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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미키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의 유형 중 난 환생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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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6.05 23:54
최근연재일 :
2019.06.30 07: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345
추천수 :
27
글자수 :
126,355

작성
19.06.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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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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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15회 타이틀.

DUMMY

1.


야탑역에서 하차한 최율은 고가다리 밑을 건널 때쯤 몽크스를 가리키며 지태에게 말한다.


“내려가서 퀘스트 완료해.”


예슬에게 의지해 통증을 중화시키고 있지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 건, 예슬에 대한 미안함보다 낙오될까 두려운 거겠지.


“아니에요. 괜찮아요.”

“기다려 줄 테니 잡아.”

“정말요?”

“습관적으로 두 번 묻지 마.”


예상치 못한 호의에 몽크스를 사냥하게 된 지태와 예슬은 왜 최율이 잠실을 행했는지 알게 되었다.


"노커가 분명 생명체 죽이면 아르카오 나온다고 하지 않았나?"

"누나 아무래도 이거 너무 약해서 잘 나오지 않는 거 같은데요······. 어찌 되든 나오는 건 나오니깐 거짓말은 아닌 거 같아요."

"그런가?······."


대략 5마리에 한 마리꼴로 드랍되는 아르카오는 그나마 드랍되는 양도 인면어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기에 스타포스 조차 없는 몬스터겠지.

싸우는 법을 마천루에서 깨달은 덕분에 이곳 사냥은 몇십 분 만에 끝나버렸다.

[퀘스트 완료 : 부지런한 인간]

퀘스트가 갱신되자 지태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보인다.


“고마워요. 형!”


헬퍼의 고통에 벗어난 지태는 후련한 듯 한껏 웃으며 말하지만 최율은 그저 대답 없이 시청으로 향할 뿐, 그 모습을 지켜본 예슬이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거······. 엄청 쌀쌀맞네. ‘그래.’ 이 정도라도 해주면 덧나나?’



2.


고가도로를 올라 시청에 가까워지고 예슬과 지태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경계하며 자세를 취한 두 사람의 삼지창이 총구와 같았고 최율은 이런 이유를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럴 거면 떨어져.”


익수가 매복해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해한다지만, 어차피 익수에게 1순위 대상은 최율이니 떨어진다면, 쉽게 해결될 일 아닌가? 하지만 지금 받아친 예슬의 발언도 틀리지 않는다.


“네 곁이 위험하면서 안전하잖아. 너 때문에 우리도 익수랑 적이 됐다고.”


위험과 안전을 저울질한 판단은 영리하다.

순위에서 밀렸다지만 예슬과 지태 역시 익수의 적인 것은 사실이겠지, 하지만 최율이 말한 건 그런 뜻이 아니다.


“지금은 공격 못 해.”

“왜?”

“시간.”


시간?

예슬은 잠시 무슨 말인가 생각하다가 아! 하는 표정으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11시 55분이 조금 넘은 시계를 보자 최율의 말뜻이 이해된다.

매일 24시 정각 성남시청에서 자신의 랭킹을 확인해야 하는 이주자들.

최율은 단지 24시까지라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사냥한 이유도 있지만, 익수의 매복 역시 수포로 돌리기 위함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심리적 부담이 덜어지고 창을 내린 예슬과 달리 지태는 창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며 예슬에게 묻는다.


“시간이라뇨?”

“12시까지 5분도 안 남았잖아. 자칫 우리랑 싸우다가 12시가 넘어버리면 익수도 위험하겠지.”

“아······.”


그제야 창을 내린 지태는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몽크스 사냥은 자신의 배려가 아닌 계획 일부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최율의 안목에 잠시 감탄하며 시청으로 향한다.



3.


최율의 말대로 시청 인포메이션에 서 있는 익수.

그의 구겨진 표정은 누가 봐도 조금 전까지 밖에서 최율을 기다린듯한 모습이다.

이곳의 규칙으로 공격할 순 없지만, 시비는 걸 수 있다.

물론 그 시작은 익수다.


“넌 내가 죽여버릴 거니깐 어디서 객사하지 마라.”


이를 갈며 노려 보는 익수의 눈빛에 최율은 그저 이렇게 말할 뿐.


“내가 싫은 거군.”


기다렸다는 듯 코언저리까지 얼굴을 쭉 들이 밀은 익수는 인상을 한껏 쓰며 말한다.


“네 그 거만한 면상을 잘라 가고일에게 던져준다고 약속하지.”


아쉽군.

가고일은 얼굴은 먹지 않을 텐데.

최율은 잠시 눈을 피해 천장을 바라본다.

익수의 눈이 무서워 피한 것이 아니라, 잠시 딴생각에 잠겼을 뿐.

왜 자신이 익수의 미움을 샀는지 아무리 떠올려도 마땅한 게 없다면 이게 정답이겠지.


“그럼 하나 만들어 줘야겠어.”

“뭐?”

“내가 싫은 이유를 말이야.”


얼굴의 모든 근육이 구겨진 익수의 표정과 너무도 대조되는 최율의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은 삽시간에 이곳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칼자루라도 하나 던져주면 모를까 무의미한 말싸움은 세 살배기한테나 통하기에 최율은 등을 돌리며 나지막이 말하며 떨어진다.


“네 피 냄새는 참 역했지.”

“이 새끼가 진짜!”


등 뒤로 익수의 육두문자와 고함이 들리지만, 최율은 100년 전이 떠올라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너 이 새끼! 거기 안 서?!”


100년 전 오늘.

최율은 온종일 달렸다.

몬스터를 피해서 인간을 피해서 쉬지 않고 달리고 도망쳤다.

턱밑까지 차오른 숨에 토해낸 토사물이 옷에 묻어 쓰레기 같던 냄새를 지금도 기억한다.

바로 이 자리.

하루도 안 됐지만 최율의 이름은 이렇게 불렸다.


“야 쓰레기!”


첫날 최율의 랭킹은 189위.

간신히 첫날 목숨을 구했고 강자의 조롱이 들렸다.


“이 새끼 운도 좋아. 안 죽었네?”

“킥킥킥. 그럼 뭐해 내일이면 뒈질 놈인데.”


건물 구석에 웅크려 있는 최율에게 악마 같던 익수의 목소리가 목을 조인다.


“야 쓰레기! 부르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니야?”


익수는 삼지창을 든 사내들 중심에 서 있었고 최율 앞에 창을 꽂으며 말한다.


“너 내 딱가리 해라.”


시한부를 선고받은 최율에게 희망은 썩은 동아줄도 잡게 했다.


“예?”

“이 새끼 말귀를 못 처 알아 드시나? 빵셔틀 몰라? 내가 하루 있어 보니깐 꼬봉 같은 게 얼마나 필요한지 알겠더라. 내 딱가리라도 하면 내가 파티에 끼워줄게. 그럼 대충 내일은 안 죽을 거 아니야. 어때?”


익수의 뒤로 패거리들의 킥킥 소리가 들린다.


“살려준다면 고맙다 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 새끼 대답 안 하지? 싫으면 다른 새끼 찾는다? 3초 준다. 빨리 결정해. 할래? 죽을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끄덕.

그저 할 수 있는 건 몸을 한껏 웅크리며 숨는 것과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

최율의 대답을 들은 익수는 비웃음과 함께 자신의 다리를 한껏 벌리며 조롱한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넌 내 딱가리다! 우선, 내가 생명의 은인이니깐,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라는 작은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지?”


시청 안 사람들의 모든 눈이 최율에게 집중됐지만, 모멸감은 분노조차 느끼지 못하게 한다.

어차피 살려면 이것뿐이니깐······.

최율은 웅크린 몸을 더욱 작게 만들며, 인간에서 동물이 되자 익수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보인다.


“그래. 그렇게 네발로 기어오라고. 그래도 대가리는 잘 돌아가는 새끼네.”

“이 새끼 이런 쪽으로 경력잔가 봐 크크.”


조금씩 가랑이 사이로 기어갈 때 들린 익수의 말은 10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었다.


“살려줘서 고맙습니다~ 라고 해야지? 킥킥킥.”


눈물, 자존심 모든 걸 생명과 교환한 최율은 흐느끼며 말한다.


“흑흑···. 살려줘서···. 고. 고맙습니다.”


털썩

가랑이를 통과할 때쯤 등 위로 익수가 내려앉았다.

익수는 의자로 만들어 버린 최율에게 우월감에 취한 목소리로 말한다.


“축하해. 너도 이제 우리 ‘암살’ 패밀리야.”


100년 전 그날은 최율에게 가장 큰 고통이며 가장 큰 기회였다.



4.


적응지역 1일 차 순위가 확정되고 칠판에 랭킹이 갱신되었다.


1. 최율

2. 한익수

3. 이예슬

4. 이민우

-중략-

8. 유지태.

-중략-

91. 양희태.


상위권 순위의 변동은 적었고, 가장 높은 순위변동은 100계단 이상 상승한 지태였다.


“누나 이거 잘못된 거 아니에요?”


지태가 칠판을 가리키며 말 한 부분은 변동된 총인원.

줄어도 너무 줄었다. 사실상 반 토막.

오전 195명과 비교하면 대략 100명의 사람이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된 예슬은 랭킹이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지만, 역시 눈대중으로도 100명이 채 안 되는 숫자였다.


“그러게. 다른 곳으로 간 거 아닐까? 한꺼번에 100명이 죽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

“그런가······.”


지태와 예슬의 번지수는 틀렸다.

이곳에 규칙은 절대적.

최율은 100여 명의 사람이 실종된 이유를 예상은 하고 있지만, 확신할 수 없는 건 아직 왼쪽 눈이 개안이 안 됐기 때문.

인원이 줄었다면 분명 사람들에게 압박감은 더욱 심해지겠지. 어차피 하위 10명은 오늘 징벌대상이니깐.

하지만 득은 있다.

예상이 맞는다면 자신을 포함해 타이틀이 교체된 사람은 최소 2명.

이런 상황이 온다면, 이곳 이주자들의 개안은 빠르다.

역시나 예상대로 황금 가운을 걸친 미다스는 2층 계단을 내려오며 이런 말은 한다.


“이런! 이번 이주자들은 정말 대단하군요.”


계단을 내려오며 이주자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오른쪽 눈이 감겨있다.


“벌써 타이틀이 바뀌신 분들이 계시군요.”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타이틀.

가장 많이 보이는 타이틀은 역시 기본 타이틀인 ‘10기 이주자’

그리고 개중 몇은 ‘우수 적응자’ 타이틀도 보였지만, 미다스가 바라본 건 그것이 아니다.

슈퍼 루키.

분명 1일 차에 절대 가질 수 없는 타이틀을 획득한 최율을 바라본 미다스는 흥미로운 미소를 보였지만, 그의 눈길을 잡는 타이틀은 오히려 다른 것이었다.

<학살자>

100명의 인간을 죽이면 얻게 되는 타이틀.

또한, 만 명을 죽이면 ‘학살자’는 ‘살인귀’라는 타이틀로 교체된다.

마지막으로 학살자 타이틀의 최상위 버전.

<사신>

인간을 십만 명 이상 죽인 자에게만 허용되는 이 타이틀.

그건 과거 태우가 가진 마지막 타이틀이었다.

아직 개안이 안 되었지만, 최율은 총인원이 반 토막 난 이유를 알 수 있다.

지금 익수를 바라본 미다스의 눈이 그 증거.


‘역시 익수가 죽였군.’


아마도 손쉽게 죽였을 거다.

그들은 헬퍼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시청을 빠져나올 때 죽인다면 저항도 못 할 테니.

하지만 괜찮다.

이미 익수의 손에 죽은 그들의 이름은 머릿속에 각인했으니.


“자 모두 주목해주세요!”


미다스는 무언가 결심한 듯 말을 이어간다.


“이 속도라면 역대 이주자 중 최단기록이겠군요.”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의아해할 때 최율은 웃었다.

이주자 중 타이틀이 5명 이상 바뀌면 이주자 시험 퀘스트가 곧 활성화된다.

기회다.

무의미한 튜토리얼 지역을 최단거리로 돌파할 시험이 주어진 거다.

미다스와 눈이 마주친 최율.

미다스는 최율의 미소에 보답하듯 그의 미소에 화답하며 말한다.

분명 91명의 사람에게 말하는 발언이지만 마치 특정 인물에게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제 예상이 맞는다면 여러분들은 앞으로 며칠 후, 로우라인으로 보내질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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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7회 적응지역 가이드 미다스. 19.06.14 192 3 12쪽
6 제6회 첫 번째 무기. 19.06.13 211 2 14쪽
5 제5회 히든 퀘스트. 19.06.12 227 3 12쪽
4 제4회 가고일. 19.06.11 259 2 11쪽
3 제3회 히든 몬스터. 19.06.10 280 2 12쪽
2 제2회 돌아왔다. 19.06.07 427 3 17쪽
1 제1회 돌아간다. +1 19.06.06 625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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