을 위해 약간 기선제압을 해놓을 필요가 있다. 그의 경험상 이런 놈들은 강한 자에게 쉽게 마음을 연다.


“말이 잘 통하는 백작님이라 다행입니다.”

“우리는 여기를 지키느라 내전은 구경도 하질 못했으니까요.”

“얼마나 심각했길래 그렇게 오래 지속됐는지 간접 체험이나 해봅시다.”


그들은 희희낙락하며 벌써 싸울 준비를 했다.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잘됐다는 소리도 여럿 들려왔다. 그들에게는 귀족과 싸운다는 두려움 따윈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 목숨을 걸고 있는 마당에, 귀족에게 덤비는 것쯤은 일도 아닌 것이다.


‘후우···. 앞으로는 이런 놈들만 있다는 거지?’


카이델이 검을 빼 들었을 때였다.


-부우우우우우우


길고 무거운 뿔 나팔 소리가 울렸다.


“어?”

“잠깐, 몬스터?”

“여기까지 몬스터가 왔다고?”


그건 몬스터가 이 근처까지 내려왔다는 의미였고, 기사들은 뽑았던 검을 다시 집어넣은 뒤 분주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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