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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149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7.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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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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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4화 - 이 분이 바로 와이번입니까?

DUMMY

4화 - 이 분이 바로 와이번입니까?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을 잡치고 시작했다. 다름이 아닌 지엄하신 부모님 말씀 때문.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침 식사 자리가 두 분의 폭탄선언이었을 줄이야.꿈에도 몰랐다.


“엘렌, 오늘 저녁 공작부인 파티엔 드레스를 입고 가거라. 이미 공작부인께 허락을 받았으니 괜찮다.”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다음은 어머니의 말씀.


“네 언니인 다프네가 직접 드레스를 골라주었다고 하니 우애가 매우 깊구나.”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누가 우리 우애가 깊다고 했습니까? 하인인 엘레나? 셀리? 둘이 아니면 이반? 아니야. 이 녀석은 멍청해서 눈치가 없지. 갑자기 보네한이 떠오르는 건 기억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나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순 없었다. 계속 당하고만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 남자입니다!”


아버지는 내 말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며 말씀하셨다.


“또한, 여자이기도 하지.”

“아직 세례식을 받지 못했다고 여자로 취급하시는 겁니까?”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젠 작정하고 나를 딸로 만들려고 하신다. 어머니는 그저 웃음을 보이실 뿐.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옆에 앉아 있는 다프네 누님을 보니 승리의 눈빛을 짓고 계셨다. 절로 한숨이 나오네. 이제는 가족이 짜고 여자로 취급하는구나.


“걱정하지 말거라. 너를 남자로 보는 사람은 없으니.”


하아, 그게 더 걱정입니다만? 내가 어딜 봐서 여자라는 건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 거울을 봐도 연못에 비친 나를 봐도 이건 명백한 남자였다. 물론, 내가 봐도 내 외모며 체형이 여자에 가까운 건... 그래! 1% 정도는 인정한다.


어머니의 눈동자를 쏘옥 빼닮은 탓이 꽤 컸다. 차라리 아버지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동자를 닮았으면 다프네 누님의 허언을 멋지게 받아칠 수 있었을 텐데. 아버지의 눈동자는 첫째 누님이 가져가시는 바람에 막내인 내가 어머니를 닮게 되었다. 다프네 누님? 이 분은 그냥 옆 나라 개울가에서 주워온 사람이다.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었으니까. 뭐, 잘 봐줘서 가슴 하나 큰 건 어머니를 닮았네.


“트레디오스 공작령은 여기서 머니 와이번을 타고 가거라. 이미 예약을 마쳤다.”

“와, 와이번 말씀이십니까?”

“왜 그러느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냐?”


당연하다. 하늘을 날아서 가라는 건 정말 미친 짓이다. 게다가 와이번이라는 육식동물은 그 흉포함이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전설의 종족인 드래곤의 성격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글을 책에서 봤었으니까. 절대로 무서워서 이러는 건 아니다.


“종이 쪼가리는 별로 쓸모없는 정보란다. 하긴, 우리 엘렌이 타봤어야지.”


다프네 누님의 백태클에 나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흘겨봤다. 정말 내 누님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다프네, 호위기사는 누구를 데려가려느냐. 나는 샤이드를 추천한다만.”


곰곰이 생각하던 누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샤이드는 믿음직했다. 그는 우리 영지에서 검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사였으니까. 또한, 성격도 좋고 다프네 누님과는 다르게 기품이 넘치는 행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기사였다. 나도 그를 몇 번 본 적이 있었고 내 수발을 드는 시녀인 아리엘이 사모하고 있는 기사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참고로 남자답게 아주 잘생겼다.


“샤이드면 충분하죠. 트레디오스 공작령의 경비가 허술한 것도 아니니 괜찮을 겁니다.”


내 말에 아버지는 동의하셨다. 그런데 와이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건 정말 위험합니다만.


“후훗. 걱정하지 말거라. 샤이드라면 충분하니까.”

“하아. 저를 놀리시려고 작정하셨군요.”

“몰랐어? 우리 막내는 심심풀이 장난감이잖아. 이 다프네 님의 귀염둥이 여동생이기도 하구.”


걱정된다. 참으로 걱정된다! 자비로우신 어머니를 힐끔 쳐다보았으나 잘 다녀오라는 말씀만 하셨다. 원래 말씀이 적으신 분이라 대화를 이어나가는 건 힘들었다.


***


길고 길었던 아침 식사가 끝나자 나와 다프네 누님은 수도에 외곽에 있는 와이번 비행공정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마차로 향했다. 내가 외출용 드레스를 입은 건 함정이다. 다프네 누님이 부득불 우겨대는 통에 거절하기 어려웠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호위기사로 차출된 샤이드와 그를 수행하는 수행기사 둘은 마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음, 우리 아리엘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보니 그 유명한 샤이드가 맞구먼. 그의 멋들어진 중저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프네 아가씨 그리고 엘렌 아가씨.”


그 말 취소. 잘생겼다는 말도 취소하겠다. 내 표정이 굳어있자 샤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옆에 있는 다프네 누님은 새하얀 부채로 입을 가리며 킥킥 웃어대고 있었다.


“샤이드.”

“예. 엘렌 아가씨.”

“난 남자다. 도련님이라고 부르도록.”


그러자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샤이드. 그 옆에 있는 시종들도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킥킥킥. 엘렌, 오늘 네가 입고 있는 옷을 떠올려 보렴. 그럼, 샤이드 공이 왜 아가씨라고 했는지 알게 될 거야.”


아뿔싸! 평소에 입고 있던 남성 옷이 아니라 화려한 드레스라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짙은 검은색 드레스라는 걸. 눈에 띄는 장식과 하늘거리는 프릴들. 샤이드가 아가씨라고 호칭을 정한 이유가... 하아.


“어디 편찮으십니까? 제게 두통에 좋은 약이 있습니다만.”


샤이드가 걱정스레 바라보자 나는 손을 내저었다. 빠르게 1박 2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모든 드레스를 갈기갈기 찢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례식 전까지 방에 틀어박혀 있어야겠다.


“샤이드 공, 어서 출발하죠. 비행시간까지 촉박해요.”


다프네 누님의 말에 샤이드는 고개를 숙였다. 왠지 오늘 밤에 돌아가신 할아버님을 뵐 것 같았다. 왜냐하면 쪽팔려서 미쳐 죽을 것 같거든.


***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내 입을 다물게 만드는 소리가 이따금 들려왔다. 바로 창공의 지배자, 와이번의 울음소리였다. 다프네 누님과 기사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구를 향해 걸었다. 젠장! 내가 거친 욕을 1 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는데 오늘 한 번 사용해버렸다. 그만큼 와이번 비행공정이 싫었다. 누가 이딴 괴작을 만들어서 사람의 피를 쭉 빨아들이게 하는지 잡히기만 해봐라. 아주 작살을 내줄 테니. 그런데 죽었으면 뭐, 어쩔 수 없고.


사람들이 입은 옷들은 죄다 고급이었다. 하긴 이놈의 와이번 비행공정 이용금액이 워낙 고가라 말이지. 부자가 아닌 이상 탈 수가 없었다. 일반 서민들의 반 년 치 생활비가 가장 싼 편도였으니까. 물론, 아버지가 백작인 탓에 우리 가문의 재산은 왕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서민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금수저가 우리 가문이다.


“엘렌, 너 떨고 있니?”


다프네 누님의 떠보기에 당황하지 않고 되받아쳤다.


“전 전혀! 떨고 있지 않습니다만? 누님이야말로 조심하시지요. 와이번들은 못생긴 여자들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들어서 말이죠.”

“호호호. 난 못생김과 거리가 머니 전혀 아니구나.”


우리는 서로 눈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나의 입술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절대로.


“아가씨, 이제 비행공정에 탑승하게 되니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샤이드의 목소리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담겨 있었다. 내 옆 가벼운 짐을 들고 있는 아리엘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 서큐버스도 아니고 참으로 매혹적인 목소리라 생각된다. 이건 남자인 내가 인정한다.


탑승대기 줄은 많지 않았다. 우리가 탈 비행공정은 퍼스트 클래스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아주 고급스러운 마차라 할 수 있겠다. 다프네 누님은 이곳에서도 인기인이었다. 아이돌의 사교... 아니지 사교계의 아이돌로 유명했으니까. 그 멍청한 보네한이 알고 있을 정도니 퍼스트 클래스에 타는 귀족들이 다프네 누님을 모르고 있는 게 더 이상하리라.


“오랜만에 뵙습니다. 데르닌 자작 부인,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아르망 백작 부인? 어머나! 그 조그마한 아이가 소가주라고요? 정말 놀랍네요!”


신기하게도 부인들은 다프네 누님을 정말로 좋아했다. 워낙 붙임성이 좋고 살갑게 대하는 탓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다프네 누님은 기억력 천재였다. 한 번 본 기억은 절대로 잊히지 않는 순간 기억능력자였다. 대륙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바로 다프네 누님이시다. 물론, 그 기억을 남의 흑역사로 바꾸는 건 누님의 취미라는 점이 내게 있어선 최악의 능력이지만 말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다를 떠는 누님을 보며 나는 투명인간 모드를 시전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 수 없도록 샤이드와 시종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런 내 행동을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샤이드였지만, 나는 검은 깃털로 장식된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이럴 때 긴요하게 쓰이니 귀족 부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승무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승객 여러분, 탑승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에 다프네 누님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부인들과 작별 인사를 전했다. 자기에게 아들이 있었다면 며느리로 삼았을 텐데,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다며 붙잡는 부인들도 있었다. 내가 보기엔 다 빈말은 아니었다. 우리 가문은 왕국에서 유명했으니까. 다프네 누님을 놓치긴 싫겠지. 첫째 누님을 놓친 부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다프네 누님을 겨냥하는 건 당연했다. 아마, 왕립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혼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거다.


각설하고 우리는 먹잇감을 기다리는 와이번...이 아니라 거대한 비행선을 타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실 아직도 몸이 떨린다. 책에서만 접했던 와이번이란 생물을 눈으로 보려니 겁이 나는 건 당연했다. 옆에서 걷고 있던 다프네 누님은 내 마음도 모른 채 콧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 드레스 자락을 가느다란 손가락이 있었다. 바로 아리엘이었다.


“아, 아가씨, 전 돌아가면 안 될까요?”

“어, 안 돼. 아니 못 가.”


사실 보내주고 싶어도 이미 출구로 온 상태라 돌아갈 수 없었다. 이제 이 통로만 지나면 직진만 해야 한다. 마치 내 인생처럼! 그런데 왜 내가 아가씨라는 호칭에 익숙해진 거지? 이러면 안 돼! 정신 차려 엘렌! 드래곤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뭘 그렇게 중얼거려? 바보같이.”


뭐? 바보? 하아. 이해하자. 우리 누님, 무서워서 머리가 살짝 도신 게 분명하다. 이럴 때 힘이 되어 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나는 다프네 누님을 무시하곤 차분한마음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이 사람들 다 공작부인 파티에 가는 건가? 다들 옷차림이 화려하시네?


“너 바보냐? 귀족들은 항상 화려하게 다녀야 평민들이 우러러보지! 에구구구. 밖을 돌아다니지 않으니 이렇게 세상을 몰라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화려하게 다닌다고 평민들이 우러러본다니 이런 멍청한 생각을 할 수가! 정말 모든 귀족들이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우리 왕국의 장래는 밝지가 않겠어. 그런데 보네한 녀석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멍청함의 대명사라 그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드디어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부인! 사진 찍지 마시고 서둘러 올라주십시오!”


와 시부럴! 저 날카로운 눈깔을 보소! 날 잡아먹으려고 눈알을 굴리는 건가! 우리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날아다니는 도마뱀! 와이번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이번 안 봤으면 말하지 말어! 졸라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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