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158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7.04 19:05
조회
892
추천
15
글자
9쪽

8화 - 허락은 받으셔야죠!

DUMMY

8화 - 허락은 받으셔야죠!


아 네. 전 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 엘렌 S 슈네이도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부인의 이름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아 그렇습니까? 즐거운 시간을 보내십시오. 정말 정신이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마도시대에 존재했다는 기계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니 더 이상 미소를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배는 고프지. 술도 고프지. 그런데 먹고 마실 시간을 주지 않았다. 원래 주인공이 이렇게 힘든 역할이었나? 제발 나에게 쉴 시간을 달라고!


“어쩜! 한 마라의 백조가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것만 같아요! 엘렌 양의 외모는 미의 여신이 질투할 정도로 아름다워요!”


아이고 의미없는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하나도 기쁘지 않네요. 미의 여신님이 화내실 소리는 그만하시고 돌아가서 일이나 보세요.


“엘렌 양! 다음 달에 가문에서 파티를 여는데 혹시 오실 수 있으십니까?”


남자는 사절이야. 꺼져. 오늘 이후론 드레스 같은 거 안 입을 거거든. 이 이후에도 계속되는 파티초대에 일일이 거절했다. 아직 세례식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자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공작부인의 수완이 대단하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 되었지만 말이다.


“엘렌, 많이 힘들지? 어머! 로아닌 부인,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다프네 누님이었다. 다프네 누님은 이 상황이 익숙한지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셨다.

내가 단답형으로 이야기하자 다들 흥미를 잃고 다프네 누님에게로 쏠렸다. 뭐, 다들 내 미모가 어떻고 피부가 좋다며 어떻게 관리했냐고 묻는 등 아주 진저리가 날 정도다. 그런데 다프네 누님은 웃음을 잃지 않고 즐기시니 정말 칭찬해드리고 싶다. 손님들이 나가고 나니 나와 다프네 누님은 녹초가 되어 구석진 테이블에 착석할 수 있었다.


“다들 네 미모에 감탄하네.”


바삭해 보이는 쿠키를 집어 드신 다프네 누님은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누구 때문에 그런데요.”

“트레디오스 부인이 너를 정말 마음에 들어 하더라. 세례식을 받으면 꼭 초대하고 싶대.”

“몇 가지 조건에만 충족한다면 파티에 간다고 말씀드리세요.”

“호오? 우리 엘렌, 많이 컸네? 공작부인의 말에 조건을 달 줄도 알고.”


나는 냉각 마법으로 시원하게 만든 과일주스를 마시곤 대답했다.


“저 이제 정령사입니다. 누가와도 꿀리지 않아요.”

“아하! 정령사님은 공작부인 말을 거부해도 좋구나?”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어쨌든! 전 광대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그런데 아까 세자 저하가 뭐라고 말한 거야?”


나는 다프네 누님의 말에 다시 한번 소름이 쫙 끼쳤다.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려주다니! 정말 명의가 따로 없다. 그래,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세자 저하가 뭐라고 하셨더라?


‘저녁 8시 30분. 네 방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겠다.’


미친! 아직도 당황하던 내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왕자는 그 모습을 보곤 피식 웃었지. 나는 떨리는 손으로 과일주스를 마셨다. 조금은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뭐야? 말 안 해줄 거야? 설마?”

“네네. 미모가 눈부시답니다. 반할 것 같대요.”


이젠 될 대로 되라. 다프네 누님이 어떻게 생각하던 저하의 말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차라리 이게 낫지.


“푸하하하. 정말 그러셨던 말이야? 그 얼음덩어리 같던 분이?”


나는 그 말에 의아해하며 오히려 물었다.


“얼음덩어리요? 그렇지 않으신데... 웃음도 많으시고.”

“웃음이 많다고?”

“네. 아까도 웃으셨잖아요.”


내 말에 다프네 누님은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사교계의 아이돌인 다프네 누님이 세자 저하와 대화를 나눠봤을 테고. 그럼, 잘 알 텐데?


“이상하네. 평소에 웃음도 짓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뭐, 기분이 좋으신가 보죠. 파티에 와서요.”

“그런가? 원래 저하는 파티를 좋아하지 않으시거든. 그래서 오늘도 무표정인가보다 했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가 이상할 정도다. 그럼, 내 방에서 짓던 웃음은 거짓이라는 건가? 정말 깨알같이 웃으셨는데 말이야. 눈앞에 계신 분을 두고 말이다. 아무튼, 다시 만나보면 알게 될 일이다. 으으으. 그 생각을 하니 다시 소름이 쫙 끼친다. 그냥 보자는 말인데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거냐. 지금 나 떨고 있니?


“손은 왜 떨고 있어? 아직 아픈 거야?”

“아, 아니에요. 그냥 긴장이 풀려서 그렇죠. 하하하.”

“웃음 때 조심하렴. 네 웃음에 넘어간 남자들이 한 둘이 아니더라.”


그 기계적인 웃음에 넘어가다니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하아. 역시 웃음 팔이는 내 적성이 아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우선... 저하와의 약속을 지켜야지. 어겼다간 능지처참으로 인생이 마무리 되리라. 벽시계를 보니 벌써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전 들어가서 쉬겠습니다. 천천히 즐기다 오십시오.”

“그래. 오늘 수고했어. 공작부인께는 내가 말씀드릴게. 어여가 쉬어.”


다프네 누님의 간단한 허락에 나는 빠른 걸음으로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그 사이에 또 몇 번의 자기소개 타임을 가졌지만 말이다. 새삼 공작부인의 어마무시한 능력에 감탄했다. 다행이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이때가 타이밍이었다.


“늦기 전에 먼저 가서 기다려야 해!”


평소 운동을 게을리 한 탓일까? 몇 걸음 뛰지 않았는데 천근추가 짓누르듯 몸이 무거웠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죽음의 계단! 오, 오십 개가 넘는구나! 우리집의 두 배로다!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드레스 끝자락을 손으로 잡고 빠르게 올라갔다. 그러자 내 허벅지가 터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자, 잠시 쉴까? 아까 난 운동 전혀 안 한다고 어필했으니까. 어느 정도는 받아줄거야. 암, 그래야지! 세자가 되어선 쪼잔할리가.”


나는 숨을 고르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아까 나올 때, 8시 10분이었으니 남은 시간은 5분 정도. 좋아. 10초만 더 쉬자. 아직 여유 있어! 이 계단만 올라가면 바로 내 방이니까. 나는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힘들어 보이는구나. 내가 안아도 되겠느냐?”

“?”


뭐시라? 감히 누가 나를 안겠다는 거야? 나는 욕을 내뱉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고자 뒤를 돌아봤다. 그리곤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바로 제르딘 세자 저하였다. 연회장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환한 미소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나는 당황하며 어쩔 줄 몰랐다. 이럴 땐 어떻게 행동하는 거지? 우선 거절하는 게 예의인가? 아니지 그랬다간 연회장에서 봤던 그 차가운 미소를 보게 될지도 몰라! 내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세자 저하는 행동으로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바로, 내 허락도 없이 나를 안아버린 것이다. 이, 이런 미친!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생각보다 가벼운 몸이구나. 안 그런가? 엘렌 공?”


싱긋 웃으며 물으니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재빠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무도 없다는 건가? 아차차! 세자의 질문에 대답해야지!


“채, 채식주의자라 그렇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야? 왜 내 식사취향을 왕자에게 밝히는 거야! 멍청한 뇌야 제대로 일하자! 뚫린 입이 알아서 지껄이고 있잖니. 내 말에 즐거운 듯 그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나, 나름대로 답변이 잘 된 건가? 웃는 걸 보니 정답인듯?


“그럼, 육식은 전혀 하지 않는 건가?”

“그렇습니다. 동물이 불쌍해서 그렇습니다.”


내 개뼈다귀 같은 소리에 큰 호응을 해주신다. 뇌는 여전히 정지상태. 지금은 내 입이 지껄이고 있는 중이다.


“크하하하하. 그대가 생각하는 동물에 대한 연민이 내게도 느껴지는구나!”


아, 그렇습니까? 그것 참 대단하신 능력이군요. 그런데 계단도 올라왔으니 좀 내려주시지요. 하지만 이 남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이지 말을 듣지 않는 건 다프네 누님과 똑같다.


“아닐세. 방 안까지 가도록 하지.”

“아닙니다! 거, 걸을 수 있습니다.”

“사양하지 말게. 자네는 신선한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은가? 누가 감히 왕국의 세자의 품에 안길 수 있단 말인가? 다 그대니까 가능한 걸세.”


신선한 경험은 개뿔! 전 이런 경험은 돈 주고도 사기 싫습니다. 그저 조용하게 지내고 싶단 말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은 나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대가 내 품에 안긴 첫 번째 사람일세.”


이런 슈발? 나는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으로 내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왕자의 품에서 말이지. 그리고 그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내 얼굴은 왜 빨개지는 거냐? 멍청한 얼굴 같으니라구! 혈액순환 운동은 그만하란 말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지금 내 앞에서 연애질이더냐? +10 17.08.26 273 7 11쪽
52 응. 포기할래. +2 17.08.25 190 7 11쪽
51 51화 - 새로운 국면. +2 17.08.16 230 6 10쪽
50 50화 - 너와 판박이야. +4 17.08.15 237 6 11쪽
49 49화 -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지. 17.08.14 180 6 9쪽
48 48화 - 네 녀석의 머리에 각인시켜 줄 테니. +2 17.08.13 230 6 11쪽
47 47화 -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2 17.08.12 261 5 12쪽
46 46화 - 이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17.08.11 268 5 10쪽
45 45화 - 목숨 값으론 싼 편이지 않습니까? +4 17.08.10 288 4 9쪽
44 44화 - 사인 좀 해줄래? 17.08.09 276 5 9쪽
43 43화 - 엘렌도 많이 변했지. 17.08.08 292 6 11쪽
42 42화 -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 +4 17.08.07 275 6 11쪽
41 41화 -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2 17.08.06 278 6 11쪽
40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6 17.08.05 246 8 12쪽
39 39화 - 제대로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17.08.04 281 5 12쪽
38 38화 - 나중에 알려주었으면 하는구나. 17.08.03 378 5 10쪽
37 37화 - 복채라도 넣어드릴까요? +4 17.08.02 358 5 11쪽
36 36화 - 도서관에서 생긴 아주 나쁜 일. 17.08.01 458 5 10쪽
35 35화 -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나 보다. +2 17.07.30 412 7 11쪽
34 34화 - 끊을 수 없는 마약이네. +2 17.07.29 407 5 12쪽
33 33화 - 그들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합니다. 17.07.28 294 5 10쪽
32 32화 - 체벌식이 있겠습니다. 17.07.27 380 6 11쪽
31 31화 - 저를 도와주세요. 17.07.26 325 5 11쪽
30 30화 - 제가 당신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17.07.25 350 5 11쪽
29 29화 - 한 번 말했다. 17.07.24 372 7 10쪽
28 28화 -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2 17.07.23 400 5 11쪽
27 27화 - 너 어떻게 알았어? +4 17.07.22 501 5 10쪽
26 26화 - 내일은 뭐 할까? +2 17.07.21 424 6 10쪽
25 25화 - 가슴이 뛴다. 폐가 운동을 한다! +2 17.07.20 495 8 10쪽
24 24화 -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 +2 17.07.19 499 7 10쪽
23 23화 -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2 17.07.18 636 7 11쪽
22 22화 - 인생, 쉽지 않습니다. +4 17.07.17 665 8 13쪽
21 21화 - 그 아이를 만나고 싶다. +8 17.07.16 624 7 11쪽
20 20화 - 일방적인 폭행이 있었습니다. +4 17.07.16 629 7 11쪽
19 19화 - 말하지 않으면 반만 패주마. +4 17.07.14 664 8 10쪽
18 18화 - 아카데미 입학시험 +6 17.07.13 629 10 13쪽
17 17화 - 아카데미 입학시험 +6 17.07.12 671 8 12쪽
16 16화 - 운명을 정하는 날. +14 17.07.11 837 10 11쪽
15 15화 - 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6 17.07.10 763 9 11쪽
14 14화 - 허황과 당황 사이. +6 17.07.09 734 9 11쪽
13 13화 - 위기는 또다른 위기를 불러온다. +4 17.07.09 719 9 11쪽
12 12화 - 엘렌의 위기! +4 17.07.08 693 10 9쪽
11 11화 - 누가 먼저 갈까요? +4 17.07.07 777 8 12쪽
10 10화 - 뜬끔없는 편지가 날아오다. +8 17.07.06 698 12 10쪽
9 9화 - 그자와 만나지 말거라. +2 17.07.05 793 14 11쪽
» 8화 - 허락은 받으셔야죠! +6 17.07.04 893 15 9쪽
7 7화 - 파티의 주인공은 나야 나! +4 17.07.03 943 14 13쪽
6 6화 - 그분을 만났습니다. +6 17.07.02 1,088 14 11쪽
5 5화 - 이번엔 정령을 타보겠습니다. +2 17.07.02 1,079 16 14쪽
4 4화 - 이 분이 바로 와이번입니까? +2 17.07.01 1,332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