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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님의 서재입니다.

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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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최근연재일 :
2022.12.01 23:3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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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9
추천수 :
373
글자수 :
141,841

작성
22.11.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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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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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29화

DUMMY

다음날, 카이델의 예고대로 그들은 아침부터 곧장 산으로 향했다.

이 근처의 길은 조금도 알지 못했기에,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무작정 나아갔다.


카이델은 이 일을 가볍게 생각했다.

자작의 설명도, 실행 방법도 간단하게만 들렸다. 그렇기에 기사를 우르르 끌고 가기보다는 몇 명만 간추려 출발했다.


나머지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체력을 아껴두게 했는데, 그 선두에 있는 건 메이슨이었다.


그의 체력으로는 산을 오르기는커녕 입구에서 쓰러졌을 테니까.


“와···여긴 왜 갑자기 추워지는 거지?”

“이런 곳이라는 정보를 왜 안 줬답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털옷이라도 걸치고 오는 건데.”


그와 함께 온 건 세 명의 기사.


“그, 그러게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레이나였다.


산으로 향하는 길은 어려울 게 하나 없었다. 간혹 몬스터가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그들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산을 오를 때 역시 문제 될 일은 없었다.


정말 고작 심부름 따위를 시키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범한 길.


그들은 이렇게 쉬운 길을 가는 게 불만인 듯 투덜대기도 했다.

갑자기 강추위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그놈들, 왜 자기들이 직접 안 왔는지 알겠습니다.”

“이렇게 추우니 귀찮았던 게 아닙니까?”


처음엔 눈발이 날리기만 하던 길이 이제는 발이 푹푹 빠지는 형태로 바뀌었고, 눈에 파묻힌 길 아래 무엇이 있을지 몰라 조심히 걸어야 했다.


“따라오겠다고 한 건 너희들이다.”

“그야···물론, 저런 여관에서 빈둥대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게 나으니까.”

“몬스터 좀 때려잡을 줄 알았고.”


여러 가지 불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하나.


“최소 방한복만 있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너무 춥다는 것이었다.


몸이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를 느끼는 건 카이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둔해진 팔을 손으로 쓸어냈다.


‘차라리 몬스터라도 나와주면 좋은데.’


그의 머리엔 몬스터가 나오면 위험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설산에서 싸운 경험은 있다. 이런 경우엔 몸을 움직이는 게 나았다.

어차피 물리칠 수 있기에, 조금 강한 놈이 나와도 상관없었다.


“백작님, 나침반은 잘 작동합니까?”

“확실하게 이쪽을 가리키고 있다.”

“차라리 오작동이라는 게 더 낫겠는데.”

“야, 그런 말 하지 마라. 여기서 오작동이었다고 다시 내려가면 그게 더 열받지.”

“······그런가?”


윌은 이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여기서 길을 잘못 들었으니 다시 내려가겠다고 하면,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저 백작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저 아가씨는 안 추운 건가?”


올리버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추위에 벌벌 떨 줄 알았던 레이나가 의외로 씩씩하게 그들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의 옷은 그들보다 두텁다고 할 수 없었다. 꼭 싸맸다고는 해도 움직임을 중시한 덕에 옷의 소재가 얇고 가볍다.


“설마···”

“마법을?”

“뭐? 설마, 혼자 그런 치사한 방법을 썼을 리가···.”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그들이 의심을 품으며 레이나를 힐끗 쳐다보았을 때였다.


쿵!


카이델이 그렇게 염원하던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오···.’


거대한 키와 온몸을 뒤덮는 새하얀 털. 인간처럼 두 발로 서 있었으나 팔은 거의 땅까지 닿아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마치 한 마리의 커다란 곰 같은 몬스터가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저건 뭐지?”

“예티인가?”

“예티? 설산에 산다는 몬스터?”


몬스터를 맞이하는 기사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저 털은 좀 따뜻해 보이지 않습니까?”


추위를 머리에서 쫓아낼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저 따뜻해 보이는 털에 눈이 간 것이다.


카이델은 뒤를 돌아보며 기사들에게 말했다.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놈에게 저 털을 주도록 하지.”

“정말입니까?”

“그럼 내가 먼저 공격한다!”

“야, 이 새끼야! 치사하잖아!”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 명의 기사는 바로 눈을 흩뿌리며 앞으로 달렸다.


-크아아아!!


예티는 달려오는 기사들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부웅-!


인간과는 다른 두툼하고 거대한 손이 세 기사의 앞을 쓸어냈다. 종아리까지 차오른 눈이 순식간에 바닥까지 쓸려나갔고, 그것을 본 이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에도 눈송이조차 달라붙지 않는 저 털이 더 탐났다.


투두둑-


눈이 쌓인 땅에서 빠르게 달려 도착한 이반이 검을 쳐들었다.


“털이 상하게 공격하진 마라!”

“어차피 그거 내 것이니까!”


그가 제대로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뒤에 선 두 기사가 외쳤다. 그들에겐 저 공격으로 예티가 곧바로 쓰러지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촤악!


가볍지만 날카로운 공격이 예티를 향해 쏟아졌다.


-크오오오!


쿵!


하지만 두 기사의 예상대로 그 정도의 공격에 예티가 쓰러지지는 않았다.


쿵, 쿵!


오히려 자극을 받은 듯 녀석은 사방으로 팔을 휘둘렀고, 이반은 공격을 피해 재빨리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주위 땅을 주먹으로 쳐내던 예티의 움직임이 순간 멈추자, 윌은 바로 그 앞으로 뛰었다. 하지만 그때,


휘유우우우우-


“···!!”


크게 벌린 예티의 입에서 차디찬 냉기가 쏟아지는 바람에 급히 방향을 틀었다.


윌은 가볍게 검을 털어냈다.

그 입김이 닿았던 검 끝에 내려앉은 서리가 땅으로 후두두 떨어졌다.


“예티가 저런 공격도 하나?”

“우리는 처음 보니까 모르지. 백작님, 어떻습니까? 원래 이럽니까?”


냉기를 모두 뱉어낸 예티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뒤이어 공격하려던 올리버는 예티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고, 재빨리 검을 거둔 뒤 옆으로 몸을 날렸다.


-크오오오!!!


“···!”

“윽···귀야···.”


그 자리를 엄청난 굉음이 치고 나갔으며, 땅까지 진동했다.


“저런 공격이 있긴 했지.”


카이델은 아직도 가만히 구경 중이었다. 추위에 얼어붙은 기사들의 움직임이 대단히 둔했다. 조금 더 움직이면 분명 풀릴 것이다.


‘하지만···예전보다는 오래 걸리는군.’


전투 중에는 그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었다.


“하아앗!”


그렇게 모두가 예티의 주의를 끄는 사이, 어느새 뒤로 돌아갔던 레이나가 녀석의 등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너무 서둘렀는데.”


카이델은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퍼억-


“꺅!”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았겠으나 카이델의 충고대로 레이나의 검은 너무 급했다. 그런 건 간단히 막혔고, 오히려 역공당하기 쉬운 것이었다.


예티의 우악스러운 손에 정통으로 맞은 레이나는 크게 뒤로 날아가며 눈밭에 처박혔다.


“쯧쯧.”


쌓인 눈 덕분에 충격은 적었다.

하지만 벌떡 일어선 그녀는 덕지덕지 들러붙은 눈을 털어내며 추위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렇게 뒤를 돈 예티에게 커다란 틈이 생겼다.


“핫!”


틈을 놓치지 않고 긴 포물선을 그리며 달려든 올리버의 검이 예티의 손을 깊게 베어나갔고, 새하얀 눈밭에 붉은 선혈이 튀었다.


-크아아아아!!


쿠궁!


하지만 그 공격 역시 결정적이진 않았다.

곧장 치고 나온 반격에 그 역시 뒤로 물러나야 했다.


‘흐음···.’


몇 번 제자리에서 뛰며 그걸 지켜보던 카이델이 바람처럼 그곳으로 튀어 나갔다.


“···!”

“마력검은 반칙입니다!”


그를 발견한 윌이 냉큼 외쳤다. 전리품이 걸린 상황에서 혼자만 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쓰는 건 역시 반칙이었다.


카이델은 그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들에게 잘 보이도록 검날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 검날에 붉은빛은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게 없어도, 간단한 일이다.”


휘유우우우우-


뛰어드는 그를 발견한 예티는 곧바로 시린 숨을 내뿜었다.


타탓-


카이델은 빠르게 두 다리로 땅을 쳤다. 다리가 쌓인 눈 아래로 푹 들어가는 바람에 평소 그의 속도보다는 느렸지만, 아슬아슬하게 냉기를 피할 수는 있었다.


그가 향한 건 옆도 뒤도 아닌 앞.

바짝 붙으면 숨이 닿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공격하기 쉬웠다.


카이델은 순식간에 예티 앞에 섰다. 녀석이 당황하며 손이든 뭐든 공격을 퍼부으려던 찰나, 그의 검은 이미 예티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쿠으···으···.


쿵!


예티는 곧 땅에 쓰러졌다.


“후우···.”


카이델은 한숨을 내뱉었다. 몸만 풀렸다면 기사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을 터였다.


역시 이 기사들은 내전이 종결됨과 동시에 긴장이 풀려버린 것 같았다.


“아니, 본인이 쓰러뜨리는 게 어디 있습니까?”

“우리의 승부가 아니었던 건가···.”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건 그들도 잘 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워하는 것이었다.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 없다.”

“······.”

“······.”


예티가 쓰러지는 마지막 공격을 하는 놈에게 털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거기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을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쓰러진 예티를 다리로 툭 밀어 똑바로 눕혔다.


“정리해라.”

“······.”


기사들은 툴툴대면서도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세 명의 기사는 털을 발라내는 작업에 몰두했고, 옆에 선 레이나는 눈을 살짝 돌리며 그들을 도와 털을 잡았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카이델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내가 안 쓰러뜨렸어도 보통은 이런 건 백작님이 사용하시라며 바치지 않나?”


작지만 확실히 귀에 이르는 소리. 순간 네 사람의 손이 멈췄다.


“물론, 그러려고 했습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선수를 빼앗긴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


그렇게 말하는 네 명의 손은 더욱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 그들에게 대답하기도 귀찮은 듯 카이델은 손을 저었다.

그는 나침반을 들여다보았다.


이미 산을 꽤 올라왔음에도 그것은 여전히 위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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