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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찾는 영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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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2.10.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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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23: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978
추천수 :
373
글자수 :
141,841

작성
22.11.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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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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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3화

DUMMY

그들은 앞서 달려간 마차를 쫓기 위해 길을 내달렸다.


카이델이 빨리 가라고는 했으나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저 멀리에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멀었다. 그 작은 모습에서도 여전히 깃발의 잘 보였고, 펄럭이도록 조심히 흔드는 움직임이 있었다.


“백작님. 저거 윌할테 계속 맡기시죠?”

“좋아하는 것 같은데.”


클렌은 펄럭이는 점을 가리키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게. 저렇게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바꿔준다고 했네.”


물론 카이델은 그가 마지막 이별을 나누듯 깃발을 펄럭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약속은 약속. 저 깃발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예정이다.

다음 기수는 클렌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앞서가는 이들을 보며 연신 키득댔다.


“···어?”


그때 돌연 앞선 이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멀리서 보기에도 흐트러지는 움직임. 도적 무리나 몬스터가 덤벼드는 건 분명 아니었다.


“우선 달린다.”

“네!”


카이델은 그들을 발견한 이후로 조금 느긋해졌던 걸음을 재촉하여 빠르게 달렸다.


흩어지는 대열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었다. 한쪽은 마차를 호위했고, 다른 한쪽은 옆으로 빠졌다. 호위하는 쪽은 깃발을 든 윌과 한 사람.

옆으로 샌 건 두 명의 기사였다.


메이슨은 마차 옆에 붙어가고 있을 거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너희는 마차를 따라가라.”

“네? 백작님께선?”

“나는 저쪽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하고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십시오!”


카이델은 나머지 기사들과 헤어지며 두 명의 기사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말을 몰았다. 옆으로 빠지던 두 기사는 방향을 바꾸더니 카이델 쪽으로 달리는 듯했다.


“···무슨 일이지?”


하지만 그의 의문은 금세 해소되었다.

그들의 앞쪽에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무언가가 있던 것이다. 네 발로 달리는 그것은 분명 짐승.


“배가 고플 리는 없고.”


그들은 굳이 지금 사냥에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로 퍼렌도 백작의 창고에서 식자재를 탈탈 털어왔다. 그렇다면 길을 가다가 고기를 마련하기 위해 사냥에 나선 건 아닐 것이었다.


“심심할 리도 없고.”


아무리 그가 기사들을 풀어놓고 지낸다고 해도, 심심해서 대열을 이탈했다면 처벌감이다.

그들도 모를 리가 없었다.


탓탓탓-


“···?”


달려오는 그것은 속도가 꽤 빨랐다.

순식간에 그가 식별할 수 있는 거리에 도달하여 모습을 드러낸 건 몬스터. 몸체에 검은 털이 휘날리며 네 발로 빠르게 땅을 박차는 다이어 울프였다.


“왜 이런 곳에···.”


다이어 울프는 산이나 숲에 사는 몬스터였고, 이쪽 지방이 아니라 좀 더 서쪽에 터를 잡고 있었을 것이었다.

거기에 사람이 다니는 길 근처에 나타난 것도 처음이다.


카이델은 말을 세웠다. 어차피 상대가 달려드는데 굳이 자신까지 뛰어들 필요는 없었다.

대신 그는 검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 장만한 끝이 날카롭고 보석이 박힌 검.


“성능이나 확인해볼까?”


예부터 보석이 박힌 검은 장식용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적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값비싼 보석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그는 가볍게 검을 쥐어보았다.


‘역시 팔까.’


시퍼렇게 날이 선 게 괜찮은 검이었으나 이걸 팔면 더 좋은 검이 몇 자루는 들어올 듯했다.

하지만 기왕 손에 든 거 시험은 해보자고 생각했을 때,


“거기! 비키세요! 위, 위험해요!”

“···?”


갑자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이델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주위엔 아무도 없다. 보이는 것이라곤 저 앞에서 달려오는 부하 기사들. 그 앞의 다이어 울프.

그리고,


“···어?”


그 다이어 울프에 매달린 소녀가 한 명.


“꺄아악!”

“······.”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소녀가 다이어 울프와 카이델이 부딪칠 듯한 상황에 놓이자 비명을 질렀다.

카이델은 어리둥절했다.


‘왜···저기에 매달려 있지?’


등에 탄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붙잡아 옆에 매달린 소녀. 겉으로 보기엔 다이어 울프를 조련한 건 아닌 듯했고, 오히려 그 자신이 떨어질 듯 말 듯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저 빠른 움직임에도 떨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카이델은 우선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검을 똑바로 들었다.


“비, 비키세요!”


소녀는 다급히 외쳤으나 카이델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는 다이어 울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고, 녀석은 달리는 와중에도 눈앞의 카이델을 공격하기 위해 발톱을 날카롭게 세워 달려들었다. 그리고,


촤악!


-크르륵!


카이델은 달려드는 발톱을 피해 허리를 숙인 뒤에 그 반동을 이동하여 검을 아래에서 위로 치켜올렸다.

그 검은 다이어 울프의 뒷다리를 깊게 베고 지나갔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고통으로 중심을 잃은 녀석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 쓰러지는 건 아니었다.


녀석은 재빨리 다른 쪽 다리에 힘을 주어 버텨냈고, 몸을 꺾어 카이델을 마주 보았다. 하지만 덕분에 다이어 울프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고,


“꺅!”


쿵!


그 옆에 매달렸던 소녀는 결국 바닥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괜찮나?”


카이델은 곧장 그쪽으로 달려가, 다이어 울프가 소녀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앞을 막아섰다.


“으···네, 네···.”


소녀는 먼지를 털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크르르···.


그녀가 떨어지고 나서야 다이어 울프의 모습도 확실히 보였다. 녀석의 덥수룩한 털 위로 삐죽 튀어나온 긴 막대가 보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 이 소녀가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던 물건일 것이다.


“···검이잖아?”

“아, 저거···제 검이에요.”


카이델은 소녀를 보았다.

긴 검은 머리칼을 지닌 소녀는 검을 휘두르기에는 여려 보일 정도로 근육이 없었다. 지금껏 저 검에 의지하며 매달려왔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아가씨 검이라고?”

“네. 저, 저어···혹시 제게 검을 빌려주신다면.”


소녀는 카이델에게 두 개의 검이 있음을 눈치채고 조심히 말했다.

양손에 검을 하나씩 드는 사람도 간혹 있긴 했으나 그런 검술을 익혔다고 해도 검 하나로 싸우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백작님!”


하지만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뒤에서 달려오던 두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챙!

촤악!


그리고 그 틈으로 달려든 다이어 울프에게로 검을 휘둘렀다.


다이어 울프가 슬쩍 뒤로 물러난 사이에 두 기사 역시 말에서 내렸다. 저런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말에 탄 것보다 땅을 딛고 싸우는 게 더 나았다.


둘은 크게 사이를 두고 섰고, 다이어 울프가 저쪽을 공격하면 이쪽이 틈을 노리는 방법을 썼다.


그렇게 두 기사가 열심히 싸우는 가운데, 카이델은 두 개의 검을 비교하며 어느 쪽을 소녀에게 넘길지 고민했다.

하나는 성에서 받은 검. 또 하나는 퍼렌도 백작의 기사에게서 빼앗은 검이다.


“배, 백작님이세요?”

“음. 그렇긴 한데.”


그는 심드렁하게 대답하고는 효율적인 측면에서 괜찮을 평범한 검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보석을 잃어버릴까 봐 그런 건 아니고.’


누구도 묻지 않은 변명을 마음에 담고서.


“그럼 퍼렌도 백작님이신가요?”

“······.”

“헉···.”

“아, 아가씨! 무슨 망발을!”


다이어 울프와 싸우던 기사가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그들은 눈앞의 적의 움직임을 살피면서도 카이델을 힐끗 보았다.


“네? 어, 아, 아니신가요?”


카이델의 표정이 부쩍 어두워졌다.

여기는 퍼렌도 백작이 다스리는 곳과 멀지 않다. 그런 곳에 백작이 있다면 오해할 만은 했다.


“······.”


하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그 백작이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느 곳 하나 마음에 들지 않던 녀석과 착각하다니.


푹-


“···!?”

“이거 써라.”


카이델은 소녀의 앞에 검을 던지듯 꽂아준 뒤에 보석 박힌 검을 들고 터벅터벅 앞으로 나섰다.


“리오, 헤드슨. 비켜라.”

“네···!”


그리고 그대로 기사들과 교대하여 다이어 울프 앞에 섰다.


다이어 울프는 커다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민첩했다. 가까이 다가와서 공격을 한 뒤엔 바로 몸을 뛰어 물러나곤 했다.


-크르르르!


녀석은 카이델에게 당한 상처를 잊지 않은 듯 이빨을 한껏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곧 그가 준비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몸을 날렸다.


텁-!


그리고 카이델이 옆으로 몸을 틀자마자 날카로운 이빨이 허공을 덥썩 물어뜯었다. 공기마저 갈기갈기 찢어발길 듯한 공격에도 그는 침착하게 대비를 하며 검을 쥐었다.


-크륵!


목표를 물어뜯지 못해 분한 듯 녀석은 바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카이델도 대비를 하고 있던 터였다. 그는 다이어 울프가 바로 앞까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녀석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물어뜯으려는 순간, 옆으로 가볍게 몇 걸음 물러났다.

물론 검을 휘두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촤악!


붉은 선혈이 튀어 오르면서 다이어 울프의 몸이 비틀거렸다.


카이델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녀석이 도망가기 전에 재빨리 따라붙으며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크륵!!


다이어 울프도 가만히 당할 마음은 없었다. 녀석은 그 빠른 발을 재빨리 움직였고, 옆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촤-


하지만 검을 모두 피할 순 없었다.


그걸 지켜보던 기사들이 고개를 돌려 소녀를 보았다.


“···빨리 죄송하다고 해.”

“네?”

“빨리.”


카이델이 아직 자기가 얼마나 기분 나쁜지 깨닫기 전에 사과하면 일이 커지지 않을 것이었다.

옆에 선 두 기사의 재촉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소녀는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뭘 사과하라는 걸까?’


고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자신이 무슨 사과를 해야 하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저, 저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퍼렌도 백작님이라고 오해해서요!”

“······.”


분명 그 백작의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을 터였다.


카이델은 대답 대신 그녀를 힐끗 보았다. 부글부글 끓던 짜증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래.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그리고 조금 너그러워졌다.


퍽-!


그는 다이어 울프의 공격을 막아내며 소녀가 손에 든 검을 힐끗 보고, 다시 다이어 울프 몸에 꽂힌 검을 보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자기 검은 자기 힘으로 되찾아야 보람차지 않을까.


카이델은 이제 막 급소를 치려던 검을 거두었다.

자기가 떠올렸지만 퍽 좋은 생각이라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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