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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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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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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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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841

작성
22.11.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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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3화

DUMMY

“백작님의 부하든 아니든, 무조건 마법을 쓰라고 조언해주십시오. 함께 다니면 어쨌든 말에 귀는 기울여줄 거 아닙니까? 저 사람은 무조건 마법에 재능이 있습니다.”


‘아직 안 갔냐.’


케일이라는 마법사는 인사를 마친 뒤에도 돌아가지 않은 채 카이델의 옆에 섰다. 그의 눈은 레이나의 단련에 고정되어 있었다.


“확실하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검에는 재능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절대 없다고 확신합니다.”

“······.”


카이델이 제대로 대꾸하지 않음에도 그는 착실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또 하나. 백작님은 몸에 담을 수 있는 마력량이 많지 않으니, 마력검을 너무 오래 쓰지 않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러다가 죽습니다.”

“그건 참고하도록 하지.”


카이델은 고개만 까딱이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게 마력 소모가 심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쓰러질 만큼 오래 유지하려면 몇 개의 검을 버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그것에만 의지하지 않았기에 쓰러질 일은 없을 것이었다.


‘두 번 정도는 문제없고.’


하지만 약간의 호기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는 차라리 한 번쯤은 얼마나 오랫동안 마력검을 쓸 수 있을지 시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 역시 버려도 되는 검이 많을 때의 이야기였지만.


챙-!


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레이나의 단련도 끝이 났다.

이번엔 그 손에서 검이 떨어지진 않았으나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 간신히 매달린 듯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흠···.”


단련을 돕던 기사가 성큼 다가가 그 검을 다시 강하게 내리쳤다.


챙!


그리고 곧 그의 검 끝이 레이나의 목덜미에 닿았다.


“윽···!”


결국 레이나의 검은 손에서 떨어져 나와 땅에 굴렀다. 목에 닿은 검날은 적당히 피가 나지 않을 만큼만 닿았다가, 그녀가 항복의 뜻으로 양손을 들어 올리고 나서야 곧장 떨어져 나갔다.

목숨이 쉽게 오가는 곳인 만큼 그들은 적당히 봐주며 상대를 치켜세워주지는 않았다.


“이 정도로 하지.”

“가, 감사합니다···.”


레이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검을 줍고는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힘없이 땅을 내딛는 그녀를 주시하던 카이델이 마법사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거 날이 서 있는데?”

“이런 곳에서 누가 날을 죽인 검을 쓰겠습니까?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는 곳인데. 그랬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련할 때도 저걸 쓴다고? 실수라도 하면?”

“지금까지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실수로 치명상을 입히는 놈들은 여기에 안 받아줍니다.”

“······.”


초보는 없으니 괜찮다는 의미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여기서 대련한 유일한 초보자가 레이나였는지도 모른다.

카이델을 발견한 그녀는 더욱 어깨가 처졌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셨어요···?”


카이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카이델이 왔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기로 더 검을 꼭 쥐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아니, 괜찮은 모습조차 보여줄 수 없었다.


기운이 없는 레이나를 보며 카이델은 눈을 굴렸다. 사실 그는 이 승부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가 궁금했던 건 다른 것이었고, 말할 기회를 엿보다가 그녀가 말이 없어진 틈을 타 재빨리 자신의 관심사를 입 밖에 냈다.


“그런데 왜 내 기사라고 한 거지?”

“···네?”

“?”


우선 무작정 길을 걷던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로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어, 하지만···.”


먼저 정신이 든 레이나가 당황하며 말했다.


“이름으로 부르셨잖아요?”

“···어?”

“그런 식으로 부를 땐, 보통 자기 부하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않나요?”

“···어? 뭐?”


순간 카이델은 눈앞이 빙글 도는 듯했다. 어쩌면 숙취 때문일지도 모른다. 머리를 짚으며 어지러움을 이겨낸 그가 주위 기사들을 보았다.


“잠깐···. 윌, 메이슨은 어디 있지?”

“그 사람이라면 여기 대장과 이야기 중일 겁니다.”

“데려와.”

“네!”


윌이 허겁지겁 달려 나가려던 찰나, 타이밍 좋게도 메이슨이 성벽 기사단 대장과 함께 카이델을 찾아왔다.

카이델은 대장의 인사를 대충 받은 뒤 메이슨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다가온 그를 데리고 구석으로 간 뒤, 나직이 물었다.


“이름을 부르면 자기 부하라는 법도가 있나?”

“아···호칭을 따로 안 붙이는 건 친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때 명령도 내리지 않았습니까? 확실하게 내 아랫사람이라는 뜻이 되기도 할 겁니다.”

“······.”

“······.”


메이슨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카이델은 귀족의 법도 따위 알게 뭐냐고 생각했었으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상황이 그랬다. 그는 마치 자기 부하처럼 명령을 내렸고, 그녀가 받아들였기에 부하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왜 안 막았지?”


지금의 반응으로 봤을 때, 메이슨은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마법사가 있으면 좋잖습니까.”

“······뭐?”

“그냥 기사로 받아주시죠. 마법사에 대해 관심도 많으신 분이.”

“관심은 있어도 내 기사로 두고 싶은 정도는 아닌데.”

“그럼, 카프렌에 도착하면 그대로 헤어지실 생각이셨습니까?”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레이나를 대하는 두 사람의 목적이 달랐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물론 영지에 마법사가 있으면 좋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굳이 레이나일 필요는 없다. 그녀가 마법이 아닌 기사가 되고 싶어 한다는 이유도 있었으나, 그가 꺼리는 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카이델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쟤는 어느 귀족 가문의 철없는 아가씨인 것 같은데.”

“행동을 보니 그런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기사로 받아주라고?”

“이 분야는 백작님께서 저보다 더 잘 알지 않으십니까? 귀족 신분인 기사도 많습니다.”

“······.”


모든 귀족 자제들이 자기 영지를 갖고 가문을 이어가는 건 아니다. 그중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기사가 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카이델은 다시 깨달았다. 자신은 이놈에게 말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싸우면 한 대로 끝나는데.’


그는 손을 쥐었다가 폈다.

무기를 들지 않아도 가볍게 이길 자신은 있었다. 가벼운 주먹질 한 번으로 쓰러질 놈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손에서 힘을 풀었다.

무력을 써서 입을 닫게 할 생각이었다면 진작했을 것이다.


“만약 저 집안이 높은 작위면?”

“그럼 더 좋습니다.”


메이슨은 눈을 빛냈다.


“백작 이상이라면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


과연 귀족다운 생각이었다. 귀찮게 다른 귀족들과 얽히기 꺼리는 카이델과는 다른 생각이기도 했다.


“그럼···그건 우선 카프렌에 도착할 때까지 생각해보는 걸로 하지.”

“감사합니다.”


묘하게 찝찝함이 남는 대화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그를 끌고 무리로 돌아온 메이슨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가볍게 입을 열었다.


“백작님, 어디를 통해 카프렌으로 가실지는 정하셨습니까?”

“어제 추천받은 대로 세페르로 가려고 생각 중이다.”


그리고 카이델도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레이나에게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눈짓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성벽 기사단 대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식자재 전달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보고 심부름을 하라고?”

“아니, 가시는 길이시니까.”

“지금 저희는 전력이 모자라기도 하고.”


옆에 선 기사가 냉큼 자기 대장의 의견에 말을 보탰다.


카이델은 슬쩍 메이슨을 보았다.

그가 반대하지 않는 걸 보니 이미 그렇게 하기로 어느 정도 말이 오간 상태고, 남은 건 카이델의 허가뿐인 듯했다.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어, 반대할까 생각했다가 마음을 고쳤다.


어차피 조금 전에도 말로는 그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다른 놈까지 가세해서 말할 테니, 이길 가능성은 더더욱 적었다.


“알았다. 준비해둬라.”

“그리고 이 서신도 전달 부탁드립니다.”

“······.”

“그건 제가 전달하겠습니다.”


카이델이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메이슨이 냉큼 앞으로 나서며 종이를 받았다.


‘심부름꾼인 백작···.’


그가 평민이기는 하지만, 백작이 심부름에 쓰인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분명 귀족으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일일 텐데도, 메이슨이 가만히 있다는 게 이상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적극적으로 이 일을 받아들이려 한다.


“······.”


하지만 역시 깊게 생각하는 건 귀찮았다.

그는 머리를 쓰는 데 약했고, 메이슨은 왕이 보내준 그의 보좌관이다. 머리 쓰는 부분은 그에게 떠넘기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하겠다.”

“이쪽은 준비 끝났습니다. 백작님만 준비되시는 대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준비는 언제쯤 끝나시겠습니까?”

“···?”


단번에 흘러나온 말에 놀라 카이델은 뒤를 돌아보았다.

아침에 만났던 마법사가 그를 기다리듯 서 있었다.


“···설마,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무슨 질문이십니까? 시간이 없으니 간략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너도 같이 가는 건가?”


말은 질문이었으나 카이델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물론입니다. 백작님께서는 세페르로 가는 길을 모르시지 않습니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아,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저는 안내만 하고 바로 돌아올 겁니다.”

“······그래.”


짧은 질문에 답변이 줄줄 흘러나왔고, 카이델은 알았다는 듯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역시 반론하기 귀찮은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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