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츠미키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의 유형 중 난 환생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ctrls
작품등록일 :
2019.06.05 23:54
최근연재일 :
2019.06.30 07: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328
추천수 :
27
글자수 :
126,355

작성
19.06.21 17:00
조회
119
추천
1
글자
11쪽

제14회 하이라인.

DUMMY

1.


과거.

<하이라인.>

절대자들에게만 허락된 대륙.

검은 화산 정상에서 흐른 용암은 불타는 용암길을 만들며 산을 흘러 인근 대지까지 뿌리내리고 나서야 멈추었다.

정상에서 흐른 용암이 멈춘 지점에 관리자가 서 있다면 이곳이 검은 화산으로 들어가는 입구겠지.

화염새 발톱을 가공해 만든 반월 형태의 단검을 들고 있던 태우는 입장 전부터 무엇이 들떴는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더니 결국 참고 있던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이제야 이 무기랑도 헤어질 때가 된 건가? 이 무기를 누구한테 물려줘야 하나······. 술이 줄까? 아니면 건우를 줄까?”


선물을 뜯는 어린아이 같은 태우를 바라보던 최율은 누구보다 저 입꼬리는 내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고작 네 무기 바꿔주려고 부른 거면 난 간다.”

“아 뭐야······. 치사하게. 아! 혹시 내가 ‘그거’ 뺏어갈까 봐 무서운 거냐?”


최율을 바라보는 태우의 오른쪽 눈이 감겨있다면 무엇을 말하는지는 뻔하다.

<타이틀.>

인간을 부르는 별칭과도 같은 호(號)는 상대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하는 왼쪽 눈보다 상대의 척도를 가늠하는 오른쪽 눈이야말로 이 세계 최강의 무기일 것이다.

태우는 이내 오른쪽 눈을 뜨며 말을 이어간다.


“걱정하지 마. 다른 놈이면 몰라도 네가 가진 타이틀은 안 뺏을 테니깐.”

“내가 안 뺏기는 거겠지.”

“이 무기를 구하면 이야기가 다를지도 모를걸?”

“그럼 해봐.”


최율이 가진 이 세계 단 하나뿐인 타이틀.


<최강>


과거 최강이라 불리던 사내가 죽고 얻은 타이틀.

엄밀히 말하면 쟁취가 아닌 계승된 것.

사실 쟁취건 계승이건 그런 것 따위 상관없다.

누가 원하던 담배 하나만 던져준다면 수백 번 계승했을 테니깐.

최율은 시작점 주위를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는다.


“그보다 유키는 언제 오는 거야?”

“응?”


태우의 함축적인 ‘응?’을 들은 순간 이제 헬퍼도 졸업했지만, 최율의 이마에 잠시 핏대가 서린 걸 본 태우는 서둘러 최율의 입을 막아버릴 이유를 설명한다.


“유키 지금 역십자가 길드랑 전쟁 중인 거 몰랐어?”


유키도 없이 공략할 생각에 미간이 좁혀지고 습관처럼 아르카오를 짓이겨 입에 물어버린다.

결단은 빠르다.

이렇게 된 거 어째겠나. 그저 씩 웃으며 이렇게 말할 뿐이지.


“썩을 놈.”


관리자 앞에서 간단한 허가와 준비가 끝나고 검은 화산 시작점 앞에 서자 풀어진 미간이 다시 찌푸려진다.

두 갈래 용암 운하는 누가 봐도 일부로 던전 내부를 리류얼한 기분.

2명 입장인데 두 갈래 길이라니, 결국 하나씩 맡아가라는 것 아닌가.

어느 쪽을 먼저 공략할지 결정할 때쯤 등 뒤로 태우의 혼잣말이 들렸고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얇은 체인 팔찌를 발견한다.


“혹시나 해서 가져왔는데, 일단 하나씩 맡고 이걸로 대화하자.”


대답은 당연히.


“필요 없어.”

“왜?”

“암살”

“암살?”

“날 ‘저주’하고 있겠지.”


무심한 듯 던진 최율의 말에 태우는 이상하리만큼 호탕하게 웃는다.


“세상에······. 하하하. 그 자식들 진짜 집요하네. 그거 몇십 년도 더 된 일 아니었어?”


암살 길드.

인간을 처음 죽인 그 날.

자신의 검에 익숙하지 못한 검붉은 피를 회상했다.

검은 바뀌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건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한 거겠지.


“암살을 해산시킨 건 어찌 됐든 나다. 그리고 그놈은 내 군주였어.”

“그래도 하하! 대단하다 그놈들도!”


태우는 어깨를 탁탁 치며 웃으며 말한 건, 사실 암살 길드의 집요함보다 최율의 어리숙함 때문에 있다.


“너 진짜 이런 쪽으로 보면 초짜구나. 그러니깐 길드 생활 좀 어울리면서 했어야지.”


무슨 뜻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때 태우는 어느새 최율의 손에 팔찌를 건네고 전용 채널 사용법을 알려줬다.


‘공유채널은 전송방식이 달라. 공유채널접속 때는 개인 채널접촉을 막고 있거든.’


입을 다물고 있지만, 태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암살 길드의 ‘저주’가 들리지 않았다.


“여기 공략해도 계속 차고 있어.”

“아니. 이번뿐이야.”


최율의 대답에 태우는 나지막이 말했고.


“어차피 우리 길드 채널이거든.”


그 말에 최율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길드원 전원이 사망했지만, 그래도 군주라고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그 짐은 덜어주고 싶었으니깐.



2


헬퍼의 고통도 공략 중이던 마천루도 일순간 정지된 건 태우의 목소리 듣고 난 이후부터였다.


‘누군지 빨리 말 안 해?’


잘 못 들은 건 아니냐는 생각이 스친 것도 잠시뿐, 어제까지 듣던 목소리 아닌가.


“정말 태우냐?”


조심스러운 최율의 목소리와 다른 냉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질문은 내가 먼저다. 소속을 밝혀. 여긴 분명 우리 길드 채널이다.”


모든 것을 말한다면 믿어줄까.

그저 하루도 안 된 외로움에 읊어낸 넋두리가 이렇게 될지 몰라 이렇게만 말할 뿐이라니


“널 아는 사람.”


최율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고요하다.

너무도 고요해서 귀에 이명 증상처럼 삐-거리는 무음이 들릴 정도니깐.

얼마후 이명을 깨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비록 목소리뿐이지만 태우의 표정이 보이는듯한 억양.


“너 로열로더구나.”


함축적인 말이지만 과거의 퍼즐이 맞춰진다.

태우가 자신을 찾아왔던 이유.

그건 관리자로부터 생존했기 때문이 아니라 강우혁의 죽음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는 말이었다.


“강우혁한테 전해. 빚은 꼭 갚겠다고.”


그 후 더는 태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34-5 CH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조용해졌지만 혼란스럽다.

정확히 계획이 어긋났다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최강 타이들의 1대 본주.

로열로더 군주 강우혁.


100년의 역사를 압축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인물이라 판단했는데 태우와 적대관계였다면······.

이 둘을 화해시킬 방법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 내릴 수 있는 결단은 이것뿐이다.


“오랜만에 악역이라니.”


화해시킬 수 없다면 굴복시킬 수밖에.

어차피 적의 적은 친구가 될 테니까······.

최율은 조금 전 주머니에 넣어둔 아르카오 하나를 짓이겨 입에 물었다.

복잡한 감정에 미간은 구겨져 있지만 아르카오를 문 입은 웃고 있다.

그리고 그 입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계승이 아니겠지.”



3.


1층에서 대기 중인 지태와 예슬은 약속한 시각이 다 되어도 최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지태가 펜던트를 만지며 최율을 부른다.


‘형. 어디쯤이세요?’

‘.......’


지태는 대답이 없는 최율이 조금씩 걱정이 되어 여러 번 불러보지만 결국 동굴 속 메아리뿐.


“누나. 형 무슨 일 생긴 거 아닐까요?”

“그 괴물 같은 놈이 무슨 일은······. 잠깐만!”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예슬은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지태가 따라나선다.


“왜요? 누나 형한테 무슨 일 일어난 거예요?”

“무슨 일 있지. 분명 무슨 일 있는 거야.”


심각한 예슬의 얼굴에 마른침을 삼키던 지태는 예슬의 말을 듣고 조금은 황당했다.


“치사한 자식! 혼자 좋은 거 챙기고 있을 거야. 어서 찾아보자! 빨리 와!”


반강제로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지태는 엘리베이터의 현재 층수를 발견했다.

10층.


“누나 우리 5층에서 내려온 게 아니었어요?”


5층이 아닌 10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를 본 지태는 좌절감을 느꼈을 거다.

자신은 고작 한 층을 공략할 동안 최율이 공략한 층수는 최소한 2배, 지금 자신과의 격차를 일부러 보여주는 듯했으니깐.


“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네. 그 시간 동안 혼자서 10층까지 올라간 거야?”


예슬 역시 층수를 보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30분 내외로 저기까지 오르다니.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감탄과 절망도 잠시,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에 최율의 모습이 보이자 예슬은 쏘아붙인다.


“치사하게 혼자 사냥한 거야? 아까는 하나씩 맡자며?”

“시작 위치를 말한 거지 어디까지라고는 않았는데?”


말문이 막힌 예슬은 입을 쭈뼛거리며 최율을 바라본다.


‘이 괴물 같은 놈······.’


얼굴에 문신 같던 신경이 사라졌다는 것은 퀘스트 역시 끝내버린 거겠지.


“치사하게 혼자 퀘스트까지 완료하셨네.”

“넌 치사한 기준이 이상하다.”


최율은 예슬을 뒤로하고 주머니 속 아르카오를 꺼내 지태에게 건넨다.


“나중에 갚아.”


어림잡아도 30여 개 이상의 아르카오를 본 지태는 레벨 업이라는 유혹에 손을 뻗지만 이내 손을 멈추고 머뭇거리자 최율은 씩 웃으며 말했다.


“놀부 심보군.”


지태의 마음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

당장 레벨이 오른다는 건 분명 자신에게 이득.

반대로 이걸 먹으면, 최율에게 2배의 아르카오를 주는 건 싫은 거겠지.


“내키지 않으면 내가 먹고.”


최율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지태가 입을 연다.


“형······. 죄송한데 제가 먹을 수량 정해도 돼요?”

“마음대로.”


지태는 하나를 먹고 왼쪽 눈을 감는다.

그리고 또 하나를 먹고 왼쪽 눈을 감는다.

그렇게 몇 차례.

[LV : 6, 경험치 0%]

지태의 레벨이 올랐다.


“형. 이제 됐어요. 여기까지만 먹을게요.”


경험치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적절히 이용했다.

이걸 다 먹고 레벨이 오르나, 몇 개를 먹고 레벨이 오르나 같다면 갚을 아르카오를 최소한으로 만들어야 한다.


“셈 하나는 빠르군.”

“아무래도······. 경쟁이니까요.”


이기심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당연하다.

이래야 오래 살 수 있으니깐.

최율 역시 나머지 아르카오를 삼켜버리며 왼쪽 눈을 감았다.


[LV : 10, 경험치 0%]

이곳의 신은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한다.

100레벨.

100층.

그리고 10단위.

안구에 퀘스트가 갱신됐다.


[히든 퀘스트 완료 : 10기 최초 10레벨.]

분명 히든 퀘스트지만 보상은 들어서 알고 있다.

최초 10레벨에만 주어지는 특권.

[보상 : 미다스에게 보상을 받으시오.]

최율의 눈에 또다시 악필의 글씨가 추가되었다.

[당신의 타이틀이 교체되었습니다.]

개안이 되지 않아 타이틀을 확인할 수 없지만 어떤 타이틀인지 예상은 되었다.


“돌아간다.”


아리엘에게 말하고 출구로 향할 때 스치듯 지나가는 목소리를 들었다.


‘이런. 이런. 편법입니다.’


지태와 예슬이 듣지 못한 거라면 팔찌로 보낸 텔레파시.

최율은 무시하며 걸어가지만, 아리엘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오늘이 1일 차가 아니었다면. 인면어를 그런 식으로 사냥해 얻은 아르카오를 몰수했을 것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아리엘의 경고에도 뒤돌아보지 않는 최율.

그런 모습을 바라본 아리엘은 최율의 머리 위에 악필과 같은 글귀를 보고 있다.

9기 이주자까지 단 하루 만에 이 타이틀을 습득한 사람은 없었다.

강우혁 역시 이 타이틀을 획득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5일.

적응지역을 벗어나면 선배 이주자들의 섭외 또는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을 가진 타이틀이 최율의 머리 위에 새겨져 있다.

<슈퍼 루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의 유형 중 난 환생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로 돌아오겠습니다. 19.07.01 67 0 -
23 제23회 중간보스. 19.06.30 75 0 13쪽
22 제22회 50층. 19.06.29 80 0 11쪽
21 제21회 트라우마. 19.06.28 90 0 12쪽
20 제20회 보상의 방. 19.06.27 106 0 10쪽
19 제19회 소울 해방. 19.06.26 112 0 12쪽
18 제18회 돌연변이 19.06.25 111 0 11쪽
17 제17회 경매. 19.06.24 109 1 10쪽
16 제16회 2일차 생존. 19.06.23 129 0 12쪽
15 제15회 타이틀. 19.06.22 165 0 11쪽
» 제14회 하이라인. 19.06.21 120 1 11쪽
13 제13회 미아방지 팔찌. 19.06.20 127 1 11쪽
12 제12회 선택 퀘스트(2) 19.06.19 122 1 12쪽
11 제11회 선택 퀘스트(1) 19.06.18 136 1 14쪽
10 제10회 마천루. 19.06.17 240 1 12쪽
9 제9회 헬퍼. 19.06.16 171 1 12쪽
8 제8회 소울 융합. 19.06.15 220 1 13쪽
7 제7회 적응지역 가이드 미다스. 19.06.14 191 3 12쪽
6 제6회 첫 번째 무기. 19.06.13 211 2 14쪽
5 제5회 히든 퀘스트. 19.06.12 226 3 12쪽
4 제4회 가고일. 19.06.11 259 2 11쪽
3 제3회 히든 몬스터. 19.06.10 279 2 12쪽
2 제2회 돌아왔다. 19.06.07 426 3 17쪽
1 제1회 돌아간다. +1 19.06.06 623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