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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152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8.08 19:10
조회
291
추천
6
글자
11쪽

43화 - 엘렌도 많이 변했지.

DUMMY

43화 - 엘렌도 많이 변했지.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모임에 참석했다. 보드게임부는 중앙 도서관 북쪽에 위치한 낡은 건물 3층 구석에 부실이 있었다. 그러니까 기숙사와는 정반대 방향에 있는 거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당연히 힘들어서다... 매일 아침 강의실 가는 것도 힘든데 그보다 먼 거리를 가려니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에스텔과 이반의 도움으로 낙오되지 않고 문 앞에 도착했다. 이제 앞으로 모일 때마다 이곳으로 와야 한다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 이것도 많이 늘었는 걸?”


이반의 칭찬에 없던 힘도 다시 불끈 솟았다. 그래! 좀 더 체력 운동을 하면 이정도야 쉽지! 하지만 에스텔의 말에 솟았던 힘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내가 운동시켜줄게! 엄마가 나에게 알려준 운동비법...”

“에스텔, 고맙지만 운동은 내가 알아서 할게.”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인데?”


아서라. 내가 너에게 더 당할 것 같으냐? 절대! 너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넘어가지 않아!

하지만 그 결심은 또다시 무너지고야 말았다. 내 마음은 이반의 꼬드김에 넘어갔다... 에스텔은 내 고개 끄덕임에 환호성을 지르며 이반에게 “내 말이 맞지?”라고 말했다. 이반은 새끼고양이에게 인자한 미소로 보답했다. 이렇게 보니 영락없는 이반의 딸로 보인다. 이반이 워낙 큰 편이라 내 어깨밖에 안 오는 에스텔은 아이로 보였다. 그럼 나는... 에잇! 그건 아니야!


“엘렌,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기습적인 이반의 공격에 나는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른 손놀림이었을 거다. 다행이 이반은 더 묻지 않고 에스텔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심호흡 한 번하곤 드디어! 동아리 부실로 입장했다.


“어서 와. 에스텔, 이반.”


멀끔하게 생긴 청년이 반갑게 인사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녀석은? 그라시아스잖아? 왜 얘가 여기 있는 거야? 내 놀란 표정에 인사를 건넸던 청년이 웃으며 말했다.


“안녕? 네가 바로 사교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는 슈네이도르의 막내딸, 엘렌이구나?”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건 왜곡된 사실이란다. 잘 알아보도록! 하지만 나는 녀석의 악수신청에 나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 뭔가 사람을 묘하게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아이였다. 명찰을 보니 이 아이도 우리와 같은 퍼스트 클래스였다. 그러면 동아리 회원들은 모두 퍼스트 클래스?


“아 참! 내 소개를 안 했구나? 나는 프리드먼 D 데이비드라고 해. 만나서 반갑다.”

“나는 엘렌 S 슈네이도르야. 나도 만나서 반가워.”

“목소리가 참 예쁘구나? 그래서 우리 그라시아스가 따라다니는 걸까? 하하하.”


그러자 그라시아스가 우리 사이에 불쑥 나타나 악수를 강제로 떼어놓았다. 이 녀석 봐라? 질투하는 건가? 나는 누나와 같은 마음으로 그라시아스에게 웃어주었다. 녀석은 약간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이반의 뒤로 숨었다. 여전히 말이 없구나.


“여기가 바로 우리 보드게임 동아리 부실이야. 어때? 마음에 드니?”


프리드먼이 손을 펼치며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청소를 잘 해뒀는지 먼지가 쌓은 곳은 없었다. 책상이며 의자며 책장 등등 모두 새것이었다. 하긴 기존 회원들이 귀족인 탓에 사비를 털었겠지. 그리고 생각보단 부실이 꽤 넓었다. 우리 기숙사 방을 두 개 붙인 것과 맞먹을 정도였으니까. 뭐, 나름 괜찮네. 거리가 문제긴 하지만.


“프리드먼, 회원은 우리가 끝이야?”

“아쉽게도 너희가 마지막이야. 뭐, 다음 학기나 내년을 노려야지. 우리 동아리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야.”


프리드먼의 말에 나는 다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반이 내 눈빛을 받자 그는 약간 당황하며 딴청을 부렸다. 내 시선을 피한다 이거지? 그런데 에스텔도 피했다. 어라? 그렇다면 그라시아스는... 아직도 이반의 뒤에 숨어 있었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 거니? 고개를 빼꼼 내미는데 정말 귀여웠다. 확 깨물어주고 싶네!


“하하하. 엘렌은 아직 모르는 거야?”


프리드먼의 말에 이반과 에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뭘 숨기려고 하는 거지? 마지막으로 프리드먼에게 눈치를 주자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게다가 그의 표정이 이상했다. 자기도 모른다는 표정. 그래, 다프네 언니가 제일 많이 짓던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망할 예감.


“미, 미안. 사실 우리들도 잘 모르거든. 나하고 그라시아스도 얼마 전에 들어와서 부원들 모집하라고 선배들한테 들은 거거든.”

“뭐? 그럼,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응. 그러니 이반하고 에스텔이 모르는 건 당연한 거야. 있다가 우리 누... 아니 선배가 와서 가르쳐 줄 거야.”


분명 누나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는데? 하지만 나는 부드럽게 넘어가주기로 했다. 이런 걸로 트집을 잡으면 속이 좁다고 할 테니까 말이다.


“다들 차 한 잔 해. 누... 아니 선배가 올 때까지.”


그 누... 선배라는 분 엄청 무서운가 보네. 저 해맑은 프리드먼의 눈 밑에 짖은 그림자가 만들어진 걸 보니. 프시케 언니 같은 존재인가? 우리는 원형 테이블에 빙 둘러 앉아 프리드먼이 내린 차를 마셨다. 주전자도 고급스러운 거네. 다프네 언니가 사용하는 주전자와 똑같은 상품이었다. 하긴 데이비드 가문이라면 꽤 유명했다. 에스텔의 가문인 하르페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 생각해보니 두 가문은 친분이 깊구나!


“맞아. 나하구 프리드먼은 자주 보던 사이였어. 최근에 친구가 되었지.”


에스텔 양, 그 말,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요? 예전부터 자주 보던 사이였으면 그때 친구가 되지 않고 왜 최근에 된 거죠? 내 물음에 프리드먼이 웃으며 대답했다.


“에스텔이 나를 피해 다녔거든. 그때 당시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했지. 어린 에스텔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으니.”

“다 지난 일인데 뭘. 지금은 친구잖아. 그치?”

“맞아. 에스텔. 아 참! 엘렌하고 이반도 소꿉친구였지? 조금은 부럽네.”


잘 나가다가 왜 걸고넘어지나요... 나와 이반은 서로 마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는 남자 대 남자로 만났으니 지금과는 전혀 다른 관계였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이반이 달라붙어서 내가 귀찮아했다. 그러면 내가 이반에게 상처를 준 것일까? 프리드먼이 에스텔에 했던 것처럼? 그러자 이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본 건지 몰라도 정확하게 읽어냈다. 으아, 괜히 부끄럽잖아? 나는 재빠르게 화제전환했다.


“그럼, 그라시아스는 친구 있어?”

“... 없어.”


정말 사람이 할 말 없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녀석이다. 하지만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움직였다. 다만,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저 웅얼거림이었다. 프리드먼이 그라시아스의 등을 확 치며 말했다.


“우리는 친구 아니니?”


그러자 그라시아스는 그를 홱 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불일치한 녀석이다. 좋다면 좋다고 말해야지. 내가 할 소린 아니지만.


“이게 그라시아스의 매력이니까. 하하하.”


참 속도 좋은 녀석이다. 그러니 회장을 맡았겠지. 아니, 강제로 말이지.


“나는 엘렌 덕분에 친구들이 많아졌어!”

“왜 내 덕분이야? 다 네가 한 일이지.”


그러자 에스텔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내 첫 번째 친구가 되어준 덕에 이반과도 친구가 되었고 프리드먼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어. 아! 그라시아스도 마찬가지! 그렇지?”


새끼고양이가 그라시아스를 보며 동의를 구하자 녀석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보니 마음에 드는가 보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게 보였다. 음음, 너도 성장했구나.


“엘렌도 많이 변했지.”


이반이 불쑥 튀어나와 내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화들짝 놀라자 그는 키득거리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어렸을 적엔 친구가 없어서...”

“그, 그만! 옛날이야기는 그만하자.”

“왜애! 재밌을 것 같은데!”


에스텔이 빽 소리를 지르자 내 항의는 바닥 밑으로 들어갔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거다. 어느새 프리드먼과 그라시아스도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이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차를 단숨에 들이마셨다. 그래도 이반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슈네이도르 가주님께서 내게 엘렌의 친구가 되어주라고 말씀하셨어. 그래서 내가 친구가 되었지.”

“오오오!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어떻게 됐어?”


오 마이 갓... 그것까지 이야기 할 거니?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엘렌과의 첫 만남은 정말 환상적이었어. 내 아래로 여동생이 있었지만, 이렇게 예쁜 아이는 처음이었거든. 그것도 나와 동갑인 여자 아이라니. 정말 기대를 많이 했어.”


기대 하지 마. 기대 하지 말라구! 다들 그 기대하는 표정 풀어! 하지만 이미 이반의 이야기에 홀라당 빠진 녀석들이었다. 무표정하게 일관하던 그라시아스도 포커페이스가 깨진 지 오래였다.


“그래서 멋지게 차려 입고 엘렌의 집에 갔지. 그런데... 큭큭큭. 엘렌은 드레스를 입지 않았어. 남자아이가 입던 옷을 입고 있었지. 그리고 이렇게 화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는 거 있지. 나는 깜짝 놀랐다니까? 그런데 더 웃긴 건 엘렌이 한 말이야.”

“내, 내가 언제! 난 그런 적이 없어!”

“기억 안나? 나는 네가 한 말까지 다 기억하는데.”


그 기억력 방구석에 고이 모셔두세요. 왜 그걸 기억하는 건지... 내 어렸을 적 치부를 말이다.


“그래서? 그래서 뭐라고 했어?”


에스텔의 재촉에 이반은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그것도 내 어릴 적 모습 그대로 재연하면서.


“네가 내 친구가 될 놈이냐? 머저리같이 생겼...”

“으아아아아아아!”


나는 탁자 위에 올라가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함성을 질렀다. 그러자 이반은 내 모습에 알겠다며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제야 나는 다시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도대체 왜 그 이야기를 꺼낸 거니? 이반 군? 나중에 자세히 설명을 듣도록 하지요. 드르륵.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자 프리드먼의 안색이 급격하게 변했다.


“뭐야? 겨우 이것밖에 안 모였어? 프리드먼! 너 죽을래?”


정체는 아마도 그의 누나인 듯싶었다. 성깔이 아주 드러우신 누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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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 이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17.08.11 268 5 10쪽
45 45화 - 목숨 값으론 싼 편이지 않습니까? +4 17.08.10 287 4 9쪽
44 44화 - 사인 좀 해줄래? 17.08.09 276 5 9쪽
» 43화 - 엘렌도 많이 변했지. 17.08.08 292 6 11쪽
42 42화 -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 +4 17.08.07 275 6 11쪽
41 41화 -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2 17.08.06 278 6 11쪽
40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6 17.08.05 24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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