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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153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7.14 19:05
조회
663
추천
8
글자
10쪽

19화 - 말하지 않으면 반만 패주마.

DUMMY

19화 - 말하지 않으면 반만 패주마.


결국, 울고불고 매달리는 에스텔의 고집을 꺾지 못한 나는,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우리 영지에 가기로 했다. 이에 동갑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해맑은 표정을 짓는 에스텔. 나는 이반과 에스텔을 두고 누가 더 나을 지 머릿속으로 대결을 붙였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정말 치열한 싸움이었다.


“우와! 나 슈네이도르 영지는 처음 와봐!”


당연한 이야기를 호들갑 떨면서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래요. 그런데 지금 매우 피곤하니까 좀 내버려 둘래요?”

“엘렌, 벌써부터 에스텔이 싫증 난 거야? 그런 거야?”


아니, 얘는 벌써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구축했나? 내가 뭐라고 하면 왜 이렇게 이상한 쪽으로 빠지는 걸까? 이반처럼 어렸을 적에 무슨 일을 당했나? 이런 일은 내 특기가 아닌데 말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제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응!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빠른 수긍이 장점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런 녀석에게 친구가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지네.


“에스텔 양, 나 말고 다른 친구 있어요?”

“아니. 없는데? 엘렌이 처음이야!”


칼 같은 대답. 베일 뻔했다. 그럼, 나한테 왜 친구 하자고 한 걸까? 내가 만만하게 보여서? 아티팩트로 변장했다고 해도 만만하게 보이진 않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이다 싶어서 물어본거야.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친구 하자고 했는데 다 거절하더라구... 다들 내가 싫은가 봐.”


어라? 에스텔이 예의를 수프에 말아먹었다고 해도 이렇게 귀여운 소녀의 제안을 다 거부했다는 건가? 이상하네. 그런데 문득 나에게 했던 행동이 생각났다.


“설마, 나처럼 했어요?”


그러자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니 정상적인 친구를 만들 수 없지. 후, 이번 세대는 문제아들이 많은가 보다. 메를린의 멍청이, 제네쉬의 바보, 하르페닌의 새끼고양이, 슈네이도르는 다프네 언니다. 아 참! 이분을 빼먹으면 섭섭하다. 바로 우리 왕국의 세자 저하! 이 망할 인간도 문제가 많다. 어디 가서 뭐 하는지는 몰라도 프시케 언니에게 걸리지 않기만을 기도했다. 눈에 띄는 즉시 저 세상에 똑똑하고 노크할지 모르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 가문은 역적으로 몰리게 되니 제발 꽁꽁 궁에 숨어 있어라.


다시 돌아와서 이 가엾은 새끼 고양이를 어떻게 하면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지 고민해야 했다. 뭐, 아카데미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꽝이지만, 하르페닌 가문과 이 아이의 미래의 신랑을 위해서 사고방식을 고쳐 놓을 필요가 있었다.


“에스텔 양, 에스텔 양은 우선, 예의부터 다시 배워야겠어요.”

“예의? 나 예의 엄청 잘하는데!”

“예법은 누구한테 배웠나요?”


내 말에 에스텔은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더니 이내 나에게 말했다.


“없었어. 그냥 독학으로 배웠거든.”


그러니 네가 그 모양이지. 나는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에스텔의 부모님은 무슨 생각으로 자식을 키운 것일까? 완전 방목형인가?


“부모님이나 형제분들이 에스텔 양에게 지적 안 하던가요?”

“우웅, 우리 엄마하고 아빠는 내가 3 살 때 돌아가셨어. 그래서 가문을 물려받은 오빠가 나를 업어 키웠어.”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졸지에 돌아가신 분들을 욕한 것이니 모두 내 잘못이다.돌아가신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미안해요. 제가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야. 아직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게 많지 않잖아. 이제라도 알게 돼서 기뻐.”

“그런데 오빠 분이 가주라면 도대체 나이 차이가...”

“12 살! 나 6살 먹은 조카도 있어!”


에스텔이 나와 동갑이니 하르페닌 가주의 나이는 30살. 꽤 젊은 가주였다. 에스텔은 뭔가 생각난 듯 가방에서 수정 구슬을 꺼내 나에게 보여주었다. 바로 남자 아이였다.


“이쁘지? 귀엽지? 사랑스럽지?”


올망졸망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물어보니 새끼 고양이가 더 귀여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쓰담 쓰담. 머릿결 관리를 잘했는지 푸석푸석한 다프네 언니보다 훨씬 부드럽고 좋았다.


“헤헤헤. 우리 오빠도 이렇게 쓰담 쓰담 해주는데.”


그래서 새끼 고양이가 되셨군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남은 건 에스텔뿐이니 오냐오냐 키운 건 이해가 간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터였다.


“엘렌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오오오! 드디어 슈네이도르 가문에!”


우리 가문이 폐쇄적이긴 해도 그렇게 놀랄 정도는 아니다. 그냥 에스텔이 오버하는 거다.

그녀는 마차 문을 활짝 열고 뛰어내렸다. 에스텔의 호위기사들은 한숨을 푹 내쉬며 새끼고양이에게 다가왔다. 내 뒤에 있던 시녀도 고개를 푹 숙이니 내가 다 안쓰러울 지경이다. 아리엘은 웃으면서 내게 귓속말로 말했다.


‘엘렌 아가씨, 좋은 친구를 사귀셨네요.’


좋은 친구라는 단어가 아깝다. 저 아이를 반드시 교화시키리라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 하늘나라에 계신 에스텔의 부모님도 그러시길 원할 거다. 아까의 무례는 무례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나는 샤이드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이미 해는 서쪽으로 넘어 간 후라 밖은 어두컴컴했다. 그런데도 에스텔은 뭐가 좋은지 연신 ‘슈네이도르!’‘슈네이도르!’를 외치고 있었다. 휴우,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나. 새끼 고양이가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 불쌍한 마음이 들어 데리고 왔다고 해야 할까?


“아마, 가주님과 마님께서는 좋아하지 않으실까요?”

“응? 우리 부모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네. 막내딸이 친구를 데려온 건 처음이잖아요.”


아리엘의 말이 이해 가지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에 불쑥 찾아온 친구를 어느 부모님이 좋아할까? 나는 갖가지 변명을 생각하며 종잇장처럼 팔랑거리는 에스텔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했는지 두 언니가 마중 나와 계셨다. 어째 표정들이 굳어 계셨다. 이러다 에스텔 쫓겨나는 거 아닐까?


“옆에 있는 분은 누구시냐?”

“안녕하십니까? 저는 에스텔 R 하르페닌이라고 합니다. 슈네이도르의 아름다운 두 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에스텔의 우아한 예법을 보고 있었다. 살짝 숙인 고개와 드레스 끝은 잡은 두 손 그리고 화려한 말솜씨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프시케 언니와 다프네 언니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르페닌 가문의 유명한 막내딸이 바로 에스텔 양이었군요?”


너도 막내딸이었냐? 이것 참 우연이로구나!


“부끄럽사옵니다. 저는 그저 재산을 축내는 소녀일 뿐입니다. 가주께 많은 걱정을 끼치고 있습니다.”


본인이 알고 있어서 다행이네. 에스텔이 대답하자 이어 프시케 언니가 말했다.


“엘렌이 친구를 데려오는 날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럴 게 아니라 날이 차니 어서 들어오시지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신세를 지겠습니다.”


나는 속으로만 생각할 뿐. 세 여인의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아까 예의를 수프 말아 먹었느니, 가정 교육을 제대로 받았냐는 말을 내뱉은 내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는데 나는 그 배움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엘렌! 안 들어올 거야?”


에스텔의 밝은 표정에 나는 처음으로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내 표정을 읽으신 프시케 언니는 살짝 웃으시며 재차 권유했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


알고 보니 부모님은 수도에서 열리는 부부 동반파티에 참석하셨다고 한다. 지금 집에는 우리 자매와 에스텔밖에 없었다. 자매라고 하니 정말 어색하네. 점차, 여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실시간으로 실감하는 중이다. 에스텔은 두 언니들 앞에서 예의를 지키며 살랑살랑 아부를 떨었다. 다프네 언니가 기분 좋은 얼굴로 말하는 걸 보니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프시케 언니는 그저 말없이 우리 대화를 들었다. 그래도 표정은 속일 수 없었다. 내가 친구를 데려온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느새 말을 놓아버린 다프네 언니였다.


“네, 어려운 시험이었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합격하면 연락해. 내가 밥 한 번 사줄게!”

“정말 감사합니다. 사교계의 아이돌이신 다프네 언니와 함께 아카데미에서 식사할 수 있다는 거로도 크나큰 영광입니다.”

“호호호. 비싼 메뉴로 골라. 다 사줄 테니. 호호호.”


놀고 계신다. 항상 용돈이 부족하신 다프네 언니라 재정 상황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시험 감독으로 얼마나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돈 일주일 안에 사라질 운명이다. 일어나지 않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아 참! 편지를 깜빡했네. 나는 품에서 클레오의 편지를 꺼내 다프네 언니에게 전달했다.


“이게 뭐니?”

“클레오라는 분이 다프네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그러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아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고, 고맙다.”

“그게 끝입니까?”


내가 묻자 다프네 언니는 흠칫하고 놀랐다. 표정 관리하려 애써 웃는 다프네 언니를 보자니 수상했다. 나는 왕립수사관의 마음으로 그녀를 추궁했다.


“애인입니까?”

“쿨럭! 쿨럭! 아, 아니야! 절대 아니야!”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을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내 말이 맞는 모양이다. 가만히 듣고만 계시던 프시케 언니도 나섰다. 살짝 굳은 표정을 지은 채,


“클레오가 누구냐?”

“어, 언니는 몰라도 돼!”

“다프네, 말하지 않으면 반만 패주마.”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프시케 언니의 협박이 최고다. 원래는 프시케 언니의 협박이 통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꼬리를 만 다프네 언니는 한숨을 푹 내쉬고 그제야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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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 말하지 않으면 반만 패주마. +4 17.07.14 66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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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 아카데미 입학시험 +6 17.07.12 671 8 12쪽
16 16화 - 운명을 정하는 날. +14 17.07.11 837 10 11쪽
15 15화 - 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6 17.07.10 763 9 11쪽
14 14화 - 허황과 당황 사이. +6 17.07.09 73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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