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츠미키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의 유형 중 난 환생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ctrls
작품등록일 :
2019.06.05 23:54
최근연재일 :
2019.06.30 07: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344
추천수 :
27
글자수 :
126,355

작성
19.06.29 07:00
조회
80
추천
0
글자
11쪽

제22회 50층.

DUMMY

1.


40층을 향해 오르던 최율의 다리가 뻐근해졌다면, 근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예슬과 지태의 상황은 뻔했다.

한계점에 다다른 예슬은 그만 계단에 주저앉아 버리며 말한다.


“헉헉······. 숨차서 못 올라가겠네.”


바디블로우처럼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

역시 이틀째 잠을 못 잔 것이 가장 타격이 크다.

예슬은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갔다.


“조금만 쉬었다 가자. 엄살이 아니라 다리가 안 움직여.”


체력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인 방법 휴식.

휴식의 종류 중 가장 효율적인 잠을 거부하면서 강행군을 했다면 여기까지 버틴 것도 잘 버틴 거겠지.


“형······. 조금만 쉬었다 가면 안 될까요?”


예슬 옆에 주저앉아 말하던 지태는 당연히 이런 상황에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체력 포션.


“게임도 시작할 땐 물약이라도 주는데 여긴 진짜 너무하네.”


상처 치료와 체력 회복은 엄밀히 말해 다르다.

한마디로 지금 빨간 주스 마신다고, 예슬과 지태가 낙지 먹은 소마냥 벌떡 일어나는 경우는 없겠지. 다만 일시적으로 대체할 것은 몇 가지 존재했다.

그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

<붉은 은행나무의 열매.>

로우라인부터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 은행나무의 일종.

은행나무와 같은 모양이지만 이름처럼 구별법은 간단하다.

은행나무 열매를 씹으면 지독한 악취에 취해 잠시 환각 상태에 빠져 인간의 피로도를 속일 수 있다.

단, 단점도 존재했다.

그건 바로 환각 상태가 끝난다면 그동안 누적된 데미지가 한꺼번에 쌓인다.

대부분 피로 누적으로 얻게 되는 증상은 혼절.

그러기에 무분별한 난발로 열매를 먹다가 헬퍼를 마주한 이주자들이 한둘이 아니기에 조심해야 할 약초이자 독초다.

지금 열매가 없다면, 최율 역시 마땅한 방법은 이거뿐이다.


“좋아. 단 10분.”


휴식이라면 당연히 최율의 행동은 뻔하다.

주머니에 남겨놓은 아르카오를 둥근 기둥 모양으로 짓이기고 딱성냥처럼 벽에 마찰을 일으키자 불이 붙었다.


“후······.”


과거로 넘어와 두 번째 느끼는 담배 향이 조금은 릴렉스하게 만들지만, 표정은 살짝 일그러졌다.

썩을. 여기에 1mg 니코틴이라도 있었다면 자신이 과연 다시 과거로 돌아왔겠느냐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잠시 창밖을 보며 어두워진 세상을 내려다볼 때 예슬의 목소리가 들린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진짜 강남에 와버렸네.”


지금 저 발언이 마천루의 위치를 말하는 게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다.

최율의 표현 방법은 조금 거칠지 몰라도 예슬의 레벨은 분명 최율을 따라다녔기에 얻은 결과물.

단, 고맙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기에 살짝 돌려 말한 거겠지.


“......”


뭐. 어차피 침묵으로 응하는 최율의 반응도 조금은 예상했다.


‘하여튼 싹퉁머리는....’


주둥이가 살짝 삐져나온 예슬을 본 지태는 어색한 기류를 감지하고 화재를 돌리기 위해 넌지시 물었다.


“누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응. 물어봐.”

“누나는 어디 가는 길이였어요?”


지금 50층 올라가는 길인 거 모르냐는 표정이 보이길래 질문을 정정한다.


“어제 야탑역에서 말이에요. 전 탄천 운동장 연습 있어서 가는 길이었거든요.”

“난 뭐······. 그냥 소개팅?”


인제 보니 얼굴과 어울리는 치장이 한껏 꾸민 아가씨였구나.

물론 지금은 갯지렁이의 점액질을 덮어쓴 투명 슬라임이 되었지만······.

예슬은 어제를 떠올리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휴. 어제 그냥 집에 있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이런 일을 겪었을까 생각도 들고······.아무튼 그놈의 계집에 때문에 되는 게 없어요!”


예슬은 화가 조금 난지 투덜거리자 지태는 시간이나 때울 겸 물어봤다.


“왜요?”

“친구가 대신 소개팅 좀 나가달라고 했거든.”

“소개팅을 자기가 나가야지, 왜 누나가 나가요? 딱 봐도 누나 지금 폭탄 처리당한 것 같은데요?”

“아니야. 걔가 우리 학교 교환학생인데, 자긴 아직 한국말이 안 익숙하다고 부끄러워서 못 나갔다고 하더라고. 하여튼 ‘유키’ 그 계집에 때문에 이게 뭐람.”


‘유키?’


창밖을 바라보던 최율은 일순 동공이 흔들렸다.

유키의 이름에 반응한 것 최율 뿐이 아니다.

지태 역시 특이한 이름에 다시 묻는다.


“유키? 이름이 특이하네요?”

“말했잖아. 교환학생이라고, 일본인이거든, 풀네임이 뭐였더라. 유키 뭐였는데······.”


유키의 풀네임을 생각할 때 그 답을 대신 찾아준 건 최율이었다.


“후지모토.”


항상 자신을 ‘최유르’ 비슷한 발음을 하는 유키의 풀네임.

예슬은 기억의 꼬리를 찾은 기쁨에 손바닥을 마주쳤지만 이내 토끼 눈이 되었다.


“그래 맞아! 후지모토 유키였지! 잠깐만! 네가 어떻게 알아? 둘이 아는 사이였어?!”


최율은 예슬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질문.


“파란색 라이칸 머리냐?”


미치지 않고서야 그러진 않겠지. 역시나 예슬의 생각도 같았다.


“너도 참 어마어마한 미친년을 아나보다. 걘 노란머리에 단발이거든?”

“그럼 아니다.”


예슬의 대답에 최율은 관심 없다는 듯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한 것이 대화의 끝이 되자 예슬은 왠지 모르게 조금 아쉬웠다.


“뭐야······. 싱겁긴.”


대화는 끝났지만, 창밖에 비친 최율의 입가에 미소가 보인다.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

그건 바로 외형.

100년을 살아도 늙지 않았다.

키, 몸무게, 심지어 주름 개수조차 변하지 않는다면, 머리카락 역시 두말할 것 없겠지.


최율은 유키의 모습을 떠올렸다.

노란 단발머리를 가진 유키라는 이름은 분명, 이 세상 어딜 찾아봐도 후지모토 유키는 그녀 한 명뿐이다.

최율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분명 태우와 유키를 찾는 시점은 빠를수록 좋지만, 너무도 빠른 이 시점이 고민하게 한다.

제대로 ‘각성’조차 하지 않을 유키를 데리고 다니는 건, 자칫 유키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초반에 서포터 해줄 것이 아니라면, 지금은 유키를 찾는 걸 포기하는 게 맞겠지.


‘우연치고는 고약하군.’


잠시 유키를 떠올릴 때 최율의 등 뒤로 지태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은 어디 가는 길이였어요?”

“.....”


지태의 물음에 답할 수 없던 건 정말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100년의 세월은 이 세계의 처음은 기억하지만, 현실의 마지막을 기억하지 못하게 했다.

그럼 적당한 대답은 이것뿐이었다.


“10분 지났다.”



2.


그동안 문 앞에서 레벨을 확인한 적 없던 최율은 50층 앞에서 행동이 변했다.

외쪽 눈을 감고 능력치를 확인하자 짧은 한숨이 나온다.

[LV : 13, 경험치 17%]

[속성 : 암흑]

[소울 : 일류 싸울아비.(6등급)]

짧게 한숨을 쉰 건, 예상보다 다소 부족한 경험치 때문이지만, 뭐······.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라면 됐다.

24시까지 돌아가야 하는 규칙이라면 사실상 오늘의 마지막 공략.


‘모 아니면 도겠지.’


숫자에 대한 결벽 같은 강박증이 있는 신이라면, 분명 100층의 중간인 이곳은 꽤 메리트 있는 숫자.

<50층>

그렇다면 이곳은 신의 생각을 엿들을 수 있다.

던전의 중간은 항상 모 아니면 도.

운이 좋다면······.

아니. 그 망할 신의 마음에 들었다면, 보상의 방보다 상위인 ‘진귀한 보상의 방’이 나올 거다.

하지만 문을 열었을 때 ‘황금색 배낭’이 없다면 이 방뿐이다.

<길잡이의 방>

길잡이의 방 또는 길잡이의 구역으로 불리는 공간.

절대자들이 이곳을 길잡이라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히 던전 중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만약 3일을 걸려 사냥했는데, 그 끝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엄청난 것처럼 던전의 거리를 가늠하는 건 귀중한 정보.

물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건 도라고 말하긴 다소 어렵다.

문제는 이곳의 난이도에 있었다.

길잡이의 또 다른 별칭.

<도플갱어>

최상층에 존재하는 던전 주인의 숨결로 만든 피조물이 있는 곳.

게임으로 따지면 최종 보스와 외형과 패턴이 흡사한 중간보스 정도로 비교하면 쉽다.

그러기에 던전마다 몬스터의 외형은 달라도 던전에 대한 정보력 때문에 도플갱어보단 길잡이로 불린다.

끼익.


“어라? 아무것도 없네요?”


문을 열고 등 너머 지태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최율도 눈이 있다. 그러니 조용히 해라.

아무것도 없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배낭이 없다는 게 중요한 거지.


“응? 저건 뭐지? 어제 그 숫자랑 비슷한데.”


지태가 가리킨 천장 어디쯤 보이는 째깍거리는 형광 숫자.

첫 퀘스트를 겪었던 이주자라면 초 단위로 줄어드는 저 숫자의 의미를 알고 있다.

타임어택.

길잡이는 분명 던전 주인의 복사본.

그렇다면 던전 주인을 공략할 때 필요한 중요한 스킬과 패턴 등의 정보들 역시 담고 있겠지.

물론 그것을 느긋하게 공부하게 놔둘 리 없다.

타임어택은 바로 공략자의 페널티.

째깍째깍.

5분 남짓 남은 저 숫자는 0이 되면 길잡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다시 30분으로 리셋 된 타임워치가 다시 0이 되기 전까지 공략에 실패하면, 이주자의 레벨을 1~3까지 랜덤으로 하락시키며 던전에서 추방한다.

추방의 의미는 조금 전 예슬이 문을 열고 나가려던 포기와 다르다.

관리자는 한번 추방당한 이주자를 다시 입장시키지 않으니깐······.

4분 20초.

시간이 없다.

이 시간은 앉아서 잡담이나 나누라고 준 것이 아니다.

한 번에 썰어버리는 보통 몬스터와 다르다는 건 이 세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안일함은 없다.

레벨도 기간티의 칼도 없지만 남은 것은 지식.

지식은 곧 숙련도.


‘가능할지 모르겠군.’


최율은 다소 적은 경험치를 떠올리며 왼쪽 눈을 감는다.

[Lv : 13, 경험치 17%]

[속성 : 암흑]

[소울 : 일류 싸울아비(6등급)]

왼쪽 눈을 감은 상태로 마구로키리에 오러를 주입하자 실시간으로 경험치 하락을 확인할 수 있었다.

[Lv : 13, 경험치 12%]

[속성 : 암흑]

[소울 : ‘해방된’ 일류 싸울아비(6등급)]

오러의 기운을 무기에 실어 소울을 해방했지만, 왼쪽 눈을 뜨지 않는다.

100년 동안 최율 역시 처음 공략하는 마천루.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모른다면 차라리 손해 보더라도 이 방법뿐이다.

지잉

오러의 기운을 무기에 싣는 건 멈추지 않았다.

왼쪽 눈을 감으며 경험치 하락을 확인할수록 미간이 구겨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


‘더럽게도 처먹는군.’


소울에 아르카오를 먹일수록 점점 줄어드는 경험치.

그럴수록 마구로키리의 빛은 더욱 빛난다.

[Lv : 13, 경험치 10%]

[Lv : 13, 경험치 8%]

[Lv : 13, 경험치 5%]


‘썩을······. 5% 남았군.’


최율의 구겨진 미간이 이제는 뺨을 타고 어금니를 물 정도로 변할 때 귓가에 기계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일류 싸울아비 소울을 ‘완전해방’합니다.]


뒤이어 귓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리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참격’을 획득하였습니다.]

[스킬 ‘피의 분노’를 획득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의 유형 중 난 환생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로 돌아오겠습니다. 19.07.01 67 0 -
23 제23회 중간보스. 19.06.30 76 0 13쪽
» 제22회 50층. 19.06.29 81 0 11쪽
21 제21회 트라우마. 19.06.28 90 0 12쪽
20 제20회 보상의 방. 19.06.27 107 0 10쪽
19 제19회 소울 해방. 19.06.26 113 0 12쪽
18 제18회 돌연변이 19.06.25 112 0 11쪽
17 제17회 경매. 19.06.24 109 1 10쪽
16 제16회 2일차 생존. 19.06.23 130 0 12쪽
15 제15회 타이틀. 19.06.22 165 0 11쪽
14 제14회 하이라인. 19.06.21 120 1 11쪽
13 제13회 미아방지 팔찌. 19.06.20 128 1 11쪽
12 제12회 선택 퀘스트(2) 19.06.19 122 1 12쪽
11 제11회 선택 퀘스트(1) 19.06.18 136 1 14쪽
10 제10회 마천루. 19.06.17 240 1 12쪽
9 제9회 헬퍼. 19.06.16 171 1 12쪽
8 제8회 소울 융합. 19.06.15 223 1 13쪽
7 제7회 적응지역 가이드 미다스. 19.06.14 192 3 12쪽
6 제6회 첫 번째 무기. 19.06.13 211 2 14쪽
5 제5회 히든 퀘스트. 19.06.12 227 3 12쪽
4 제4회 가고일. 19.06.11 259 2 11쪽
3 제3회 히든 몬스터. 19.06.10 280 2 12쪽
2 제2회 돌아왔다. 19.06.07 427 3 17쪽
1 제1회 돌아간다. +1 19.06.06 625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