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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44,159
추천수 :
712
글자수 :
509,217

작성
17.07.10 19:05
조회
763
추천
9
글자
11쪽

15화 - 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DUMMY

15화 - 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엘렌 아가씨! 너무 아름다우세요!”

“아리엘, 도련님이라고 불러 줄래?”

“네에? 그래도 모처럼 드레스를 입으셨으니 아가씨라고 불러야죠!”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리엘은 쿡쿡 입을 가리며 웃었다. 저택에서 이틀거리 정도 되는 마을에 살고 있는 부모님께 다녀온 아리엘의 기분은 주변 사람들을 흔들어댔다. 그 피해자가 다름 아닌 나라는 게 문제지만. 이거 괜히 휴가 다녀오라고 한 거 아닌지 모르겠다. 기분전환 목적으로 보낸 건데 말이야.


“됐다.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일 테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휴가 전에는 태클 거는 일이 적더니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내 속을 긁어대는 것일까? 설마, 샤이드 그 사건 때문인가? 내가 목소리 녹음 안 했다고 보복하는 건가. 아니다 마음씨 곱고 착한 아리엘이 이럴 리가 없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내곤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튼, 가자. 다들 지하에 있는 세례식장에 모여 계실거야.”

“으아, 떨리네요. 제가 참관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 가서 나를 돕는 일이니까. 아니, 거의 없다고도 무방하지. 참고로 다프네 누님도 세례식 때, 수발들 하녀를 참관시켰거든.”

“아, 모네 언니 말씀이군요?”

“그래, 어차피 네가 하는 일은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정말 할 일은 없을 거야.”


우리는 방에서 나와 긴 복도를 걸었다. 아리엘의 표정을 보니 긴장과 기쁨 서로 상반되는 감정들이 오밀조밀하게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피식 웃었다. 걸을 때마다 불편한 드레스가 걸리적거렸지만, 아리엘이 풀어내는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지하에 도착했다. 그러자 아리엘의 수다는 끝이 났다. 남동생 이야기 전에 딱 끝나버려서 약간 아쉬웠다.


그러는 것도 잠시, 식장엔 부모님을 비롯하여 프시케 누님 내외, 다프네 누님과 오랜만에 보는 고모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어머님 가문과 겹사돈을 맺었다. 그래서 고모부와 사촌누나들은 모두 은발이었다. 아, 은발 너무 부럽다. 그러는 사이 프시케 누님과 동갑인 카나폰 누님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셨다.


“우와! 미의 여신이 강림했다! 우리 엘렌 짱!”

“내 말이 맞지? 우리 엘렌은 장차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될 거라고!”


그 옆에서 눈을 반짝이는 카나폰 누님의 쌍둥이 동생, 테르실라 누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말이 없는 성격이라 과묵하시다. 나는 예의를 갖춰 먼저 고모 내외분께 인사를 올렸다.


“세실 고모, 베르나우 후작 각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잘 지냈단다. 그나저나 우리 엘렌이 훌륭하게 성장했을 줄은 몰랐구나. 가문의 홍복이구나.”


세실 고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베르나우 후작 각하도 마찬가지. 멋들어진 은발머리가 매우 어울리시는 분이셨다. 테르실라 누님이 후작 각하를 조용한 성격을 닮으셨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기특하게 바라보셨다. 우리는 반갑게 대화를 나누고 세례식을 기다렸다.


한창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을 때, 가만히 목을 축이시던 프시케 누님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에 다프네 누님을 비롯해 사촌들은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원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검을 들고 사람을 패는 일을 잘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표정을 보면 우리와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엘렌, 잠깐, 나 좀 보자꾸나.”

“네? 이제 곧 세례식이 시작될 텐데요?”

“아직 큰 어르신이 오시지 않아서 조금 늦어질 것 같다. 길게 끌 이야기도 아니니 따라오너라.”


그럴 거면 그냥 명령을 내리시지 그러셨어요. 그럼, 따라갔을 텐데. 프시케 누님은 아버지께 허락을 받은 후, 우리는 지하실에서 올라왔다. 그리고 모두가 잠들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복도를 지나 아무도 없는 조용한 정원에 도착했다. 평소 심심하면 산책하러 나오는 장소라 긴장감은 없었다. 우리는 말없이 정해진 산책로를 걸었다.


그러고 보니 프시케 누님과 이렇게 걷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론데르만 후작 가문으로 시집을 가신 이후, 처음이었다. 벌써, 2 년이 지났다. 호로로로로. 이건 홀로라는 새가 구슬피 우는 소리였다. 워낙 잘 꾸며놓은 정원이라 많은 동물들이 휴식을 취하곤 했다. 홀로도 그 중 하나다. 뭔가 단어가 이상하다 느낄지도 모르지만, 홀로는 그 홀로와 매우 다르다. 그래, 다르지! 암! 그런데 언제쯤 이야기를 하시려나. 뭔가 감추고 계신 것 같은데 말이다.


“엘렌.”


올 것이 왔구나. 나는 성실히 대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어제 세자 저하를 만났다.”

“!”


나는 놀라움을 감추고 재빠르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프시케 누님은 내 대답이 없자 계속 이어나가셨다.


“세례식을 보고 싶다고 부탁하시더구나. 그래서 나는 거절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정말, 누님은 왕족이 두렵지 않으신 건가? 어떻게 세자 저하의 부탁을 거절하신 거지? 아무리 세력이 미약하고 힘이 없다고 하더라도 왕족이다. 이건 처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나도 세자 저하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많았지만. 그러나 놀라운 건 그 다음 이야기였다. 프시케 누님은 걸음을 멈추시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너를 세자빈로 맞이하려 하려더구나.”

“헉!”

“네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구나.”

“아, 아니 그게...”


재빨리 표정을 감춘 내 얼굴을 어떻게 읽은 건지는 몰라도 프시케 누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셨다.


“그래서 그것도 거절했다.”

“누님, 이건 다...”

“그만! 너는 그냥 듣고만 있거라.”

“네, 알겠습니다.”


나는 체념했다. 어떻게 프시케 누님이 세자 저하를 만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까지 다 밝혀버린 세자 저하가 살짝 원망스러웠다. 숨기거나 거짓말 할 수도 있었는데 왜 누님에게 다 말해버린 것일까?


“세자 저하를 원망하는 눈빛이구나.”

“아닙니다.”

“엘렌, 우리 가문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 왜 그런 줄 아느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내가 말을 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계속 주입된 내용이었다. 그러니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말해 보아라.”

“슈네이도르 가문의 초대 가주님의 유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가문이 가진 힘은 절대 안에서 배출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될 시...”


프시케 누님은 내 입을 막곤 무서운 눈빛으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형이다. 우리 가문이 중립을 버리게 되면 특별법에 명시 되어있는 것처럼 반역자로 찍히게 되어 죽게 된다. 알고 있는데도 세자와 가까이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내 입장에선 정말 억울했다. 내가 원해서 만난 것도 아니고 세자가 먼저 접근했는데 어떻게 막겠는가? 내가 상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정령사라고 해도 왕족의 명령은 거부할 수 없다. 적어도 가주나 소가주, 높은 직책을 맡은 사람이 부당한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프시케 누님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엘렌, 고개를 들어라.”


내가 고개를 들자 프시케 누님은 나를 안으며 등을 토닥여 주셨다. 어렸을 적에 다프네 누님이 나를 울리면 항상 프시케 누님이 나를 안아주셨다. 나는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에 내 마음을 누님에게 맡겼다.


“미안하구나. 네가 세자 저하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란다.”


응? 이건 무슨 개소리야? 과거의 감동이 아름다운 유리창이 바닥에 떨어진 것처럼 와장창 깨져버렸다. 나는 이 황당한 말에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까?


“저, 누님?”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아니 그게 아니라...”

“한 번 더 나불거렸다간 동생취급은 없다.”


누님의 살벌한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오해가 심각한데...


“네.”

“이번 세례식에서 네가 남자가 될지 여자가 될지 알 수 없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느냐?”


당연히 알지요. 내가 남자가 되면 문제가 커진다는 걸요. 물론, 전 세자 저하를 길거리에 널려있는 돌멩이보다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알았으면 됐다. 내년에 아카데미로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레 잊혀 지겠지. 짝사랑은 가슴 아픈 일이다.”


순간 누님도 해보셨냐고 물어볼 뻔했다. 북쪽에서나 볼 수 있다는 만년서리보다 더 냉랭하신 우리 누님이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정말 궁금했다. 아무튼,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계신 누님을 바로 잡아야겠다. 이러다 집안에 알려지면 난 개망신이다. 특히, 다프네 누님이 평생 놀려먹겠지. 그래, 우선 억울함을 푸는 일이 먼저다.


“프시케 누님, 전 세자 저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더냐?”


나는 프시케 누님의 품에서 나와 굳은 결의를 다지며 말했다. 아, 굳은 결의까진 없어도 되려나.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세자 저하가 저에게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원하는 것이라니. 설마,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작업을 할리 없잖아. 내 말에 프시케 누님은 두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하셨다.


“그럼, 세자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거로군.”

“어... 그렇게 되는 셈이죠.”

“알겠다. 그만 돌아가자꾸나. 지금쯤이면 큰 어르신도 와 계실 테니.”

“알겠습니다.”


프시케 누님은 눈을 뜨셨다 슬쩍 표정을 보니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러다 세자 저하를 만나면 반쯤 죽여 팰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게 왜 거짓말을 해서 프시케 누님을 화나게 합니까? 네?


***


“후후후. 그 한마디에 나를 그냥 보내주다니. 엘렌 공을 끔찍하게 아끼는 언니로군.”


제르딘은 아직도 폐부를 찌르는 느낌에 두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마치 추위에 떨고 있는 듯 떨리고 있었다.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걸 보면 어지간히 화가 났었나보다. 제르딘은 슈네이도르 저택이 보이는 언덕 위에서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았다. 체온조절 마법이 걸려있는 외투를 입은 탓에 그다지 춥진 않았다.


“궁금하군. 엘렌이 어떻게 될지 말이야.”


그는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본 저택은 슈네이도르 가문의 저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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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 너와 판박이야. +4 17.08.15 237 6 11쪽
49 49화 -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지. 17.08.14 180 6 9쪽
48 48화 - 네 녀석의 머리에 각인시켜 줄 테니. +2 17.08.13 230 6 11쪽
47 47화 -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2 17.08.12 261 5 12쪽
46 46화 - 이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17.08.11 268 5 10쪽
45 45화 - 목숨 값으론 싼 편이지 않습니까? +4 17.08.10 288 4 9쪽
44 44화 - 사인 좀 해줄래? 17.08.09 276 5 9쪽
43 43화 - 엘렌도 많이 변했지. 17.08.08 29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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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2 17.08.06 278 6 11쪽
40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6 17.08.05 24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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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 운명을 정하는 날. +14 17.07.11 837 10 11쪽
» 15화 - 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6 17.07.10 764 9 11쪽
14 14화 - 허황과 당황 사이. +6 17.07.09 73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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