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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네이도르 가문의 막내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말로링
작품등록일 :
2017.06.29 14:07
최근연재일 :
2017.10.02 12:45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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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글자수 :
50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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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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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DUMMY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너... 누구야?”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조치는 그의 정체를 묻는 일이었다. 하지만 묻고 나서 생각해보니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약간 장난 어린 얼굴로 대답했다.


“범죄자에게 ‘너 누구야?’라고 물으면 대답할 것 같나요? 엘렌 아가씨?”


하긴 그렇다. 어떤 멍청한 범죄자가 자신의 본명을 말하겠나? 녀석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차! 내 정신 좀 봐. 이 남자는 나를 납치하려던 자였지!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이에 그는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내 행동이 우스운 건지 아니면 내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자신 있다는 건지 당최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프시케 언니와는 다른 의미로 말이다.


“목적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겠지?”

“아뇨.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엘렌 아가씨를 블랙 아미의 아지트로 데려가는 일. 그게 바로 제 목적이죠.”


역시인가. 이제 녀석들은 노골적으로 나를 원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어떤 이들은 나를 죽이려 하고 어떤 이는 나를 납치해서 데려가려고 하고.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모두 블랙 아미라 한다면 녀석들은 지금 내분을 겪고 있는 걸까? 왠지 그 부분은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누가 자신들의 내홍을 외부인에게 말해주겠나? 그래서 원론적인 질문을 선택했다. 내 생각엔 이것도 말해주지 않을 것 같다만. 시간끌기용이니 상관없었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얼마든지 대답해드리죠. 아직 시간은 충분하거든요.”


녀석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가장 궁금한 점을 물었다. 바로,


“블랙 아미의 위치는?”

“에이. 벌써 아시면 안 되죠. 아직 후보에 불과하신데요. 가서 검증을 받으셔야죠.”


하긴 대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리블레다인 공작이 사형에 처해진 후, 블랙 아미는 10년 동안 숨죽인 채 살아왔다. 그렇다면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꼭꼭 숨어있단 말이다. 대답을 거부한 녀석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마치 누가 나타나도 상관없다는 듯 내 질문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 제발 여자 교복은 아니지 않아? 내 눈에서 피가 나올 것 같다구!


“아쉽네요. 엘렌 아가씨가 좋아하실 줄 알고 이렇게 입고 왔는데 말이죠. 공작부인 파티에서도...”


거기까지는 가지 말자. 우울해질 것 같거든. 그런데 왜 네가 아쉬워하냐? 난 건전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야. 절대 그런 이상한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구. 그러자 녀석은 슬픈 표정으로 눈물 연기를 펼쳤다. 참으로 가증스럽다.


“그 말은 저 같은 사람...”

“닥치세요. 그 이상 올라갔다간 큰일 납니다.”

“후후후. 장난이었습니다. 많이 놀라셨나요?”


내 다그침에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설마, 블랙 아미에 속한 녀석들이 다 네 놈 같은 건 아니겠지?


“글쎄요? 빡빡이도 있고 노인도 있고 젊은이도 있고 중년인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죠. 어떠십니까? 저희 블랙 아미에 가입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거절할 수 있는 거야?”

“당연히 없죠. 아시면서.”


알긴 뭘 알아? 내가 원해서 네 녀석들의 수장이 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 대답은 녀석이 대신 해주었다.


“죽어서 저승에 가시면 리블레다인 공작 각하께 물어보십시오. 저희는 그분의 유언에 따를 뿐입니다.”


저승드립은 재미있었다만, 이제 끝내자구나.


“미안하지만 나는 너를 따라갈 수 없어. 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거든.”


내 거절에도 녀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제 생각엔 이미 평범하게 살아가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엘렌 아가씨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거든요.”

“이봐요. 내가 신도 아니고 고작 귀족 가문의 딸일 뿐인데 세상을 변화시키다니? 당신이 속한 블랙 아미는 사이비 종교 집합소인가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죠.”


아니 왜 수긍하는 건데? 내 비아냥거림에도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속도 참 좋은 녀석이다. 녀석이 모시는 주군은 참으로 불쌍했다. 누군지 궁금할 정도로 말이다.


“그거야 당연히 엘렌 아가씨죠. 하하하하.”


녀석의 대답이 참 기가 찰 노릇이다. 내가 공중으로 침을 뱉었는데 그게 내 얼굴에 맞은 기분. 그래, 그게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니까 이 녀석은 나를 주군으로 모신다는 뜻이다. 나는 급격하게 피곤해졌다. 이 녀석과 더 이야기했다간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됐고 나는 아카데미에서 나가지 않을 테니 너 혼자 가. 그리고 가서 전해. 나는 절대 블랙 아미 수장이 될 수 없다고 말이야.”

“그것 참 유감이군요. 좋은 말로 할 때 고분고분하게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녀석의 붉은 눈동자가 심하게 거슬렸다. 마치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맹수처럼 사나워졌다. 하지만 무섭지 않았다. 나에게는 바람의 정령인 네그라도가 있었다. 설마, 소환사가 위험한데 내 지시에 따라주겠지.


“네그라도 소환!”

“호오. 상급 정령을 소환하시는 겁니까? 이거 재미있게 되었군요.”


녀석은 내가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긴 그러니까 내 이름을 알고 프시케 언니로 변장하여 납치할 생각을 했겠지. 나는 강하게 이는 바람에 치마를 붙잡았다. 그런데...


“야! 너, 너 치마 안 잡을 거야?”

“지금 제 걱정을 해주시는 겁니까? 역시 마음이 따뜻하신 주군이시군요!”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너무 당당하게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녀석 때문에 나는 바람에 흩날리는 교복 치마 안쪽에 자리 잡은... 남자의 속옷을 볼 수 있었다. 시선을 돌리고 싶은데 돌릴 수가 없어! 으아, 내 눈! 그래도 네그라도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드디어 안구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천만다행이다. 오랜만에 소환된 네그라도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지금 내가 위기상황이거든? 그러니 나를 보호하면서 저 녀석을 이곳에서 쫓아내 줘.-

“상급정령은 처음 봅니다. 덕분에 눈 호강은 잘했습니다. 엘렌 아가씨. 아니, 주군.”


너 좋으라고 소환한 거 아니거든요. 그리고 나는 네놈의 주군도 아닙니다.


-엘렌, 너 바보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되묻자 네그라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너와 더는 할 이야기가 없다는 뜻이었다. 순간 깊은 빡침이 속에서부터 올라와 욱할 뻔했지만, 이내 돌아갔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힘이 없다... 네그라도가 삐져서 사라지면? 녀석에게 납치당하는 미래가 눈에 훤히 보일 정도였다.


“이런, 역시 상급 정령인가요?”

-흥! 실체가 없는 네 녀석에겐 흥미가 없어. 엘렌, 다시는 이런 일로 날 부르지 말라고.-


녀석은 토라진 채로 한 줌의 바람이 되어 사라졌다. 나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매우 허탈했다. 주인의 명령을 무시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역 소환을 해? 그래! 차라리 계약 파기를 하자구! 나도 너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엘렌 아가씨.”


주군이라고 했다가 엘렌 아가씨라고 했다가 나를 부르려면 호칭은 똑바로 정하자. 내 입장에선 둘 다 싫다.


“아 왜!”


내가 짜증스럽게 대답해도 녀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적에게 동정을 얻다니... 하아, 나는 정말 구제 불능이다. 솔직히 나는 정령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소녀일 뿐이다. 프시케 언니처럼 검술에 특화된 것도 아니고 다프네 언니처럼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나는 재능이 없었다. 그런데 녀석은 그런 나를 격려해주었다.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엘렌 아가씨에게는 아직 깨우치지 못한 커다란 힘이 잠재되어 있으니까요. 블랙 아미 수장 후보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새 나는 녀석의 말에 빠져들었다. 사람을 구슬리는 재주는 좋은 녀석이다.


“나는 그저 그 책에 손만 댔을 뿐인데?”

“전 수장이셨던 리블레다인 공작 각하는 마법사이셨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한 마법사이셨죠.”


녀석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리블레다인 공작일 거다. 그렇다면 나이를 꽤 먹었다는 거잖아? 그가 죽은 지 10년이 되었으니 적어도 그 전에 활동했던 사람이다. 액면가론 프시케 언니 또래로 보였는데... 내 부모님 세대인가 보다. 내 추리는 거기서 끝났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분이 죽기 전, 다음 대의 블랙 아미 수장을 정하는 시험을 만드시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을 이끌 자는... 이런, 방해꾼이 나타났군요.”

“르펜... 오랜만이구나.”


프시케 언니였다. 어느새 그의 목엔 날카로운 검이 노려보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프시케 아가씨. 이런 모습으로 만나게 된 건 유감이지만요.”

“이번에는 내 동생인가?”


르펜이라는 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화려한 금발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멋지게 쓸어 올렸다. 그런데 둘이 아는 사인가?


“대답하거라. 만약 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제 목을 베시려 합니까? 그때처럼?”


그러자 프시케 언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마치 정곡에 찔린 것처럼. 언니의 검이 살짝 흔들렸다.


“아차! 레노프를 보셨을 테니 살아 있다는 건 아시겠군요. 그날, 저 몰래 엘렌 아가씨를 납치하려 했죠.”

“르펜, 너희들의 목적은 엘렌을 블랙 아미의 수장으로 만드는 것이냐?”


르펜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나는 그의 웃음에서 비웃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프시케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언니가 그를 향해 다시 질문을 던지려 할 때, 그가 먼저 움직였다.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엘렌 아가씨의 진실을 말이죠.”

“한 마디만 더 지껄였다간 네 녀석의 목을 베어주겠다. 정말 원하느냐?”


프시케 언니에게서 차가운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기의 지배. 기를 다룰 수 있는 자만이 시전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언니의 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느껴온 기는 한낱 아지랑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매서운 겨울 폭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아카데미 복도를 빠른 속도로 얼려가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에 내 몸은 자동으로 부르르 떨어야 했다. 이제는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후아, 이 차가운 기... 역시 프시케 아가씨로군요. 은발의 마녀답습니다.”

“네 녀석에게 칭찬은 듣고 싶지 않다. 어서 말하거라! 엘렌을 어떻게 할 셈이지?”

“그 전에 슈네이도르 가문의 비밀부터 말해볼까요? 엘렌 아가씨는 전혀 모르는 눈치인데.”


우리 가문에 비밀이 하도 많아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서걱! 헉! 나는 처음으로 인간의 목이 잘려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문장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피 분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 붉은 액체 한 방울도 프시케 언니의 얼굴에 튀지 않았다. 프시케 언니는 예상이라도 한 듯 검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런데 녀석의 입은 웃고 있었다. 섬뜩한 웃음. 그의 시선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지옥의 사자처럼 말이다.


“엘렌 아가씨, 다음에 만나도록 하지요.”


그리곤 하얀 연기가 되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자리엔 종이 쪼가리만이 남아 있었다. 프시케 언니는 그 종이를 줍곤 나에게 말했다.


“엘렌, 오늘 있었던 일. 모두 잊어라. 알겠느냐?”

“네. 잊을게요.”


나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대답을 요구하는 프시케 언니의 얼굴이 지금까지 본 언니의 모습 중 가장 두렵고 섬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왠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예감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이런 예감은... 그래, 절대 빗나가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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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 너와 판박이야. +4 17.08.15 237 6 11쪽
49 49화 -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지. 17.08.14 180 6 9쪽
48 48화 - 네 녀석의 머리에 각인시켜 줄 테니. +2 17.08.13 230 6 11쪽
47 47화 -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2 17.08.12 261 5 12쪽
46 46화 - 이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17.08.11 268 5 10쪽
45 45화 - 목숨 값으론 싼 편이지 않습니까? +4 17.08.10 287 4 9쪽
44 44화 - 사인 좀 해줄래? 17.08.09 276 5 9쪽
43 43화 - 엘렌도 많이 변했지. 17.08.08 291 6 11쪽
42 42화 -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 +4 17.08.07 275 6 11쪽
41 41화 -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2 17.08.06 278 6 11쪽
» 40화 -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십시오. +6 17.08.05 246 8 12쪽
39 39화 - 제대로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17.08.04 281 5 12쪽
38 38화 - 나중에 알려주었으면 하는구나. 17.08.03 378 5 10쪽
37 37화 - 복채라도 넣어드릴까요? +4 17.08.02 35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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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나 보다. +2 17.07.30 412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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