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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미키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의 유형 중 난 환생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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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6.05 23:54
최근연재일 :
2019.06.30 07: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355
추천수 :
27
글자수 :
126,355

작성
19.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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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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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10회 마천루.

DUMMY

1.


시청을 나오고 여름도 아닌데 앵앵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깐 내 성질이랑 소울 때문에 난 이 정도 고통밖에 안 느껴진다는 거지? 그리고 나하고 접촉하는 동안은 상대방도 고통이 줄어든다는 거고?”


최율의 뒤를 줄곧 따라오는 예슬은 그 ‘속성과 소울의 연관성’이 이해가 안 되는지 몇 번이나 묻자, 고통에 신경이 예민해진 최율은 어금니를 꽉 물으며 고개로 대답한다.

끄덕.


“그럼 부지런한 인간 퀘스트가 끝나면, 진짜 이 통증도 사라질까?”


끄덕.


“넌 어떻게 알아?”

“추측.”

“아······. 그렇구나. 아 참! 그런데 만드라고라 라는 게 뭐야?”


나름의 규칙을 정해 동족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만 안 했다면, 아니. 최소한 남자였다면 벌써 몇 번이나 묻는 저 말에 목을 베어버렸을 거다.


“마취 효능을 가진 식물.”


만드라고라는 미들라인에 자생하는 식물로 감각의 두통약 원료중 하나.

예슬은 무언가 골똘히 계산하던 표정을 보이다가 계산이 끝났는지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럼 너도 치료해줄게~”


그리고 최율이 잘하던 거.


“단 네 몫의 반이다.”


예슬은 드디어 이겨 먹었다는 표정으로 손을 얻으려 하자, 한발 떨어지며 거부하는 모습에 예슬을 멋쩍게 했다.


“필요 없어.”

“뭐야······. 마지막 말은 농담이라고.”


그게 아니라 손길을 거부한 이유는 따로 있다.


“지태나 계속 잡아.”


예슬이 치유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한 명.

최율을 치유하면 지태는 바닥을 기어 다닐 거다.


“넌 안 아파? 아까 사람들 보니깐 활어회가 따로 없던데······.”


지금 하지정맥처럼 부어오른 보랏빛 신경이 온몸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는데 그런 말을 잘도 하는군.

그보다 계속 칭얼거리는 이 소리가 너무도 거슬려 적당히 헤어질 곳을 찾았다.


“저기서 사냥해.”


고가도로를 지날 때 아까 설명하던 몽크스를 가리킨다.

스타포스 조차 없는 이 세계 최하위 몬스터.

딱히 위협을 가할 이빨이 나 발톱도 없기에, 익수 일행에게 뺏은 삼지창으로 꼬치구이처럼 엮으면 100마리 잡는데 대충 1시간쯤 걸리겠지.

손을 잡은 두 사람 역시 이런 상태로는 다른 몬스터는 사냥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순순히 다리 밑으로 이동할 때, 자신들과 다른 곳을 향하는 최율을 발견하고 예슬이 물었다.


“넌 어디가?”


기껏 개고생해서 드랍률을 올렸는데 이딴 곳에서 사냥할 수 없지.


“다른데.”


혼자 떠난다는 말을 듣고, 그동안 조용하던 지태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형 잠깐만요!”


최율을 붙잡기 위해 예슬과 접촉이 떨어지고 고통이 다시 찾아오자 지태의 얼굴에 구길 수 있는 모든 곳이 구겨진다.


“으읔!”


고통에 부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삼지창을 바닥에 꽂지만 최율의 옷을 움켜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혀. 형은 어디로 가세요?”

“알 필요 없어.”


최율의 목 언저리까지 굵게 부풀어 오른 신경이 지태와 똑같은 고통을 견디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는데, 이 고통을 견디면서까지 이곳을 떠난다면 분명.

이 고통을 웃돌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

아니 분명 있을 거다.


“저. 저도 대려 가주세요. 큭!”

“지태야!”


예슬은 지태가 걱정돼 손을 뻗지만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누나! 잡지 마요!”


갑작스러운 고함에 예슬의 손이 멈추고, 지태는 말을 이어간다.


“부탁이에요 따라가게 해주세요.”


비록 삼지창을 지팡이처럼 의지하였지만, 바닥에 나뒹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한 정신력, 하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업고 다닐 생각 없어.”


사실상 거절에 지태는 몸을 지탱하던 삼지창마저 바닥에 던지고 의지로만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젠 업을 필요 없어요.”


고통을 참으며 홀로 선 모습을 지켜본 최율은 지태를 한참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들과 정들 수 없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본 생각 끝에 나온 결론.


“너 오래 살지 마라.”


생존이 목표인 이곳에 오래 살지 말라니······.


“그게 무슨······?”


지태는 이유를 물어보기도 전에 이유를 들었다.

사람들에게 협박하던 그 살기를 다시금 지태에게 각인시켰다.


“널 죽일지 날이 올 거다.”


이 말은 비단 지태에 한정된 건 아니다.

처음엔 단순히 티아마트만 잡으면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그 빌어먹을 금단현상이 주는 조급함 때문에 한 가지를 놓쳐버리고 죽어버린 거다.

이 세계가 100년이 날.

최율이 이계로 넘어온지 딱 90년이 되는 그 날.

이계의 신은 어쩌면 무료함에 이 세계를 초기화시킬 계획을 세웠을 거다.

그러기에 마왕을 소환했겠지.

<마왕 기간티의 침공.>

마왕 기간티와 드라칸이 연합하고 모든 종족 말살을 시작한 그 날을 잊고 있었다.

만약 침공의 날이 다가오기 전에 기간티를 죽이고, 침공의 날을 역사에서 지워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선택도 경우의 수도 없다.

또다시 최종자가 되기 위해선 기간티를 대신해 침공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모든 종족을 멸망시켜야 한다면 그 대상에 분명 친구 혹은 동료라 불리던 인간들도 포함.

그러기에 그날까지 동족 살인은 피하고 정을 두지 않을 거란 규칙을 만든 거다.

나름의 규칙과 정당함의 포장은 아무리 찾아봐도 이 핑계뿐이다.


‘모든 인류를 살려 지구로 보낸다. 최소한 나와 인연이 있는 인간만이라도.’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최율을 깨우는 예슬의 목소리가 들렸다.


“넌 왜 못 따라가게 하는 건데?”


지태와 최율의 대화에 끼어든 예슬이 지태에게 어깨동무하며 한 말이었다.

최율의 성격이라면 대답은 뻔하다.


“개죽음이야.”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우리가 동료야?”


이것 역시 변함없다.


“아니.”

“그럼 남인데 네가 왜 참견이야? 넌 지태의 결정을 반대할 권리가 없다고.”


예슬은 말을 이어가며 지태의 어깨를 탁탁 치며 힘을 실어주었다.


“아! 반대는 못 해도 막을 권리는 있지. 정 못 따라오게 하고 싶으면 얘를 죽이면 되는 거야.”


몇 번 생각했지만, 예슬의 저 주둥이는 꽤 쓸만하군.

분명 틀린 말은 아니며 무리와 합리를 적당히 이용했다.

최율은 대답 대신 뒤를 돌아 걸었고 지태와 예슬도 함께 걸었다.


“지태야 우리도 가자.”


최율을 따라가던 두 사람의 걸음이 멈추게 된 건 대략 5분 뒤.

모든 것이 시작된 야탑역 광장에 도착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최율은 2번 출구 계단 앞에 서 있었고 예슬과 지태는 주위를 살폈다.


“어라? 노커는 어디 갔지?”


이곳은 이제 서식지도 퀘스트 지역도 아니기에 떠난 것뿐.

최율은 답변해줄 수 없지만 노커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S-1 게이트>

미들라인에서 하이라인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의 명칭.

최율이 최초 100레벨을 찍고 절대자가 되기 전까지 통제된 S-1 게이트에 이런 소문이 퍼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저곳이 지구로 향하는 문이다.’


그 헛 소문이 강우혁이 노커를 죽이려는 계기가 된 것이다.

<로열로드.>

2기 이주자들이 모여 만든 최초이자 최강의 길드.

최초이자 최강으로 불린 건, 선봉에 선 우혁의 능력 때문이었다.

우혁이 가진 팔찌.

반지라고 말하긴 너무 커 팔찌로 쓸 수밖에 없던 반지의 이름을 기억한다.

<L.THE 자이언트의 반지.>

관리자 토벌 당시 우혁은 최율을 설득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지금까지 이 반지를 어디서 구했는지 비밀로 한 건. 다른 이들도 가질까 봐 두려워서가 아니야. 이건 이제 절대로 구할 수 없어. 그러기에 말하지 않은 것뿐이었어, 근데 만약에 네가 도와준다면 너한테만 이 반지를 어디서 구했는지 알려줄게.”


그리고 반지를 구한 곳을 힌트도 듣게 되었다.


“이건 가장 높은 타워에서 얻은 거야. 물론 네가 다시 태어나야 얻을 수 있겠지만 말이야. 하하하.”



2.


야탑역으로 내려오고 희든 보상으로 받은 모험가의 티켓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형! 저기 사람이 죽었어요!”


단적으로 보여준 예를 지태가 발견한다.


“여기도 몬스터가 있나 봐요!”


야탑역 내부 개찰구 앞에 상체와 하체가 떨어진 시체를 보고 경계하지만 그건 몬스터의 공격이 아니다. 승차권이 없는 사람이 무단으로 통과하면 개찰구는 단두대로 변해 저렇게 만들어버린다.

이곳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승차권은 오직 이 모험가의 티켓뿐.

[삑-! 승인되었습니다.]

기계음이 들리고 승강장에 진입해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지태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이내 무거워진 입을 열었다.


“저······. 잠깐 집에 다녀와도 될까요?”


100년 전 이 티켓을 처음 받았을 때 지금 지태와 같은 생각이었는데, 말하지 않아도 예슬의 표정 역시 지태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마음대로.”

“정말요?”

“기다리진 않는다.”


최율의 대답에 더욱 어두워진 지태.

아마도 부모님을 걱정하는 거겠지.

100년 전 최율 역시 최초로 향한 곳은 자신의 집이었으니.

하지만 그곳에 부모님은 없었다.

이곳이 지구 일부를 카피한 세계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하루가 걸렸다.

지하철을 타고 기억 속 모든 곳을 헤맸지만, 부모도 친구도 친척도 찾을 수 없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띠리리링! 열차가 곧 도착합니다.]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예슬은 목적지가 궁금해 물었지만, 열차에 탑승한 최율은 대답보단, 의자에 눕다시피 다리를 뻗고 앉아 버린 건 예슬의 말에 대답할 기력도 없던 거겠지.


‘빨리 사냥해야 되겠어.’


부지런한 인간 퀘스트는 사냥 중이라 인식될 때는 고통이 덜하다. 어찌 되었든 이 퀘스트는 인간을 도와주기 위함이니깐.

그러기에 사냥 중 나오는 아드레날린은 이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제 역할 같은 효과를 준다.


‘두통약도 없이 참는 건 미친 짓이군.’


고통에 눈을 감지만 그럴수록 집중된 신경이 더욱 고통을 주기에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아르카오.

아까 익수 패거리를 죽이고 하나 남겨놓았다.

퍽! 쨍그랑.

갑작스럽게 팔꿈치로 유리창을 깨는 행위에 지켜보던 예슬이 말한다.


“뭐 하는 거야?!”


그저 묵묵히 손에 든 아르카오를 손으로 짓이긴다.

비록 근력이 부족해 원하는 모양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쓸만하다.

대충 둥근 기둥 모양쯤으로 만든 아르카오를 깨트린 팔을 뻗어 창밖으로 내밀었다.

지지직!

달리는 열차와 터널 벽의 마찰로 아르카오에 불을 붙였다.


“후우······.”


불을 붙인 아르카오를 한 모금 마시니 조금 살 거 같다.

지금은 단지 조금 쉬고 싶기에 아르카오를 물고 눈을 감자, 순간 백사장 글씨처럼 사라진 고통에 다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아르카오 때문이 아니다.


“괜찮아?”


예슬 때문이었다.


“미친 거 아니지?”


예슬의 눈에는 지금 아르카오를 기괴하게 흡수하며 뻗어있는 최율이 정말 미친 것 같아서 팔을 잡은 거였다.


“치워.”


예슬의 손을 밀려고 하지만 저 쓸만한 주둥이가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동료야?”


썩을······.

예슬의 말에 힘을 보태려는지 지태가 말한다.


“형 조금만 쉬세요. 전 괜찮아요.”

“도와줄 필요 없어.”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효과는 있다.

냉수마찰처럼 정신이 깨어났고 몸을 추스르며 앉는 최율을 보자 예슬이 다시금 물었다.


“어디로 가는지 정말 말 안 할 거야?”


유리창에 뒤통수를 기댄 최율은 아르카오를 물고 있는 입으로 짧게 말한다.


“잠실”

“잠실은 왜?”


우혁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이다.


“거기가 가장 높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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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19회 소울 해방. 19.06.26 113 0 12쪽
18 제18회 돌연변이 19.06.25 112 0 11쪽
17 제17회 경매. 19.06.24 110 1 10쪽
16 제16회 2일차 생존. 19.06.23 130 0 12쪽
15 제15회 타이틀. 19.06.22 166 0 11쪽
14 제14회 하이라인. 19.06.21 121 1 11쪽
13 제13회 미아방지 팔찌. 19.06.20 128 1 11쪽
12 제12회 선택 퀘스트(2) 19.06.19 122 1 12쪽
11 제11회 선택 퀘스트(1) 19.06.18 137 1 14쪽
» 제10회 마천루. 19.06.17 241 1 12쪽
9 제9회 헬퍼. 19.06.16 171 1 12쪽
8 제8회 소울 융합. 19.06.15 223 1 13쪽
7 제7회 적응지역 가이드 미다스. 19.06.14 193 3 12쪽
6 제6회 첫 번째 무기. 19.06.13 212 2 14쪽
5 제5회 히든 퀘스트. 19.06.12 227 3 12쪽
4 제4회 가고일. 19.06.11 260 2 11쪽
3 제3회 히든 몬스터. 19.06.10 280 2 12쪽
2 제2회 돌아왔다. 19.06.07 427 3 17쪽
1 제1회 돌아간다. +1 19.06.06 626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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