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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156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7.28 19:05
조회
293
추천
5
글자
10쪽

33화 - 그들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합니다.

DUMMY

33화 - 그들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들의 운명은 신께... 아니, 난폭한 정령님께 맡긴 채,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아이에게 다가갔다. 교복이 찢어진 부위엔 붉게 물든 피가 흘러나왔다. 내가 치유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고작 말 안 듣는 정령을 소환하는 능력밖에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말을 건네는 것뿐이었다. 나는 상냥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얘, 일어설 수 있겠니?”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에게 고마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원망과 증오가 가득했다. 이에 의아해질 수밖에 없는 나였다. 그는 힘겹게 일어서며 나에게 물었다.


“왜 나를 도와준 거지? 내가 불쌍해 보였나? 아니면 그 잘난 선민의식 때문인가?”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되묻자 녀석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야, 대답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나요?


“됐어.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


하! 참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사람을 구해줬는데 이런 태도로 나오다니. 내가 괜히 나선 것일까?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프시케 언니가 있었다면 나를 질책했을 거다. 녀석은 품에서 안경을 꺼내 썼다. 안경테가 낡고 바란 모습을 보니 꽤 오래 쓴 모양이었다. 그는 감정이 사라진 얼굴로 나를 그대로 지나쳐 걸어갔다. 다리를 절뚝거렸지만, 이마저도 내 부축을 거절했다. 좀 화난 표정이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나는 호기심을 느꼈다. 지금 이 상황은 화를 내는 게 정답이긴 하나 정말 궁금했다.


“얘! 너 부끄러운 거니?”


툭. 녀석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곤 뒤돌아선 나에게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여자한테 구해져서 부끄러운 거야?”


그러자 녀석은 피식 웃었다. 마치 어이없다는 듯 나에게 차가운 냉소를 보냈다. 아니, 그냥 질문한 건데 모욕까지 당해야 하나? 뭔가 손해 본 느낌이다.


“여자에게 구해졌든 남자에게 구해졌든, 원망은 같아. 그저 귀족에게 구해졌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뿐이야.”

“뭐? 그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 나는 너희들을 증오한다는 거야.”


뭐야 이 자식은. 하지만 녀석의 눈빛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고 싶다.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다. 이에 나는 이 아이의 기운에 살짝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녀석은 한 번도 가리켜주지 않은 나의 신상 정보를 꺼내 들었다.


“엘렌 S 슈네이도르.”

“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

“바람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아카데미 학생은 너밖에 없으니까.”


그렇긴 하네. 왕국에서도 드문 정령에 속해서 내 존재가 희귀하긴 하다.하지만 말 안 듣는 정령은 쓸모없는 존재다. 지금도 봐라. 녀석을 구하려고 온갖 아부로 움직이게 하지 않았는가? 녀석은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엘렌 S 슈네이도르, 한 번쯤은 살려주지.”


녀석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차가운 미소와 함께. 나는 녀석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소리쳤다.


“지랄 염병 떨고 있네!”


와! 끝까지 내 속을 뒤집어 놓고 가는 녀석이다. 세자 저하와 맞먹는 녀석을 만난 것 같았다. 물론, 둘의 성향은 정 반대 방향이지만 말이다. 나는 다시 구제불능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네그라도가 바람의 채찍으로 녀석들의 엉덩이를 때리고 있었다. 참... 아프겠다.


찰싹! 찰싹!


“으억! 제발! 그만 때려주세요! 컥!”

“한 번만 봐주세요! 켁!”


뭔가 짠하다. 그런데 나 괜찮을까? 귀족자제 4명을 쥐어 패고도? 왠지 불길한 예감이 팍팍 든다.


***


프시케 언니의 연구실.


나는 바닥에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 앞엔 부모님 출석요구서와 상벌위원회가 열린다는 공문서가 비스듬하게 놓여있었다. 나는 다음날, 녀석들에게 고발당했고 수업시간에 학생위원회의 손에 이끌려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는 프시케 언니의 연구실. 하아, 내 처량한 신세여. 정말 궁금한 사실이 하나 있다. 왜! 내 불길한 예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벗어나지 않을까? 한 번 정도는 빗나가도 되잖아! 그러자 프시케 언니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것참 좋은 재능이로구나. 어디 한 번 지껄여 보거라. 점쟁이가 되던 내 손에 죽던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될 테니까.”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막냇동생을 죽인다는 말을 내뱉으시다니. 그 말 책임지실 수 있겠습니까? 라는 말을 꺼냈다간 정말로 죽을지도...


“두 녀석은 전치 10주. 나머지 녀석들은 전치 5주가 나왔다.”

“아프겠네요. 치료비도 많이 나오겠고요.”

“녀석들이 합의 30주가 나왔으니 너도 그렇게 만들어 줄까? 그럼, 녀석들의 부모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겠지. 게다가 부모님까지 아카데미에 오시지 않게 될 테고. 어떠냐? 그렇게 해도 되겠느냐?”


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머리카락들이 춤을 출 정도로 말이다. 그러자 프시케 언니는 내 모습을 보시곤 큰 한숨을 내쉬셨다. 아직 이 공문서는 부모님께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시간문제다. 우리 영지는 수도 바로 옆이니 금방 전해질 거다.


“귀여운 엘렌이 남자 넷을 때리다니... 이 언니는 너무 슬퍼서 잠이 오질 않아.”

“네네. 다프네 언니는 그러시겠죠.”

“그래도 잘했어! 내가 힘이 있었다면 녀석들을 혼내줬을 거야!”


웬일로 기특한 말을 다하시네요? 나는 반색하며 말했다.


“오! 오랜만에 말이 통하네요!”

“내가 검을 뽑기 전에, 둘 다 그 입 다 물어라.”


우리의 대화는 바로 단절되었다. 저 미치도록 아름다운 목소리에 의해.


“엘렌, 그 아이는 찾아보았느냐?”

“저를 피해 다녀서 만나지 못했어요.”

“그렇군. 그 아이가 증인으로 나와야 네가 받을 벌이 줄어들 텐데.”


제 생각엔 그 녀석은 절대 만나주지 않을 걸요? 귀족을 증오하는 녀석이니 설사 프시케 언니라 할지라도 예의의 비웃음을 날려주겠죠. 에잇! 생각할수록 재수 없는 녀석이다. 누가 누굴 살려줘? 내가 자기를 살려줬는데 증인이 되지 못할망정 망언이나 내뱉고 말이야. 연구실 분위기가 다시 싸해지자 이번엔 카나폰 언니가 우리 눈치 보며 말했다.


“저... 프시케, 그 아이 내가 좀 알고 있는데...”

“카나폰, 네가 할 수 있는 일도 있던가?”


프시케 언니의 무시하는 발언에 카나폰 언니는 웃으며 혀를 배꼼 내밀었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짓곤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하긴 워낙 벌인 일이 많아야지. 아카데미의 문제아인데.


“내가 워낙 발이 넓잖아. 평민들이랑 자주 어울리는데 녀석이라고 모를까.”


하긴 우리 카나폰 언니는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날라리지. 아, 좋은 뜻의 날라리다. 워낙 성격 좋고 친근하게 다가가니 학우들이 다 좋아했다. 물론, 공부를 안 해서 문제지만.


“나에게 맏기라구! 오늘 안에 이 자리로 오게 만들 테니까!”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지금은 달리 방도가 없었다. 날라리 언니를 믿을 수밖에. 그리고 그 결정은 최악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


나는 카나폰 언니와 함께 녀석이 거주하는 남 기숙사로 향했다. 가다가 하리나 선배를 만났는데 귀족만 간다면 녀석이 문전박대할 확률이 높다며 합류한 거다. 녀석이 귀족을 엄청 싫어하니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리는 여 기숙사 바로 옆에 있는 남 기숙사에 도착했다. 이미 해는 어둑어둑 지고 있으니 밤이 찾아오는 시간은 금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되나요?”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었다. 왜 검은 꺼내고 계신 걸까? 그녀는 검을 꺼내 공중으로 던지곤 대답했다.


“어. 엘렌 후배님은 옆에 있으면 돼.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검은 그녀의 손에 회수되었다. 그 모습이 정말 듬직하기는커녕 뭔가 불길하다. 검을 꺼낸 것도 그렇고 카나폰 언니가 실실 웃으며 통신 구슬을 붙잡고 있는 것도 그렇고. 왠지 이 자리를 뜨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하리나! 준비해! 케인이 신호를 보냈어!”


카나폰 언니의 말에 하리나 선배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드러냈다. 검이 허공에 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났다. 점차 높아지네. 그런데 저 멀리 베르거가 전공 서적을 가슴에 품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가 나무 뒤에 숨어서 기다리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런데 숨으려면 단단히 숨어야 하는데 왜 검을 던지는 거야? 그 의문은 바로 풀렸다. 너무나 좋지 않은 쪽으로.


“엘렌은 나오지 마. 리우리케! 지금이야!”


엥? 리우리케까지 온 거야? 카나폰 언니의 외침에 베르거 뒤에서 리우리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리우리케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낚시용 그물을 던졌다. 그러자 하리나 언니와 카나폰 언니가 나를 두고 녀석에게 뛰쳐나갔다. 그러면서 하리나 선배가 녀석의 목에 검을 겨누며 말했다. 그것도 진지한 표정으로.


“베르거, 순순히 따라온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카나폰 언니 패거리들이 베르거와 친분 있기는 개뿔! 처음부터 납치하려던 것이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도 다 이 작전을 펼치려고? 나는 베르거의 눈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읽어냈다. “이 병신들이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말이 얼굴에 쓰여 있었다. 나는 참담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카나폰 언니는 해맑은 표정으로 내가 숨어 있는 방향에 소리쳤다.


“엘렌! 이제 나와도 돼!”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었다면 그 안에서 평생 숨었을 거다. 이분들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했다. 그것도 최악으로 말이다. 신이시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내가 무교여서다. 신앙심이라곤 쥐뿔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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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 너와 판박이야. +4 17.08.15 237 6 11쪽
49 49화 -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지. 17.08.14 180 6 9쪽
48 48화 - 네 녀석의 머리에 각인시켜 줄 테니. +2 17.08.13 230 6 11쪽
47 47화 -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2 17.08.12 261 5 12쪽
46 46화 - 이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17.08.11 268 5 10쪽
45 45화 - 목숨 값으론 싼 편이지 않습니까? +4 17.08.10 287 4 9쪽
44 44화 - 사인 좀 해줄래? 17.08.09 276 5 9쪽
43 43화 - 엘렌도 많이 변했지. 17.08.08 292 6 11쪽
42 42화 -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 +4 17.08.07 275 6 11쪽
41 41화 -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2 17.08.06 278 6 11쪽
40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6 17.08.05 246 8 12쪽
39 39화 - 제대로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17.08.04 281 5 12쪽
38 38화 - 나중에 알려주었으면 하는구나. 17.08.03 378 5 10쪽
37 37화 - 복채라도 넣어드릴까요? +4 17.08.02 358 5 11쪽
36 36화 - 도서관에서 생긴 아주 나쁜 일. 17.08.01 458 5 10쪽
35 35화 -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나 보다. +2 17.07.30 412 7 11쪽
34 34화 - 끊을 수 없는 마약이네. +2 17.07.29 407 5 12쪽
» 33화 - 그들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합니다. 17.07.28 294 5 10쪽
32 32화 - 체벌식이 있겠습니다. 17.07.27 380 6 11쪽
31 31화 - 저를 도와주세요. 17.07.26 325 5 11쪽
30 30화 - 제가 당신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17.07.25 350 5 11쪽
29 29화 - 한 번 말했다. 17.07.24 372 7 10쪽
28 28화 -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2 17.07.23 400 5 11쪽
27 27화 - 너 어떻게 알았어? +4 17.07.22 50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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