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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161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7.27 19:05
조회
380
추천
6
글자
11쪽

32화 - 체벌식이 있겠습니다.

DUMMY

32화 - 체벌식이 있겠습니다.


“저, 리우리케 선배님, 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리우리케는 아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정은 알겠는데 왜 3년을 꿇어야 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쁜장한 그녀의 얼굴엔 고민이 깃들어 있었다. 나에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려는 듯하다. 사실 나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다. 특히, 세자와 관련되었다면 말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내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평화롭게 잘 해결된 모습이지만, 아직 서로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세자 저하는 케이샤 가문과 유네스 가문을 증오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아, 리우리케의 작은 입술이 움직였다.


“나는... 회귀했어. 미래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왔지.”


뭐지? 이게 무슨 괴상망측한 소린가? 나는 놀란 표정은 쓰레기통으로 버렸다. 이건 놀람보단 황당에 가까우니까. 그만큼 리우리케의 말은 나에게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오히려 장난치려고 하는 의심까지 든다. 카나폰 언니의 친구라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말한 대화를 제외한다면 말이지.


“하하. 역시 믿어주지 않는구나?”


리우리케는 자조적인 미소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에 대한 원망감이 있었다.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내가 미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라. 길을 걷다가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에게 “나 회귀했어요.”라고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물론, 나와 리우리케는 그 사이보단 조금 낫다. 속마음을 털어놓은 사이니까. 아무튼, 예상을 해보자면 검지를 머리에 대고 몇 바퀴 돌려대거나 경비대에 신고할 거다. “여기 정신병자가 있어요!”라면서 말이다.


“후우, 어쩔 수 없나... 엘렌, 내가 하나 경고할게.”

“어떤 경고죠? 이왕이면 좋은...”

“오늘로 정확히 두 달 후, 너는 아카데미 안에서 의문의 남자에게 죽게 돼.”


리우리케의 표정은 거짓 하나 없는 깨끗한 도화지와 같았다. 굳이 해독해주자면 착하지만 약간 모자란 여자. 그래, 그 말이 가장 직설적이다. 나는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대놓고 내 죽음을 이야기하니 이 여자에게 더는 해줄 말이 없다.


***


우리는 그 뒤로 과제를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형식적인 대화만 이어나갔을 뿐, 죽게 된다니 나를 구해 달라니 하는 말은 서로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했다. 얼마 전, 프시케 언니가 나에게 경고한 것도 그렇고 오늘 리우리케의 말도 모두 내 신변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여기저기서 반기는지 몰라도 정말 한심하다.


물론, 한심하다고 지칭한 건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작자들이다.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나를 납치하느니 죽이느니 하겠는가?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상급정령인 네그라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상 나약한 인간일 뿐이니까.


“그런데 회귀자라... 정말 좋은 기회 아닌가? 미래에 대한 일을 다 알고 있다는 거 아냐. 그리고 그걸 이용할 수 있고!”


하지만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능력이라 별로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실제로 그런 능력을 지녔다는 인간은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알아볼 필요는 있었다.


“리우리케에 대한 소문을 좀 모아볼까? 그 좋은 머리로 3년 동안 꿇었다는 게 말이 되냐구.”


이번 조별과제는 거의 그녀가 다 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약간의 허언이 있는 것 빼곤 좋은 사람이 생각했다. 나는 에스텔과 이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들은 아카데미에 대해선 빠삭하게 잘 알고 있으니 그녀에 대한 정보를 알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지금은 이런 생각조차 힘들다구. 나는 무거운 서적들을 길바닥에 버리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낑낑거리며 걷고 있을 때였다.


퍽! 퍼억! 퍽! 내가 걷고 있는 거리가 꽤 외진 곳이었다. 프시케 언니가 검으로 패는 소리보단 못하지만 맞으면 꽤 아플 것 같은 그런 소리. 나는 조심스레 소리가 나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자 낄낄 웃는 소리와 함께 고통에 찬 신음이 내 귀를 어지럽혔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지?


“평민 주제에 우리와 맞먹으려 해?”

“잘나신 평민이니 우리를 무시하는 건 당연하지! 암, 그렇고 말구.”

“킥킥킥.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야! 별로 때리지도 않았는데 그러고 있으면 우리가 뭐가 되냐?”

“열 셀 동안 일어나지 않으면 이번엔 네 면상을 때려주지. 크크큭.”


하아! 꼴에 귀족이라고 평민 남자 하나를 넷이서 윽박지르는 장면을 보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교복을 입은 걸 보면 아카데미 학생인데 규칙을 어겨? 그리고 학우를 패? 내가 정의에 대해 운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건 아니었다. 프시케 언니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너희들의 목은 남아나지 않았을 거다.


나는 무거운 서적들을 바닥에 버렸다. 쿵! 육중한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일자 나는 무서운 표정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멋있게 등장하려 했건만, 이놈의 먼지가 내 코와 입을 간지럽혔다.


“콜록! 콜록! 너희들! 콜록! 지금 뭐하는 거야! 콜록!”


얼마나 무거웠으면 흙먼지가 일어났겠는가? 이 땅 위에 있는 논문이나 전공 서적들은 다 불태워야 한다. 아니지 그래도 장점은 있다. 바로 졸리면 베고 자기 좋다는 점! 이것 하나는 장점이다.


“뭐야 넌?”


넌 멍청하게 생긴 남자. 쪼다 같이 생겼다.


“검은 명찰을 보면 우리랑 동기인가 본데?”


넌 그나마 눈깔이 좋은 남자.


“오오! 존나 예쁜데? 킥킥킥.”


넌 분리수거도 안 되는 쓰레기. 정강이를 부러뜨리고 싶은 남자.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도 싫은 남자. 잘못했다고 빌 정도로 패야 한다. 아, 물론 팰 사람은 내가 아니라 우리 정령님이지.


“전공 서적을 보니 사학과 학생인 것 같은데 가던 길 가라. 우리는 같은 과 동기로서 친목을 도모하고 있으니까.”


아하! 그러셨군요? 넌 말 많고 궤변을 늘어놓는 남자다. 나는 녀석들의 말에 한숨을 푹 쉬고 땅바닥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화사한 금발이 꽤 인상적인 아이였다. 그 아이는 나를 보곤 고개를 저었다. 이 의미는 도망가란 말이었다. 하긴 내가 여자치곤 키가 큰 편에 속하더라도 빼빼 마르고 싸움이라곤 1도 못하게 생겼으니까. 키 이야기는... 나에겐 아킬레스나 다름없지만. 각설하고 나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말 다했냐?”

“뭐야? 이거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니라 공주님이셨어? 크하하하하하!”

“크크크큭! 앙칼지게 말하니 같이 놀고 싶은걸?”


뭘 그렇게 크고 웃니. 그리고 너랑 놀아줄 시간은 없단다. 이제 곧 울면서 고개를 숙이게 될 텐데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하면 모를까. 나는 비계 덩어리에게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 나에게 더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녀석이다.


“마지막 기회야. 이 아이에게 사과하면 용서해주지.”


그러자 그놈은 크게 과장하며 내 말투를 따라 했다.


“마지막 기회양. 이 아이에겡 사과하명 용서해주징. 키헤헤헤헤!”


이야, 너 연기 수업 좀 받아야겠구나? 내가 언제 그따위로 말했냐?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녀석들을 바라봤다. 실실 쪼개는 모습이 누군가와 겹친다. 아! 수도에서 나를 귀찮게 했던 녀석들이었나? 나는 이 구제 불능 녀석들에게 따끔한 벌을 내려야겠다.


“네그라도. 모습을 드러내라.”


그러자 내 주위에서 힘찬 바람이 일었다. 작은 폭풍우가 골목길을 휩쓸자 다시 한번 먼지가... 젠장! 아직 입을 막지 않았다구! 크읍!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너 너무 화려하게 등장하는 거 아니니?


-... 왜 소환했어?-


투명한 모습으로 등장한 정령, 네그라도. 그런데 또 삐져있었다. 생각해보니 근래에 소환한 적이... 없었다. 나는 최대한 미안함을 담아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 내가 꽤 바빴거든. 아카데미 알지?”


-내 알 바야? 그런데 모습이 좀 바뀌었네? 오, 완벽한 여자가 되었구나?-


상기시켜줘서 매우 고맙구나. 나는 울컥하는 마음을 다스리고 웃는 낯짝을 들이밀었다.


“부탁이 있어.”


-저 녀석들 처리해 달라고?-


그러자 녀석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이것 참, 전에 수도에서 본 녀석들과 판박이네.


“맞아. 정의를 수호하는 바람의 정령께서 불의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건 아니겠지?”


-재미있는 말을 하는데? 언변이 꽤 늘었네?-


네그라도는 장난스러운 눈빛을 담아 쏘아댔다. 그만 좀 봐라. 내 몸에 눈구멍 나겠어.


“앞으로 자주 소환할 테니까. 부탁할게.”


-그러지 뭐. 죽이지만 않으면 되지?-


나는 조용히 끄덕였다. 흔쾌히 수락한 걸 보면 내 말이 통했다는 뜻이다. 이제 할 일이 하나 생겼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신을 믿지 않지만, 치유의 신께 기도를 드리며 녀석들의 정신 건강을 이롭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기도를 들어주실지는 하늘에 맡겨야지. 나는 두 눈을 감고 입까지 꽉 다물었다.


-다음부터는 사이좋게 지내야 해? 알겠지?-


그러자 네 녀석은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이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우리 네그라도님께서는 불의를 참지 못하시거든. 성격도 꽤 고약하시고 말이야. 아마 따끔하게 혼내주실 것 같아. 그 예상은 한 치의 오차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 체벌식이 있겠습니다.-


“야, 약속과는 다르잖아요!”

“맞아요! 정령은 진실 된 존재라는데!”


그러자 흥미로운 표정으로 네그라도가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저 표정은 보는 내가 가증스러울 정도다.


-내가 언제? 그리고 누가 그래? 정령이 진실 된 존재라고? 할 말 없지? 그럼,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네그라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들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너희들 검술 학과였냐?


“이, 이대로는 당할 수 없어!”

“알고 보면 정령도 별거 아니라구!”


악당의 전형적인 대사다. 나는 네그라도의 심기를 건드린 녀석들에게 다시 한번 명복을 빌었다. 그냥 가만히 맞으면 될 것을. 찰진 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찰싹! 찰싹! 철썩! 두드드드드두! 소리가 매우 훌륭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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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 체벌식이 있겠습니다. 17.07.27 38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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