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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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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7.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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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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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2화 - 인생, 쉽지 않습니다.

DUMMY

22화 - 인생, 쉽지 않습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그 때문인지 겨울 귀리 농사 태반이 망했다고 한다. 평민들의 부수입원이 절반으로 떨어지니 나라살림이 힘들어졌다. 프시케 언니가 살고 있는 론데르만 영지엔 커다란 우박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올봄에 식량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프시케 언니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도 우리 영지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은 편이라 다행이었다.


그날 이후로 에스텔은 따뜻한 남쪽으로 갔다. 집에 가기 전, 얼마나 울어대던지 보는 사람이 안쓰러운 정도였다. 뭐, 궁여지책으로 나온 프시케 언니의 주먹에 해맑게? 웃으며 떠났지만 말이다. 새끼고양이가 사라지니 집안이 조용했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다프네 언니는 꽤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프시케 언니는 한 달 정도 더 머무르다 영지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놀라운 사건이 있었는데 왕국의 6 가문이 7 가문으로 늘어났다. 아버지는 이럴 때일수록 몸조심을 해야 한다며 나에게 시선을 보내셨다. 나는 정말 억울했다. 세자 저하를 만나고 싶어서 만난 것도 아닌데 내가 요주의 인물로 찍히다니. 이 오명은 벗고야 말 것이다. 차라리 다프네 언니처럼 남자를 만날까? 라는 생각도 살짝 했다.


으음, 그냥 생각만한 거다. 내가 여자로 선택받았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진 남자의 사고방식이 남아 있어서 도저히 남자들이 이성으로 보이지 않았다. 차츰 옅어져 가고 있으니 완전한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날이 오면 과거의 내 행동들이 어색해지겠지.


가령 서서 소변을 본다던가... 다리를 쫙 벌린다던가... 여자가 되니 하지 못 하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우울해질 것 같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다프네 언니의 권유로 화장법을 배우고 다도를 익히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다. 아직 서툴긴 하지만, 립스틱 정도는 바를 줄 안다. 마치 내 자아를 찾은 느낌이랄까? 그 이후론 가문의 역사서를 읽는 일이 잦아들었다. “남자로 살면 어떻게 여자로 살면 어떤가!”라는 마인드가 생겨난 것이다.


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인식의 변화에 매우 기뻐하셨다. 프시케 언니보다 빠르게 적응했다는 말도 건네셨다. 가끔 맨얼굴로 산책할 때, 마주치는 하인들이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질 못했다. 마치 밀랍인형같이 그대로 굳어버린 거다. 여자들은 덜한데 남자 놈들은 얼굴이 시뻘게져선 나를 힐끔 쳐다본다. 의외로 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야릇한 시선을 제외다. 그놈들은 눈깔을 확! 뽑아서 각자의 입에 넣어 먹게 해야 한다. 잔인한 생각 같아도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다.


“엘렌 아가씨, 드디어 교복이 나왔어요!”


신이 난 아리엘의 목소리에 나는 마력을 충전하려 아티팩트를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한 달 정도 사용하면 약 두 시간 정도는 마력을 충전해줘야 한다. 귀찮아도 다 나를 위한 일이니 소홀이 할 수 없다. 가끔 맨얼굴로 방에 걸려있는 거울을 쳐다볼 때면 내 얼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색할 때가 많다. 인간 같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남자들이 내 맨 얼굴을 보고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교복이 왔으니 한 번 입어줘야 했다.

기장이 짧거나 길면 다시 보내야 하니까.


“이리 줘. 내가 입을게.”

“아니에요. 아가씨, 제가 입혀드릴게요! 이제 입혀드릴 날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그래, 부탁해.”

“네! 맡겨만 주세요!”


그러고 보니 이제 개학식까지 일주일채 남지 않았다. 내가 왕립 아카데미에 다닌다니 꿈만 같았다.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조용히 지내려 했건만, 입학시험부터 전국구 인사가 되었다. 지금도 매일 나에게 편지가 날아온다. 아카데미에 수석으로 합격했으니 초대하려는 인간들이 지천으로 깔린 것이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도 아니고 정말 지긋지긋하다!


“엘렌 아가씨, 정말 잘 어울려요! 치마가 약간 짧은 게 흠이지만요. 어, 음, 교복 상의로 좀... 몸매가 너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보기에 민망하네요.”


나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두었다. 그리곤 헐렁한 느낌이 들자 정신이 멍해졌다. 정말...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제작했는지는 몰라도 치마 길이가 허벅지 중간에서 딱 끊겼다. 이런 건 교칙에 어긋난다고! 무조건 무릎 아래야! 무릎 아래!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속옷이 보일 정도니 절대 입을 수 없는 교복 치마였다. 아리엘도 난감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다시 주문해야 했다.


“다프네 아가씨가 주문했는데...”

“뭐? 언니가 주문했다고? 왜?”

“그게... 귀여운 동생이 입학하는데 예쁜 교복을 선물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그제야 그림이 그려졌다. 나는 아리엘에게 지시를 했고 그걸 눈치챈 다프네 언니가 선물이라는 달콤한 말로 유혹한 후, 나를 엿먹이기 위해 치마 길이를 짧게 주문한 거다. 내가 클레오의 편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해서 그런가?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 게 분명하다! 참 속이 쪼잔한 언니다.


“어쩔 수 없지. 핏이 맞아도 이걸 입고 아카데미에 다니면 200% 주목받을 거야.”

“그럼, 다시 주문 넣을게요.”

“이번엔 몰래 가. 걸려도 교복 주문하러 간다고 말하지 말고. 절대!”


그러자 아리엘은 어설픈 거수경례로 나를 안심시켰다. 요즘 샤이드와 잘 되어가고 있는 건지 몰라도 입가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뒤통수를 때려도 배시시 웃을 정도로 행복한 여자다. 아리엘은. 둘이 알콩달콩 거리는 걸 보면 내 기분이 참 이상하다. 다들 제 짝을 찾아가고 있는데 나만 홀로 외롭게 지낸다는 느낌? 정말 연애를 해야 하나?


“아 참! 이반 도련님도 아카데미에 입학하셨대요! 그것도 어렵다는 특별전형으로요!”

“엥? 이반이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 바보가?”

“저도 자세한 건 모르겠어요. 요즘 수도에서 이반 도련님 이야기로 가득해요!”

“누구한테 들었어? 샤이드 경?”


그러자 얼굴이 새빨개진 아리엘이었다. 넌 참 한결같아서 좋구나. 샤이드의 “샤”만 나와도 좋아할 것 같으니 샤샤! 샤우나! 샤샤샷! 원 샷! 투 샷! 쓰리 샷! 아, 이건 아니군.


“그, 그만 놀리세요! 우리 샤이드 경은 그런 별명 없어요!”

“오호라? 이제는 주인보다 사랑을 택하시겠다?”

“그, 그런 것이 아니라...”


이거 아리엘 놀려 먹는 재미가 쏠쏠하네. 본래는 이렇게 기품 없는 행동을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요새 들어 사람을 놀리는 재미에 빠져있었다. 성격도 변해버린 건지 이제는 ‘에라 모르겠다.’다. 인생 별거 있나? 잠시 머물다 가는 거지! 누가 내 인생을 책임지는 것도 아닌데 내 마음대로 살아가도 상관없잖아?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반의 이야기는 잊혀졌다.


“장난이야. 빨리 갔다 와. 지금 주문 넣으면 사흘은 걸리니까.”

“휴우, 엘렌 아가씨,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리엘은 사과처럼 빨개진 얼굴을 한 채, 내 방을 나갔다. 아마 내 주문을 핑계 대면서 샤이드와 함께 수도에 가리라. 내 일부로 아리엘에게 부탁하는 거다. 둘의 사랑을 활활! 불타오르게 하려고 하는 것이니 내 원망은 말아줬으면 한다. 그나저나 이 야시시한 교복은 어떻게 한다? 핏은 참 마음에 드는데... 버리긴 참 아깝다. 교복 상의도 몸에 딱 달라붙어서 내 몸매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너무 민망한 교복이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있었다. 그래! 이건 나만의 소장용으로 간직하자!


터엉! 찰칵! 찰칵!


“후훗! 엘렌, 이 언니가 엘렌의 모습을 머릿속에 간직했다? 물론, 사진도 말이지!”


제기랄... 다프네 언니는 사진을 남기는 수정구슬로 내 모습을 찍어댔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다프네 언니의 행동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는 단단히 약점 잡힌 거다.


***


“사진 지워주시죠.”

“어머나!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니? 예의 바르고 착한 엘렌은 어디로 갔을까나?”


나는 가슴속으로 인내심을 그리며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다프네 언니에게 말했다.


“부.탁.합.니.다. 제.발. 사.진. 지.워.주.시.죠.”

“말이 너무 딱딱하다?”


더는 참을 수 없다! 이대로 끌려갔다간 정말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았다. 나는 배짱부리는 태도로 선회했다.


“됐습니다! 사진 마음대로 하시죠!”

“그래? 이번에 100주년을 맞이해서 왕립 아카데미 전시회 하는데 거기에 출품해야지! 내가 이래 보여도 사진동아리 부원이거든.”


다프네 언니의 말에 내 머릿속을 복잡해졌다. 장군!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부디 항복을! 안 된다! 이대로 항복한다는 것은 적이 원하는 바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끝까지 항전하라!


“어, 어차피 아티팩트가 있으니 그 얼굴이 제 얼굴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으래? 그럼, 내가 다 퍼트려야지! 이 얼굴이 엘렌의 본모습이라고 말이야.”

“아버지가 가만두지 않으실 텐데요?”


그러자 다프네 언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여차하면 클레오랑 타국으로 넘어가면 되지!”


뒤도 없는 계획이네요. 부디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집안의 골칫덩어리가 사라지는 셈이니 서로에게 윈윈아니겠습니까?


“그 전에 하나 더 퍼트려야지!”

“뭘 또 터트리신다는 겁니까?”


다프네 언니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 무언가를 흔들거리셨다.


“이게 무엇일까요?”

“제 알 바입니까?”

“알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 왕궁에서 초대장이 왔는데 볼 가치도 없다는 말을 전달하면 되니까.”

“!”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초대장을 팔랑거리는 다프네 언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정말로 왕궁 초대장이란 말이야?


“그렇다니까 나도 보고 깜짝 놀랐거든. 나도 못해본 일을 우리 엘렌이 해내다니! 축하해.”


전혀 축하받을 일이 아니다. 이건 분명히 그 망할 세자 저하가 보낸 초대장일 테니까.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시작이냐?


“이 초대장이 왔다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습니까?”

“너하고 나?”

“아버지는 모르는 일이십니까?”

“응. 그런데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십시오. 제게 온 것이니.”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조건이 있거든.”


나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조건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일터였다. 이미 프시케 언니와 약속한 마당에 다프네 언니까지 조건을 건다? 나는 그야말로 이중첩자가 되는 셈이다.


“조건은 프시케 언니에게 보고하는 걸 거짓으로 할 것!”

“불가입니다. 전 오래오래 살고 싶거든요.”

“그럼 선택하면 되겠네. 오래오래 살든지. 아니면 오래오래 부끄러워하면서 살든지.”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겁니까?”


내 물음에 다프네 언니는 윙크까지 날리며 대답했다.


“전혀! 없어.”


어쩔 수 없다. 서로 만족하지 못한 우리는 협상 테이블로 옮겼다. 내가 먼저 제시했다.


“반.”

“그건 안 되지. 반의반에 반의 반.”

“반의반.”

“반의반에 반!”

“정말 이럴 겁니까? 그렇게 보고하면 프시케 언니가 눈치챕니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어떻게 할 거야?”


나는 결국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반만 사실로 보내는 대신! 그 보고서를 다프네 언니에게 검토 맡도록 하죠.”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좋아! 협상 완료! 자 엘렌.”


드디어 왕궁에서 온 초대장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협상의 시작이었던 내 사진을 지울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다프네 언니도 꽤 깔끔한 결과를 좋아했다.


“서로 약속을 잘 지키자고. 아 참! 내가 서비스로 아버지께는 초대장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게!”


그거 참 고맙네요. 그 말을 끝으로 다프네 언니는 바람처럼 내 방에서 사라졌다. 혼자 남게 된 나는 마력을 주입하여 봉투를 개봉했다. 그러자 환한 빛이 내 앞에 펼쳐지며 익숙한 얼굴이 나왔다.


-엘렌, 그 야시시한 모습은 도대체 뭔가? 새로운 취미라도 생겼는가? 무척 마음에 드는군.-


나는 세자 저하의 말에 마치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프네 언니에 이어 이 꼴을 보여주다니... 이대로 인생을 마감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작가의말

적응하고 있는 엘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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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나 보다. +2 17.07.30 412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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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 +2 17.07.19 499 7 10쪽
23 23화 -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2 17.07.18 636 7 11쪽
» 22화 - 인생, 쉽지 않습니다. +4 17.07.17 665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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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 일방적인 폭행이 있었습니다. +4 17.07.16 629 7 11쪽
19 19화 - 말하지 않으면 반만 패주마. +4 17.07.14 663 8 10쪽
18 18화 - 아카데미 입학시험 +6 17.07.13 629 10 13쪽
17 17화 - 아카데미 입학시험 +6 17.07.12 671 8 12쪽
16 16화 - 운명을 정하는 날. +14 17.07.11 837 10 11쪽
15 15화 - 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6 17.07.10 76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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