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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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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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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9,217

작성
17.07.0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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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4쪽

5화 - 이번엔 정령을 타보겠습니다.

DUMMY

5화 - 이번엔 정령을 타보겠습니다.


뜻밖에도 와이번 비행은 쾌적했다. 갖출 건 다 갖춘 넓은 방과 최신 도서들이 즐비했고 무엇보다도 좋은 건 나 같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다프네 누님이 미리 알고 신청한 건지 몰라도 와이번 비행. 나름 나쁘진 않았다.


다만, 창밖으로 펼쳐진 처참한 광경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흑색으로 치장한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집에서 입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돌아왔다. 아리엘에게 핀잔을 들었는데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이 방은 온전히 내 것이니까.


“그런데... 다프네 누님은 왜 여기 계신 겁니까?”


내 침대에 누운 채 깔깔거리며 만화책을 보고 있는 다프네 누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어떻게 남자 방에서 저런 기품 없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남동생은 예외로 둔다고 해도 이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네그라도를 불러... 이건 기억 속 아주 깊은 곳으로 저 멀리 보내자. 아직 정식으로 허락받지 못한 상태에서 또 꺼냈다간 이번에는 차디찬 감옥행 열차를 탈지 모른다. 요즘엔 탄광이 주목받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확! 그곳으로 보내버릴까보다. 후우, 다시 돌아와서 네그라도는 불가다. 절대 불가!


“나가주시죠.”

“싫은데? 내 방은 지루하단 말이야.”

“어차피 똑같은 방이지 않습니까? 누님 방이랑 여기랑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다프네 누님은 키득거리더니 책을 덮곤 나에게 말했다. 겉표지를 보니 소년만화였군.


“당연히 있지! 내 귀여운 여동생 엘렌에게 예쁜! 드레스를 입혀야 하거든!”


아 뇌야. 뇌가 아프다는 말이 이런 말이구나. 선인들의 명언은 언제나 옳다. 나는 지긋지긋한 여동생이란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내가 나가지. 도착하기 전까지 숨어 있는 거야!


“노노노. 그렇게는 안 되지. 이 누님은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단다! 차분히 내 옆에서 기다리렴!”

“누가 기다리라고 말하면 제가 기다릴 사람처럼 보이십니까? 그럼, 전 이만. 소년만화나 보십시오.”

“과연 이 말을 듣고도 그냥 갈 수 있을까?”


나는 다프네 누님의 의기양양한 외침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언증이 약간 있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선 절대 헛된 소리를 하실 분이 아니었다. 이건 17년 간 겪은 내 내공이 말하고 있었다.


“우선 들어보도록 하죠.”

“언니가 너에게 전하라고 했어.”


나는 흠칫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첫째 누님이 전하는 말이라니. 여기서 무시했다간 비 오는 날 매 타작을 당할 수 있었다. 큰 누님은 그 정도로 무서운 분이시다. 어쩌면 우리 가문에서 가장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분이었다. 그것도 은발의 마녀라는 호칭으로 말이다. 그에 비해 눈앞에 있는 다프네 누님은 발톱에 때만큼도 상대가 안 된다.


“첫째 언니 무서운 거 알지?”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보다 더 무서운 분이시죠.”

“그 말 그대로 전해드릴까?”


나는 실언을 주워 담을 수밖에 없었다. 한다면 하는 사람이 바로, 다프네 누님이었으니까.


“하하하. 아닙니다. 제가 언제 무섭다고 하하하.”

“뭐, 시중에 나온 미스니크 시리즈를 사준다면 입 다물어 줄 수 있는데... 안 되겠지?”


안 되고말고! 내가 그 물건을 살 정도로 돈을 모았으면 집을 나가고도 남았다! 우리 누님 제발 현실 감각 좀 되찾으세요. 왕립 아카데미는 어떻게 합격하신 겁니까? 설마 부정입학은 아니겠죠?


“에이, 설마. 이 언니는 기억력 하나는 자신 있단다! 하루 전에 통째로 외웠더니 그대로 시험 문제 나오더라. 그래서 1등으로 입학했지!”

“참 재수 없군요.”

“다들 그 말 하더라. 뭐 어쩌겠어. 나 같은 둔재는 기억력이라도 좋아야지. 호호호. 그런데 재수 없다고?”

“망각.”

“반사.”

“쳇! 누님, 많이 발전하셨군요.”


어느새 갑을관계가 바뀐 남매였다. 칼자루를 쥔 사람은 다프네 누님, 나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 치욕은 반드시 갚아 주리라!


“뭐, 됐고 아무튼, 프시케 언니가 반드시 드레스를 입고 공작부인 파티에 참석하래.”

“증거 있습니까? 프시케 누님이 보냈다는 증거 말입니다.”

“당연히 있지! 영상 마법으로 보내오셨는걸!”


나는 다프네 누님이 내민 수정구슬을 보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유일하게 남자 취급해주던 누님에게 배신당한 느낌은 가파른 절벽에서 수직 낙하하는 느낌이었다. 그토록 믿고 있던 분이였건만... 오늘따라 술이 땅기는구나. 참고로 술은 한 번도 마신 적 없다. 아직은... 미성년자였으니까.


“술은 파티에서 많이 마실 수 있으니까. 거기서 마셔. 어쨌든! 내 귀여운 여동생 엘렌은 이제 여자라는 거! 프시케 언니가 인정했으니. 인정?”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내 성별을 남이 결정하다니! 이건 인권 모독이다! 반드시 세례식 때, 남자가 될 것이다. 남자가 되면 소가주가 되겠지. 그럼, 다프네 누님을 멍청한 보네한 녀석에게 시집을 보내야겠어! 양가 이득! 가문의 평화! 피스!


“멍 때리지 말고 목욕부터 하렴. 코르셋은 필요 없으려나. 워낙 엘렌의 몸매가 뛰어나니 이건 내가 졌네.”

“그런 거로 졌다고 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 불쾌합니다.”

“그런데 그거 알아? 가슴 크기는 내가 이겼다!”

“하아, 질 낮은 말은 제 방에서 금지입니다. 드레스, 입어 드릴 테니 제발 나가주세요.”


내가 가슴이 어디 있다고 저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까 집어넣었던 가슴 뽕은 쓰레기통에 처박은 지 오래다. 다프네 누님이 몇 마디 더 던졌지만, 내가 답변하지 않자 피곤하다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친 느낌이었다. 이제는 사교계에 여자로 데뷔하게 되었다.


물론, 정식 데뷔는 아니었다. 어느 가문마다 성인식은 있었으니까. 성인식을 마친 자제만이 나올 수 있는 사교계라 내 상황이 예외적이라 할 수 있었다. 남자로 당당히 데뷔하여 여자들을 후리는 게 내 목적이었는데 다 글러 먹었다. 네, 글러 먹었습니다. 막말해도 신세는 바뀌지 않으니. 이런 내 신세를 한탄하며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기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승객 여러분, 잠시 후, 트레디오스 공작 령에 도착할 예정이오니 차분히 방에서 기다려주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승객 여러분 잠시...”


나는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창밖을 보니 붉은 노을이 구름을 헤치고 넘어가는 중이었다. 그래. 나도 저 노을처럼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내 목표를 이룰 것이다. 반드시!


덜컥!


“엘렌! 드레스 입을 시간이야.”


다프네 누님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참고로 난 무교다. 아무나 들어주겠지. 신이시여! 제발 저 간악한 여자를 벌해주소서!


***


내 다시는 와이번 비행선을 타나 봐라! 다시 한 번 타면 성을 간다! 성을! 나는 녀석의 얼굴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렸다. 어? 근데 저 녀석 나한테 피식한 거 같은데? 가소롭다는 거냐? 어디 동물 주제에! 내 옆에서 걷던 아리엘이 조용히 내게 말했다.


“저어, 엘렌 아가씨, 내일도 와이번 비행선을 타야 하는데...”


그럼, 그 말 취소. 원래 말은 주워 담을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 그런 거죠.”


피식 웃는 모습이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가 보다. 역시 샤이드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녀석을 힐끔 쳐다보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빛나는 외모를 목석으로 만드는 재주는 아마 샤이드밖에 없을 거다. 나였으면 여자 꽤 울리고 다녔을 텐데!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있네? 서두르자!”


다프네 누님은 출구로 나와 마차를 잡으려 했다. 그런데 저녁이라 그런지 비어 있는 마차가 없었다. 다들 공작부인의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이라 가문의 힘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다들 한가락씩 하는 가문들이었다.


나는 불편하고 실용적이지 않은 드레스를 입은 채 다프네 누님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주변 시선들이 왜 나한테 쏠리지? 내가 그렇게 유명인사인가? 어라? 샤이드하고 수습 기사들 얼굴이 엄청 빨개졌네? 어디 아픈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엘렌, 어떻게 하지? 빈 마차가 없어!”

“으음, 샤이드 공, 공작부인이 보낸 마차는 없습니까?”

“다음에 올 마차는 한 시간 뒤라고 합니다. 기다리면 파티에 늦습니다.”


샤이드의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는 다프네 누님이었다. 이럴 땐 천생 여자라니까. 나는 늠름하게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일행에게 말했다.


“제 정령을 타고 가도록 하죠. 이 정도면 국가에서도 이해해 줄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잘못하면 큰 처벌을 면치 못할 겁니다.”


샤이드의 걱정에 나는 문제없다는 표정으로 대했다. 뭐, 아무리 멍청해도 보네한이 알아서 잘했겠지. 우리 가문에서도 서류를 보냈다고 하니 오늘 정도면 해결되었을 게 뻔했다. 계산을 마친 나는 바로 네그라도를 소환하기로 했다. 아차차. 장소를 이동해야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곳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신기하다. 우리 막내가 정령술이라니. 이 언니는 정말 여동생 하나는 잘 둔 것 같아.”


네네. 잘도 그러시겠죠. 우리는 어두컴컴한 골목길로 이동한 후, 주변을 살폈다. 혹시 있을 사람들의 시선을 경계해야 했다. 정령이 이 대륙에서 흔한 건 아니었으니까. 나는 심호흡을 한 후, 녀석을 불러냈다.


“바람의 정령, 네그라도 소환!”


그러자 작은 돌풍이 일며 한 소녀가 나타났다. 수도거리에서 소환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단지 녀석의 얼굴에선 함박꽃이 피었지만 말이다. 정령을 처음 본 일행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워낙 드문 재능이기도 했고 성별이 있는 정령은 매우 희귀했다. 녀석이 상급 정령이니 그럴 만도 했다.


-엘렌! 지금 현신시켜주는 거야? 나 너무 기뻐!-


어... 아직 기뻐하긴 일러. 그 생각은 집에 가서 한 번도 안 했거든. 나는 이 말을 속으로 생각하곤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또 제멋대로 굴면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오늘은 부탁이 있어서 그래.”


녀석은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기운을 차렸다. 역시 현신이란 단어는 녀석들에겐 마약이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널 현신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것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무슨 부탁인데? 다 들어줄게! 이 왕국을 파괴해 줄까? 아니면 사람을 반쯤 죽여줄까?-


무슨 정령이 이런 과격한 말을 사용하는 거야? 내가 알고 있던 정령에 대한 환상이 다 깨지려고 하네. 그런데 다프네 누님은 감탄을 하며 녀석에게 엄지를 척하고 건넨다. 그걸 또 냉큼 받아먹는 과격한 정령님이다.


“난 그런 부탁은 안 해.”


-에이 시시하게. 전에 날 소환했던 녀석은 이것저것 파괴해달라고 했는데! 그때가 참 재미있었지.-


널 소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구나? 누굴 감방으로 보낼 일 있나! 난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이 녀석을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진 당분간 소환하지 말아야겠다. 그 날이 올지는... 나도 모르겠다.


“우리를 트레디오스 성까지 보내줘.”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게 말했다.


-그게 끝이야?-


“어 끝이야. 할 수 있지?”


내 물음에 한숨을 푹푹 쉬는 네그라도님이었다. 얼마나 파괴하고 싶었으면 이런 부탁을 고민까지 하냐?


-어쩔 수 없지. 소환자의 부탁이니까. 10분이면 도착할 거야.-


“10분? 정말 빠른데?”


-멍청한 소환자의 피가 섞여 있는 걸 보니 자매구나?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네그라도의 말에 한껏 기분이 상승한 다프네 누님이 웃으며 답했다.


“그거야 아름답고 지적이신 정령님이 더 잘 알겠죠!”


-에헴! 그렇지! 넌 인물 볼 줄 아는구나?-


“서로 마찬가지 아닌가요? 호호호!”


꼴값 떨고 있네. 죽이 척척 맞으니 덤 앤 더머가 따로 없다. 나는 네그라도와 누님의 대화를 멈추게 하고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오래 끌다간 내 몸속에 있는 소중한 정령력이 빠져나간단 말이다.


-쳇!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인간을 만났는데. 어쩔 수 없지. 네가 너무 허약하니 말을 들어줄 수밖에. 윈드호스 소환! 자, 여기에 타.-


여섯 마리나 소환하다니 이런 미친! 내 정령력이 쭉쭉 빠져나가잖아!


-뭐야. 이 정도도 안 돼? 실망이야. 어쩔 수 없지. 잘생긴 기사 양반. 네 기 좀 빌려줘.-


이제는 기까지 뺏어대는 정령이 되었다. 샤이드는 고개를 끄덕인 후, 녀석을 향해 기를 보냈다. 푸른색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스멀스멀 나오자 네그라도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흡수했다. 나는 빠져 나가는 정령력이 줄어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이고. 어쩌다 내가 이런 녀석과 계약을 맺다니. 수치스럽다. 내가 어디 가서 계약을 맺었다고 말을 못해.-


“시끄럽고 빨리 움직여.”


이 시간에도 내 정령력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내 재촉에 네그라도는 드디어 우리를 이동시키기로 했다.


-자! 이동할게! 출발!-


낭랑한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우리는 정말...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깜빡하고 있었다. 녀석은 정말 이동만 시켜주겠다는 말이었음을. 탑승자에 대한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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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 사인 좀 해줄래? 17.08.09 27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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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2 17.08.06 278 6 11쪽
40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6 17.08.05 24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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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 나중에 알려주었으면 하는구나. 17.08.03 378 5 10쪽
37 37화 - 복채라도 넣어드릴까요? +4 17.08.02 358 5 11쪽
36 36화 - 도서관에서 생긴 아주 나쁜 일. 17.08.01 458 5 10쪽
35 35화 -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나 보다. +2 17.07.30 412 7 11쪽
34 34화 - 끊을 수 없는 마약이네. +2 17.07.29 40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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