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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미키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의 유형 중 난 환생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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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6.05 23:54
최근연재일 :
2019.06.30 07: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343
추천수 :
27
글자수 :
126,355

작성
19.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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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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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18회 돌연변이

DUMMY

1.


100년 전 혜령을 기억하는 건 성별의 특징보단 그녀가 가진 무기 때문이다.

양궁.

100년 전 10기 이주자 중 유일하게 활을 무기로 로우라인에 진입한 여성.

최율은 잠시 과거를 떠올릴 때, 혜령의 손은 어느샌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스윽.

코앞에 화살촉이 마름모 모양으로 보이지만 최율은 창을 들지 않았다.

그녀의 눈을 보면 안다.

그녀의 조준점은 자신이 아니란 걸.

10여 미터 밖에 있는 더미를 겨눈 혜령은 활시위는 놓으면 말한다.


“인사는 나중에 해야겠네요.”


슉-

손을 떠난 화살은 정확히 지태의 등 뒤를 노리던 더미를 적중시킨다.

크오오!!!

한 마리가 아니다.

슉- 슉-

한자리에서 쏘아버린 숫자는 십여 발.

바람도 없는 실내와 퍼펙트 텐보다 몇 배나 넓은 더미의 두개골을 맞추는 건 최율에게도 쉬운 일.

문제는 관통력.

화살은 더미의 두개골에 꽂힌 게 아니다.

퍽!

총알처럼 두개골을 관통해 다른 더미의 두개골에 꽂혔다면 예측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바람 성질 아니면 저 활시위에 있겠군.’


몇 번의 활시위가 당겨지고, 활을 내려놓았을 때 13층에 살아있는 더미가 없자 혜령은 다시금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야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분명 층별 공략속도는 최율보다 한 수 위.

결단이 빠른 성격이라면 인정하는 것도 빠르다.

분명 혜령은 강하다.

하지만 공략속도가 힘의 차이는 만은 아니겠지.

사냥이 끝나고 나서야 지태와 예슬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보았고 그중 한 명은 지태가 아는 사람이었다.


“어?! 혹시······. 이준석 선수 아닌가요?”


아는 방향이 한쪽으로만 치우쳤지만, 준석은 지태의 복장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한다.


“유니폼을 입은 것 보니 고등부구나?”

“진짜 이준석 선수세요?”

“가짜는 아니지.”


그리고 또한 사람.

예슬 역시 아는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쳤다.


“저···. 혹시 이혜령 선수?”

“절 알아봐 주시는 분이 계시군요.”


혜령은 방긋 웃으며 말하자 오히려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건 예슬이다.


“모를 리가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시잖아요! 세상에! 결승전 때 얼마나 조마조마하면서 봤는지 몰라요!”


서로의 팬과 스타를 만났지만 그건 그들만의 세상.

어차피 공략자의 정보만 확인했다면 끝.

최율은 저들의 만담을 뒤로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17층을 누를 때 예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가?”

“사냥.”


그때 혜령의 말이 최율을 멈춰 세운다.


“같이 사냥하실래요?”

“5명이 한 층을 사냥하긴 비효율적인 거 같은데.”


그건 혜령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나 보다.


“동행을 부탁드리는 건 저희가 문제가 생겨서 그래요. 어쩌면 그 쪽분들 문제일지도 모르고요.”


혜령의 어두워진 표정으로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간다.


“19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보이지 않는 결계 때문에 올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18층을 공략하려고 들어갔는데, 이곳 좀비들하고 좀 다른 좀비를 발견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 제 화살의 반을 잃었고, 제 동생은 무기까지 뺏기고 도망쳤어요.”


최율은 혜령의 말에 짐작이 가는 것이 있다.


“스타포스는?”

“별 하나짜리였어요. 그런데 다른 몬스터와 너무 달랐어요.”


같은 스타포스라 할지라도 강한 정도가 다르다면 가능성은 하나뿐이겠지.

<돌연변이.>

일종의 수문장 같은 능력으로 19층을 막은 결계를 펼친 거겠지.


“저희도 일단 포기하고 협력할 사람을 찾는 중이거든요.”


혜령이 고전했다면 어쩌면 버거운 상대일지도.

중반도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힘을 빼는 것도 비효율적이라면, 대답은 정했다.


“좋아. 단 몫은 정확히 5등분. 싫으면 헤어지고. ”

“아니에요. 좋아요.”


타결됐지만 혜령에겐 아직 문제가 남았다.


“저······. 죄송하지만, 나머지 층을 사냥하고 가도 될까요? 저희가 조금만 사냥하면 레벨이 오르거든요. 아까 ‘도망쳐서’ 금방 오르긴 할 거예요.”


최율은 왼눈을 감고 조금 전 13층에서 획득한 경험치를 확인한다.

[Lv : 10, 경험치 81%]

10레벨보단 역시 11레벨에 승산이 있겠지.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한 대답도 이거다.


“좋아.”



2.


순조롭게 동행이 시작된 이들은 조금은 어색한지 14층을 오를 때 준석이 먼저 지태에게 말을 건넨다.


“그 삼지창 구하기 어려웠을 텐데, 재주도 좋네.”

“아! 이거요? 그냥 운이 좋았어요.”

“아까 보니깐 운이 아니라 실력이던데 뭐.”

“실력이라뇨······. 아니에요. 누나나 형이 들으면 비웃을 거예요.”

“왜? 지금 몇 레벨인데?”

“아 참! 방금 사냥하고 레벨을 확인 안 했네요.”

“한번 확인해봐.”


웃으며 말하는 준석의 질문에 해맑은 지태는 눈을 감으며 말한다.


“어? 레벨이 왜 안 보이지?”


몇 번이나 깜박이며 고장 난 머리통을 두드리는 지태를 본 준석은 문제점을 찾았다.


“반대쪽 눈 아니야?”

“아 맞다! 익숙하지 않아서···. 잠시만요.”


준석의 지적에 머쓱한 웃음과 함께 왼쪽 눈을 감는다.

[LV : 6, 경험치 70%]

분명 지태의 레벨은 6.

하지만 지태의 대답은 이랬다.


“이제 4 조금 넘었네요.”


지태가 이 정도였다면 예슬은 이 정도가 적당하겠지.


“뭐?! 야! 너 나한테는 아까 3이라면서 그럼 속인 거였어? 뭐야······. 그럼 나랑 같은 레벨이었네.”

“이런······. 누나한테 비밀이었는데. 들켜버렸네.”


현재 예슬의 레벨

[Lv : 7, 경험치 20%]

선두에 서 있는 최율이 살짝 미소를 보인 건 이미 약아 버린 너구리와 여우의 발언에 기가 찼을지도.


“저기······. 최율님은 몇 레벨이세요?”


지금 혜령의 질문에 적어도 두 사람처럼 거짓을 말하긴 싫다.

하지만 사실 역시 말하기 싫다면 이 정도 대답이 적당하겠지.


“저 둘보단 높아.”


어느덧 14층에 도착한 일행의 눈앞에 13층과 다름이 없는 구조와 몬스터가 보인다.

문이 열리고 다가오는 더미를 보자 지태가 창을 고쳐잡고 달려드는 순간 준석은 손을 가로막으며 말한다.


“괜히 힘 빼지마. 우리가 할게.”


지태는 무기도 없는 준석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의아해 물었다.


“형. 무기 없는 거 아니에요?”

“짜식 형이 누구냐? 타고투저 시대에 살아남은 MVP 아니냐? 우린 잡히는 건 다 무기가 되는 거야.”


지태는 준석의 주머니 속에 모아둔 돌멩이를 꺼내자 의도를 알았다.

준석은 손바닥에 돌맹이를 몇 번 튕기며 말한다.


“빈볼 앞에선 왜 선후배가 없는지 알려줄게.”


마운드에 서듯 입구 앞에 선 준석을 보자 혜령의 활시위도 이미 준비를 끝냈다.


“누나 시작하자.”

“응.”


짧은 대화가 끝난 그때부터였다.

슉-슉- 휙-휙-

화살과 돌멩이가 벼락처럼 퍼붓자 폭음이 들릴 자리가 더미의 절규로 대체되었다.

구오오!!

개틀링 건을 보는듯한 난사속도는 분명 최율의 솔로 플레이보다 빠르고 안전하다.

넋을 놓고 바라본 예슬과 지태의 턱이 배꼽 근처까지 내려올 때쯤 두 사람의 팔 동작이 멈췄다.


“세상에······. 둘 다 대단해요!”


더미의 절규가 다시 지태의 환성으로 바뀌고 혜령은 뒤를 돌아 미소와 함께 말한다.


“5등분 하기로 했으니 똑같이 나누죠”



3.


혜령과 준석의 호의로 사냥 한번 없이 18층에 오른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왼쪽 눈을 감는다.

[최율. 레벨 11, 경험치 15%]

[이예슬. 레벨 7, 경험치 85%]

[유지태. 레벨 7, 경험치 15%]

18층 출입문이 열리고 기대와 다른 모습에 지태가 창을 슬며시 내린 건 어쩌면 맥이 풀려서 그랬을지도.


“어라? 아무것도 없는데요?”


조명이 반 이상 고장 나, 체크무늬처럼 깜박이는 어두운 내부를 바라본 지태의 말에 혜령은 대답한다.


“우리가 그 괴물 빼고는 다 잡았거든.”

“그럼. 어디 숨어있는 건가?”


내부가 텅텅 비어버린 모습에 창을 슬며시 내리던 지태는 어딘가 좀비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좌우를 경계할 때 어둠 저편에서 무언가 둔탁한 마찰음이 들렸다.

스르륵 스르륵

조명이 꺼진 내부 한쪽에 숨어서 꿈틀거리는 그림자.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기존 더미보다 큰 덩치와 온몸에 돋아난 촉수 실루엣의 고어함은 그림자부터 위협적이다.


“저놈인가 봐요!”


혜령의 화살로도 뚫지 못해 온몸에 고슴도치처럼 박혀있는 화살이 고어틱한 그림자의 정체였고, 더미의 오른손을 본 준석은 조금 전 상황이 떠오르는지 이를 갈았다.


“망할······. 내가 저 무기를 어떻게 얻은 건데······.”


<식육 더미[⋆]>

무기를 오함마처럼 끌며 다가오는 식육 더미가 보인다.

얼핏 본다면 둔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최율은 조금 전 미다스가 추천한 마구로키리 라는 것을 알았다.

걸어오는 속도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분명 혜령의 화살로도 뚫을 수 없는 피부와 무기를 뺏어 사용할 수 있는 지능을 가졌다면 역시나 쉬운 상대는 아니겠지.

하지만 최율은 거리낌 없이 말한다.


“내가 선두로 서지.”


몬스터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망설임은 없다.

지식을 가졌다 한들 만물은 자신의 밑이라 떠벌리던 티아마트의 술수보단 못할 테니까.

갑옷 같은 두꺼운 살가죽을 파악했다면 공격할 위치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눈.

역시 예상대로 지능이 있다.

근육으로도 단련할 수 없는 곳을 향하자 방어하기 위해 무기를 잡은 손이 올라갔다는 것이 증거.

구어어어!

한일자(一)로 찌르는 창과 수직(I)으로 찍는 마구로키리가 만나(十) 둔탁한 공명이 들린다.

까앙!

이 정도 소리라면 필시 창을 들고 있는 최율의 손이 아릴 정도의 충격, 하지만 최율의 손에 어떠한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형!”


지금 지태의 다급한 목소리가 조금 전 상황을 대변한다.

같은 200번대 광석이지만 마구로키리의 절삭력은 최율이 가진 삼지창보다 한 수위.

빨대 아랫부분처럼 사선으로 잘려버린 최율의 삼지창은 이제 창이라기보다 짧은 죽창이라는 표현이 어울려 보인다.

창의 절반이 잘리고 사거리에서 불리하다면 일단은 몇 보 후퇴.

슉!

그때 등 뒤로 화살이 최율의 앞을 스치며 혜령의 말이 함께 들렸다.


“제가 엄호할게요.”


최율의 말은 이랬다.


“그럴 필요 없어.”

“예?”


잘려버린 창을 바라보며 뺨에 균열이 일어난 건 어쩌면 지금 상황이 화가 난 거겠지.

무기보다 순간 판단으로 뒤로 ‘후퇴’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최율의 지금 표정을 언어로 표현하면 정확히 이랬다.


‘썩을.’


반이 잘린 삼지창의 단면은 내부가 비어있는 원통형을 보고 번뜩인 게 있다.

하나밖에 없는 무기를 잃자 살기로 그득해진 최율은 목에 걸린 넥 마스크를 잡았으며 말한다.


“아무도 나서지 마.”


스윽.

마스크를 올려 쓰자 하관에 문신처럼 새겨진 해골 프린팅은 지금 최율의 표정과 너무도 어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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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회 돌연변이 19.06.25 112 0 11쪽
17 제17회 경매. 19.06.24 109 1 10쪽
16 제16회 2일차 생존. 19.06.23 130 0 12쪽
15 제15회 타이틀. 19.06.22 165 0 11쪽
14 제14회 하이라인. 19.06.21 120 1 11쪽
13 제13회 미아방지 팔찌. 19.06.20 128 1 11쪽
12 제12회 선택 퀘스트(2) 19.06.19 122 1 12쪽
11 제11회 선택 퀘스트(1) 19.06.18 136 1 14쪽
10 제10회 마천루. 19.06.17 240 1 12쪽
9 제9회 헬퍼. 19.06.16 171 1 12쪽
8 제8회 소울 융합. 19.06.15 223 1 13쪽
7 제7회 적응지역 가이드 미다스. 19.06.14 192 3 12쪽
6 제6회 첫 번째 무기. 19.06.13 211 2 14쪽
5 제5회 히든 퀘스트. 19.06.12 227 3 12쪽
4 제4회 가고일. 19.06.11 259 2 11쪽
3 제3회 히든 몬스터. 19.06.10 280 2 12쪽
2 제2회 돌아왔다. 19.06.07 427 3 17쪽
1 제1회 돌아간다. +1 19.06.06 625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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