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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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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45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8.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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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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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36화 - 도서관에서 생긴 아주 나쁜 일.

DUMMY

36화 - 도서관에서 생긴 아주 나쁜 일.


아카데미 학생으로 생활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베르거 사건 이후론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이반과 에스텔이 내 곁을 지키니 든든했다. 녀석들도 그걸 알고 내게 접근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프시케 언니의 단도가 내 귀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 벽에 박혔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절대 포기할 녀석들이 아니다. 방심하지 말거라.”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단도까지 던지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하지만 도저히 반박할 수 없다. 나는 입안에서 맴돌던 말을 꺼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며칠 전부터 프시케 언니의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졌기 때문이다. 내가 물어봐도 언니는 다가오는 중간고사 성적을 기대한다는 말을 하시며 나를 압박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친구들과 아카데미 내에 위치한 중앙도서관으로 왔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한 달 만에 처음 오는 도서관. 으음, 도서관 냄새는 이런 것이구나? 아버지 서재에서 풍기는 냄새와 비슷했다.


나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내 방에도 많은 책들이 책장에 있다. 하지만 여기는 내 방과 차원이 달랐다. 규모는 물론이요 엄청난 수의 온갖 서적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에스텔의 말로는 시험 기간에만 자리가 꽉 찬다나. 그러니까 평소에 공부하지 않고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부랴부랴 한다는 뜻이다. 이에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거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자리를 둘러보던 우리는 붙어 있는 자리가 없어 각자 떨어지기로 했다.


‘그나저나 정말 조용하네. 도서관이란 곳이 이런 곳이구나.’


나는 공부할 생각은 1도 하지 않은 채, 주변을 맴돌며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물론, 로맨스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날 거짓말했다는 사실이 이반에게 들통 나서 놀림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평범한 소설을 좋아한다고 할걸. 이게 다 에스텔 탓이다. 새끼고양이가 끼어드는 바람에 일어난 참사였으니까. 나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장르 소설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워낙 다양하게 읽어서 그런지 거의 다 본 책들이었다. 나는 점차 구석으로 갔고 거기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책을 여기서 볼 줄이야!’


10년 전 절판되었다는 전설의 책! 바로, 드래곤 시리즈였다. 주된 내용은 인간이 드래곤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 당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전부 그 책을 사서 읽을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 작가는 역적으로 몰려 죽게 되고 자연스레 이 시리즈는 칙령에 의해 모두 소각되었다.


가끔 다프네 언니는 이 책을 언급하며 나를 놀렸는데... 그 이유는 내가 이 책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와 다프네 언니의 나이 차는 불과 두 살. 고작 두 살 차인데 드래곤 시리즈를 읽지 못했다고 놀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나는 그 기억들을 떠올리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 좋지 못한 기억을 털어버리니 이번에는 책이 말썽이다. 물론, 좋은 쪽으로.


‘고민이네... 이 책을 읽어도 되는 걸까?’


도서관 구석에서 발견한 드래곤 시리즈는 손에 때 묻지 않은 것처럼 깨끗했다. 최근에 누군가 몰래 가져다 놓은 걸까? 나는 매우 고민되었다. 하지만 이미 내 손은 1권을 잡고 있었다. 마치 운명처럼 이끌린 듯이.


‘그래, 결심했어! 걸리지 않도록 몰래 읽으면 되잖아?’


그때, 내 어깨를 잡는 이가 있었다. 나는 흠칫하고 놀라 뒤를 돌아보니 주황 머리 소녀, 리우리케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이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내가 드래곤 시리즈를 봤다는 사실이 아카데미에 퍼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자칫 잘못하면 역적 가문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이상했다. 약간 두려움이 깃든 얼굴. 그래, 무서운 장면을 보곤 소스라치게 놀란 사람인 듯 그런 얼굴이었다.


“이런 책이 여기에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책... 제자리에 둬. 어서.”


나는 그녀의 말에 1권을 제자리에 두었다. 그러자 무언가 기묘하고 이질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내 오감이 흐물흐물해지는 느낌. 리우리케도 기운을 느꼈는지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나를 원망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약간 체념한 표정이었다.


“이미 늦어버렸나...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두 번은 아니니까. 엘렌, 그 책이 왜 소각되었는지 알아?”

“이 책의 저자인 리블레다인 공작이 역모를 꾸미려고 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지.”

“네? 그럼 사실과 다르단 말씀인가요?”


리우리케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6가문의 탄생을 알아?”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최근 전공 수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었다. 6가문의 탄생 배경에 대해 자세하게 배우고 있는데 약간 위화감이 들었다. 우리 가문이 찬양받아야 하는 가문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뭐, 일반 평민들은 우리 가문을 드래곤 취급하는데, 그건 넘어가자. 다 오해에서 비롯된 말이니까. 나는 차분한 어조로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 나갔다.


“그야 20년 전에 일어났던 블랙 아미 사건 때문이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왕국을 위협한 그들을 무찌른 6 가문이...”


리우리케는 손짓으로 내 말을 잘랐다.


“아니야. 그건 그들이 퍼뜨린 소문에 불과해. 아카데미 교수들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지만, 사실은 달라. 모두가 거짓된 말에 속고 있지.”


음모론자인가? 그들은 꼬투리가 나오면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문제를 키운다. 내가 싫어하는 족속들 중 하나인데 그들 때문에 피해 본 가문이 한 둘이 아니다. 리우리케가 그 과라면 상대할 가치도 없다. 내가 뚱한 표정을 짓자 리우리케는 약간 답답하다는 얼굴이었다. 내 키가 큰 편이라 그녀는 나를 한참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보니 귀엽게 생겼네.


“아직도 내 말을 믿지 못하는 얼굴이네.”

“과거로 돌아왔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어요.”

“하긴 내가 네 입장이었어도 같았겠다. 아무것도 없이 미래에서 왔다고 하면 누가 믿겠니.”

“믿을 수 있을 만한 증거를 제시하면 되지 않을까요? 가령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 이 정도?”


어째, 내가 리우리케의 처지를 대변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신선한 경험이긴 하네. 누군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고 대변해준다는 게.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에 긍정적인 평가를 해 본다. 타인에게 관심 없던 내가 이 정도로 변했으니 정말 많이 달라진 거다.


“이미 하나는 일어났는데?”

“네? 뭐가 일어나요?”


그러자 리우리케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금 네가 드래곤 시리즈를 만졌잖아. 아직은 완전히 선택된 건 아니...”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대한 마력이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엄청난 마력 폭풍이 몰아치자 내 주위에 있던 책장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나는 두 팔로 얼굴을 감싸며 날아오는 책들을 막았다. 으윽, 두꺼운 전공 서적에 맞았는지 팔이 얼얼했다. 몸이나 다른 부위도 책들이 날아왔지만, 얼굴보다 중요하랴. 나는 실눈으로 드래곤 시리즈가 있던 책장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날려간 듯 책장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드래곤 시리즈 3권은 허공에 떠 있었다. 푸른빛의 마력이 책을 감싸고 있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자석에 이끌린 듯 몸이 저절로 다가갔다. 처음에 불던 돌풍은 이제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오히려 내 주변을 감싸듯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 정신은 빙글 돌고 있었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그리고 드래곤 시리즈가 보였다.


“안 돼! 그 책에 손대지 마! 엘렌!”


리우리케의 다급한 외침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내 오른손은 드래곤 시리즈 1권을 잡고 있었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푸른 마력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2권과 3권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마치 그들은 원래 없던 것처럼, 오로지 1권만이 내 손에 남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리우리케가 오기 전에 빨리 읽어버릴걸. 평온한 내 얼굴과는 달리 내 리우리케는 씁쓸한 표정이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말해주지 왜 지금 와서 그러냐구.


도서관을 휘몰아치던 돌풍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책장들도 그대로 공부하던 학생들도 그대로 모든 것이 평온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이 도서관이 날아갈 정도로 강한 돌풍이었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그 해답은 리우리케에게 있었다.


“하아, 결국 시험에 통과했구나. 어쩔 수 없나. 운명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말 그대로 리블레다인 공작의 시험에 통과했다는 거야. 네가... 블랙 아미의 수장 후보가 되었다는 거지.”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나는 그만 멍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역모를 조직한 조직의 수장 후보라니. 말도 안 돼! 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건가!


작가의말

예약연재로 돌리는 거라... 제가 깜빡하고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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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 너와 판박이야. +4 17.08.15 23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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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 네 녀석의 머리에 각인시켜 줄 테니. +2 17.08.13 230 6 11쪽
47 47화 -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2 17.08.12 261 5 12쪽
46 46화 - 이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17.08.11 268 5 10쪽
45 45화 - 목숨 값으론 싼 편이지 않습니까? +4 17.08.10 287 4 9쪽
44 44화 - 사인 좀 해줄래? 17.08.09 276 5 9쪽
43 43화 - 엘렌도 많이 변했지. 17.08.08 291 6 11쪽
42 42화 -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 +4 17.08.07 274 6 11쪽
41 41화 -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2 17.08.06 278 6 11쪽
40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6 17.08.05 245 8 12쪽
39 39화 - 제대로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17.08.04 281 5 12쪽
38 38화 - 나중에 알려주었으면 하는구나. 17.08.03 378 5 10쪽
37 37화 - 복채라도 넣어드릴까요? +4 17.08.02 358 5 11쪽
» 36화 - 도서관에서 생긴 아주 나쁜 일. 17.08.01 458 5 10쪽
35 35화 -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나 보다. +2 17.07.30 412 7 11쪽
34 34화 - 끊을 수 없는 마약이네. +2 17.07.29 407 5 12쪽
33 33화 - 그들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합니다. 17.07.28 293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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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 제가 당신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17.07.25 35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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